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130)
Chapter 130 – 소원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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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한 김이 올라오는 탕 안에서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던 미유키는, 뜬금없이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비다…’
미유키의 한쪽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마츠다와 관계를 갖고 나면 매번 비가 내렸다. 겨울에도 눈 대신 비가 내리려나? 참 신기하다. 그리고 이젠 비가 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감수성이 확 충만해진 미유키는 오늘 마츠다가 했던 첫 질내사정을 되새겨보았다. 의외로… 괜찮았다. 마츠다가 사정을 하기 직전에 성기가 확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었는데, 그가 얼마나 흥분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가 사정을 했을 때, 꼬물꼬물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내부를 헤엄치는 것 같은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뒤처리가 굉장히 버겁고 귀찮기는 했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을 교류한 기분이라 감수할만했다.
‘피임약… 먹어야 되나…?’
가임기가 아니어서 그나마 안심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사후피임약은 챙겨먹어야 할 듯싶었다. 그런데 언제 먹어야했더라? 예전에 들었던 성교육 시간에는 관계를 가진 후 이틀, 사흘 내에 섭취하라고 했던 것 같다.
부작용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부정출혈이나 두통 같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갑자기 먹기 싫어진다.
그러고 보니 콘돔을 썼었어야 했는데, 이걸 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아예 첫 관계부터 콘돔 없이 해버려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버린 느낌인데… 자신의 성 관련 지식이 굉장히 얕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인터넷으로 많이 배워둬야겠다.
미유키는 손이 닿을 거리에 놓아둔 거치대에서 수건을 집어 들었다. 손을 닦고 휴대폰 인터넷을 켜서 검색을 해보고 있는데, 광고에 코타츠가 떡하니 나타났다.
날씨도 본격적으로 추워지고 있는데, 코타츠를 구매해야하지 않을까? 난로가 따뜻하긴 하지만 코타츠만큼 포근하지는 않은데… 이불 안에 다리를 집어넣고 마츠다와 공부를 하는 그림을 보고 싶기도 하고…
‘좋아…’
당장의 오붓한 미래를 그리며 피임약과 임신에 관한 걱정을 싹 날려버린 미유키는 코타츠 용품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품질이 꽤 괜찮은 코타츠, 등받이가 있는 좌식 의자, 상판 위에 놓을 아기자기한 용품 등…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온갖 품목을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있는데, 문득 치나미가 생각났다. 귀여운 물건에 일가견이 있을 텐데, 다음에 한 번 물어봐야겠다. 물론 죄다 모모님과 관련된 것들뿐이겠지만, 자신도 모모님이 마음에 드니 상관없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미유키는,
우웅-!
[미유키, 아직 자고 있어?]테츠야의 톡이 화면 맨 위에 알림으로 나타나자 흠칫했다.
“아, 맞다…”
나중에 전화한다고 했었지. 깜박하고 있었다. 곧장 테츠야에게 전화를 걸자, 신호음이 한 번도 채 울리기 전에 그가 전화를 받았다.
-일어났어?
“응. 왜 전화했었어?”
-말했잖아. 주말인데 뭐하고 있나 해서…
아, 그랬었나? 마츠다의 개구쟁이 같은 장난을 신경 쓰느라 제대로 못 들었었나보다.
“그냥 쉬고 있었어.”
-그래…? 몸은 안 아파?
“딱히…? 그건 왜 물어봐?”
-아까 목소리가 안 좋길래… 괜찮으면 오늘 산책이라도 할래?
현재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상태인데, 산책을 했다간 풀썩 쓰러지고 말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도 싫었고, 마츠다와 꼭 껴안은 채로 잠을 자고 싶었기에 나갈 생각은 전혀, 단 하나도 없었다.
“안 할래.”
-다, 단호하네… 아쉽다. 다음에 하자 그럼.
“응. 다음에. 테츠야 군, 나 샤워해야하니까 이만 끊을게.”
-샤워하고 다시 통화할까 그럼?
“아니. 오늘은 쉬고 싶어.”
-아, 그래… 미안. 마지막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저번에 놀이터에서… 아니, 아니다. 별 거 아니야.
말을 하다 말고 얼버무리는 테츠야. 싱거운 그의 태도에 미유키가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였다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캐물었겠지만 지금은 딱히 궁금하지 않아서, 그녀는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알았어. 테츠야 군도 푹 쉬어. 안녕.”
-응. 수고해.
전화를 끊은 미유키는 꼼꼼히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섰다. 패드를 덧댄 캐미솔과 보슬보슬한 잠옷까지 입고 밖으로 나온 그녀는, 마침 다른 욕실에서 나오는 마츠다와 마주쳤다.
탄탄한 근육질 상체, 그 아래 사타구니에서 흔들리고 있는 길고 큰 무언가. 그것을 본 미유키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볼멘소리를 내었다.
“마츠다 군! 옷 좀 입어…!”
“입으려고 했는데.”
“…..”
이미 마츠다의 몸은 충분히 봤는데, 왜 관계를 맺지 않을 때 보기만 하면 항상 부끄러운 기분이 들까? 오늘은 특히나 더했다. 아마 특별한 날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유키, 이리 와봐.”
