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78
Chapter 40. 잡 마켓(3)
【주의!】
【지연된 일정이 1건 있습니다.】
【오전 9시 – 잡 마켓(Job-Market)】
【서둘러 이동하세요!】
[이런……!]조사국 이상조사관리팀장 예라(翳羅)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달렸다.
탁! 탁! 타다닥!
큰일이다.
회의가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다면 아예 오후로 미뤘어야 했는데.
‘끝나진 않았겠지?’
OJT 때 만난 신입사원 이은호.
[부서 선택권을 우리에게 써.]“……!”
그 녀석이 ‘부서 선택권’을 쓰라는 제안을 거절하긴 했지만, 끝까지 최선은 다해야 할 터.
[이은호 그 아이, 재밌는 일을 잔뜩 벌이고 있더구나.] [그런 모양입니다. 여기저기서 이름이 들리는 걸로 보아.] [가서 마음이 바뀌지 않았는지 물어보거라. 원하는 조건이 있다면 최대한 맞춰 줄 터이니.]무엇보다 윗분들이 원하신다.
그것도, 꽤 진심으로.
파앗-
【잡 마켓(Job-Market) 입장 완료!】
복잡한 마음을 껴안은 예라가 ‘문’ 너머로 발을 디뎠다.
그러자.
[윽!] [아, 거기! 비켜요!]익숙한 비포장도로가 각양각색의 직원들로 북적인다.
뭔가 구경거리라도 났는지, 한데 모여 바글거리는 통에 코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럼…….] [지금 시간이…….] [올해 1등은…….]저마다 한마디씩을 내뱉는 바람에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힘들었고.
그래서 웅성대는 이들 사이에서 길이라도 뚫어 보려 용쓰고 있자니, 옆에서 아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 예라 님!]몇십 년 전 같이 일했던 후배다.
[어, 자기. 오랜만이네. 근데 이거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모여 있는 거지?] [저기요! 역대급이에요! 잡 마켓 베네핏 최고 기록이 깨졌대요!] [뭐어?]베네핏 최고 기록이 깨지다니!
확실히 보기 드문 구경거리임이 분명하다.
너도나도 모여 웅성거리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3차 업그레이드도 얼마 안 남았거든요? 그래서…… 어! 또 넣는다!] [3차?!]예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잡 마켓의 부스는 평범한 가판대로 시작해 베네핏이 쌓일수록 그 규모나 화려함이 업그레이드되는 구조였다.
근데 3차라니.
여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팀도 2차 업그레이드에서 그쳤었다.
심지어 그것도 잡 마켓 역사상 딱 한 번뿐인 일이었기에, 2차 업그레이드도 있었냐며 해금된 정보들에 놀랄 정도였는데!
[한다, 한다!]구경꾼들이 눈을 빛내며 한 곳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시선들이 소실점처럼 향한 끝에 위치한 건.
【베네핏 1,000p 돌파!】
[처언?!] [미친! 저거 실화야?!] [경쟁이 안 되잖아!]100도, 500도 아닌 1,000p.
어마어마한 성적을 띄운 스크린.
[네! 저기 신입들이 실적을 어마어마하게 쌓았더라고요. 영업실적이랑 관리실적, 둘 다 역대 최고였나 봐요!] [말도 안 돼! 보통 50p 넘으면 성공한 건데……!]그래서 원하는 부서에 칩 열 개를 넣으면 많이 넣는 편이었다.
정말 가고 싶다면 더 넣기도 하지만.
근데 칩을 천 개나 받았다는 건…….
그리고 왠지 그 어마어마한 신입이 누군지 알 것 같은 기분에 예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딜까.
귀한 신입의 선택을 받은 부서는.
성과 대비 보상이 확실한 영업국?
출세의 고속도로라 불리는 관리국?
그것도 아니면…….
[……에?] [왜 그러세요, 예라 님?] [노사협력팀이…… 뭐지?] [아! 저 신입이 새로 만들었어요! 완전 대박이죠?!]벙찐 예라의 시선이 후배의 손끝에 가 닿았다.
정확히 말하면.
“거기! 새치기하지 말고 천천히 오세요!”
길게 줄 선 이들을 향해 노련한 장사치처럼 외치는…….
“아직 TO 남았으니까 침착하시고, 제가 지금 어딜 좀 가 봐야 해서…… 남은 분들은 저희 팀원한테 맡기겠습니다. 진행 부탁해요, 지은 씨!”
……이은호를 향해.
