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18
나는 작가다 118화
118화
-이준경 작가, 장르소설이 아닌 맛집수필 ‘글 쓰는 미식가’ 출간 계약 체결!
-모두가 탐냈던 이준경 작가의 수필 ‘글 쓰는 미식가’ 출간 계약 체결!
-서울문화창조 출판사, 서울외식정보 문화사, 만음사 출판사 등등 각종 국내 최고 출판사와 문화 콘텐츠 기업들의 러브콜이 있던 그 작품 ‘글 쓰는 미식가’!
-이준경 작가 ‘아무리 그래도 의리를 지켜야죠’, 모두가 원했으나 의리를 지키기 위해 K E&M과 ‘글 쓰는 미식가’를 출간 계약 체결!
다시 한 번 더 국내의 각종 보도매체들이 떠들썩했다.
‘작가 이준경’으로.
워낙 분량이 꽤 되다 보니 성용 형님과 8만 자 단위의 적당한 크기와 가격으로 연결해서 파는 쪽으로 계획을 잡았다.
그렇게 하니 여태까지 포스팅한 것만으로도 8권은 나오더라.
그냥 꾸준히 쓰던 게 작품이 되어서 팔리게 됐으니 공돈이 생긴 기분이었다.
연결권이야 걱정할 필요가 하등 없던 게 그냥 평상시 하던 대로 쓰다가 쌓이면 쌓인 대로 내면 출간하면 그만.
전혀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책이란 걸 감안하면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다.
광해의 도움으로 내 첫 수필 작품이 될 ‘글 쓰는 미식가’는 전 국민에게 예약구매를 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었다.
더욱이 그냥 평범한 수필이었더라면 그냥 국민 작가라 불리는 이가 작품 하나 더 냈구나, 하고 말았을 텐데.
생각 외로 음식점들을 종횡무진하며 쓴 기행 수필 느낌처럼 알려지다 보니 다들 이렇게 말하더라.
-어디 한 번 나도 국민 작가랑 같은 것 좀 먹어보자.
국민 작가라고 불리며 사람들은 얼른 내 ‘글 쓰는 미식가’가 출간되길 바랐다.
자기들도 한 번 나랑 같은 것들도 먹어보자며.
꽤나 홍보는 성공적이었다.
성용 형님도 아주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법무법인 광해의 도움으로 보도자료를 싹 돌리고 ‘글 쓰는 미식가’의 예약을 받고 난 후 만난 자리에서.
“야, 준경아. 그냥 이거나 쭉 쓰지 그러냐? 아직 출간되기도 전에 이리 예약이 들어오는 걸 보니 꽤 쏠쏠한데?”
‘아니, 이 형님은 내가 소설로 벌어다 준 돈이 얼마인데 이래?’라고 생각해 봤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의미 없는 소리긴 했다.
결국 다 내 거니까.
어쨌거나 내 소설로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나한테 글 쓰는 미식가를 더 많이 쓰란 성용 형님을 섭섭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래도 제 소설이 더 쏠쏠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근데 네가 이야기한 것처럼 작업 시간을 들어보면 소설보다 이게 더 쏠쏠할 것 같단 말이지. 이참에 하루에 여섯 끼씩 먹는 건 어떠냐?”
맛집기행 수필인 ‘글 쓰는 미식가’는 어디까지나 내가 하루 삼시세끼를 먹고 난 후 쓰던 글이다.
그러니 하루 세 끼를 여섯 끼로 늘린다면 한 권이 써질 기간 내에 두 권으로 늘릴 수 있으니 밥을 더 먹으라는 성용 형님.
어처구니가 없단 듯이 쳐다봤다.
“저 돼지 만들라고요?”
안 그래도 그 아저씨 D 라인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관리하고 있는데 말이다.
성용 형님은 소주가 든 잔을 건네며 피식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안 그래도 요새 적자가 좀 있었는데, 아무래도 네가 다 메우겠네.”
순간 성용 형님의 잔에 건배를 하려던 난 멈칫했다.
적자라니?
있을 리가 없는데?
“적자요? 대부분 계약한 작가들 다 잘 팔고 있지 않았어요?”
“아! 회사 적자는 당연히 아니지. 계약한 작가들 중 대부분은 잘 팔고 있는 데다가 우리에겐 든든한 캐시 카우가 여기 있는데.”
