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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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초전(初戰)
꽈앙!
대치상황을 깨버린 것은 이정한의 손도끼였다. 무언가 앞에서 번뜩였다 싶은 순간, 노구덕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숙인 머리 위로 휑한 느낌이 들면서 등 뒤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뒤를 돌아본 노구덕은 처참하게 날아간 벽면을 보며 지그시 미간을 좁혔다. 단순히 손도끼를 던진 것이라 보기엔 그 위력이 너무 강했다.
‘폭발을 동반한 투척이라니… 이건 대체 무슨 능력이지?’
하지만 여유롭게 고민하고 있을 틈 따윈 없었다. 어느새 주인에게 되돌아온 손도끼를 거머쥔 이정한이 빠르게 거리를 좁혀왔기 때문이다. 노구덕은 산발 사내를 상대했을 때처럼 무심결에 팔을 들어 그의 손도끼를 방어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손도끼와 무쇠팔이 맞부딪치는 순간, 또다시 강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으윽…!”
노구덕의 거구가 크게 비틀거렸다. 화끈 달아오른 안면부는 둘째 치고, 폭발을 직접적으로 받아낸 팔의 고통이 상당했다. 굳이 보지 않아도 피부가 한 꺼풀 벗겨진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정한의 공격이 단타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양 쪽에서 쇄도하는 두 개의 손도끼를 감지한 순간, 노구덕은 얼굴을 크게 경직시키며 자기도 모르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런, 지랄 맞은…!”
쾅! 쾅! 쾅! 쾅!
그의 음성은 연이어 터져 나온 폭음에 너무나 쉽사리 묻혀버렸다. 이정한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다는 듯, 무자비하게 쌍도끼를 휘두르며 노구덕을 몰아붙였다. 드래프트 때도 도끼를 다루는 솜씨가 범상치 않았지만, 2년 만에 다시 선보인 그의 기술은 입이 절로 벌어질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척살대의 모든 공격을 무위로 되돌린 강철의 육체도 이정한이 발휘하는 폭발을 견뎌내진 못했다. 한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어떻게 된 게 부딪칠 때마다 소규모 폭발을 일으켜대니 막아낼 방도가 없었다.
최선의 방도는 그의 손도끼에 직접 닿지 않으면서 싸우는 것인데, 그건 직접 치고받는 노구덕의 전투스타일 상 불가능한 얘기였다. 차라리 임유진이라면 이정한을 쉽사리 상대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지금 이곳에 오지 않았다.
그렇게 노구덕의 몸이 너절한 거적때기처럼 엉망진창으로 변하고 있는 동안, 싸움터가 된 카우하이드 농장의 헛간은 와르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둥만 간신히 남아 있다 뿐, 삼 면의 벽이 터져나간 헛간은 이미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가건물만도 못한 신세였다.
물론 건물이 무너진다고 여기 있는 쟁쟁한 인물들이 어떤 위해를 입을 리는 없다. 하지만 마력이 거의 고갈된 마법사 헨더슨은 사정이 좀 달랐다. 그는 폭음이 터질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헛간 기둥을 보더니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쳤다.
“척살대장,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야할 것 같은데…….”
“주교께서 싸우고 계신데 어딜 간다는 말인가.”
“…당신은 천장이 무너져도 멀쩡하겠지만 난 아니잖소. 무너진 헛간에 매몰되어 죽는다면 그만한 꼴불견이 없겠지. 그것만큼은 사양이오.”
그러자 산발 사내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됐든 헨더슨을 지키는 것도 임무 중 하나. 그가 보기에도 헛간은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알았다.”
“잘 생각 했소. 그러면…….”
한결 밝아진 얼굴로 말하던 헨더슨의 음성이 뚝 멎었다. 어느새 목 주위에 살벌한 예기를 흩뿌리는 날붙이가 잇대어져 있다는 걸 깨달은 헨더슨의 얼굴이 송장처럼 푸르죽죽하게 변했다.
“뭐, 뭐야?”
“도망가시려고? 그렇겐 안 되지.”
그의 뒤에서 유령처럼 나타난 것은, 녹아 흐를 것 같은 육감적인 몸매를 전신 타이즈로 감싼 여인, 나타샤였다.
뒤늦게 후방에서 적이 나타났다는 걸 알아차린 산발 사내와 벌침 사내가 으르렁거리며 신체를 변형시켰지만, 이미 나타샤의 단검은 언제라도 헨더슨의 목줄기를 딸 만반의 태세를 갖춘 후였다.
허무하게 인질이 되어버린 헨더슨은 목젖에 와 닿는 서늘한 감촉에 식은땀을 줄줄 흘려댔다. 신소율도 그랬지만, 이 좁아터진 헛간 안에서 대체 어떻게 몸을 숨기고 있던 것일까. 노구덕이 동원한 암살자들의 은신술은 하나 같이 척살대의 감지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또, 또 한 명이 있었다니…….”