[……쟤 지금 저기서 뭐 하는 거야?]* * *
[아오!]홍보국 마스코트 세라가 짜증 섞인 말과 함께 제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그도 그럴 것이.
【키워드 ‘세라’로 등록된 게시글이 1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간만에 제 채널 얘기가 게시판에 올라왔나 했더니.
──────────────
▧ 올해 잡 마켓 미쳤음 ▧
부스 3단계 업그레이드 나옴!!
베네핏 거의 천 점 받았던데
이거 몇 년 치 베네핏 몰아받은 수준 아님?
#노사협력팀 #세라 #공용채널
──────────────
⇒ 근데 노사협력팀이 뭐 하는 팀이죠?
⇒ 저런 팀도 있었나?
⇒ 나 첨부터 봤는데 우수사원이 새로 만들었음
⇒ ?그게 가능함?
⇒ 근데 세라 채널 쓸데없는 애들 왜 일케 많이 나오냐? 우수사원이나 비춰 주지
온통 대상자 한 명의 얘기뿐이었기 때문이다.
세라가 혼신의 힘을 다해 편집하고 가공해서 내보내는 각 부스별 특징과 참가자 일람.
이런 것들은 단 한마디 언급도 없이 말이다.
[또, 또 이은호야!]세라는 믿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맡은 행사라 준비를 많이 했는데.
신입사원 연수 때와 똑같다니!
그때도 신입사원 모두를 골고루 비추며 재밌는 장면만 골라 편집한 공식 채널이 이은호의 개인 채널에 밀리는 바람에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던가.
[이건…… 이은호만 홍보해 주는 꼴이잖아!]다른 신입들과 다른 부서들을 아무리 추켜세우고 강조해도 소용이 없다.
[다 해 먹어라, 다 해 먹어!]세라가 올라오는 짜증을 가라앉히며 간이 의자에 푹 몸을 기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사회자용 천막을 뚫고 들어오는 낯선 목소리.
[도시락 왔습니다.] [음? 아직 12시 안 됐는데요?]점심시간은 잡 마켓이 끝난 후인 12시로 설정되어 있었다.
혹여나 행사에 영향을 줄까 봐 그리 설정해 둔 것.
그래서 옆에 쌓아 두고 기다리라 말하려는 순간.
[아, 이거 만해(萬海) 초밥 정식이라 바로 먹어야 하는데…….] [……네?] [아, 인사가 만사에서 나온 프리미엄급 신상품입니다. 특제 초밥 정식. 한 번 보시겠습니까?]화앗-
시원한 향이 콧속을 파고들었다.
최근 가장 인기 좋은 식당의 프리미엄급 특제 도시락이어서일까.
[…….]어느새 천막을 걷고 들이밀어진 도시락에 눈길이 사로잡혀 버렸다.
나무를 깎아 만든 고급스런 찬기.
고래참치의 탱글한 대뱃살이 영롱하게 빛나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연꽃연어와 그 위에 얹어진 꽃잎양파가 어서 먹어 달라 유혹하고.
다갈색 전기장어의 꼬리로 만든 초밥이 달콤한 소스를 품었다 내뿜었다 하는…….
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초밥 정식이었다.
[와…….]보기만 해도 바다가 느껴지는데, 입 안에 넣고 씹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웬만하면 빨리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그래.
이 귀한 초밥이 상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만약 단체로 상한 초밥을 먹고 탈이 나기라도 하면 오후 행사는 물 건너가는 거고.
그리되면 잡 마켓 자체를 취소하고 다시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
[뭔가 방법이……!]세라가 다급히 손을 놀렸다.
의사결정을 내려 줄 행사 담당자, 인사과장에게로.
【Rrrrrrr…….】
[아, 세라 양. 무슨 일인가요?] [비상 상황입니다. 도시락이 너무 빨리 왔는데, 상할지도 모르니까 바로 먹어야 한다네요.] [이런, 큰일이군요.] [네, 그러니 인사국에서 식당 측에 얘기해 보관 후 다시 배달해 달라고 말씀해 주시면…….] [바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네?]의외의 반응에 당황한 세라가 말을 더듬었다.
[하, 하지만 행사 중간에 일정을 바꾸는 건 좀…….] [날씨도 더운데 상하기라도 하면. 세라 양이 책임질 건가요?] [네에? 그, 그걸 제가 왜 책임지죠?]과장의 말투는 점잖았다.
늘 그랬듯이.
하지만 그 말투에 담긴 내용은 날카롭기 그지없어서.
