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93
나는 작가다 093화
93화
매화신검의 증쇄 소식.
적당히 팔면 그걸로 다소 설아의 자존심을 굽히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할까 했는데, 오히려 정해진 계약 부수보다 더 팔았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난 당황한 기색으로 성용 형님에게 얼마나 더 찍는지 확인해 봤다.
“몇 부나 들어왔는데요?”
“크진 않아, 300부 정도?”
“휴.”
그리 크지 않은 추가 주문 부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성용 형님은 그런 내 반응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응? 뭐냐, 그 안도하는 듯한 반응은?”
“생각보다 추가 주문이 많지 않아서요.”
“인마, 많지 않으면 안도가 아니라 아쉬워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도 네가 설아 사부잖아.”
이미 회사에서도 나와 설아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몇 번 설아와 함께 찾아갔을 때 녀석이 맨날 ‘싸부, 싸부’ 하며 따랐으니까.
처음엔 어찌나 낯이 간지럽던지.
이젠 적응돼서 그럴 일도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제자인 설아가 잘 안 된 걸로 안도한 내게 성용 형님이 나무라자 이유를 밝혔다.
“설아를 위해서예요.”
“뭐가 설아를 위해서야? 잘되어야 걜 위해서지.”
“아직 어리잖아요. 공부해야죠.”
“야, 지금 정도면 설아 나이에 엄청 성공한 거지.”
“걔네 부모님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까먹으셨어요?”
“아…….”
설아네 부모님을 떠올리면 지금 수준이 딱히 녀석 기준으로 잘된 건가 싶긴 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법관인 아빠와 손에 꼽히는 로펌 광해의 부대표이자 대표의 딸인 엄마.
그런 부모 밑에서라면 지금 설아의 성적으론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설아가 누구던가?
대한민국에서 이름 좀 날리는 여배우가 될 녀석이다.
그 이상의 성적이라고 하면 아무리 봐도 업계에선 내 수준은 되어야만 가능했다.
결국 설아에게 있어서 제일 좋은 건 본업을 지닌 채 취미나 부업으로 쓰는 거라고 봤다.
당연히 설아의 미래가 어떤지 모르는 본인이나 주변인들은 그걸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 말고도 설아네 가정 형편만 봐도 300부 증쇄는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성용 형님 역시 설아네 집안을 생각해 보라고 하니 납득하는 걸 보면 딱 답이 나왔다.
“야, 그래도 회사를 위해선 증쇄해 주면 좋은 거지.”
“그렇기야 한데…….”
회사를 위해서 증쇄 작품이 있단 건 확실히 좋은 일이긴 했다.
너무 가려서 받아 작가 계약이 어렵다고 해서 조금 조건을 낮춰서 작가를 늘려 나가는 추세인 터라 더 이상 증쇄를 못하는 작가들도 꽤 있었다.
그런 기성 작가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인 설아가 증쇄를 했으니 회사 입장으로 보면 매우 잘한 거다.
어쨌거나 내가 알려 달란 걸 전달한 성용 형님이 말했다.
“어쨌거나 알려 달란 건 다 알려줬으니 이만 전화 끊는다?”
끊으려는 성용 형님에게 난 너무하다며 물고 늘어졌다.
“에이, 왜 이리 빨리 끊으려고 해요.”
“일해야 돼! 너 같은 백수랑 다르다고!”
하도 내가 백수라고 해대니 성용 형님조차 그리 이야기한다.
글 써서 돈 버는 것만 빼면 일반 직장인들과 다르게 백수처럼 지내긴 하니까.
백수와 같은 생활 패턴으로 살면서 집필하는 작가다. 그래도 회사의 자금 99%가량을 벌어다 주는 대표 작가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며 반박해 봤다.
“그 백수가 회사 먹여 살리는 중인데요?!”
거기에 성용 형님은 자기도 할 말이 있단 듯이 나왔다.
“그럼 네가 영업 뛰던가!”
“윽! 열심히 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영업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기에 알아서 길 수밖에 없었다.
동생으로서 져주니 성용 형님은 피식 웃는 소리와 함께 설아 쪽으로 대화의 화제를 바꿨다.
“짜식, 여튼 설아의 증쇄 이야기는 네가 할 거냐?”
“네, 제가 할게요.”
“알았다. 담당자한테는 내가 따로 말해뒀다고 하마.”
“예.”
그렇게 성용 형님과의 통화를 마치고 나는 설아에게 전화했다.
“싸부! 무슨 일이세요?”
내가 먼저 전화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꽤 기쁨에 찬 설아.
녀석에게 약속을 잡았다.
“오늘 뭐하니?”
“저야 매화신검 다음 권 쓰고 있죠! 왜요? 갈까요?!”
