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208
Chapter 45. 공조(7)
“우.연.히 보셨다고요?”
“아, 예.”
지은 씨가 미심쩍은 얼굴을 하기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굳이 덧붙이다 보니 변명처럼 되어 버렸지만…….
어쨌든.
“이 중에 사원 A가 있을 겁니다.”
남자 둘에 여자 넷. 총 여섯 명 중에 사원 A가 있다.
“민여진이 여자라고 했는데.”
“확실하진 않으니까 여섯 명 다 조사해 보자. 대신 여자들 먼저. 어때?”
“네, 아저씨.”
문제는 어떻게 찾느냐는 건데.
“매번 같은 환경에서 생방송을 했죠. 집이거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뒀을 겁니다.”
쉬는 시간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안전 가옥이 필요했을 거다.
“확실히 그러네요! 깜깜한 스튜디오처럼 꾸미려면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을 곳이 필요했을 거예요.”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조용히 서류를 뒤적이던 솔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 사람들…… 다 기숙사에 살아요.”
“기숙사?”
어떻게 여태 안 들켰지?
사택도 아니고 기숙사라면 더더욱 보안에 취약할 텐데.
“집이 아예 없어?”
“네. 여기 보면…….”
내가 생각에 잠긴 동안 솔아가 여섯 장 모두를 책상 위에 펼쳐 놓더니.
한 장, 두 장씩 겹치기 시작했다.
“여기 두 명은 A동, 이 사람은 B동, 이 언니는 C동…….”
그렇게 정리한 결과.
“여자 넷은 A, B, C동, 남자 둘은 D, E동이네요.”
건물 자체가 남녀로 아예 나뉘어 있는 모양.
이걸 이용하면…….
“지은 씨! 아까 여기 기숙사 지도가 있었죠?”
“아, 네! 여기요!”
지은 씨가 건넨 빳빳한 종이를 펼쳤다.
부동산 벽에 붙어 있는 지적편집도 같은 그림.
“아깐 대충 봐서 몰랐는데…… 여기 기숙사 동이 적혀 있어요. A동부터 F동까지요.”
지은 씨의 말대로다.
운영국 내부 건물들과 저 멀리 떨어진 기숙사 건물들까지가 표기되어 있었다.
‘사람은 여섯에 건물은 다섯 개라.’
여자 두 명이 한 건물을 쓰고, 나머진 건물 하나당 한 명씩이다.
그렇다면.
“터뜨려 볼까요?”
“네?”
“어디서 반응하는지.”
* * *
‘이런, 미친!’
제보 채널의 주인, 사원 A는 급기야 뒷목을 잡고 말았다.
【‘참관자#319928’가 정말 사랑하는 건 나라는데 어떡하냐고 훌쩍입니다.】
어젠 매운맛 고구마를 그렇게 날리더니.
【아무래도 불여시들한테 속았다가 제정신을 되찾은 게 분명한데, 다시 만나도 될지 고민이라며 한탄합니다.】
오늘은 갑자기 남자 친구를 용서하겠다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고구마를 뜨겁게 쪄서 목구멍에 꾸역꾸역 쑤셔 넣어 버린 상황.
【‘참관자#58221’가 제발 정신 좀 차리라며 쌍욕을 퍼붓습니다!】
【‘참관자#240831’가 가서 뺨 싸대기 좀 날리게 실명 까라며 윽박지릅니다!】
듣고 있던 고인물들도 한껏 열 받아서,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이다가 필요하다.
진짜 강한 사이다가.
【‘참관자#319928’가 그래도 너무 욕하지 말아 달라며 부탁합니다.】
‘이거, 진짜 안 되겠네.’
지금 게시글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 어리석은 영혼 하나 구제부터 해야겠다 싶어 두 팔 걷고 나서려는 찰나.
쾅-!
엄청난 굉음이 고요하던 스튜디오를 강타했다.
지축이 흔들리고, 벽이며 천장이 휘청일 정도.
[!!]평범한 충격이 아니었다.
어제의 방해 정도야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건 다르다.
누군가 고의로 터뜨린 폭격.
한 번으로 끝나 다행이긴 하지만…….
‘느낌이 안 좋아.’
겨우 무게 중심을 잡은 채널 주인이 서둘러 공지를 내보냈다.
【NOTICE!】
【개인 사정으로 방종합니다.】
이틀 연속 갑작스런 방종이라니.
‘다들 당황했겠네.’
하지만 참관자들 또한 이해하리라.
장난스런 채널이지만, 이것 하나로도 풍전등화 같은 그들의 목숨은 쉬이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 * *
“터뜨리자는 게 이런 거였어요?”
