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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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계륵
어떻게 대처할것인가.
황녀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고작해야 이런 물건들따위에 흔들리는것도 우습군요. 이 토벌이 끝나면 황가의 창고를 털어 이런 보물들을 얼마든지 드릴수도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황금과 보석위에서 수영이라도 하게 해드리죠.”
“글쎄요. 저는 황녀님, 아니 제국에게 그런 보물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을 조심하세요. 감히 제국을 무시하는 말을 하다니?”
명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세레나가 당장이라도 룬 블레이드를 뽑을것처럼 나오자 김이현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힘으로는 상대가 안되지만 황녀와 대놓고 나쁜 관계를 맺는건 가급적이면 피해야할 일이었다.
“결코 무시하는게 아닙니다. 황녀님이 듣기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황녀님 그 룬 블레이드라는것 제국의 신물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플로란 제국의 신물이라고 대놓고 설명에 나와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전부 그 능력치에 집중할때 그 설명에 집중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세레나가 순순히 인정하자 김이현은 찬스를 잡았다는듯이 바로 이어서 말했다.
“제국의 신물인 룬 블레이드가 레전드 중급의 검입니다. 제국이 아무리 강성하다고는하나 신물에 비견될만큼 귀중한 아이템이 그렇게 많이 있습니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만족시킬수 있을정도로?”
순간 세레나는 말문이 막힐수밖에 없었다.
말로는 못할게 없다. 레전드급이 아니라 갓급이 창고에 굴러다닌다고 할수도 있는것이다. 그러나 방금전 김이현이 선수를 쳐버렸다. 제국의 신물이라 불리는 룬 블레이드가 레전드 중급이다. 그런데 그것과 맞먹는 물건들이 널려있다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몇개라면 모를까 수십개는 있을수 없다.
‘대응을….’
그러나 김이현은 세레나보다 한발 앞서 공격을 가했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공격을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드리면 다소 무례하게 느껴지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저는 황녀님이 하신 말씀에 다소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피닉스의 깃털이라는 물건 말입니다. 죽은 자를 살린다는 엄청난 물건. 아 물론 그 존재나 효과를 부정하는건 아닙니다. 그런 물건이 충분히 있을수도 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김이현은 자연스럽게 한 박자를 쉬었다. 그리고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런 물건을 왜 여기에 가지고 오지 않으신겁니까? 제국에 진짜 그런 물건이 있기는 한겁니까?”
차앙!
순간 세레나가 검을 뽑아들어 바로 김이현의 목을 겨누었다. 목줄기에 가느다란 혈선에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는데도 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세레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분노한것 같군.’
김이현.
그는 머리도 뛰어났고 사람의 감정을 읽는데 매우 능숙했다. 어떻게 자극하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말하면 사람들이 움직이는지에 대해서 잘 알았다. 방금전 세레나를 자극해서 나온 반응은 ‘분노’였다. 진정으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감정. 그러나 미약하게 그 너머에 있는 ‘당혹감’도 읽을수 있었다.
이 반응은 어느정도 예상한 바였다. 그리고 김이현은 자신의 가정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 년은 NPC가 아닐수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모두가 소극적으로 나설때 아주 적절하게 끼어들어 내뱉은 부활 아이템의 존재. 미션을 자연스럽게 진행하기위한 NPC의 행동으로 볼수도 있었지만 그 말을 내뱉은 덕분에 사람들이 은연중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나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전투를 도와준답시고 뒤에서 대놓고 스틸을 하는 행위.
다른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자신 혼자 쉽게 미션포인트를 쌓으려고 하는 악당의 행동 그 자체였다. 만에 하나라고 볼수도 있지만 어쩌면 플레이어일 가능성도 고려해야하는것이다. 물론 하는 반응을 보니 그 가능성은 낮아보였지만 말이다.
‘뭐, 플레이어든 NPC든 상관은 없지만.’
한편 김이현의 목에 검을 겨눈 세레나는 반쯤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들킨건가?’
패닉에 빠지지 않은것은 여러가지 스킬 덕분이었다.
귀족의 자세나 황녀의 위엄이 발동해서 아주 자연스럽게 분노하는 황녀를 연기할수 있었다. 내부의 동요가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자 동요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세레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 그 발언은 제국을 의심하는 아주 무례한 말입니다.”
“이런이런. 번번이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사죄드리죠.”
전혀 사과를 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만만해보이는 태도. 그만큼 김이현이 방금전 밝힌 의견은 충격적이었다. 부활 아이템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 의심을 하다니?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시선으로 세레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만약 이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다면 그녀를 향해서 말로 설명할수 없는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 순간 오히려 세레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기이한 일이었다. 기묘한 명정상태에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나와 같은 악당이다. 그리고 악당이 어떤 상황에서 곤란해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적이 자신과 비슷한 타입이라는점이 오히려 이득이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가장 곤란해하는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김이현, 지금 당신의 발언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당신은 잘 모르시는것 같군요,”
“예?”