“미안하지만 난 아까 그 꼬맹이처럼 물러터지지 않았거든?”
“헌터 나타샤인가…?”
“어머, 나를 알아?”
“정보로만 접했다. 미들리그에서 제법 날리는 암살자라고는 들었지만, 이런 수준일 거라고는…….”
“니들은 아까부터 계속 정보, 정보 타령만 하는구나. 그러니까 될 일도 그르치는 거야. 너희들이 알고 있는 건 예전의 나지, 현재의 내가 아니잖아?”
비웃음을 짓는 나타샤의 말에도 헨더슨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상황이, 나타샤의 말을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아이리스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한 저력을 숨기고 있는 클럽이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나타샤가 익힌 은신술은 스스로의 기술에 벌레교단의 오리지널을 접합한 것. 그녀나 신소율의 은신술은 아이러니하게도 교단의 능력자가 발휘하는 감지능력을 속이는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교단 내에서 서로 쟁투를 벌이며 발전을 한 기술들이니 당연할 수밖에. 말인즉슨, 벌레교단에 적을 두고 있는 척살대나 이정한이 눈치 채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의미다.
“…그래도, 결국 죽는 건 너희들이다.”
“아하, 아직도 포기를 못하셨어?”
이죽거리는 나타샤의 태도에, 헨더슨의 숨소리가 잠깐 거칠게 변했지만, 이내 그는 침착함을 되찾았다. 나름대로 믿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폭죽이 쏘아지는 걸 보지 못했나? 후발대가 이리로 오고 있다. 아마 조금 있으면 도착할 테지.”
노구덕에게는 허망하리만치 쉽게 무너진 척살대. 그러나 그것으로 그들의 실력을 폄하할 수는 없었다. 상대가 너무 강했을 뿐이지, 소수의 인원으로도 어지간한 미들리그 클럽의 1군을 몰살시킬 수 있는 것이 산발 사내가 이끄는 척살대다. 게다가 최상급 촉매를 사용하는 것까지 가정한다면, 실상은 그 이상의 전력이라 봐도 무방했다.
더불어, 노림수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 싸움터, 카우하이드 농장이 그것이었다.
‘아이리스가 얼마나 많은 병력을 동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공개된 장소에서 대규모 접전을 벌일 수는 없을 터. 여차하면 거꾸로 아이리스를 옭아맬 수 있다.’
두 도시 사이에 위치한 한적한 지역이나, 다니는 사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엔 엘리시움과 딕툼 간의 교역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 근처를 지나는 행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 장소에서 요란하게 치고 박는 전쟁을 벌인다? 일개 미들리그 클럽이? 그의 상식에 비추어 봤을 때, 그건 무리였다.
지금 모양새는 어떻게 봐도 아이리스가 한적한 농가를 습격한 꼴이다. 일부러 귀찮은 짓을 하면서까지 노구덕을 유인한 것도 이 때문. ‘클럽은 사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에 위배되는 것이다. 물론 아이리스가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들의 뒤에는, 딕툼과 엘리시움, 두 도시를 아울러 영향을 끼치고 있는 칼립스의 연맹 위원, 마티아스가 있었으니까.
설령 이번 습격이 실패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의 목격자만 확보한다면 아이리스를 곤란한 지경에 몰아넣을 수 있으리라… 그것이 헨더슨의 계산이었다.
헨더슨은 헛간을 벗어나, 농장 앞마당에서 피 튀기는 혈전을 벌이고 있는 노구덕과 이정한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네 오너는 저 분을 상대하느라 후발대를 상대할 여력도 없겠군. 잘 생각하시오, 나타샤 헌터. 이대로 날 놓아준다면, 당신만은 어떻게든…….”
“응, 저열한 협상이네. 갑자기 되도 않는 공대를 하고. 뭘 믿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미안하지만 일이 당신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을걸.”
“…허세인가.”
“글쎄, 과연 그럴까.”
빙그레 미소 짓는 나타샤. 뭔가 단단히 믿고 있는 눈치였다. 그 미소를 접하자, 헨더슨은 괜히 가슴 한편에 불안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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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딕툼에서는 때 아닌 소란이 이는 중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성문을 통제하다니! 이건 명백한 월권행위입니다!”
성문 앞에 나선 뚱보 사내가 큰 목소리로 윽박질렀지만, 문을 가로막고 있는 인물은 요지부동, 비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얼굴에 철가면을 뒤집어 쓴 듯 무표정한 사내는 최근 크래들타운의 자경단에서 딕툼의 치안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여 화제가 된 인물, 멜릭이었다.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거요. 물론 사전에 공지가 미흡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이번 훈련은 엄연히 정식 절차를 밟은 사안이오.”
“바로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난 당장 엘리시움에 볼일이 있는데, 이렇게 말도 없이 성문을 통제해 버리면 어떡하라는 겁니까!”