아아, 대충 무슨 소리인지 알겠다.
회사의 적자가 아니라 새로 계약한 작가들 중에서 보장된 계약에 미치지 못한 이들의 적자를 이야기한 것이었다.
성용 형님이 전에 내게 한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자신에게 작가 컨택에 관한 모든 권한을 넘기긴 했으나 보고하겠단 거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파생된 걸로 이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조건적으로 당장 신작만 잘될 것 같은 작가만 있어선 안 된단 것이었다.
확실히 그 이야기는 나도 공감했다.
비록 이 시장이 점점 대여점의 폐쇄로 인해 망해가지만, 그래도 힘든 시기에 대박을 내는 작가들도 있는 시장이었다.
이 시장이 유지될 수 있던 건 기본적으로 독자들이 바라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기다리다 보면 다른 작가의 글도 보게 되고.
대여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도 그 이상의 부수를 찍어낸 작품들이 간간히 나오던 게 그 이유였다.
때문에 나 역시 회귀한 이점을 이용해서 단순히 이 작가가 준비한 작품만 보고 계약하는 건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퀄리티는 있어야만 했다.
우리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성용 형님과 나와 최소한의 조율을 하면서 수십 명의 작가를 계약했다.
개중에 내가 아니다 싶었으나 성용 형님이 오랫동안 작품을 해와서 기념비적으로 꼭 계속 활동해야 한다는 나이 지긋한 작가님들도 많았고, 거기서 내가 물러선 만큼 성용 형님은 너무 어리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제대로 연재 주기도 못 맞추고 수준이 떨어진다는 애들에 관해서 양보했다.
전자의 작가들도 성용 형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계약할 만하긴 했다.
신무협의 대표 작가님들만큼은 아니어도 확실히 1세대 판타지를 쓴 이후 매번 글자 조금 끼적이다 접으며 쓰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만 가져올 수 있다면 충분히 그 이득은 충분히 났다.
오래된 판타지 소설들의 맥을 유지해 주는 이미지도 나쁘지 않았기에.
반면 성용 형님이 이해할 수 없다던 어린 작가들.
확실히 성용 형님 입장도 이해가 갔다.
지금 당장으로 보면 얘들이 뭔가 할 녀석들처럼 보이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수많은 십 대 및 이십 대 초반 작가들 중에서 내가 꼽은 애들이라면 달랐다.
비록 지금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필력도 부족한데다가 성인이 아니라서 환경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이 어려웠다.
하지만 부족한 경험과 필력은 이미 ‘강설아’라는 선례를 남긴 내게 있어서 충분히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환경이 어렵다?
썩어나는 게 돈이다.
지원해 주면 된다.
더욱이 가장 어려울 때 지원해 준다면 평생 그 은혜를 잊지 못하리라.
‘물론,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란 말이 있듯 은혜를 원수로 갚아대던 놈들도 있었지만 말이야.’
하지만 당연히 그런 놈들 역시 배척했다.
오직 성용 형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데려온 젊은 작가들은 성장성, 인성, 인내 모든 게 괜찮은 아이들이었다.
당시 십 대 작가 중 하나가 나한테 그랬다.
조아북에 있는 작가 커뮤니티의 이삼십 대 작가들이 어리다고 자신들을 너무 무시한다고.
그 무시로 인해 젊은 작가들은 두 가지 길을 걸었다.
첫 번째는 ‘포기’였다.
‘굳이 이런 무시까지 당하면서 내가 글쓰는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아니’란 답을 내린 어린 작가들은 그저 취미로 남기며 작가 노선에서 탈주했다.
두 번째는 ‘인내’였다.
‘악으로, 깡으로 버틴다.’
무시당하면서도 자기 글에만 집중하는 독종들.
얘들이 대부분 성공했다.
흔히 전자책 시장에서 A급 이상으로 올라선 이십 대 작가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소리가 그거였다.
‘십 대 때 어리다고 엄청나게 무시하던 이삼십 대 선배들이 많았습니다. 근데 어느 날 다들 사라지시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제가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랬다.
십 대 때 악착 같이 버텨서 대여점이 우후죽순 망하며 어려운 시장에서도 끈기 있게 버틴 지금 시기 십 대 작가들은 나중에 밝은 미래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만지게 됐다.