솔아가 발밑에 널브러진 폭탄 잔해를 보며 중얼거렸다.
▣ 요란뻑적지근한 공갈탄
– 요란한 소음에 비해 살상력은 거의 없다시피 한 폭탄.
가진 게 없을 때 블러핑 용으론 쓸 수 있을 것 같다.
– 공격력 : 1~5
“그럼 뭔 줄 알았는데?”
“기숙사 건물이요.”
“위에서 알게 되면 눈에 불을 켜고 잡으러 올 텐데?”
“아…….”
초장부터 그렇게까지 튈 필요는 없지.
이 정도로만 해 둬도 몰래 방송 중인 사원 A에겐 충분한 위협이 되었을 테니.
“그리고 폭탄이 너무 셌으면 구분이 안 됐을 거 아냐.”
“하긴, 그건 그러네요.”
기숙사 건물 A, B, C, D, E동.
넓은 부지에 다섯 개 건물이 하나씩 떨어져 있었던 덕에 일이 쉬웠다.
먼저 12시 정각.
A동 뒤에서 폭탄을 터뜨린다.
12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던 방송이 시작하지 않으면 A동 당첨.
예정대로 시작된다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 뒤로도 마찬가지.
각각 10분의 간격을 두고 건물마다 위협탄을 터뜨린다.
사원 A가 반응할 때까지.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NOTICE!】
【개인 사정으로 방종합니다.】
‘갑자기 방종하는 경우가 많다’는 댓글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원 A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거다.
회사에 들키면 좋은 꼴 못 볼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게 우리한텐 도움이 된 거고.’
그리하여.
“여진이다!”
여자 기숙사인 C동 뒤에서 위협탄을 터뜨린 순간 도착한 메시지.
《민여진》 방종!
《민여진》 갑자기 껐어요!
“!!”
“이 건물은 한 명이었죠?”
“네. 레이라, C동 3991호예요.”
“3991호가…… 39층 91호가 아니라 3층 991호인 겁니까, 누님?”
“그런 거 같아.”
찾았네.
“어? 이 언니…….”
“앗, 은호 씨 이상형 분이네요……?”
“아니, 그게 아니고…… 하아, 일단 들어가죠. 도망가기 전에.”
음…….
찾긴 했는데.
달칵-
“……어?”
우리가 생각한 유력한 용의자의 방.
3991호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가 아니었나?”
화장실도, 주방도 없는 원룸 한 칸.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낡아빠진 책상 하나.
스프링이 튀어나온 침대 하나.
귀퉁이가 바스러져 부스러기가 묻어 나오는 옷장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좁은 공간이었다.
월 25만 원짜리 고시원보다도 열악해 보이는 방.
“설마 그새 도망간 건 아니겠죠?”
“……아니.”
[‘제3의 눈’ 발동!]찾았다.
방이 하도 좁다 보니, 눈길 한 번에 찾아 버렸다.
저벅. 저벅.
두 걸음에 벌써 방 제일 안쪽이다.
잡동사니가 널브러진 책상 앞에 서서.
“레이라 님.”
불렀다.
────┤레이라├────
[소형화(Lv.19)], [명상(Lv.5)], [화염(Lv.11)], [맷집(Lv.18)], [불굴(Lv.19)], [긍휼(Lv.7)]─────────────
레이라.
분명 이 방 안에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여자를.
“아니, 사원 A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맞을까요?”
팟-
책 한 권보다 조금 큰 까만 상자.
그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 !!
1cm가 조금 넘는 크기의 엄지공주와 눈을 맞추며.
[축하합니다!] [팀 미션, ‘사원 A 찾기’ 성공!] [‘노사협력팀’ 전원 미션 보상 2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운영국 내부에 ‘노사협력팀’의 존재가 알려집니다.] [운영국 인원에게 접근 시 잡상인 취급을 받지 않습니다.]* * *
“사진이랑은 분위기가…… 아, 죄송합니다.”
[꺅! …… 만! 코앞에서 ……면 바람 분다구요!]인형 같기도, 세포 같기도 한 레이라가 신기해 물었다.
그러자 콧바람인지 입바람인지에 휩쓸린 그녀가 휘청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이쪽 보고 얘기하겠습니다.”
[안 해도 …… 데.]“소형화 능력, 맞습니까?”
레이라의 목소리는 아주 가느다란 하이톤으로 들렸다.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 같았달까.
‘군데군데 끊겨서 들리기도 하고.’
아마 작아진 상태여서 그렇겠지.
신기하네.
‘그나저나, 상태가 안 좋아.’