어느새 옷을 다 입은 마츠다는 창문을 활짝 열고 툇마루에 다리를 걸친 채 앉아있었다. 참 속편하다고 생각한 미유키가 마츠다의 곁으로 다가가 앉자, 그가 두꺼운 이불을 끌어와 덮어주더니 미유키의 다리를 밖으로 뺐다.
투둑.
바람으로 인해 툇마루로 넘어온 빗줄기가 발등에 닿고, 찬바람이 훅 하고 넘어와 다리를 싸늘하게 훑고 간다.
“차가워…!”
발가락을 잔뜩 오므린 미유키의 투정. 그런 그녀를 향해 시원한 미소를 지어보인 마츠다가 물었다.
“마냥 싫은 게 아니라, 나름 괜찮지 않아?”
“…. 조금…?”
확실히 아래는 춥지만 위는 따뜻한… 이 갭이 은근히 괜찮았다. 어두운 밤하늘 위에서부터 주륵주륵 내리는 비와 솔솔 올라오기 시작한 흙내음이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좋기도 하다.
“춥냐?”
자신의 어깨를 팔로 감싼 마츠다의 물음에, 미유키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잠깐 이러고 있을까?”
“응.”
톡.
얌전히 대답한 미유키가 마츠다의 널따란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갑자기 확 노곤해진다.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라고는 할 수 없지만, 큰일이 있었던 만큼 육체와 정신이 피곤했다. 지금 자면 마츠다가 알아서 옮겨주겠지.
“하아암…”
편하게 생각하기로 한 미유키는 귀여운 하품을 하며 눈을 감았다.
**
다음날 밤. 미유키와 평범한 커플처럼 데이트를 한 나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덜컥.
차에서 내린 미유키가 날 향해 입술을 내밀었다. 자신의 집 바로 앞에 차를 세웠음에도 애정표현에 거리낌이 없는데, 이제 연애를 한다는 걸 가족들이 알아도 상관없는 건가? 장족의 발전이다. 뭐, 미유키와 와타루 빼고 나머지 가족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진실이긴 하지만.
미유키와 가벼운 키스를 마친 나는, 그녀가 수줍게 한손을 흔들자 히죽 웃어보였다.
“들어가라.”
“응.”
그렇게 미유키를 보낸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벌러덩 누웠다. 조용한 거실 안에 혼자 있다 보니 어제 생각이 솔솔 났다.
처음 미유키의 속 안에 씨앗을 뿌린 기분… 아주 황홀했다. 그녀와 날 이어주는 실이 더욱 끈끈해진 느낌. 미유키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오늘 데이트를 할 때 아예 착 달라붙어선 떨어지질 않았었다.
굉장히 즐거워하던 미유키의 얼굴을 상상하며 꽤나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던 나는,
우웅-!
충전기에 꽂아둔 휴대폰이 진동을 발하자 그것을 집어들었다.
[저 잘 거예요.]렌카의 문자가 와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빈 소원의 시작 시점이 자정부터였지. 자는 척을 했어도 됐을 텐데 잊지 않고 보고해줘서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킥킥거린 나는 답장을 보냈다.
[호칭은요?] [꼬박꼬박 붙이라는 말은 없었잖아요.]그저 딱딱한 문자일 뿐임에도 화를 참고 있는 게 느껴진다. 주인님이라고는 곧 죽어도 못하겠나보지?
[보고할 때 호칭을 붙이라고 말하지 않았었나요?] [그런 말씀 안 하셨어요.]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한데요. 소원 내용에 대해서 상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뇨. 저는 제대로 하고 있어요.] [마음에 안 듭니다. 내일 다시 얘기하죠.]더 이상 오지 않는 문자. 일부러 씹었겠거니 생각한 나는 알람을 맞춰놓고 잠을 자려다가, 다시 진동이 울리자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육성으로 짧은 웃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주인님, 저 잘게요.]렌카가 저런 답장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트집을 잡힐 바에야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기로 했나보지? 좋은 마음가짐이다. 이래야 너지.
한 가지 아쉬운 건, 렌카가 부들거리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거다. 문자가 아니라 전화였다면 렌카의 감정을 아주 잘 느낄 수 있을 텐데, 그게 조금 아쉽다.
한 번 전화를 해볼까 고민해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내일이면 마음껏 렌카의 리액션을 볼 수 있으니까 참자. 그래도 문자는 계속 이어나가야지. 조금만 괴롭히고 놓아줘야겠다.
[밥은 먹었어요?] [아니요.] [저녁을 굶었다고요?] [네. 배가 안 고파서요. 저 이제 잘게요.] [저는 안 졸립니다.] [그래서요?] [놀아달라는 얘기죠.] [싫어요. 저는 졸려요.]아주 싸가지 없는 노예로다. 냉정한 훈육이 필요하겠어.
[내일 아침에 부실 뒤쪽으로 와요.] [제가 그래야할 이유는 없어요. 저 진짜로 잘게요.] [부장도 지금 즐기고 있죠?] [이상한 소리하지 마세요. 이제 답장 안 할 거예요.] [저도 이제 잘 건데, 인사 안 해줘요?] [안녕히 주무ㄴㅇ매ㅑ렁ㄴ매ㅑ러ㅐᅟᅣᆼㅁ너]화가 났나보다. 저렇게 마구잡이로 쓰고 보내기까지 한 걸 보면. 실없이 끅끅 쪼갠 나는 얌전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