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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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션의 난이도는 등급이 올라갈수록 같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것도 단순한게 아니다. 조금만 자세하게 파고들어가면 그 안에서도 심한 차이가 난다는것을 알수있다. 조사형, 탐험형, 의뢰형 같은 종류의 미션이 아닌 토벌같은 형식의 미션에는 그만큼 더 난이도가 올라갈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번 미리내와 한번 같이 수행한적이 있는 ‘고대의 제단’ 미션은 B급 미션 가운데에서도 어려운 편이기는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난이도로 본다면 최상위권은 아니었다.
‘원시인들은 강력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체능력이 강했던것뿐, 거기에는 무술의 묘리같은건 전혀 존재하지 않았어.’
같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면 필연적으로 기량이 승패를 좌우한다. 똑같은 육체를 준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종류의 격투기든 몇십년이 넘도록 단련하고 연마해온 사람을 상대로는 절대로 이길수 없다. 하물며 이 세계에서는 단순한 격투기가 아니다.
검으로 거석을 베어내고 주먹으로 대지를 울리는 초절의 무공들을 초인이 익힌다. 이러한 종류의 적들은 가급적이면 피하는것이 상책이다. 마법사나 궁수 같은 원거리 직업들을 동원하거나 사제들로 버프로 도핑해 공략해나가는것이 중책. 그럼 가장 하책은 뭐냐고? 바로 정면승부를 하는것이다.
-죽어라. 인간.
“말투가 담담하니 역으로 조금 웃음마저 나올것같군.”
스치기만 하더라도 그대로 목숨을 앗아갈만한 데스나이트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성훈은 명백하게 조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상대가 사람이었더라면 조금이라도 감정의 동요를 드러냈을지도 몰랐지만 어디까지나 감정이 없는 데스 나이트.
‘물론 언데드 중에서도 감정이 있는 놈과 없는 놈이 나뉘기는 하지만….’
-죽어라.
‘이 놈은 후자인것 같군.’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며 자신을 몰아치는 데스나이트를 잠시 응시한 성훈은 시선을 돌려 한쪽을 바라봤다. 그 쪽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두 명의 남녀가 한치도 밀려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내며 막아내고 있었다.
“조금만 더 고생해주라고!”
“모든것은 마스터의 뜻대로….”
“아 진짜!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데!”
우치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쌍검을 휘둘렀지만 보랑이는 얼굴 가득 불만을 품은채 입을 삐죽였다. 보랑이가 이렇게 퉁명스러워하는게 어차피 하루이틀 일도 아니었고 오히려 감정이 없이 주어진 명령만을 수행하는 우치다가 비정상이라고 할수 있었다.
“으우어어어어….”
“시끄럿!”
콰직!
들고 있던 검을 수평으로 휘둘러 좀비의 양눈을 베어버린 보랑이는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둘러 좀비의 전신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손목, 팔꿈치, 어깨, 상체, 허벅지 등 일부러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검놀림을 보고도 우치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은 이곳에서 밀려오는 적들을 막아내는것뿐.’
다른곳에 쓸 힘이 있으면 그 힘을 아껴서 한번이라도 더 검을 휘두르는게 낫다.
부하, 아니 소환물들이 제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것을 바라보며 성훈은 거센 발길질로 데스 나이트와의 거리를 벌린후 검을 어깨에 걸치고 건들거리는 태도를 취했다.
“뭐 앞으로도 꽤 시간이 남을것 같으니 계속해서 해볼까?”
-죽어라.
“그래그래. 열심히 덤비라고.”
까아아앙!
검은 오러를 휘감고 있는 장검과 청색빛으로 빛나고 있는 세검이 부딪히며 허공에 화려한 잔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천마총 미션이 끝난 이후 성훈은 자신에게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것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본다면 배가 부른 투정이라고 생각할것이다.
