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368)
EP.368 대면 #3
“왜 그래용?”
조수석에 타려는 히요리의 앞을 가로막고는 뒷좌석을 가리키는 미유키.
그녀의 다급한 표정을 본 히요리의 물음이었다.
“뭘 왜 그래요야? 또 이상한 짓 할까봐 그렇지.”
“이상한 짓?”
“진짜 몰라서 물어? 다른 사람의 남자친구 옷 냄새를 맡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아… 그게 이상한 짓이에요?”
“그럼 아니야? 너 다른 사람한테도 그래?”
“네.”
“…..”
당당한 히요리의 대답에 할 말이 없어진 듯, 미유키가 벙 찌며 입을 다물었다.
딱 봐도 거짓말인데, 우리 미유키는 껄끄러운 사람의 말이라도 잘 믿는 게 탈이다.
아니, 그것보단 히요리의 연기가 좋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어, 어쨌든 타.”
“뒷좌석은 불편해서 싫은데…”
“넓은데 뭐가 불편하다는 거야…! 그리고 먼저 내릴 사람이 뒷좌석에 타는 거 몰라?”
“몰라용.”
“이제라도 알았을 테니까 빨리 타…!”
힘이 빠진 사람마냥 어깨를 늘어뜨린 히요리가 뒷좌석 문을 열고 쏘옥 들어갔다.
그리고는 내가 심심할 때 먹으려고 사놓고 거실에 두었던 막대사탕을 꺼내 물었다.
그 모습을 본 미유키의 미간이 꿈틀했다.
허락도 없이 사탕을 가져가서 한소리 하려는 모양.
그런 그녀의 팔을 살짝 잡아끈 내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먹어도 된다고 했어.”
“…. 그래?”
“어. 데려다주고 라멘 집 가서 라멘 먹자.”
“비 안 오잖아.”
“굳이 비올 때만 가야 되나? 그냥 가서 먹으면 되지. 날씨도 쌀쌀해서 먹을 만하지 않아?”
“그렇긴 한데… 거긴 우천 때만 가고 싶어.”
“그러면 중간에 시내 들러서 파스타 같은 거 먹자. 괜찮지?”
“응.”
약간 삐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는 미유키.
손을 내려 그녀의 둔부를 토닥인 나는, 그렇게 두 사람과 함께 히요리의 집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차 안의 분위기는 굉장히 엄숙했다.
중간중간에 들려오는, 히요리가 막대사탕을 일부러 강하게 빠는 듯한 소리만 제외하면 말이다.
“마츠켄 선배.”
결국 조용히 가는 게 싫었는지 침묵을 먼저 깨버린 히요리의 부름.
룸미러를 통해 그녀를 바라본 내가 대답했다.
“어.”
“동네로 들어가기 전에 카페 있거든요? 거기 세워주세요.”
“커피 마시려고?”
“네.”
“그냥 집에 들어가. 늦은 시간에 커피 마시면 잠 못 자.”
“저 카페인에 면역 있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면역인 사람 없어.”
“알았어요.”
얌전히 수긍할 거면 왜 내려달라고 한 거야?
그냥 미유키에게 나와 자신이 살갑게 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녀를 긁기 위해서인가?
예전에도 했던 생각이지만, 히요리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들어가 보고 싶다.
히요리의 집에 도착한 내가 차를 세우자, 뒷좌석에서 내린 그녀가 운전석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이후 내가 창문을 열자 밝은 낯으로 말했다.
“다음에 또 운동해요.”
“그래.”
“연락할게요. 바이바이!”
작별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그녀.
그런 그녀를, 미유키가 뚫어지게 주시했다.
뒤통수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누가 봐도 노려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흉흉한 아우라가 있었다.
연락한다는 말에 살짝 거슬리는 느낌을 받았나보다.
“맛있는 집 찾아보고 갈까? 아니면 그냥 보이는 데 들어갈까?”
내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고개를 돌린 미유키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히요리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전했다.
“쟤 이상해.”
히요리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붙임성이 좋다거나, 애가 밝다거나…
뭐 이런 칭찬들을 했을 것이다.
웬만한 사람에게는 쓴소리를 안 하는 미유키가 히요리더러 이상하다니…
그만큼 그녀가 미유키의 경계대상에 올랐다는 증거였다.
“친해지면 엄청 재미있는 앤데… 별로야?”