[인사국으로 팀 이동 신청을 했던데.] [……!] [맡은 행사에서 문제라도 생겼다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거예요. 절대.]세라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알겠습니다.]마음을 먹고 난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어차피 이은호 탓에 대부분 신입들의 결정은 끝난 상태였으니.
“와…… 때깔 장난 아니네.”
“체력도 올려 주는데?”
긴급 공지를 통해 직원들을 중앙으로 모으고, 준비한 도시락을 나눠 줬다.
그 순간.
“잠깐만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이은호의 목소리.
[음?]방금 전까지 여기 없었던 것 같았는데.
언제 온 거지?
세라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자.
탁!
이은호가 도시락을 집어 들더니.
푹-
은빛으로 빛나는 수저로 초밥을 찍어 버렸다.
푹- 푹- 푹- 푹…….
반으로 갈라져 볼품없이 쓰러지는 고래참치와 연꽃연어와 전기장어.
예술 같던 귀한 초밥을 헤집어 버리는 광폭한 수저질을 본 세라가 소리를 빽 질렀다.
[이게 무슨 짓이야?!]그 순간.
삐────익!
귀를 찌르는 경고음.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은빛 숟가락이 진동했다.
초밥에 닿은 부분부터 시꺼먼 균열이 일어나더니, 급기야 좁쌀만 한 까만 점이 퍼져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파앗-
숟가락 전체가 시꺼멓게 변해 버렸다.
[저거…… 소에주 상점에서 파는 ‘독 감지기’ 아냐?] [독 감지기?!]눈썰미 좋은 몇몇이 소리쳤다.
[무슨 상황이야, 지금?] [도시락에 독이 들어 있다고?]그러자 이은호는 그 모든 외침을 하나하나 다 들어 준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왠지 냄새가 이상해서요. 이래도 드실 겁니까?”
마치 연극 무대에 선 배우가 관객 모두가 트릭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처럼.
그리고 그를 둘러싼 관객들은.
“상한 것도 아니고 독이라고?”
“저 도시락, 사회자가 줬잖아!”
“어떻게 된 거죠? 우릴 죽이려던 건가요?!”
하나둘 세라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나, 난 아냐! 몰랐어!]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머리가 핑핑 돌아 어지럽다.
함정이다.
틀림없다.
세라는 그리 확신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몰랐다고 하면 답니까?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건지 말해요!] [혹시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거 아닙니까?]세라가 답답함에 가슴을 탕탕 쳤다.
자기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억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으나, 너무 억울하면 오히려 말이 더 안 나오는 법이라.
[그, 그런 게 아니라……!]수백 개의 도끼눈이 세라를 향해 쏟아졌다.
상황이 좋지 않다.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일단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게다가 이걸 알아낸 게 하필 이은호라니.
신입사원 연수 때부터 부서를 신설할 때까지, 사사건건 태클을 걸어왔다.
이런 자신을 믿어 줄 리 없지 않은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지만.
“세라 님은 아닙니다.”
절대 제 편이 되어 줄 리 없는 이가 말했다.
[……어?]‘아닐 겁니다’도, ‘아니지 않을까요?’도 아닌 ‘아닙니다.’
마치 투명 인간이 되어 모든 걸 목격하기라도 한 듯 확신에 찬 말투.
“세라 님한테는 기회가 많았으니까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미리 준비한 거였다면 처음부터 식사 시간을 변경했을 겁니다. 이렇게 갑자기 나눠 주고 의심을 사는 게 아니라.”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던 이은호의 말이어서일까.
신뢰가 가는 목소리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긴… 갑자기 시간 바꾸고 먹으라는 게 어색하긴 했어.”
“뭐야, 그럼? 사회자도 피해자인 거야?”
하지만.
‘왜 믿어 주는 거지?’
앙심을 품어도 모자랄 판에…….
세라는 생각지도 못한 도움에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제가 본 세라 님은 누구보다 본인 행사에 열정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누군가를 해치고 싶더라도 행사를 망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흠칫!
세라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렇게 용을 쓰고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는데.
최선을 다해 봤자 화려한 콘텐츠 속 엑스트라일 뿐, 주인공이 될 순 없었는데.
처음으로 알아준 사람이 얄밉다 생각한 주인공이라니.
‘이 사람은…….’
눈물이 핑 도는 것과 동시에.
세라의 마음속에 문이 하나 열렸다.
* * *
[어떻게 알았어?]기척 없이 다가온 하로나가 물었다.
독이니 뭐니, 내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걸 확신한 거다.
하긴.
평소에 ‘독 감지기’ 따윌 갖고 다닐 리 없으니 당연히 알아챘겠지.