평균 능력치는 최고, 근접전 실력은 미리내만큼은 못하지만 적어도 다른 탑랭커들에 준한다, 마법의 위력과 마력의 양은 어지간한 마법사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정도다. 게다가 온갖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다양한 스킬들을 익히고 있어서 본인조차 잊어버린 스킬이 있을정도다. 하지만 성훈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할수 있었다.
어중간하게 살아갈것이라면 이정도로 만족해도 문제될게 없다. 오히려 차고 넘치는 능력이다. 하지만 정상의 세계에서 온갖 괴물들을 상대로 한다면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전체적인 밸런스만 따져보자면 분명히 성훈은 강력하다. 하지만 탑랭커라는 자들은 그런 자신을 상대로 밀리지 않을 능력이 있다.
‘그들에게는 있고 나에게는 없는 것.’
말하자면 그것은 재능이라고 할수 있다. 미리내같은 특출난 천재가 아니더라도 소위 탑랭커들은 범인보다 훨씬 더 빠른속도로 익혀나가고 익숙해지는것들이 있다.
스포츠카와 평범한 자동차가 있다. 둘이 레이스를 펼친다면 당연히 스포츠카가 이길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길이 똑바로 뻗어있지 않은 이상에야 스포츠카를 모는것이 평범한 운전자이고 평범한 자동차를 모는게 전문적인 레이서면 승패는 뒤집힐수 있다.
“지금 이 수많은 능력들을 하나로 녹여내는게 바로 내가 할 일이다.”
디스퍼시브 누보라, 댄싱, 주술, 각종 킷, 엇박자, 다양한 스킬, 아이템의 옵션, 그리고 얼마전 얻은 천마군림보까지. 과유불급. 너무나 과한것은 오히려 모자란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성훈이 딱 그 짝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보니 적재적소에 어떤 스킬을 사용해야하는지 헷갈리기도하고 어설프게 스킬을 연계하려하다가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 성훈은 지금 ‘수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거 영….’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군.”
-죽어라.
“그래그래. 단 죽는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만 말이야.”
순간적으로 성훈의 움직임이 재빨라지면서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다지 드문 기술은 아닌 파고들기. 데스나이트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피할수있는 공격이었다.
-위엄이 발동합니다.
순간적으로 몸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조금은 당황했지만 이 정도라면 그다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일단 오러 블레이드를 좀 더 길게 늘여서 리치를 길게 만들고 인간의 공격을 흘려내면 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천마군림보가 발동합니다.
성훈의 발이 땅에 닿는순간 데스나이트의 몸이 멈칫거렸다. 마치 몸 전체에 무거운 납이라도 매달아놓은듯한 중량감이 느껴진것이다. 그 때문에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느려질수밖에 없었고 룬 블레이드는 교묘하게 데스나이트의 검 사이로 빠져나와 목을 날려버렸다.
-멸망의 데스나이트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 과정을 계산 중입니다.
-민첩이 3 상승합니다. 지혜가 2 상승합니다.
B급 미션을 해결한것 치고는 굉장히 짠 보상이었지만 어차피 보상이 목적은 아니었다. 진짜 목적은 바로 이 데스나이트를 상대하는것이었으니 말이다. ‘멸망의 데스나이트’ 미션은 일직선의 길을 뚫고 나가 그 끝에 있는 데스나이트를 처리하는것에 불과한 간단한 미션이다.
그러나 데스나이트와 싸우는 도중 끊임없이 통로로부터 언데드 몬스터들이 밀려들기 떄문에 굉장히 골치 아픈 미션중 하나였다. 그러나 성훈은 이 미션을 반대로 이용했다. 일부러 우치다와 보랑이를 이용해서 잡몹들을 막게 만들고 데스나이트를 정면으로 상대해 자신의 검술을 단련했다.
파앗!
작은 방안으로 돌아온 성훈은 전리품삼아 주워온 데스나이트의 투구를 만지작거리더니 밖으로 나갔다.
“뭐 일단 간단하게 용돈이라도 벌어볼까.”