조심스런 내 물음에, 미유키가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
굉장히 순한 대답이었다.
설마 저런 말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을 정도로.
히요리가 내게 꼬리를 치는 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건가?
아니, 그걸 눈치채지 못할 미유키가 아닌데… 다른 이유가 있나보다.
어쩌면 내가 초창기에 테츠야를 무척 껄끄러워했지만, 자신의 입김 때문에 참고 있었음을 알고 있어서 저런 반응을 보인 것일 수도 있다.
미유키는 속이 깊으니까 그런 생각을 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래도 조금 짜증나.”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들려오는 미유키의 감상.
저건 히요리뿐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하는 말이자 경고였다.
너무 가까이 붙어 지내지 말라는 경고 말이다.
굉장히 찔리긴 하나, 얼마 전에도 다짐했듯 하렘을 이룩하려면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그래도 그 과정 속에서 미유키가 다른 히로인들보다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최대한 좋게좋게 달래줘야겠다.
“그러고 보면 걔는 처음 마츠다 군을 봤을 때랑 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아.”
“어디가 닮았는데?”
“분위기라든지, 성격 같은 게.”
“그렇게 느꼈어?”
“응. 그래서 마츠다 군이 아사히나를 좋게 보는 건가?”
“나처럼 엇나갈까봐 걱정되기는 하… 아!”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고통.
뭔가 싶어 말을 하다 말고 시선을 내리깔아보니, 미유키가 내 허리를 꼬집고 있었다.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이렇게 꼬집는 것으로 넘어가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미유키의 손을 떼어내고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놓은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근처에 파스타 가게는 없고 스테이크 가게 있는데, 저쪽으로 갈까?”
“아니, 파스타가 먹고 싶어.”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미유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나는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차를 세우고 휴대폰을 들었다.
“그럼 잠깐 찾아볼게.”
“같이 찾자. 그리고 오늘 자고 갈 거야.”
“그러려고 온 거 아니었어?”
“원래는 책 놓고 온 거 가지러 오려고 했었어.”
대놓고는 아니지만 명백하게 질투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미유키가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휴대폰으로 가게를 찾아보는 미유키의 허벅지에 손을 올린 내가 말했다.
“근데 올 일 있으면 전화하랬잖아.”
“저녁 먹고 운동할 겸 걸은 거야.”
그 거리를 걸어서 왔다고?
솔직히 그렇게까지 먼 거리는 아니긴 해도 대단하다.
미유키가 운동을 하다가 힘들어했던 이유가 있었구나.
오늘 정성스런 마사지를 해주어야겠다.
“다음부터는 꼭 전화해라. 이 말도 몇 번이나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알았어.”
“대답은 잘하네. 안 할 거면서.”
“이제부터는 할 거야.”
“저번에도 똑같은 소리한 거 아냐?”
“그랬어?”
“그랬지. 근데 저녁까지 먹고 왔는데 또 먹게?”
“운동했더니 배고파.”
나는 미유키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배에 올려놓았다.
그에 날 만류하지 않고 슬쩍 눈길만 주고는 휴대폰을 두드리는 그녀.
굳은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복부 이곳저곳을 손톱 끝으로 살살 간지럽힐 때마다 움찔움찔 떨며 애써 웃지 않으려는 모습이 귀엽다.
“가게나 좀 찾아보지?”
입꼬리가 올라갈락 말락 하는 미유키의 타박.
그녀의 목소리에 변하지 않은 애정이 담겨있음을 확인한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말없이 부드러운 살결을 만지작거렸다.
**
다음날.
미유키는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손에 깍지를 끼는 것도 모자라 내 몸에 딱 달라붙은 채로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날 만난 이후로 그녀의 마인드가 상당부분 오픈되긴 했다.
이런 식의 스킨십은 많이 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허나 그건 나와 미유키가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교실 안에서나, 혹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상황에만 국한된 얘기.
이렇게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등교시간 같은 상황에선, 학생회라는 직책 때문에 되도록이면 스킨십을 지양하는 편이었다.
헌데 적극적으로 다가와선 온 아카데미에 나와의 관계를 알리려는 걸 보니, 어제 일이 그녀의 마음에 많이 남아있었나보다.
다른 학생들의 은근한 시선을 받으면서 미유키와 담소를 나누며 교실에 도착한 나는, 부반장과 살갑게 인사를 하는 그녀를 놔두고 밖으로 나왔다.
