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19
나는 작가다 119화
119화
성용 형님과 만난 후 이주일이 흘렀다.
아주 빠르게 계약 체결 보도 자료를 돌린 지 이주일 만에 인쇄, 배본, 판매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종이책을 찍는 데 계약 이주일 만에 출간이라니.
아무리 원고가 있다 하더라도 이건 보통 출판사에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출판이라는 게 다 계획과 일정이 짜여 있으며, 전자책과 다르게 종이책은 인쇄하고 배본하면 오타를 수정할 수 없었다.
때문에 교정, 교열도 빡세게 들어가야 하며 인쇄할 양식의 체크도 수차례 해야만 했다.
이뿐인가?
배본 및 판매를 위해서 총판과의 협약도 거쳐야 가능하다.
총판뿐만 아니라 우리가 개인적으로 뚫어놓은 서점 시장까지도.
하지만 이 모든 게 이주일 만에 이뤄졌다.
내 회사 ‘K E&M’의 위엄이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이게 가능토록 한 건 ‘작가 이준경’이라는 내 타이틀 때문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서점들 점유율이 학습서를 제외하면 톱에 이르는 곳들마저 컨택하려다가 실패한 작품이었으니 다들 판매량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출간 계약 보도 자료가 뿌려지기 무섭게 총판이고, 서점이고 다들 앞다투어 보내 달라고 난리였다.
배본 및 판매 우선순위고 나발이고 다 집어치운 뒤 무조건적으로 ‘글 쓰는 미식가’만 넘기면 나머진 자기들이 빵빵하게 밀어주겠다며.
총판과 서점이 달라고 아우성인데, 회사의 입장에선 어쩌겠는가?
모든 출간 작품 작업 올 스톱.
오로지 ‘글 쓰는 미식가’에 집중 투입됐다.
전 직원이.
덕분에 교정, 교열은 완벽하게 끝내는데 이틀이 걸렸으며 인쇄 양식 짜는 데 하루 만에 끝났다.
거기서 모자라 인쇄 및 배본이 이틀 만에 끝나고 그 이틀 안에 판매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이주일 만에 세상의 빛을 본 ‘글 쓰는 미식가’.
각종 서점 매대부터 해서 인터넷 사이트까지 아주 입구에 떡하니 도배가 됐다.
그걸 본 난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컨택 메일을 보냈던 출판사들이 꽤나 배 아프겠네.”
난 인터넷 서점 메인에 박힌 ‘글 쓰는 미식가’ 배너를 눌러봤다. 그러자 구매 페이지로 넘어갔다.
거기에는 각종 댓글들이 적혀 있었다.
-와, 맛있을 것 같아. 근데 동네만 밝히고, 가게 이름은 따로 안 밝혔네.
-근데 너무 청담동 위주다.
-돈 꽤나 벌던 것 같던데, 다 비싼 거 아니야?
-아냐, 생각보다 평범한 음식들이 많던데?
-인마, 수필이잖아. 당연히 자기 동네에서 밥 먹던 걸 쓰다 보니 그러겠지.
-나도 먹고 싶다.
-작가랑 데이트 이벤트 같은 건 안 하나?
…….
주르륵 적힌 댓글들.
거기서 한 댓글에 반응을 보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가랑 데이트? 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흔히 연예인들도 팬덤 관리 차원에서 가끔씩 이벤트 명목으로 소수의 팬만 모으거나 정말 극소수의 인원과 데이트를 하기도 했으니까.
사실 배우물 자료 조사 차원에서 뛰어든 영화판에 얼굴이 알려졌다 보니 난 최대한 정체를 숨겼다.
당시 태풍으로 인한 피해 기부를 했던 차였으니까.
괜히 정체가 들통 나면 피곤할 것 같아서.
나중에야 어느 정도 그 기사가 관심 밖이 되고, 슬슬 다들 알려줘야 나중에 그들이 따로 알게 될 경우 섭섭해하지 않을까 봐 정체를 밝혔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는 상황.
뭐, 아직 일반인들은 내 얼굴이 어떤지 몰랐지만 말이다.
이참에 얼굴도 밝힐까 싶었다.
어차피 작가들도 모였고, 커뮤니티에다가 정모도 열 생각이었으니 슬슬 얼굴이 좀 팔려도 괜찮다고 생각됐다.
“좋아, 그럼 또 설아 어머님한테 부탁 좀 해봐야겠네.”
이미 몇 번 해본 결과 보도 자료 돌리는 데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법무법인 광해란 걸 알게 됐으니 어째 자꾸 거기에 맡기게 됐다.
