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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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도약
좌에서 우로 휘둘러진 일검. 더할것도 뺄것도 없는 한번의 참격. 그것은 현재 미리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일검이었다. 휘두른지 한참이 지나고서도 검이 지나간 공간에서는 정체모를 서늘한 한기가 남아있는듯한 느낌. 만약 방금 펼쳐진 검격의 본질을 꿰뚫어볼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리내의 안색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그대로로군.”
성훈과 같이 미션을 수행하면서 심검이라는 스킬을 얻은 이후로 미리내는 그 곳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이 어울리도록 하루가 무섭도록 뭔가를 배우고 발전해나가는건 미리내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심검을 얻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심검은 자신이 지금까지 익혀온 검술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정작 검술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존재다. 그것이 만약 몸으로 펼쳐내는 종류의 것이라면 미리내는 바로 익힐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몸으로 펼치는것과 정신력으로 펼치는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고 이렇게 정체될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막힌다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미리내에게 이런 상황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질수밖에 없었다.
“흡!”
쌍검이 허공을 난무하며 수많은 잔상들을 그려대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궤적은 점점 더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두 자루의 검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완벽하게 연계하며 움직이고 있었고 어떤곳에서 날아오는 공격에도 대응할수 있도록 적절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이 절정에 달했을무렵 약간의 불협화음이 생기고 말았다.
팅!
쌍검이 살짝 스치면서 주위에 울려퍼졌다. 무기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성장이 멈춰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는건 아닐가 의심될정도였다.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이런 실수를 절대로 용납할수 없었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다르다.
‘성훈님이 있다.’
미리내가 보고 알고있는 세계는 자신 혼자밖에 없는 고독한 세계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사람들은 하지못하고 대단하다는듯이 바라본다. 처음에는 그런 시선에 조금 우쭐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것은 바로 고독감이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다가 나타난것이 바로 유성훈이었다.
자신과 똑같은 것을 볼수있는, 아니 그것보다 더 앞서 있는 사람. 그렇기에 성훈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와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성훈의 곁에서 오랜 시간 동안 붙어서 배우고 깨달았음에도 아직까지도 조금도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것이 못내 분하고 안타까웠다.
‘여천. 분명히 강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이겨야하는게 당연하잖아!’
만약 성훈을 만나지 못했던 자신이 여천을 접했더라면 좋은 호적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걸출한 스승을 두고 가르침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미리내에게 있어서 여천은 호적수가 아니라 당연히 이겨야할 대상이었다.
‘이러다가 성훈님이 실망하시기라도 하면….’
생각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속 깊은곳에 차갑게 얼어붙는듯한 느낌이었다.
까앙!
아까보다 한층 더 큰 소리를 내며 검이 부딪혔다. 연달아 두번이나 이어진 실수에 미리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검을 멈췄다. 조금도 가만히 있지 못할만큼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깐 진정할겸 검을 휘둘렀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방해한건가?”
“어, 언제 온거야?”
“얼마 안됐지.”
스스로의 검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사실에 미리내의 얼굴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성훈이라면 방금전 자신이 얼마나 허술한 마음가짐으로 검을 휘둘렀는지 순식간에 알아차릴수 있을것이다. 잔뜩 긴장하고 있었지만 성훈은 그 부분에 대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뭐 개인적으로 수련을 하는데 들어오는건 조금 실례이기는 한데.”
“실례라니! 얼마든지 봐도 상관없어! 다, 단지 좀 부끄러워서….”
어차피 길드차원에서 공공으로 쓰는 수련장이다. 가끔씩 간단한 대련을 하거나 스킬을 펼쳐보기 위해서 오는 사람이 그럭저럭있는 편이었다. 물론 만약 구경을 하던 사람이 성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미리내가 절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방금전의 실수를 덮기 위해서 미리내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변명거리를 생각해냈다.
“지, 지금 시작하는거야?!”
그렇다.
미리내가 굳이 이런곳까지 내려와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것은 바로 오늘이 성훈과 약속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수동적으로 자신을 대하던 모습과 정반대로 가르침을 주겠다고 먼저 나선것을 절대로 잊을리가 없었다. 약속했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두근거려서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할 지경이었다.
당장 성훈이 한 마디만 한다면 뭐라도 할 각오가 되어있는 미리내였다.
“아니, 여기는 좀 공간도 협소한편이니 내가 따로 알아봐둔 장소가 있는데 그곳으로 갈래?”
당연히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성훈의 뒤를 따라가던 미리내는 움직이는 방향이 임무소가 아니라 성문쪽이라는 것을 깨닫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안을 생각한다면 E급 미션을 하나 받고 그 안에서 일을 진행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다.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만을 위해서 만들어지고 그들밖에 들어올수 없는 세상이니 말이다. 왜 그렇게 하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니 미리내는 입을 다물었다.
