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24
나는 작가다 124화
124화
“어머나, 세상에! 우리 이 배우께서 그 유명하신 국민 스타 작가 이준경 님이셨다고?”
피부과 원장이 매우 놀란 눈치다.
그럴 법도 하다.
맨날 농담으로 나더러 이준경 작가가 아니냐고 하던 사람이 한둘이던가?
그녀 역시 그중 하나였다.
농담으로만 하던 게 사실이 됐으니 놀랄 수밖에.
난 무덤덤하게 답했다.
“예.”
“그래서 맨날 여자 연예인들이 번호 좀 달라는 것도 철벽 친 거구나? 아까 장미 씨한테도 그렇고?”
“음?”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가 깨달았다.
그냥 귀찮이지기 싫어서였는데, 그게 또 철벽으로 볼 수 있겠구나.
하기야 철벽이 맞긴 하지.
싹 다 거절했으니까.
바로 알아듣지 못한 내 반응에 피부과 원장이 물었다.
“공인이나 다름없는 준경 씨니까 사생활 관리한 거 아니야?”
“뭐, 비슷합니다.”
“그럼 더더욱 앞으론 단골들이 소개해 달라고 해도 하면 안 되겠네.”
“감사합니다.”
이름값이 무섭긴 무섭구나.
평소엔 그렇게 내가 귀찮다 해도 정말 괜찮은 아가씨라며 마담뚜마냥 소개하더라.
어쨌거나 더 이상 안 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반면 다른 쪽으로 내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대신 내년 일 년치 서비스 무료로 해줄 테니 준경 씨 우리 피부과 홍보 좀 해주면 안 될까?”
“차라리 돈을 낼게요.”
“으이그, 그냥 해본 소리였어.”
그냥 해본 소리는 무슨.
물어주길 바라면서 던진 떡밥 냄새가 솔솔 나는구만.
그나저나 홍보라.
생각해 보니 작가들 중에 광고 관련된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도 있었구나.
흔히 웹툰은 하단에 광고를 넣곤 했다.
웹툰 작가가 자기 작품의 캐릭터를 이용한 광고 장면을 그리며.
하지만 웹소설 작가들은 텍스트로 독자에게 작품을 전달하는 사람들이었다.
네버 웹소설 같은 경우에는 일러스트가 들어가긴 했으나 그 역시 작가 본인이 아닌 일러스트레이터가 해준 그림.
때문에 웹툰 작가들처럼 작품을 통한 광고를 받긴 어려웠다.
이때 작가 중 하나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유명 작가라면 충분히 작품에다가 광고를 넣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예를 들자면 우성 그룹의 스마트폰을 주인공이 쓰면서 막 일일이 성능에 대해 써놓는 것이었다.
마치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PPL을 위한 대사를 읊듯이.
하지만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독자들은 웹소설을 볼 때 지문은 거의 건너뛰었다.
정말 중요한 지문과 장면만 보고 나머진 대충 훑으며 대사 위주로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며 읽어나갔다.
어쩔 수 없었다.
워낙 많은 작품들이 비슷비슷한 요소들을 보이다 보니 정말 그 작품만의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면 대개 쉽게 눈으로 훑어버렸다.
그러니 광고랍시고 써봐야 볼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난 그에 대해서 피부과 원장에게 언급했다.
“광고해 드릴 방법이 하나 있긴 하네요.”
“음? 해주려고?”
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 갑자기 내가 광고 이야기를 꺼내니 놀라는 피부과 원장.
그녀에게 싫으면 말란 듯이 반응했다.
“하지 말까요?”
“아니! 그럼 언제 촬영할까?”
혹여나 내 마음이 돌아설까 봐 촬영부터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말한 광고는 촬영이 필요가 없었다.
“촬영은 안 합니다.”
“엥? 그럼 광고를 어떻게 해?”
피부과 원장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럴 만도 하다.
그녀가 원한 건 국민 스타 작가이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배우 이준경을 세워둔 광고지였으리라.
당연히 그러려면 촬영을 해야 정상인데, 내가 그걸 안 한다고 하니 이해될 리가 만무했다.
난 피부과 원장에게 어떤 식으로 이곳을 광고해 줄 건지 밝혔다.
“제 작품에 광고해 드릴게요.”
“작품에다가 광고를 해준다고? 어떻게? 우리 피부과라도 책 뒷면에 박아주게?”
