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05
Chapter 24. 재능의 영역(2)
탁!
욕쟁이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스킬 데이터, 수집 중이랍니까?”
“어……? 어.”
당황한 욕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국 프린스’가 최고로 상스러운 능력이 탄생하겠다며 실소를 흘립니다.】
【‘감사국 야근요정’이 신개념 고유 능력의 탄생 장면을 보게 생겼다며 박수를 칩니다!】
【‘대외협력국 신입사원’이 동기들 데려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외칩니다.】
【복지 포인트 500점 후원!】
‘황당하긴 하지만…….’
이걸로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그럼 또 얘기가 달라지지.
“소환.”
“뭐, 뭐야! 줄은 왜 꺼내?!”
남산 타워에서 떨어질 때 교육원에서 잘라 왔던 덩굴.
그중 쌍둥이 귀(鬼)들을 묶을 때 썼던 덩굴 가닥을 꺼냈다.
그걸로.
“아악! 사람 죽네!”
“…이런 걸로 안 죽어.”
몸에 칼도 안 댔는데 엄살부터 피우고 보는 명승태를 묶었다.
“도, 독 바른 거 아냐?! 이거 놔! 놓으라고!”
“싫으면 저 꼴로 만들어 줘?”
“……!”
놈의 수하 여덟은 이미 피떡이 되어 널브러진 뒤.
“끄어…….”
“괴, 괴물 같은 놈…….”
그럼에도 정작 명승태를 멀쩡히 묶어 두기만 하는 이유는.
“욕쟁이 씨.”
“아오! 욕쟁이 씨가 뭐냐고, 도대체!”
“계속하세요.”
“뭐, 뭘 하라는 거야?”
“욕이요.”
필요하니까.
“최대한 빨리, 많이, 다양하게 해 봐요. 먹힌다 싶으면 반복하고.”
“하?”
욕쟁이가 잘못 들었나 싶었는지 재차 물었다.
시키지도 않을 땐 시도 때도 없이 잘만 하더니.
막상 멍석을 깔아 주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모양.
“실컷 해요. 아, 혹시 모르니까 입 못 열게 하고.”
노파심에 알겠다는 대답까지 받아내는 사이,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사람을 그렇게 묶어 두면 어떡해요? 빨리 풀어 줘요!”
어느새 명승태의 추종자들이 몰려들었다.
나와 일행들을 둥글게 둘러싸고는 나름의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
【‘조사국 프린스’가 이 떨거지들은 다 뭐냐고 묻습니다.】
【‘관리국 까마귀’가 사나이라면 이 정도쯤 한칼에 날려 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주먹을 불끈 쥡니다.】
【‘감사국 야근요정’이 6대1도 했으니 이번엔 60대1도 해 보자며 재촉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김지웅?!”
“누나.”
인파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낯익은 얼굴.
‘저 사람은…….’
처음 명승태를 만났을 때, 인파 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사람이다.
큰 키, 세련된 외모, 동그란 안경.
지은 씨와 똑 닮은 외모의 남자.
과장 좀 보태서…….
‘안경 쓴 지은 씨.’
놀라서 달려온 지은 씨가 남자의 손목을 탁! 잡아챘다.
“네가 왜 이런 사람이랑 같이 있어? 설마 여태 같이 다닌 거야?”
재혁이와 동갑에, 학창 시절부터 그리 공부를 잘했다던 지은 씨의 남동생.
지은 씨의 감지 스킬로 무탈하게 살아 있다는 걸 알았기에 언제고 만나리라 생각은 했다.
그게 이런 식일 줄은 몰랐지만.
“누나, 이게 무슨 상황이야? 승태 형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김지웅, 미쳤어? 너까지 왜 이래?”
“누나야말로 왜 이래? 이건 엄연한 범죄라고!”
지은 씨의 동생도 명승태의 추종자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버, 범죄라고?”
멍청한 얼굴로 제 누나의 말문을 턱 막는 걸 보면.
‘똑똑하다더니.’
순 헛똑똑이였네.