사진 속 여인은 윤기가 흐르는 백금발에 도자기 같은 피부를 자랑하고 있었다.
내 기억 속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는.
하지만 지금 눈앞의 소인(小人)은 달랐다.
화려한 복식 대신 천을 가위로 잘라 만든 듯한 로브 차림에.
금발은 푸석푸석해지다 못해 갈라져 부스스하고, 얼마나 잠을 못 잔 건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었다.
가난하게 살아온 신데렐라……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실물이 더 닮았네.’
어쨌든.
“스튜디오, 잘 만들어 두셨네요.”
[스튜…… 라뇨? 도통 무슨 소린지…….]“저기, 까만 천 씌워 둔 건 ‘눈’이죠?”
[…….]알아낼 건 다 알아냈다.
그럼에도 불쌍한 여인 앞에서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는.
【팀 미션, ‘사원 A 설득하기’ 발동!】
연계 미션이 떠 버렸기 때문이다.
【미션 명 – ‘사원 A’를 설득해 서명을 받아 내시오】
【보상 – 미션 보상 2포인트, 약간의 명성, 임직원들의 신뢰】
사원 A.
그러니까, 레이라를 ‘설득’해 서명을 받아 내라는.
‘아까처럼 억지로 서명시키는 건 안 통하겠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해 보려는데…….
“노사협력팀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죄송하지만 …… 상태가 ……서요.]이 상태로는 설득은커녕 통성명도 안 되겠다.
그리 판단하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죄송한데 잘 안 들립니다. 소형화를 풀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리고 다시 귀를 갖다 댔지만.
[싫어요. 이거 불법 …… 인 거 아시죠?]레이라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오신 건진 …… 겠지만, 전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만 …… 세요.]그렇게 한참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레이라.
‘아예 얘기할 의지가 없구만.’
한숨 나오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나오는 것도 이해는 간다.
【조건 – 사측에서 먼저 찾아내면 실패】
사측에서 ‘먼저’ 찾아내면 실패라는 조건이 붙어 있기에 예상은 했다.
이미 회사에서도 찾고 있구나, 하고.
‘이거…… 혹시 우리가 회사의 끄나풀이라 생각하는 건가?’
우선 설득이고 뭐고 간에 신뢰부터 얻어야겠는데?
그렇다면.
“아버님과 많이 닮으셨네요.”
[……?]단호하게 굴던 레이라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걱정하시겠어요.”
[지금 무슨 소릴…….]달그락-
검은 보석이 박힌 반지를 책상 위에 올렸다.
그러자 홀린 듯 저보다 큰 반지를 쳐다보는 레이라.
“……아버님께 받은 선물입니다.”
[!!]흠칫!
자그마한 몸이 떨린다.
조심스레 앞으로 내디딘 한 걸음.
▣ 타락한 군주의 가락지
– 타락한 군주의 한(恨)이 깃든 가락지.
접촉한 상대의 체력을 흡수한다.
– 1초당 최대 0.1%의 체력을 흡수하나, 상대의 방어력에 따라 다르므로 주의.
사막의 왕에게서 받은 검은 가락지.
[이거…… 어디서 난 거죠?! 당신 누구……?!]“커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를 본 레이라의 녹안이 커다래졌다.
그 상태로 눈을 비볐다가, 다시 들여다봤다가, 한참을 고민하더니.
체념한 목소리로 답했다.
부친의 유품을 보면 마음이 동할 줄 알았는데.
“나가라고요?”
[그래야 다시 …… 있어요.]“얌전히 있겠습니다. 방해 안 할 테니 편하게 커지세요.”
그러자 얼굴을 푹 숙였다가 들더니 비명처럼 앵앵거리는 모기…… 아니, 레이라.
[……옷 입어야 돼요.]“예? 옷은 지금도…….”
아아.
[소형화] 능력의 발동 범위는 자신의 신체.따라서 착용 중인 옷은 사이즈 변동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그럼, 지금 상태에서 소형화를 풀었다간 큰일 나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 옷이 다 찢어지겠네요.”
바로 납득했다.
“기다리겠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돌자, 기다리던 지은 씨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으, 은호 씨? 지금 무슨 상황이죠?”
“공주님이 준비가 필요하시다네요. 5분만 나가 있죠.”
“네? 고, 공주님이요?”
지은 씨의 동그란 동공이 흔들린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떤 관계인지. 언제 그렇게 친밀해진 건지.
갈색 눈동자에 물음표가 가득하기에 대충 설명했는데.
“OJT 때 왕을 한 분 만났는데, 그분 따님입니다.”
“아, 왕을 만나셨…… 네에?”
……설명이 안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