“저는 아까 분명히 말했습니다. 제국을 무시하는 발언은 단 한번만 용서하겠다고 말입니다.”
주르륵.
자신의 목을 파고든 검이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오자 순간 김이현의 눈매가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검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더 깊게 들어오기 시작했고 김이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를 죽이실겁니까? 뒷 일을….”
“뒷 일? 무슨 뒷 일 말입니까?”
그 한 마디에 이번에는 김이현이 말문이 막힐수밖에 없었다. 같은 플레이어들이라면 어지간해서는 목숨을 빼앗지 않는다. 같은 길드원이나 친구의 복수, 그리고 무엇보다 한개의 목숨이 더 남아있다면 그 사람과는 불구대천의 원수나 다름없게 되어버린다.
게다가 상대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탑 랭커에 해태파에 비견될정도의 거대길드는 아니지만 엄연한 길드장, 그런 사람을 죽여버린다면 그 이후의 뒷감당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건 상대가 ‘유저’이기에 나오는 반응이다. 미션에서 한번 보고 말 ‘NPC’라면 이런 협박에 넘어가지 않는것이다.
“감히 제 말을 두 번이나 무시하시다니. 제국이 그렇게 우스워보였습니까? 마음만 먹으면 여기서 바로 목을 칠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황녀님의 뜻대로 결정하십시오.”
“쩝. 저는 잘….”
‘이 새끼들이?!’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그의 이마에 힘줄이 떠올랐다.
‘그래. 네가 말한대로다 김이현.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아. 네가 사는것보다 죽는편이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여기서 죽일수도 있다. 그러나 세레나는 손에서 힘을 빼며 말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특별히 한번 더 용서해주마. 다시 한번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이번에야말로 망설임없이 베어버릴테니 잘 알아두거라.”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분위기가 바뀐것을 느낀 순간 틈을 주지않고 바로 치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필립 백작.”
“부르셨습니까.”
“여기있는 이 어리석은 자가 감히 본녀의 말을 의심하는구나. 그대의 입으로 제국의 보물에 대한 진위여부를 알려주도록 해라.”
운그람이었다면, 그 고지식한 기사였다면 여기서 다소 수상한 반응을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필립은 고지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똑똑했다.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긴 하네. 하지만 제국에는 분명히 피닉스의 깃털이 존재하네. 그 물건을 여기 가지고 오지 못한건 제국의 보물창고가 몬스터들에게 점령됐기 때문이지. 마왕을 물리친다면 자연스럽게 그 보물창고에 있는 물건을 꺼내쓸수 있을걸세.”
“그럼 레전드급의 물건들이 넘쳐나는것도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네. 룬 블레이드가 제국의 신물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건국대제가 사용한 검이라는 상징 때문이지 그와 비견될만한 물건들은 널리고 널렸다네.”
‘뭐야? 진짜야?’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하는 필립이었다. 너무나 태연한 필립의 말에 세레나와 김이현마저 순간 그 말이 사실일까 마음이 혹할정도였다.
‘이렇게 연막은 쳤어도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김이현의 말은 너무나 급소를 파고들어왔어.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내 말에 의문을 품을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곳으로 돌려놔야 해.’
던전을 공략하는 도중 김이현이 이런 일을 더 벌일수도 있었다. 그런 일을 막기위해서는 지금보다 자신의 영향력을 더 강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피닉스의 깃털이나 나중에 돌아올지 모르는 보물들같은 공수표로는 한계가 있다.
“고작해야 이런 물건들을 가지고 다투는 꼴을 보니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마왕토벌이라는 중요한 일을 눈 앞에 두고 이 무슨 추한 꼴인지.”
이야기나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정론이었지만 세레나라는 황녀가 말하자 그 의미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이대로 있으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희생만 늘어날뿐이겠죠. 분쟁을 야기하는 이 물건들은 전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잠깐! 그건 너무….”
쌩뚱맞은 발언에 사람들이 반발하려는 찰나 세레나는 바닥에서 주워든 독룡마창을 들고 구석에 있던 강무한을 향해 내밀었다.
“그리고 이 창을 그대에게 하사하겠습니다. 이제는 제 물건이니 상관없겠지요?”
그 순간 상상하지도 못한 발언에 모두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강무한은 갑작스레 자신을 향해 내밀어진 창에 당황스러워했지만 무려 레전드급의 무기다. 받지 않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독룡갑을 미리내에게 주고는 몇가지 물건들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주기 시작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세레나가 내미는 아이템을 받을때마다 사람들은 더할나위 없는 공손한 태도로 물건을 받기 시작했다. 몇몇 망연자실한 표정의 랭커들을 보면서 세레나는 고개를 돌리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이게 바로 생색내기라는거다. 멍청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