이후 수업시간에 몰래 먹을 젤리를 사기 위해 매점으로 가려다가, 건물에서 나오는 히요리와 마주쳤다.
“안녕, 마츠마츠켄.”
“그래. 어디 가냐?”
“매점.”
“왜?”
“과자 사러.”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하다.
왜 미유키가 히요리와 내가 닮았다고 했는지 정확하게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럼 이따 봐. 바이바이.”
인사를 하고는 쌩하니 가버리는 히요리.
나는 자신의 긴 다리를 성큼성큼 옮기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야.”
그러자 히요리가 고개를 반만 돌리더니 대답했다.
“왜.”
“이리 와봐.”
내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히요리가 거만한 걸음으로 흐느적흐느적 다가와 앞에 섰다.
그녀가 입고 있는, 단추가 두 개 풀린 와이셔츠.
그것을 내려다본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단추 안 잠그냐?”
“더워.”
“뭐가 더워? 시원하기만 한데.”
“더웡.”
뻔뻔한 저 눈빛을 보아하니, 아예 모르쇠로 일관을 하려는 듯하다.
“잠가.”
“싫은데?”
“반말 그만하고.”
“그것도 싫은뎅.”
얘는 오늘 또 왜 이러는 거야.
삐딱하게 짝다리나 짚고, 가끔 하던 반말을 시작부터 무더기로 쏟아내고… 황당하다, 황당해.
히요리에게 잔뜩 오므린 중지를 들이밀자, 그녀가 냅다 자신의 이마를 양손으로 가렸다.
“아 싫어요…! 때리지 마…!”
청순한 척, 약한 척을 다 하며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게 어이가 없다.
콧방귀를 낀 나는, 평소대로 돌아온 히요리가 자신의 허벅지를 주물러대기 시작하자 물었다.
“아프냐?”
“네. 어제 너무 무리했나봐요. 근데 엄청 말랑말랑해보이지 않아요?”
치마를 반쯤 걷어 올리더니 자신의 허벅지 안쪽을 잡아당겨 보여주는 그녀.
어제보다 더욱 과감해진 그녀의 행동을 그러려니 하며 지켜본 내가 대답했다.
“근육이 없어서 그래.”
“하나자와 선배도 이래요?”
“그건 왜 궁금한 건데?”
“한 번 비교해볼래요?”
만져보라는 소리를 하고 앉아있다.
진짜 만지면 얼굴이 터지기 직전까지 갈 거면서.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살펴보니, 수업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교정이 무척 한산했다.
꼬리를 흔드는 히요리를 교육시켜주기 딱 좋은 환경.
콧방귀를 낀 내가 말했다.
“단추나 잠가라.”
“잠가줘요.”
“그러지 뭐.”
“네…?”
나는 내 대답을 예상치 못한 듯 당혹스러워하는 히요리에게 성큼 다가가, 가슴골 부분이 드러나는 그녀의 와이셔츠 단추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본능적으로 침을 꼴깍 삼키는 그녀에게 눈길을 주면서, 가슴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단추를 잠갔다.
“조신하게 다니라고 좀.”
“왜요…?”
“남들이 널 쉽게 보잖아.”
“그런 사람 없는데요…?”
“겉으로만 내색하지 않는 거야.”
“선배가 무슨 상관인데요…!”
“걱정하는 거니까 까불지 마라.”
“…. 넹…”
예상대로, 히요리의 얼굴은 곧 분화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새빨갰다.
이 정도도 적응하지 못하는 허접한 몸을 갖고 있는 주제에 개방적이게 굴기는.
혀를 끌끌 찬 나는 힘이 죄다 빠진 히요리의 어깨를 붙잡고, 그녀의 몸을 매점 방향으로 돌렸다.
“가자. 너 좋아하는 스이츄 사줄게.”
“웬일이에요? 가슴 만져서 사주는 건가?”
“헤픈 소리도 자제해. 내 앞에서 그러는 건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하지 마.”
“왜요? 왜 선배 앞에서는 해도 되는 거예요?”
방금의 쑥스럽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어진 히요리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대답을 촉구했다.
그런 히요리의 등을 살짝 떠미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여지를 준 나는, 재잘거리기 시작한 그녀와 함께 매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