심지어 내 얼굴을 보도 자료로 뿌리고 싶단 건 설아네 어머님이 먼저 제안했던 사항.
아마 이 건수를 주면 아주 신나서 뿌려줄 거다.
일단 설아네 어머님에게 전화를 해봐야지.
휴대폰을 챙긴 뒤 설아네 어머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걸기 무섭게 설아네 어머님이 전화를 받았다.
“어머, 작가님. 무슨 일이세요?”
글 쓰는 미식가의 보도 자료 때문에 전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전화를 거니 꽤나 놀란 듯한 설아네 어머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설아가 공부에 집중하게 된 이후로 웬만하면 업무적인 이야기가 아니면 연락을 잘 안 했다.
뭐, 지금도 업무적인 이야기로 전화를 한 거나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또 한 적이 없다 보니 저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뭐 하나 또 보도 자료 좀 돌려주셨으면 해서요.”
“욕심도 많으셔. 얼마 전에 그 건으로도 엄청 많이 벌어 가실 것 같던데, 그 사이에 또 보도 자료 건수를 만드신 거예요?”
“이건 부대표님도 꽤 탐이 나실 건수인데요.”
“어떤 거죠?”
왠지 눈을 빛내는 게 느껴질 것만 같은 목소리.
지금 그녀와 이야기 나눌 업무 내용이 뭔지 밝혔다.
“슬슬 얼굴도 공개할까 해서요.”
“어머, 정말요? 그렇게 얼굴 까자고 할 땐 싫다고 하시더니.”
기부천사가 된 이후 설아네 어머님이 시시때때로 요구했다.
공개석상에 나서는 건 어떠냐고.
하지만 피곤해질 것 같아서 피하고 있었다.
근데 이제 영화 때문에 어딜 가도 알아본다.
이리 됐으니 한꺼번에 유명세를 탈 때 싹 다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 생각을 밝혔다.
“예, 슬슬 이제 공개적으로 활동할까 싶습니다.”
“이야, 타이밍 엄청나시네요.”
“음?”
“안 그래도 영화 찍으신 것 때문에 다들 이 신인 배우가 누구냐고 말이 많던데, 그 배우가 알고 보니 국민 작가 이준경인 걸 알게 되면 다들 말 많을걸요?”
“그렇겠죠?”
예상하던 바다.
내가 촬영했던 영화들이 전부 개봉 후 흥행하면서 여기저기서 기사들이 우르르 나왔다.
대관절 이 신인 배우 이준경은 누구인가?
몇몇 소름 돋는 기사들도 있었다.
‘같은 시기에 유명세를 탄 ‘이준경’, 축복 받은 이름인가?’였나?
한쪽은 베스트셀러 후보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작품을 쓴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 최고의 재해로 인해 생겨난 피해액에 대해 기부까지 한 국민적인 스타 작가.
다른 한쪽은 혜성처럼 등장해서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들과 어깨를 마주하며 연기한 신인 배우.
하물며 후자는 그 외모도 밀리지 않아서 사뭇 대한민국 여성들의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들었단다.
이 기사들과 반응을 보면서 성용 형님하고 철이가 어찌나 놀렸던지.
심지어 내가 다니는 피부과에서도 몇몇 여자 연예인들이 알아보곤 말을 걸기도 했다.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 일이었지만, 같이 일하면 좋겠단 인사치레만 하곤 큰 관계를 갖진 않았다.
피부과 원장님이 뭐라고 하더라.
이왕이면 미녀들을 많이 알고 지내면 좋지 않냐며.
심지어 고자 아니냐는 말까지 했는데, 지금 여자랑 엮이고 자시고 할 여유 따위 없었다.
아직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으니까.
게다가 이미 한 번 결혼이 실패했던 몸이다.
일찍 결혼해서 아주 처참하게 끝을 맺었던.
그런 입장이다 보니 결혼도 최대한 늦게 하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강소영이 질척거렸지.’
강소영.
내가 회귀하기 전 와이프다.
다른 코쟁이 놈하고 바람이 나서 자기 남편이던 날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것만 생각하면 정말 철천지원수가 따로 없는데, 덕분에 아주 만족한 삶을 살게 됐으니 절이라도 해야 하나?
어쨌거나 내가 작가 이준경이라는 건 몰랐다.
철이는 나한테 한 번 강소영한테 내가 누구인지 밝히자고 하더라.
내가 바람맞혔던 걸로 욕하고 다닌다던가?