“아뇨, 소설에서 출연시켜 드릴게요.”
“소설에서 출연……?”
피부과 원장은 대관절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이다.
하기야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광고 형태이니 당혹스러우리라.
“나 출연시켜 주게?”
사람도 아니고 피부과를 출연시킬 거란 예상은 전혀 안 갔는지 자기가 캐릭터로 나오는 거라고 착각했다.
피부과 원장에게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피부과가 나올 겁니다. 뭐, 원장님하고 직원들만 괜찮다고 하면 그대로 내보내드리고요.”
“예쁘게?”
자기가 나온다고 하니 예쁘게 출연시켜 달란다.
뭐, 외모는 나이에 비하자면 나쁘지 않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피부과 원장에게 칭찬 한 번 쏴줬다.
“나이에 비해 곱긴 하시죠.”
“어머, 이제 보니 우리 이준경 작가님이 수많은 여자 연예인들 마다한 게 나 때문이었어?”
누가 아줌마 아니랄까 봐 참 주책맞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단 듯이 광고를 없던 걸로 하려고 했다.
“광고는 없던 걸로…….”
“아냐, 그거라도 해줘봐. 궁금하다. 어디서 하는 건데? 판타지스타?”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는지 곧장 어디서 광고해줄 건가 물어봤다.
그나저나 내 책을 알고 있단 사실에 놀랐다.
평소 내 피부 관리를 해줄 때마다 남편하고 아들이 축구만 보면 환장해서 자길 너무 소홀하게 대한다며 투덜거렸던 피부과 원장이다.
당연히 그런 상황이라면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거고, 내 축구물 소설인 ‘판타지스타’에도 크게 관심이 없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판타지스타에 대해 알고 있으니 놀랄 노 자다.
“제 책 제목도 아시네요?”
“아무렴. 우리 남편하고 아들이 축구 광팬이라서 하나씩 샀더만. 그냥 하나로 둘이 함께 보면 될 걸 말이야.”
아, 어떻게 아나 했네. 자기 남편이랑 아들이 지닌 걸 보고 알았구나.
그나저나 많이 팔아야 하는 내 앞에서 두 권 말고 한 권으로 돌려 보란 이야기를 하다니.
너무하는 거 아니냐며 쏘아붙였다.
“작가 앞에서 책 뭐하러 하나 더 사냐고 하기 있습니까?”
“에이, 농담이지. 아참! 그럼 나중에 우리 남편하고 아들 책에 사인 좀 해줄 수 있어?”
“가져오시면 해드릴게요.”
“아니다. 내가 하나 살 테니 거기다가 해줄래?”
방금 전 했던 말이 미안해서 사려는 건가?
굳이 관심이 없으면 안 사도 무관한데 말이다.
“세 권이나 해달라고요?”
“아니, 내 거에다가만.”
“음?”
“아주 축구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나 엄마 생각 하나도 없는 두 사람 골탕 좀 먹이게.”
그제야 난 방금 피부과 원장이 말한 의도를 깨달았다.
“자랑하시려는 거군요.”
“응, 그것 말고도 다른 손님들 중에서도 꽤 샀던데. 다들 사인본인 걸 보면 부러워할걸? 아예 사인 받고서 내 자리 여기다가 세워둬야겠다.”
“뭘 그렇게까지…….”
뭔가 좀 부담스러운 반응이다.
내가 좀 난감해하는 것 같자 사인을 안 해줄 거라고 여겼는지 피부과 원장이 되물었다.
“해줄 거지?”
“해드릴게요.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고마워라. 그나저나 광고는 어떻게 하려고?”
“신작으로 가수 이야기를 하나 쓸까 하는데, 거기서 관리해 주는 피부과가 여기라고 써드릴게요.”
“아! 그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흐음, 그럼 우리 피부과 광고 모델이 되어주는 건 아니란 거네?”
내가 어떻게 피부과를 광고해 줄 건지 깨닫고선 납득하는 피부과 원장. 그러면서 내심 내가 광고 모델도 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에 관해선 아주 단호하게 잘라냈다.
“네, 귀찮아요.”
“와, 너무해. 고민을 일 초 정돈 해주고 답해줄 수 없었던 거야?”
“귀찮으니까요.”
