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4)
014 2서클(2)
방으로 돌아가 호흡법을 돌릴까.
소파에 앉아 TV를 볼까.
시간은 6시 30분.
“끄응.”
너무 애매한 시간이어서 한율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졌다.
몇 개 없는 어플 중 ‘메모장’ 어플을 터치.
‘역시 매직 미사일이지.’
메모장에 작성한 글은 주문.
각성을 해서인지, 마법사가 되어서인지 기억력이 좋아졌다.
하지만 엄청나게 좋아진 것은 아니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주문을 외워야 했다.
“오빠.”
“……?”
얼마나 지났던 걸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한율이 부엌, 앞치마를 두르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유라를 확인하고 물었다.
“응? 언제 나왔냐?”
“1시간 전에.”
“…….”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확인했다.
7시 30분.
“허허. 시간이 훅훅 가네. 밥 먹으라고?”
“어.”
***
“실드.”
파앗! 콰직!
“매직 미사일.”
쉬이익! 푸욱!
실드를 이용해 접근하는 윙 스네이크를 막은 후, 관통형 매직 미사일로 머리를 꿰뚫는다.
한율은 머리가 꿰뚫린 윙 스네이크를 바라보며 뒷걸음을 쳤고, 독을 흘리며 축 늘어지자 다시 앞으로 걸어가 큐어 마법을 사용해 독을 제거했다.
“스물아홉 마리.”
실드와 매직 미사일, 그리고 큐어.
세 가지 마법을 반복, 그것도 딱 한 번씩만 사용해서 토벌이 가능한 것도 있지만, 2서클에 오르며 시전이 빨라지고 마나 홀이 증가한 것도 있었다.
“시간이 팍 줄었네.”
1서클 마법사였을 때에는 여덟 시간이나 걸리던 사냥이 2서클에 올랐다고 여섯 시간으로 팍 줄었다.
한율은 윙 스네이크의 사체를 주우며 고민했다. 동산 해체소의 직원이 오후 5시에 온다는 것을 떠올리고 탐지 마법을 영창해 윙 스네이크의 위치를 확인했다.
“……음?”
윙 스네이크?
찾았다.
문제는 세 마리가 모여 있고, 조금 떨어진 장소에 다섯 마리가 모여 있다는 것이었다.
“까딱 잘못하면 여덟 마리를 상대해야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준비를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언제까지 일대일을 고집할 수는 없으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율이 나무에 등을 기댄 채로 석궁을 확인하고, 흔들리지 않게 허리에 단단하게 매달아 놓은 화살통을 확인했다.
끼리릭!
활시위를 당긴 후, 화살을 올리지 않은 채 방아쇠를 당겨 석궁의 작동을 확인.
화살통에 꽂아 넣은 화살을 뭉텅이로 들어 화살촉을 확인.
눈을 감고 마나 호흡법을 외워 남은 마나를 보충.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에 들어가 매직 미사일, 실드, 탐지 마법 외에 마법의 시전어를 다시 확인.
“후우.”
작게 호흡을 고른 한율이 버릇처럼 모자를 바로 쓰고 움직였다.
정면에서 윙 스네이크를 상대할 생각은 없다.
한율이 탐지 마법으로 확인한 윙 스네이크와 조금 떨어진 장소에 멈춰 서서 주문을 외웠다.
“디그.”
디그 마법으로 전방에 구덩이를 만들고.
“웹.”
땅굴 안쪽에 마나 거미줄을 펼친…….
“……조금 바꿔 볼까.”
땅굴 안쪽에 거미줄을 펼치려던 한율이 땅굴 바로 앞에 거미줄을 펼치고 다른 주문을 외웠다.
“워터.”
1서클 마법, 물 생성 마법 워터.
한율이 워터 마법을 반복해서 사용해 구덩이를 물웅덩이로 바꾸고 차원 거래 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레스트 님. 계세요?”
[레스트: 예. 무슨 일이십니까?]“2서클 마법 중에요.”
***
오후 5시.
트럭에서 내린 동산 해체소 직원, 이영진이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흔들었다.
“율아!”
“오! 역시 딱 시간에 맞춰 오셨네요.”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들고 걸어오는 젊은 군인.
“몇 마리?”
“서른여덟 마리.”
“허어.”
솔로 플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매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독을 품은 것도 모자라 죽음의 위기가 찾아오면 자폭을 하는 윙 스네이크를 매일매일 서른 마리 이상 사냥하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핸드폰을 꺼낸 이영진은 계산을 마쳤는지 바로 가격을 불렀고,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쓰레기봉투를 건네받은 후, 돈을 이체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오늘도 약재 거리 갈 거냐?”
“네. 거기 갔다가 집에 가야죠.”
이영진이 한율이 내미는 팥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로 핸드폰을 만졌다.
아삭!
“그럼 약재 거리 갔다가 집으로?”
“네.”
“흐음. 아, 회사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 시간이 조금 걸리겠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이영진.
한율이 턱짓으로 근처에 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
“…….”
조용했다. 한율도 이영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때리며 아이스크림만 먹었다.
“그래서. 장사는 잘되고요?”
“어. 윙 스네이크잖아. 해체 비용이 큰.”