하지만 그 헛똑똑이의 말은 수군거림이 되어 일파만파 퍼져 갔다.
“무서워…….”
“뭐야? 갑자기…….”
“사람을 묶어 놓고…….”
걱정하는 거다.
내가, 그리고 일행들이 힘으로 저들까지 진압하려는 무뢰배들일까 봐.
“X발, 지금 우리한테 하는 소리야? 명승태 저 XX가 먼저 쳤다고!”
분개한 욕쟁이가 장맛비 퍼붓듯 욕설을 쏟아 냈지만.
“입만 열면…….”
“진짜 저급하게…….”
그런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됐습니다.”
“되긴 뭐가 돼?!”
억울하긴 하지만, 모르는 입장에서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피아식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
월등한 무력을 가진 사람이 등장하면 경계하고 보는 게 당연하다.
단지 같은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등에 칼을 꽂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형님!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빨리 해치우고 정리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
재혁이가 조마조마한 얼굴로 제안을 해 왔지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중요한 건 명승태가 아니야.”
“예? 그럼…….”
“분위기.”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좋을 건 하나도 없다.
놈들과 우리뿐 아니라 생존자들 전체에게.
‘빨리 장기자랑 무대도 준비해야 하고.’
그렇다면.
“지웅이라고 했지?”
“……네?”
“잠깐 얘기 좀 할까?”
* * *
“그러니까…….”
지웅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억지로 같이 다니는 거냐고요?”
“응. 맞으면 구해 주고, 아니면 신경 안 쓰려고.”
기분 탓일까.
눈동자가 흐리멍덩해 보인다.
“지은 씨 동생이라 챙겨 주고 싶긴 한데, 그렇다고 억지로 교육시킬 정도로 남 일에 열정적인 성격은 아니라서.”
“…….”
지웅이 입을 열다 말았다.
이어진 잠깐의 적막.
잠시 후, 지웅이 눈을 감았다 뜨더니 말했다.
“승태 형은 제 목숨의 은인이에요. 목숨값을 다 갚으려면 더 열심히 도와야 해요.”
며칠 잠 못 잔 사람처럼 눈빛이 탁한 것치고는 꽤나 비장한 대사를.
흐음.
놈에게 목숨을 빚진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뭘 어떻게 돕는데?”
“빌려줘요.”
“뭘?”
“스탯.”
응?
“지금까지 총 대여 스탯은 체력 20, 근력 10, 민첩 8, 인내 15…….”
“자, 잠깐만. 그걸 빌려줬다고? 스탯을?”
끄덕.
황당한 마음에 묻자 무덤덤한 얼굴로 긍정하는 녀석.
“……왜?”
“승태 형은 제 목숨의 은인이에요. 목숨값을 다 갚으려면 더 열심히 도와야 해요.”
“…….”
그러니까.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그게 네 능력이야?”
“네.”
“스탯을 주고받는 스킬이 있는데, 여태 그 자식 똘마니 짓을 했다고?”
“또, 똘마니 짓이라기보단…….”
기가 차서 묻자 지웅이 잠시 멍한 표정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승태 형은 제 목숨의 은인이에요. 목숨값을…….”
“그만. 외우겠다.”
손을 휘휘 내저어 놈의 입을 막았다.
알겠다.
놈이 어떻게 여태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놈의 능력이 어떤 건지.
아무래도, 계획을 바꿔야겠다.
“그냥 팰 게 아니라, 정신 교육을 시켜야 하는 거였네.”
“네? 승태 형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법으로.
“너도 받는 거야, 정신 교육.”
“……네?”
* * *
“……니까 승태 형 빨리 풀어 줘요. 나쁜 사람 아니란 말이에요!”
“알았으니까 그만해.”
녹음기처럼 흘러나오는 대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일행들에게로 돌아갔다.
아까보다 더 늘어난 인파에 한숨이 흘러나오려는 찰나.
— 띠링!
경쾌하게 울리는 메시지.
— 띠링! 띠링! 띠링! …….