미션도 끝났으니 길드로 돌아가기전에 전리품나 처분할 생각이었다. 적어도 B급 미션에서 얻은것이었으니 나쁜것은 아닐것이다.
재앙의 투구(disaster Helmet)
등급 : 엘리트(下)
종류 : 투구
-멸망의 데스나이트가 사용하던 투구. 멸망의 시작 세트 아이템의 하나로 본래는 유명한 대장장이가 만든 명품이었지만 오랜시간 어둠의 기운에 노출되면서 사악한 기운을 품고 말았다. 가지고 있는 힘은 강력하지만 가급적이면 쓰지 않는것을 추천한다.
-모든 종류의 데미지 10% 절대 감소.
-신성 속성에 30% 추가 피해.
-근력 +100, 체력 +100, 민첩 +50, 마력 +30, 지혜 -100, 행운 -200.
-착용후 일정시간(1시간)마다 어둠의 기운이 누적됩니다. 어둠의 기운이 최대로 누적될시 능력치가 최대 5% 상승합니다.
-근접 계열 스킬 사용시 위력 5% 증가.
-마법 계열 스킬 사용시 실패 확률 20% 증가.
-‘혼돈의 갑주’, ‘절명의 부츠’의 세트 아이템입니다.
“이거 물건이군.”
엘리트급의 물건은 최근 꽤 많이 풀려서 시세가 내려가고는 있었지만 이건 세트 아이템이다. 게다가 능력치도 굉장히 훌륭한 편이다. 전사 계열에게 가장 중요한 근력과 민첩을 100씩이나 올려준다. 갓급의 아이템도 대부분 150을 올려주는것을 생각해본다면 엄청난 수치라고 할수있다. 뭔가 오류가 생긴건 아닐지 의심될정도의 등급 판정.
하지만 자세히 훑어보니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는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순수한 전사, 아니 그 중에서도 이걸 사용할법한 녀석은 별로 없겠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페널티도 만만찮은 수준이다. 전사에게 덜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스킬들의 위력과 성공에 영향을 끼치는 지혜와 행운을 낮추고 신성 계열속성에 추가 데미지를 입는다. 게다가 마법 계열에 대한 페널티가 너무나 심했다.
성훈이 현재 입고 있는 영웅의 세트 아이템은 고작해야 유니크 중하급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별다른 디메리트가 없는데다가 세트 옵션도 훌륭하기 떄문에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다.
“불꽃 정령의 스태프 팝니다! 단돈 5억! 5억 길드에 팔아요!”
“황제의 용포 삽니다! 내구도 상관없이 삽니다.”
“특제 제조한 최상급 회복 포션 100개들이 셋트로 팝니다! 물물교환도 되요!”
“히야. 사람들 참 많네.”
신시 중앙을 교차하는 갈림길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문전성시를 이룬다. 도시 안에는 경매장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수수료를 꽤나 무지막지하게 뜯어먹기 떄문에 가급적이면 이렇게 직접적인 거래를 선호한다.
‘애들에게 맡기면 간편하기는 하지만 필연적으로 엘리 귀에 들어가니. 비자금이랄까?’
마력을 이용해서 형형색색의 간판을 만들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성훈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적당한 자리를 발견하고 걸음을 옮겼다.
‘어디보자. 요새 최하 엘리트 아이템 시세가 대충 15억 길드 정도했지? 이건 옵션이 꽤나 준수한편에 속하고 세트 아이템이니 30억 길드라고 할수 있을까? 아니 그래도 페널티가 꽤 있는편이니 아마 20억 길드정도가 적당하겠지.’
페널티만 없었더라면, 아니 하다못해 세트아이템이 아니라면 30억보다 더 받았을지도 모른다. 왜 세트 아이템이 아닐 경우에 가격이 더 올라가느냐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 부위만 보더라도 신성 계열에 극히 취약하고 마법 스킬에 페널티가 주어지는게 보이는데 세트 아이템을 전부 착용한다면 대체 얼마나 능력치가 줄어들지 뻔히 알수 있는것이다.