“그 점은 미안하게 됐소. 금전적인 손해라면 따로 청구 절차를 밟으면 될 거요.”
“그,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난 더 이상 할 말 없소.”
무뚝뚝하게 말을 마친 멜릭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 눈을 감아버렸다. 벽창호도 이런 벽창호가 없을 것이다. 멜릭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던 뚱보 사내는 망연자실하여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다리에 힘이 빠진 모양이었다. 그 주위에는 뚱보 사내처럼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제법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오전부터 치안청의 주도로 급작스럽게 감행된 성문 통제, 그리고 비밀 훈련. 이것이 지금 성문에서 소요가 벌어진 원인이었다. 사전 통보도 없이 도시를 봉쇄한 게 벌써 두 시간이니, 불편을 겪는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저 자가 몇 번째였지? 어림잡아 스무 명은 상대한 것 같은데… 목이 마르군.’
“물, 있나?”
“예! 대장님, 여기 있습니다!”
옆에 시립해 있던 병사에게 수통을 건네받은 멜릭은 수통에 든 물로 가볍게 목을 축였다. 겨울이라 그런지 벌컥벌컥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물이 살얼음을 담은 것처럼 시원했다.
웅성웅성.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며 인파가 쭉 갈라지는 게 보였다. 아마 또 다른 누군가가 항의를 하러 온 것 같았다.
‘또 시작인가.’
뚱보 사내 이후로 한숨 좀 돌리려니, 그 잠잠함이 오 분을 가지 못한다. 멜릭은 눈매를 가늘게 뜨고 인파를 헤치며 다가오는 인물을 주시했다. 그 거리가 가까워지며 그자의 얼굴이 선명해지자, 멜릭의 눈두덩이 살짝 꿈틀거렸다.
“멜릭 치안대장.”
“…마스터 스벤.”
휘적휘적 군중 속에서 걸어 나온 이는 딕툼 헌터하우스의 마스터인 스벤이었다. 아는 이들이 많진 않지만, 그는 연맹 위원 마티아스의 충실한 수족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멜릭 앞에 나선 스벤은 대뜸 한마디를 던졌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오?”
“치안청 관할의 훈련이오.”
“날 바보로 아는 거요? 대체 무슨 훈련을 하길래 도시를 전면 통제하고 있는지, 그걸 묻고 있는 거란 말이오.”
“그 질문에 대답할 의무는 없소.”
멜릭의 뻣뻣한 태도가 신경을 거스른 것인지, 스벤의 이마에 퍼런 힘줄이 돋아났다.
“어찌 됐든, 지금 당장 통제를 풀도록 하시오. 그 훈련이 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당장 두 도시의 교역에도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지 않소? 여기 상인들만 봐도…….”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시오. 이번 훈련은 상인조합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실시되고 있으니까. 저기 몰린 사람들은 대부분 엘리시움에 개인적인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오. 그들에게는 따로 행정 절차를 밟아 적절한 보상을 해주도록 행정청과도 얘기가 되어 있소.”
“…그래서, 통제를 풀지 않겠다는 거요?”
“물론이오.”
철벽.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말문이 막힌 스벤은 멜릭의 무쇠 같은 얼굴을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이 일은 상부에 보고토록 하겠소.”
상부. 대놓고 말하진 않았으나 마티아스 위원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드높은 연맹 위원의 이름값도 멜릭에겐 먹혀들지 않았다.
“마음대로 하시오. 난 청감님께 지시받은 대로 할 뿐이니. 언제부터 헌터하우스가 도시의 자치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
“…….”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이를 갈던 스벤은 분통 터지는 속내를 뒤로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에드먼드 청감의 치안청과 상인조합을 하부조직으로 두고 있는 암상, 거기에 행정청까지 모두 한통속이라는 걸 안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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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코멘 부탁드립니다.
약속대로 연참 드립니다!
이 도시는 나의 것이다! by 구덕
asd메이지 / 하하.. 그래도 몇개 조금조금 변화가 생기긴 했습니다.
장마와방 / 외유내유라면 소율이???
권짱 / 실력은 많이 발전했는데 말이죠.. 사람의 본성이란게 쉽게 바뀌는건 아니니까요!
북치네 / 감사합니다! 건필할게요~!
카운터테너 / 아직 어려서 멘탈이 약한 편이에요 ㅠㅠ
향향공주 / 뎡인이는 그렇다 치고 피지에서 터졌네요 ㅋㅋㅋ
트릭스타 / 지금 상태로도 아직까지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는데요, 뭘 ㅎㅎ 그래도 업글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건 확실합니다
가식적썩소 / 저 피지컬에 광역기까지 바라면 너무 욕심일듯!
호야[虎夜] / 아직 미성숙한 멘탈이니 뭐.. 유진이 나이쯤 되면 괜찮아질까요?
엠파이어3 / 맞습니다. 사실 구더기에게는 저널이 별 의미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