‘제 아무리 하급 미션이라도 생각지도 못하게 몬스터가 나와서 방해할수도 있으니.’
성훈이 하는 일이니만큼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것이다. 두 사람의 신원은 그 누구보다 확실했던만큼 별도의 제지없이 수월하게 성밖으로 나올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바깥으로 나와 꽤 오랜시간을 달려 도착한 숲속에서 성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쯤이면 적당할것 같군.”
“여기서 하게? 숲속보다는 평야에서 하는게 좀 더 나을것 같은…데.”
“크, 크흠.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 하지만 장안과의 전투는 평지가 아닌 숲에서 치르기로했어. 여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지형부터 미리 익숙해져야한다고 생각해. 어쨌든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본론이라는 말에 미리내는 무심코 마른 침을 삼켰다. 미리내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서 가르침이라는것을 받아본일이 없다. 처음 검을 익혔을때조차 싸구려 교본을 보고 파지법을 익혔고 기본적인 동작들을 깨달았다.
성훈을 스승으로 생각하고는 있으나 그것 역시 뭔가를 배운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약간 어색함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훈은 그저 자신의 간곡한 요구에 이기지못해 가끔 상대해줄뿐이고 자신은 그 가운데 멋대로 배우고 깨달아갈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미리내는 심장이 터질것처럼 뛰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과연 어떻게 시작할까?’
자신조차 따라가지 못할 그야말로 무(武)의 선구자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성훈이 직접 내려주는 가르침. 그것은 과연 어떻게 시작할것인가? 영원과도 같은 순간이 지나고 마침내 굳게 닫혀있던 성훈의 입이 살짝 열렸다.
“미리내. 너에게 있어서 검이라는것은 뭐지?”
“미리내. 너에게 있어서 검이라는것은 뭐지?”
‘시작해버렸다.’
수백권이 넘는 책을 읽고 수천번이 넘게 시뮬레이션을 반복해가며 생각해낸 첫번째 질문. 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쉽게 생각하자면 쉽고 어렵게 생각하자면 한없이 어려워지는 질문이었다. 설마 질문을 던져올지 예상하지 못했던 미리내는 눈을 반개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모습이 너무나 진지해보여서 내심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만약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그냥 적당히 무기 중 하나, 사람 죽이는 도구 정도로 대답했을테니 말이다.
“…처음 본 순간 마음을 빼앗긴것이 검이야.”
“마음을 빼앗겼다?”
“응. 검을 들었을때 모든것에서 해방된듯한 기분을 느껴. 검을 휘두를때가 가장 행복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아름답고 멋지게 검을 다스릴수 있다는것을 깨달을때면 기쁨을 참을수 없지. 검을 휘두름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채울수 있는, 검은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거라고 생각해.”
미리내는 지금까지 이런것에 대해서 단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성훈의 질문에 고심하며 대답한 순간 머리속 한구석, 자신도 모르는 어떤 부분이 명쾌하게 개이는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네. 과연 미리내다운 대답이라고나 할…까.”
‘실망?!’
그 누구보다 곁에서 성훈을 보필하고 같이 행동해온게 바로 자신이다. 방금전 성훈이 은연중에 보인것은 분명한 실망감이었다. 항상 억지를 부려서 곤란하게 만들어도, 맡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때도, 여천에게 져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을때도 괜찮다는 말로 위로하며 웃어주던 성훈이 처음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실망감을 표현해냈다. 그 사실을 알아챈순간 미리내는 큰 죄라도 지은것처럼 가슴이 무겁게 가라앉는듯한 기분이었다.
미리내가 성훈의 반응을 살피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것처럼 성훈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미리내를 속여넘기기 위해서 성훈은 수백, 수천가지의 시뮬레이션을 준비하고 수많은 패턴을 예상했다. 미리내가 방금전 보인 반응은 다행히 자신의 예측안에 들어있는 범주였다.
“후우.”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단단히 여몄다. 지금부터 자신이 할 일은 기름을 전신에 뿌리고 불구덩이로 기어들어가는것과 다를바 없는 일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술이라도 한잔 마시고 오는거라고 생각하면서 성훈은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내가 생각하던 그대로의 대답이라고 해야할까.”
“…생각하던 대답?”
“그래. 그리고 방금전의 대답으로 확신했어. 미리내. 실망이야.”
“…….”
직접적으로 실망했다는 말을 들은순간 미리내의 안색은 한눈에 알아볼수 있을정도로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그러나 성훈은 조금의 틈조차 주지 않고 허리춤에서 룬 블레이드를 뽑아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나는 너를 공격할거야.”