-광고판을 사용합니다.
정해진 지역에서만 사용할수 있는 아이템인 광고판을 사용하자 성훈의 머리 위에 반짝이는 표지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용은 심플했다.
[엘리트 세트 ‘멸망의 시작’, 재앙의 투구 팝니다. 25억 길드, 물물 교환 가능]처음부터 25억 길드를 적어놓은것은 흥정을 위해서였다. 당연히 가격을 깎기위해 협상을 시도할테니 그걸 감안해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잡은것이다.
“오오오, 야, 저것 봐봐.”
“이야. 엄청난데? 엘리트 아이템? 직접 사냥해서 얻었을라나?”
“글쎄. 비리비리해보이는데 어쩌더 요행으로 얻은거 아니야? 한번 가서 좀 건드려볼까?”
“아서라. 연합이 치안 유지에 얼마나 열심인데. 괜히 제 무덤이나 파지 말고 장사나 해.”
“다 들립니다.”
나지막한 성훈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헛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귀찮다는듯이 주변을 한번 훑어본뒤 허리춤에서 이름없는 책을 꺼내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매직 북은 기본적으로 도서관에서 산 책의 내용을 자동적으로 저장하는 기능이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성훈은 애독가의 옵션도 유지시킬겸, 그리고 시간도 때울겸 틈틈이 이렇게 책을 읽고는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애독가의 옵션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시작한 행동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뭔가를 읽는것 자체를 즐기게 됐다.
펄럭.
‘나름대로 읽을만하군. 이건 원래 지구에 있던 소설인가? 아니면 이 세계에서 만들어진 소설? 흐음.’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는 남자에 대한 소설을 읽던 성훈은 갑자기 머리 위에서 울려퍼지는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잠깐 괜찮겠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하하하.”
“그럴수도 있죠. 그보다 절망의 투구를 판다고 하셨죠? 혹시 이 세트 아이템을 모으십니까? 혹시 다른 아이템을 살 생각이 있나요?”
“다른 아이템이요?”
“예. 이것 말인데요.”
남자가 꺼낸것은 자줏빛의 오라를 휘감고 있는 갑주와 검은 기운을 풀풀 풍겨대는 신발 한 켤레였다.
혼돈의 갑주(chaos armor)
등급 : 엘리트(下)
종류 : 갑주
-멸망의 데스나이트가 사용하던 갑주. 멸망의 시작 세트 아이템의 하나로 본래는 유명한 대장장이가 만든 명품이었지만 오랜시간 어둠의 기운에 노출되면서 사악한 기운을 품고 말았다. 가지고 있는 힘은 강력하지만 가급적이면 쓰지 않는것을 추천한다.
-모든 종류의 데미지 15% 절대 감소.
-신성 속성에 40% 추가 피해.
-근력 +100, 체력 +150, 민첩 +70, 마력 +30, 지혜 -200, 행운 -100.
-착용후 일정시간(1시간)마다 어둠의 기운이 누적됩니다. 어둠의 기운이 최대로 누적될시 능력치가 최대 5% 상승합니다.
-근접 계열 스킬 사용시 위력 10% 증가.
-마법 계열 스킬 사용시 실패 확률 30% 증가.
-‘재앙의 투구’, ‘절명의 부츠’의 세트 아이템입니다.
절명의 부츠(death boots)
등급 : 엘리트(下)
종류 : 부츠
-멸망의 데스나이트가 사용하던 부츠. 멸망의 시작 세트 아이템의 하나로 본래는 유명한 대장장이가 만든 명품이었지만 오랜시간 어둠의 기운에 노출되면서 사악한 기운을 품고 말았다. 가지고 있는 힘은 강력하지만 가급적이면 쓰지 않는것을 추천한다.
-모든 종류의 데미지 10% 절대 감소.
-신성 속성에 30% 추가 피해.
-근력 +50, 체력 +80, 민첩 +150, 마력 +40, 지혜 -150, 행운 -150.