이런 보물들을 알면서도 안 가져오면 그게 바보지.
한데 이렇게 성용 형님과 내가 바라던 작가들을 데려와서 적자란다.
어차피 내 돈으로 틀어막고도 남을 수준인 걸 아니 큰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적자 이야기가 나오니 왠지 모르게 성용 형과 나 둘 중 누가 틀렸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누굽니까?”
“뭐가?”
“형님이 데려오신 작가님들이 더 적자입니까, 아니면 제가 데려오자고 한 애들이 더 적자입니까?”
“끙.”
“선배 분들이 더 적자죠?”
앓는 소리만 흘린 걸 보니 역시나 내가 데려온 애들보단 성용 형님이 이야기했던 선배 작가 분들 쪽인 것 같았다.
내 물음에 성용 형님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 아주 형 이겨 먹어서 좋냐?”
“흐흐, 좋긴요. 그러니까 선배 작가분들 계약 조건 너무 세다고 했잖아요.”
“안 그러면 구작하고 신작 계약 안 한다는데 어쩌냐?”
“그러게 그냥 원래 있던 출판사랑 계약 끝난 구작들만 받아와서 재판해 주는 정도로만 계약하시랬잖아요. 굳이 신작까진 없어도 된다니까 말이죠. 보나 마나 그분들 신작은 안 쓰고 돈??땡겨 가고 있죠?”
“아, 아냐, 전부는 아니라고.”
당황하는 걸 보니 그런 작가들이 있긴 한가 보다.
에휴, 혹시나 싶었건만.
한숨이 절로 나왔으나 그런 작가가 몇이나 되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급선무였다.
“전부는 아니고 절반 정도?”
“그것보단 조금 더 많이…….”
생각보다 더 많은 수에 이번에는 한숨이 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에혀, 이미 계약한 건 어쩔 수 없으니 그대로 진행하시고. 연장은 안 한다고 해요. 대신 이름 있는 구작들은 장기 계약으로 변경하는 대신 섭섭하지 않게 대가를 지불해 드리고요.”
성용 형님에게 당장은 글렀으나 나중에라도 이 적자에서 벗어날 방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직 이 년이 남긴 했는데, 그때 그렇게 계약하란 말이지?”
“네, 어차피 지금 속도면 대여점 수가 더 줄어들어서 지금 계약 조건도 우리 아니면 못 해줘서 그때 이야기하면 무조건 할 겁니다.”
“확실히 지금처럼 대여점 수가 줄어드는 걸 보면 이 년 뒤엔 이 시장은 어찌 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되긴, 어찌 되겠는가?
정말 열정과 인내를 가진 작가들만이 남은 시장이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회사 K E&M이 없었더라면.
거기서 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가 최고 아닙니까? 대여점 없어도 수만 부는 팔아주니.”
“그래, 누가 만든 회사인데. 게다가 우리 대표님께서 빵빵한 캐시 카우 노릇까지 해주시니 최고긴 하지.”
캐시 카우.
본래 시장 점유율이 높아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주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낮은 제품이나 산업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장르시장 업체들 사이에선 캐시 카우를 다르게 썼다.
‘마르지 않는 샘’과 같았다.
말 그대로 업체가 펑크 낸 금액을 틀어막아 주는 ATM기 같은 존재였다.
실질적으로 이런 경우가 많진 않았는데, 나중에 전자책 시장이 열리면서 이런 경우가 꽤 생겨났다.
어느 매니지먼트의 경우에는 캐시 카우인 작가들이 있어서 장르소설 말고 이것저것 사업을 벌여서 낸 적자로 쓰기도 했고, 또 어느 매니지먼트는 다른 업체들이 보면 기겁할 정도로 높은 조건을 불러서 작가를 계약해 간 뒤 그 손해를 막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결국 캐시 카우 노릇하던 작가들이 보기에 아니다 싶으면 그 회사를 나가거나 아니면 이미 캐시 카우 노릇하는 작가가 회사의 실질적 주인이나 다름없거나 하면서.
캐시 카우 노릇을 해주는 대표 작가인 내게 엄지를 치켜세운 성용 형님에게 말했다.
“그럼 캐시 카우 덩치 좀 불리게 이번 ‘글 쓰는 미식가’도 잘 팔아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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