“알았어. 그럼 우리 피부과가 나온다고 한 책은 광고 용도로 써도 되는 거지?”
내가 소설에 있는 피부과를 그대로 쓰니 그 정도야 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얻어낼 게 있으면 얻어내야지.
그냥 반 진담, 반 농담 삼아 한마디를 툭 던졌다.
“한 백 부만 사주시면요.”
“백 부면 얼만데?”
“80만 원요.”
“국민 스타 작가님 소설을 마음대로 우리 피부과 광고로 쓸 수 있는 것치곤 싸네. 까짓것 내가 800만 원어치 사줄게.”
하여간 돈 많이 버는 피부과 원장답다.
천 부나 사주겠다니.
대여점 시장만 노리고 출간하는 업체들이 들으면 기겁할 일이다.
지금 우리야 서점 쪽으로 완전 방향을 잡았다 보니 예전처럼 몇만 부 판매고가 있는 거지, 이제 대여점 수가 줄어들어서 그쪽 위주로 파는 일반 업체들은 만 부 팔면 대박인 시기였다.
그런데 누가 천 부나 사준다고 하면 완전 땡큐겠지.
하지만 우리 회사 신작이면서 동시에 내 신작이다.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정도로 망하지 않는 이상 티도 안 날 부수.
뭐, 이게 다 수익이니 좋은 이야기이긴 했다.
그렇게 난 피부과 원장에게 광고 이야기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지었다.
“그럼 회사 사장님한테 말해서 계약서 작성할 미팅 자리 잡으라고 전달할게요. 계약이 성사되면 신작에서 피부과 광고가 들어가는 부분은 나중에 메일로 보내드리고요.”
“좋아, 이렇게 비즈니스 파트너가 됐으니 오늘은 더 열심히 관리해 줘야겠는걸?”
“평소에는 열심히 관리 안 해주셨나 봅니다?”
“에이, 더 신경 쓰겠단 거지. 우리 VVVIP 고객한테 어떻게 열심히 안 했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렇게 난 피부과 원장에게 피부 관리를 받았고, 그러면서 방금 이야기한 신작에 대해 떠올렸다.
준재에게도 이야기해 뒀던 건데,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롤모델로 삼아서 캐릭터 구상까지 끝내둔 작품이 있었다.
신작 ‘싱어송라이터’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아이돌은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거의 원로급 아이돌로 데뷔하게 된 주인공.
한류스타가 된 이후 각종 영화와 연극도 오가며 뮤지컬 쪽으로 범위를 늘렸다.
이걸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선보이고, 이후 뮤지컬을 접목한 영화까지 그 범위를 넓혀갔다.
하지만 모두가 아이돌 출신 한류스타란 이미지로만 기억하니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계약 만료 후 한 명의 가수로 거듭나려고 한다.
자신의 노래와 회사 소속 연예인들의 노래 그리고 그것들과 관련된 뮤지컬 영화의 노래까지 작사, 작곡 및 직접 부르기까지 하면서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결말은 주인공이 20주년을 맞이해서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쁘게 살다 보니 자주 보지 못했으나 언제나 자신이 아주 최고의 가수가 될 거라며 자랑하던 할머니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모든 친척들이 딴따라 같은 건 하는 게 아니라고 할 때 유일하게 손자를 다독여 줬던 할머니.
각 주기 콘서트마다 신곡 앨범을 발표했는데, 20주년 콘서트에선 오직 한 곡만을 공개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진 주인공은 바쁘게 살아오면서 점점 흐릿해졌던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오르며 직접 작곡, 작사한 노래 ‘할머니’를.
그렇게 부르고 자신이 정상에 설 수 있도록 해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끝내면 딱 깔끔할 것 같았다.
딱 피부 관리를 받으면서 부족했던 뼈대까지 모두 구상해냈다.
얼마 있지 않아 피부 관리를 끝낸 난 집으로 돌아가서 그걸 시놉시스로 정리했고, 슬슬 배우물인 ‘톱스타’를 완결 짓기 위해서 집필에 빠졌다.
그렇게 톱스타의 원고를 완결까지 집필하던 사이 성용 형님으로부터 피부과 원장하고 했던 계약이 성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광고가 체결될 무렵 배우물 ‘톱스타’의 원고를 완결까지 끝낸 나는 컴퓨터 앞에서 손을 풀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제 신작 ‘싱어송라이터’를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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