독을 제거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윙 스네이크다. 하지만 동산 해체소는 해독 비용이 필요 없다. 한율이 독을 제거한 상태로 윙 스네이크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여기가 이제 사흘 남았나?”
게이트 입구에 설치된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한율은 이영진의 물음에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 후에 팥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네. 뭐, 다른 곳이 있으니 문제는 없어요.”
“그럼 다음 달도 해결됐고. 문제는 두 달 뒤?”
“그때 가 봐야 알겠지만 윙 스네이크와 비슷한 비싼 놈을 잡을 생각이에요. 뭐, 상황 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거나.”
다음 단계.
C급 게이트.
천천히 고개를 돌린 이영진이 한율을 빤히 바라봤다.
“…….”
“…….”
“야.”
“왜요.”
“너 이번 달에 각성하지 않았냐?”
“마법사잖아요.”
“…….”
군복을 입은 채로 다리를 꼬꼬 아이스크림을 먹는 한율의 모습은 판타지 영화, 또는 게임에서나 나오는 마법사보다 코미디 영화에서 나오는 갓 전역한 백수 군인에 가까웠다.
“……아. 됐다. 계좌 확인해 봐.”
“넵.”
한율이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로 핸드폰을 터치했다. 인터넷 뱅킹에 들어간 그는 윙 스네이크 판매 금액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이영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읏차. 그럼 출발해야 하는데……. 데려다줄까?”
“아뇨. 좀 쉬다가 움직이려고요. 먼저 가세요.”
“그래. 내일 보자.”
한율이 손을 흔들어 대답했고, 이영진이 쓰레기봉투를 질질 끌고 트럭에 오르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로 게이트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라이트닝 볼트 마법을 배우려고 했다.
하지만 ‘사체를 판매해 돈을 버는데 라이트닝 마법으로 가죽을 손상시켜도 되는 것입니까?’라는 레스트의 질문에 2서클 마법, 워터 핸드를 배우게 됐다.
웹 마법으로 속도를 줄이고, 시간차를 두고 물웅덩이에 빠지는 윙 스네이크를 워터 핸드로 속박, 이후 매직 미사일로 한 마리씩 사냥.
다양한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나 소모량이 크기는 했지만, 안전을 확보한 채로 윙 스네이크 무리를 사냥할 수 있었다.
“끄으응! 그럼 가볼…….”
전투 회상을 마친 한율이 크게 기지개를 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그의 시야로 게이트로 향하는 헌터들이 들어왔다.
남자 다섯, 여자 둘.
한율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협회 직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율의 이름이 언급된 것일까.
출입 기록부를 작성하던 헌터들이 고개를 홱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
“…….”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협회 직원과 다시 내화를 나눈 헌터가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하고 한율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레온 길드 3팀 책임자, 강중기라고 합니다.”
“아……. 한율입니다. 무슨 일이신지?”
“협회 직원에게서 윙 스네이크 게이트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 게이트 소멸 작업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까지만 활동하고 게이트를 바꾸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고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해는요. 당연한 건데요, 뭘.”
작은 미소와 함께 대답한 한율이 다시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
“……하실 말씀이라도?”
“아뇨. 아닙니다.”
고개를 저은 강중기가 작별 인사를 건네고 몸을 돌리자 어깨를 으쓱한 한율도 마찬가지로 벤치에서 일어났다.
***
느티나무 공원, 윙 스네이크 게이트 입구.
“누구래요?”
붉은 지팡이를 들고 있던 소녀의 물음에 강중기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한율이라던데.”
“한율?”
“그래. 한율.”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출입 기록부에 적혀 있는 유일한 이름이었기에 호기심이 생겼고, 직원에게 물어봐 한율이라는 사내가 벤치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접근했다.
전역 마크가 붙어 있는 전역복을 입고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사내.
“관종이 아닐까요?”
관심종자.
관종은 어디에도 있다. 당연히 헌터 중에도 관심종자, 관종이 있었다.
얼음왕국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엘시라는 캐릭터를 따라 하는 얼음능력자 소녀라던가.
쫄쫄이와 붉은 망토도 모자라 바깥에 팬티를 입고 가슴에 ‘P’ 이니셜을 붙이고 다니는 올백 머리 신체 강화 능력자 사내라던가.
양복을 입고 다니는 빡빡머리, 거기서 그치지 않고 뒷목에 문신까지 그린 화기 강화 능력자 사내라던가.
그래서 관종이 아니냐는 동료의 말에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기억을 더듬던 붉은 지팡이의 소녀가 탄성과 함께 외쳤다.
“아! 억울한 군저씨!”
“억울한 군저씨?”
출입 기록부에 작성된 기록이 뛰어난 능력자라는 것을 알려 줬다. 그래서 강중기가 먼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소녀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벤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전역 당일 각성한 군인 오빠가 있대요.”
복무 중에 각성한 것이 아니라 전역 당일 각성한 군인.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능력은?”
강중기가 다시 물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다중 능력자라는 소문이 있어요.”
“다중 능력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게이트에서는 원거리 공격형 초능력을 사용했는데, 이후 방송을 통해 드러낸 전투에서는 방패 같은 걸 만들었대요.”
“흐음.”
강중기가 소녀처럼 고개를 돌려 사람이 떠난 벤치를 바라봤다.
스토리가 있고, 능력이 있다.
“분명 월요일까지 활동한다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