……아니, 메시지 폭탄.
【새로운 참관자가 입장하였습니다.】
【새로운 참관자가 입장하였습니다.】
【새로운 참관자가 입장하였습니다.】
……
【‘영업국 샛별이’가 여기 오면 싸움 구경이 끊이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인사합니다.】
【‘영업국 바라아재’가 막내 따라 들어왔다며 손을 흔듭니다.】
【‘조사국 냥냥이’가 오랜만이라고 미소 짓습니다!】
【‘조사국 드루이드’가 막장 드라마는 언제 시작하냐고 두리번거립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몰렸어?”
“네?”
“아, 혼잣말이야.”
【‘대외협력국 신입사원’이 열심히 홍보했다며 코를 쓱 만집니다!】
【‘조사국 프린스’가 최고로 상스러운 능력이 탄생하겠다며 실소를 흘립니다.】
【‘감사국 야근요정’이 신개념 고유 능력의 탄생 장면을 보게 생겼다며 박수를 칩니다!】
【‘대외협력국 신입사원’이 동기들 데려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외칩니다.】
허.
아까 데려온다던 동기들이 이놈들이었나.
어쨌든 갑작스럽게 늘어난 구경꾼들 덕에 당황스러운 와중, 도착한 구역은 완전히 세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형님! 오셨습니까?”
“아저씨! 2천 명이 여기 다 모였나 봐요. 어떡해요. 이제?”
“명승태는?”
“아, 누님이 지키고 있습니다!”
먼저, 꽁꽁 묶인 명승태를 빙 둘러싸고선 내가 올 때까지 지키고 선 일행들과.
“당장 풀어줘요! 깡패도 아니고 뭐 하는 짓들이야?”
“맞아요. 오빤 그냥 얘기 좀 하자고 한 거 아니었어요?”
명승태를 풀어 달라며 시위하듯 둘러싼 여자들.
마지막으로.
“하, 분위기 진짜 구리네.”
“장기자랑 꼴등 한다고 죽이진 않겠지? 벌써 망한 거 같은데.”
“아이돌들 있어서 날로 먹나 했는데, X발. 안 봐도 망했네.”
“적당히 좀 해요!”
마지막으로 혀를 차며 한탄하는 구경꾼들까지.
‘분위기 참…….’
시작부터 이렇게까지 틀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틀어져 버렸다.
파국이다.
이게 만약 대학 조별 과제였다면 과제를 낸 교수가 와도 수습하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그렇다고 다 같이 망하자고 주저앉을 순 없으니까.
“청년!”
“아저씨!”
타닥!
날 발견한 일행들이 달려와 한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큰일이여, 청년!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 장기자랑인지 뭔지도 못하게 생겼어!”
“저희 진짜 망한 거 같아요. 어떡하죠? 우리끼리 이렇게 싸워서야 팀 활동이고 뭐고…….”
청소 아주머니의 호들갑에 더해 여진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삼삼오오 믿을 수 있는 자들끼리 등을 맞대고서, 나머지를 경계하는 사람들.
한껏 예민해진 탓에 장기자랑은커녕 제 능력을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을 것 같은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이번 장기자랑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미션 또한 진행이 불가능하다.
똘똘 뭉쳐서 다른 구역을 상대해도 모자랄 판에, 옆에 있는 놈들을 향해 칼을 겨눠야 할 테니까.
그야말로 최악의 팀웍.
하지만.
“해야죠.”
담담하게 말했다.
“무대 준비도 하고, 단합도 하고. 하면 됩니다.”
“잉?”
“네?”
두 사람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가만 듣고 있던 재혁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 그렇죠, 형님! 안 되면 되게 해야지 말입니다?”
뭐, ‘안 되면 되게 하라!’ 따위의 비장한 각오까진 아니더라도.
【‘조사국 냥냥이’가 오랜만이라고 미소 짓습니다!】
【‘조사국 드루이드’가 막장 드라마는 언제 시작하냐고 두리번거립니다.】
참관자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두 마리, 아니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방법이 생각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