미리 알고 준비했다는 걸.
“선물, 주시지 않았습니까.”
모른 척해 봐야 소용없겠다 싶어 말했다.
▣ 은신(隱身)의 열매
– 십 년에 한 번, 보리수나무에 열리는 ‘신의 열매’ 12종 중 하나.
입안에 물면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 단, 다 녹을 경우 효과가 사라지며, 지속 시간은 약 1시간.
은신 상태로 인사과장의 집무실에 몰래 숨어들고.
마찬가지로 세라의 천막에도 숨어들었다는 걸.
[신의 열매를 그렇게 쓸 줄은 몰랐네.]그러자 하로나가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눈썹을 찌푸렸다.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뭐가 말입니까?”
[은신의 열매는 하나뿐이야. 근데 어떻게 인사과에서도 쓰고, 사회자 천막에서도 쓴 거야?]“아아.”
그래서.
“소환.”
보여 줬다.
종이에 귀하게 싸둔 까만 열매를.
[뭐야? 썼다며!]“썼죠.”
그것도 아주 잘 썼지.
그러고 나서.
“다시 뱉었지만.”
[에엑?!]– 단, 다 녹을 경우 효과가 사라지며, 지속 시간은 약 1시간.
아이템 설명에 나와 있지 않나.
‘다 녹을 경우’ 효과가 사라진다고.
그리고 이거, 아직 다 안 녹았거든.
“또 써먹어야죠. 좋은 거니까.”
하로나가 말을 잃었다.
어이없다는 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입만 벌렸다.
그리고.
[……참 알뜰하구나?]마지못해 내뱉은 한마디.
“감사합니다.”
[……미안하지만 칭찬은 아니야.]“듣는 사람이 기분 좋으면 칭찬이죠.”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질린 얼굴로 물러났다.
“가세요.”
[……어어.]그나저나 아까 과장이 한 말 중에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는데.
[에르메덴의 침을 준비해.]에르메덴.
에르메덴이라…….
떠오를 듯 말 듯한 기분에 기억을 되짚어가고 있자니, 누군가 다가와 생각을 끊었다.
[……이은호 씨.]“아, 세라 님.”
[저…….]높이 올려 묶은 금발 포니테일이 오늘따라 차분하다.
마이크를 빼서인지 평소 끊임없이 조잘대던 입은 우물쭈물했고.
[믿어 줘서 고마워.]그랬겠지.
날 못마땅해한다는 건 진즉 느끼고 있었으니까.
잘하면 이번 사건으로 한꺼번에 치워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도시락 배달부를 놓쳐 버렸어.’
즉, 과장의 짓으로 몰아갈 증거를 잡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그 말인즉슨,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는 뜻.
그래서.
“……마음이 아파서 그랬습니다.”
[……응?]세라의 힘이 필요했다.
인사과장에게 의심받지 않을 ‘기물’이.
“윗사람한테 배신당한 게 꼭 절 보는 것 같았거든요.”
[……배신? 그게 무슨 소리야?]“아까 도시락, 인사과장이 만든 함정입니다. 세라 님은 희생양으로 빠진 거고요.”
윗사람에게 손절 당했다는 진실과.
“혹시나 해서 도시락 배달원을 쫓아갔습니다. 놓치긴 했지만…… 인사과장님이 만들었던 ‘문’으로 사라지는 걸 봤어요.”
약간의 거짓.
세라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과장이 일부러 그런 거다? 나까지 깡그리 잡아서?]“아마 절 노린 거였을 겁니다.”
[이은호 씨를 노렸다고?]“부서를 만들지 못하게 하려면 아마 이 행사 자체를 취소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생각했겠죠.”
[으으……!]고마움, 민망함, 당황함 등이 뒤섞여 묘하게 일그러졌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
동시에 복잡한 감정은 순식간에 분노로 치환됐고.
분노한 세라가 소리치며 발을 굴렀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믿지 않을 때를 대비해 그럴듯한 말을 몇 가지 더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넘어온다.
[난 그것도 모르고…… 이 가증스러운 자식……!]“세라 님도 한 번 쓰다 버리는 말에 불과했나 봅니다.”
[젠장! 내 당장 이 자식을……!]그렇다면.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써먹어 줘야지.
한 번 쓰다 버리는 폰이 아니라, 언젠가 체스 판을 헤집어 놓을 나이트나 비숍으로.
“도와주시겠습니까?”
담담하게 묻자 세라가 응답했다.
빠득 이를 갈며.
[……뭘 하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