그런 강소영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자고 했는데, 귀한 글 쓸 시간을 그리 허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데 어느 날 갑자기 강소영이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한 번 만나자고 전화했었다.
작가 이준경인건 몰랐으나 배우로서의 날 알게 되고 그런 것이다.
당연히 난 가차 없이 깠다.
열심히 몸 섞는 오영곤하고나 잘살라고 했더니 매우 놀란 반응을 보이며.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고 더 이상 강소영이란 여자는 내 인생에서 나타나질 않았다.
어쨌거나 내가 누구인지 공개적으로 밝히겠다고 하니 설아네 어머님이 신나했다.
“그럼 이제 대한민국이 다 알게 되겠네요. 배우 이준경이 아닌 작가 이준경을.”
“그렇겠죠.”
그래, 다들 알게 될 거다.
내가 누구인지.
근데 갑자기 설아네 어머님이 난처함을 표했다.
“아, 좀 난감하긴 하려나?”
“예? 뭔가요?”
대관절 뭐가 난감하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응하자,
“설아가 작가님이 배우로 유명해지니 자기도 그쪽으로 가겠다고 하면서 공부하던데, 갑자기 작가로 다시 유명해지면 또 글 쓰겠다고 공부를 소홀히 할까 봐요.”
내가 배우로 유명해지니 자기도 그쪽으로 간단다.
뭔가 좀 본래 설아의 인생과 달라진 느낌이긴 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
뭐로 가도 한양으로만 가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가다가 배우를 하면 알아서 잘하겠지.
어쨌거나 괜히 내가 또 작가 이준경으로서 여기저기 모습을 보이면 다시금 공부를 잘하고 있던 설아에게 악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는 설아네 어머님.
하기사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나 역시 부모였으니 충분히 백분 이해할 수 있는 심경이다.
그래도 너무 과장된 걱정이 아닌가 싶었다.
설아네 어머님에게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설마요. 제가 그렇게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하기사 우리 사부 말이라면 껌뻑 죽는 설아니까요?”
“껌뻑까지야…….”
“그럼 이참에 공개석상에 드러내는 김에 그럴싸하게 가죠?”
“예?”
갑자기 뭘 또 그럴싸하게 가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무렵 설아네 어머님이 예상지 못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아직도 오피스텔 사시죠?”
“그렇긴 하죠?”
“집 한 채 사실 여유는 되시지 않아요?”
“예? 갑자기 웬 집요?”
갑자기 내 거처에 대해선 왜 언급하나 싶었다.
의아해하는 내게 설아네 어머님이 당혹스러운 요구를 해왔다.
“저희 사는 아파트 단지에 집이 몇 채 있는데, 한 채가 전세를 들이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좀 애물단지인데, 그거 사주세요.”
“예?”
갑자기 웬 아파트를 사라는 건가 싶었다.
“설마 저희 설아 사부님이신데, 인터뷰를 오피스텔에서 하시려는 건 아니죠?”
“그냥 스튜디오를 하나 잡던가 아니면 어디 카페에서 하면…….”
“그럼 보도 자료 안 뿌려드릴 거예요.”
갑작스러운 협박에 당혹스럽다.
보도 자료를 안 뿌려주겠다니.
왜 이러는가 싶었다.
“예?”
“만약 나중에 우리 설아가 대단한 사람이 되면 분명 사부인 이준경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텐데, 이렇게 공식석상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이 허접하면 안 되죠.”
“……그러니까 설아에게 어울릴 만한 사부로 남을 수 있게 인터뷰를 부대표님이 파시는 집에서 하라는 거죠?”
“네.”
그래, 자나 깨나 부모님은 자식 걱정이지.
그래도 갑자기 집을 사라니.
굳이 인터뷰를 할 때 그럴싸하게 꾸미고 싶으면 집을 살 필요 없이 빌려주면 되지 않나 싶었다.
“그럼 차라리 장소만 협의해 주시면…….”
내 의도를 파악한 설아네 어머님이 절대 안 된다며 말을 끊었다.
“에이, 그랬다가 나중에 저희가 도와준 게 알려지면 곤란해요.”
“그러니까 직접 사서 거기 살라는 거죠?”
“맞아요. 제가 특별히 우리 설아 사부님이시니까 30% 파격 할인해서 팔아드릴게요.”
“근데 부대표님네 아파트 가격 좀 나가지 않나요?”
내 기억이 맞다면 개포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들었다.
아마 거기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가 아닐까 싶었다.
갑자기 설아네 어머님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뱉었다.
“에이, 제가 작가님 수익을 아는데 100억도 안 하는 아파트가 뭐 그리 비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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