-착용후 일정시간(1시간)마다 어둠의 기운이 누적됩니다. 어둠의 기운이 최대로 누적될시 능력치가 최대 5% 상승합니다.
-근접 계열 스킬 사용시 위력 5% 증가.
-마법 계열 스킬 사용시 실패 확률 25% 증가.
-‘재앙의 투구’, ‘혼돈의 갑주’의 세트 아이템입니다.
“어라?”
자기가 팔고 있는 세트 아이템의 나머지 두 부위를 떡하니 내놓는 모습에 성훈은 순간적으로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이거 두개. 합해서 60억 길드에 팔게요.”
“예에?”
‘이게 뭔 개소리야?’
주변의 시선을 생각해서 차마 뒷말은 내뱉지 못했다.
“제가 어쩌다보니 두 세트는 모았는데 갑자기 급전이 필요해서 아이템을 팔게됐거든요. 살건가요?”
“아뇨. 사고말고간에 일단 개당 30억 길드에 팔겠다는 말인데 누가 그 가격을 주고 삽니까? 미친거 아닙니까?”
세트 아이템은 단일품으로 팔때보다 전부 모았을때 값어치가 올라간다는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멸망의 시작 세트 아이템은 부작용이 너무 심하다.
전부 착용했을때의 능력치 상승과 방어력, 그리고 세트 옵션까지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쓸만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지혜와 행운을 각각 450씩 내리고 신성 속성 공격에 100% 추가피해, 마법 스킬 실패 확률을 75% 올려주는 아이템을 누가 쓰겠는가?
‘이건 계륵이다.’
아마 어중간한 전사나 쓰지 진짜 고수들은 이런 단점이 극명한 아이템을 쓰지 않을것이다. 당연히 이 아이템을 돈 주고 살 이유는 없었다.
“그런가요, 하아. 혹시 세트 아이템을 모이신다면 쉽게 팔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돈을 대체 어디서 구하지?”
“뭐 그것들도 나쁜 아이템은 아니니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팔면 될겁니다.”
“아까 말했듯이 급전이 필요해서…. 혹시 나중에라도 살 생각이 있으시면 저를 찾아와주세요. 전 저기 분수 근처에서 잡템들을 팔고 있으니까요.”
“그러죠.”
대충 웃는 얼굴로 대화를 마무리 지은 성훈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위에 떠 있던 해가 저 너머로 기울어져 세상이 붉게 물들때까지 성훈은 물건을 팔지 못했다.
“쩝. 하긴 그렇게 쉽게 팔릴리는 없을라나. 그냥 애들에게 맡겨야하나?”
탁!
책을 접으면서 자리에 일어난 성훈은 게시판을 거두고 길드로 돌아가려고 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잡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저기 재앙의 투구를 파는건가요?”
“그렇습니다만. 사실건가요?”
“사긴 살겁니다. 그런데 투구 하나만 사기에는 좀 뭐한데…혹시 나머지 부위도 있습니까? 그것까지 전부 있다면 한번에 사겠습니다.”
“…얼마에요?”
“세 개 합쳐서 세트 아이템이죠? 세트를 완성해서 팔때는 가격이 훨씬 올라간다고 들었으니 100억 길드 정도는 어떤가요? 그 이상은 현금이 없어서 그런데 잡템으로도 받을수 있나요?”
‘대박이다!’
전형적인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본 성훈은 고민하는척 하면서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20억 길드에 팔 생각이었는데 아까 그 녀석에게 나머지 두 부위를 60억 길드에 사서 끼워팔면 종합적으로 20억 길드를 이득보는거 아니야?’
“큼큼. 잠시만 기다리시죠. 동료에게 가서 물건을 받아오겠습니다.”
중간에 마진을 얻으려는것을 들키지 않기위해서 애먼말로 둘러댄 성훈은 일단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분수 근처를 기웃거리다 마침내 아까 물건을 판다고 하던 남자를 찾을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