“자, 잠깐. 대체 왜 실망했다는건지 알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어찌나 충격을 받았는지 자기도 모르게 다시 존댓말을 쓰고 있는 미리내였다. 그러나 성훈은 그 질문을 무시하고 중단을 겨눴다.
“해가 완전히 저물기전까지 나는 너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할거야. 그동안 최대한 버티든지 아니면 반격하든지. 어느쪽을 선택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
“만약 이 전투가 끝나고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우리 둘의 인연은 끝나는거야.”
“…그건!”
“내가 분명히 말했을텐데?”
파앙!
“지금부터 공격한다고.”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아버린 성훈이었다.
지금까지 성훈과 미리내는 수없이 비무를 해왔다. 그리고 그런 비무 가운데에서는 암묵적으로 정해진 규칙이 있었다. 바로 최초의 선공은 미리내가 한다는 점이었다. 억지로 가르침을 받는 미리내에게 있어서 그건 당연한 일이었고 자신의 실력을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성훈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한명은 공격을, 한명은 방어를. 그것이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규칙. 그리고 그 규칙이 지금 이 순간 깨져버렸다.
“큿?!”
무시무시한 속도와 함께 쏘아져온 찌르기를 간신히 피한 미리내는 볼에서 전해져오는 화끈한 느낌에 마른침을 삼켰다. 성훈이 처음으로 선공을 펼쳤다는 생각에 너무나 놀란 나머지 반응이 한박자 늦어지고 말았다.
주륵!
검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을 바라본 성훈은 명백한 조소를 지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내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은 모양이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나와 연을 끊고 싶다 이건가?”
“아닙니다!”
자기도 모르게 크게 고함을 지른 미리내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검을 뽑으면서 이어지는 공격을 쳐내고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들은 충격적인 말 때문에 머리속은 여전히 복잡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대로 멍하니 있다가는 성훈이 더 이상 자신을 봐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다.
“좋아. 그럼 한번 해보자고.”
째재재재쟁!
룬 블레이드와 청홍검이 부딪히면서 수많은 불똥을 만들어냈다. 순수하게 검술만으로도 상대하면 성훈은 절대로 미리내에게 대적할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성훈은 미리내를 검술만으로 대등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야.’
미리내가 자신을 아득한 고수로 여기고 조심스럽게 대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동작한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고 제 스스로 놀라기 일쑤다. 그래서 성훈은 지금처럼 미리내를 상대로 비등한 전투를 치르는것이 가능했다.
미리내는 성훈에게서 자신이 직접 상상해낸 최강의 검사를 투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착각이 지금부터 시작할 연극의 가장 중요한 피스라고 할수 있었다.
‘잘 풀리면 다행이고 만약 일이 못 풀려도 그럴싸한 말로 둘러대면 된다.’
미리내가 만약 여기서 자신을 이기든, 아니면 반대로 자신이 미리내를 이기든 ‘그럴싸한’ 변명은 이미 생각해뒀다. 덕분에 한결 부담을 덜은채로 검을 고쳐잡으며 중얼거렸다.
“위엄.”
능력치가 차이날수록 강력한 디버프를 걸수있는 스킬. 눈에 띌 정도로 느려진 미리내였지만 여전히 자신의 검을 미리 예측이라도하듯 움직이면서 대등하게 검격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성훈은 미리내를 어중간하게 상대할 마음따위는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리내다.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능력을 사용할수밖에 없다. 비겁하게 여겨지거나 미리내를 상대로는 꺼낼수 없는것들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이용해야만 간신히 그녀를 상대할수 있는것이다.
“…좋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긴장하시는게 좋을겁니다.”
청검을 휘둘러 룬 블레이드를 막아내고 그 사이를 틈타 휘둘러져오는 홍검을 휘두른다. 절체절명의 상황. 그러나 성훈은 웃으면서 뒤로 한 발자국을 내딛을뿐이었다.
[천마군림보가 발동합니다] [급가속이 발동합니다]미리내의 움직임은 느려지고 성훈의 움직임은 빨라진다. 자신이 휘두른 검이 옷깃조차 베지 못하고 허무하게 휘둘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리내는 살짝 입술을 깨문채로 검을 거두었다. 일단은 뒤로 물러나서 자세를 가다듬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미리내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툭!
지금까지 그 어떤 전투에서도 자세를 무너트리지 않았던 미리내가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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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요즘 들어서 글이 잘 안써지는 기분이 듭니다…
슬럼프 일까요… 안써지는 글을 억지로 쓰려다보니 필력도 점점 떨어지는듯한 기분이고…후우, 어떻게 하면 슬럼프에서 탈출할수 있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