“이 자식, 틈만 나면 우리 집에 오려고 하네.”
“싸부네 가서 쓰면 잘 써지는 걸요!”
집에 있으면 공부도 해야 하니 안 써지겠지.
하지만 오늘 내가 설아에게 말할 건 공부와 관련된 것이니 우리 집이 아닌 녀석의 집 쪽으로 가야지.
“됐고, 내가 오늘은 너희 집 근처로 가마.”
“예? 저희 집 근처요?”
“어.”
“무슨 일로요?”
내가 자기네 집 근처로 올 일이 없기에 의아해하는 설아에게 난 근처 식사 맛있게 할 만한 곳이 있는지 물었다.
“너네 집 근처에 맛있는 식당 있냐?”
“무슨 기념일이에요?”
저번에 첫 출간 기념으로 맛있는 걸 사줬다 보니 또 무슨 기념할 만한 일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어, 기념할 만한 일이 있긴 하지.”
일단 300부여도 증쇄는 증쇄였으니 축하해 줘야지. 물론, 그 이야기를 끝내고 설아네 어머니가 원했던 것처럼 공부할 수 있도록 뭐라 하겠지만.
이런 내용을 모르는 설아였기에 뭘 기념할 건지 물었다.
“뭔데요?”
“그건 만나서 이야기해 줄게.”
“알겠어요! 저번에 엄마가 사준 랍스타 얻어먹어야지!”
“랍스타?”
“네!”
랍스타라, 대한민국에서 꽤 고급 음식으로 인식이 퍼지긴 했었다. 아니, 인식이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고급 음식답긴 하다.
하지만 난 잘나가는 작가들한테 얻어먹으면서 깨달았다.
랍스타를 먹을 바엔 차라리 돈 좀 더 얹어서 킹크랩 쪽으로 주문하는 게 낫단 걸.
설아에게도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돈 더 주고 킹크랩을 먹자. 거기 킹크랩도 파니?”
보통 랍스타를 파는 가게라면 킹크랩도 팔곤 했다.
“어? 그건 엄마한테 물어볼게요!”
항상 사는 건 부모님이었으니 메뉴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지 자기 어머니에게 물어본다는 설아.
굳이 귀찮게 그럴 필요 없이 가게에 가보면 알 일이었다.
만약 없으면 그냥 아쉬운 대로 랍스터를 먹으면 될 일.
그러나 설아는 무척이나 빨랐다.
“응? 아니, 그럴 필요까진…….”
뚜뚜뚜.
“겁나 빠르구만.”
굳이 어머니에게 물어볼 필요까지 없다고 말하려는 찰나 전화를 끊어 버린 설아였는데, 얼마 있지 않아 녀석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받기 무섭게 설아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싸부, 제가 말한 가게에는 킹크랩은 없대요.”
“그래? 그럼 랍스타나 먹자.”
꿩 대신 닭처럼 킹크랩이 없으니 아쉬운 대로 랍스타나 먹자고 했다. 그러기 무섭게 설아가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아니면 근처에 킹크랩 파는 가게도 있는데 거기 가죠!”
킹크랩이 더 맛있냐고 물어본 주제에 그걸 파는 가게가 있단 걸 어찌 아나 싶었다.
“응? 너 먹어본 적 없었던 거 아니야?”
“아뇨, 먹어본 적 있어요. 근데 딱히 별로 랍스타나 킹크랩은 맛있는지 모르겠어서요.”
그냥 자기 입맛이 아니어서 맛있는지 모르겠단다.
“근데 왜 랍스타를 먹자고 한 거야?”
“어른 입맛에 맛있는 건가 싶어서죠.”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의아해하자 설아가 말하길.
“싸부가 맛있게 드시는 걸 보고 싶으니까요!”
무슨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 먹는 모습 보고 흐뭇해하려는 것도 아니고, 되도 않는 소리나 해대니 설아를 나무랐다.
“인마, 내가 사주는 건데 네가 맛있게 먹어야지.”
“에에, 사실 제가 사려고 했는데…….”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보장 인세 받은 거 있어요!”
보장 인세.
현재 작가들이 우리 회사에 계약하려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점점 매출이 높아지니 망하더라도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보장 금액을 꽤 잘 맞춰줬다. 물론, 다른 회사보다 좀 나은 수준일 뿐이다.
결국 조삼모사와 같은 방식으로 어떻게든 회수하기 위한 장치들은 계약서에 모두 걸어뒀다.
어쨌거나 보장 인세를 받아서 내게 밥을 사려고 했단 설아에게 난 됐다며 말렸다.
“그걸로 부모님 선물이나 사드려. 얼마나 벌었다고 나한테 랍스타를 사.”
“에에, 그래도 싸부한테도 밥 한 끼는 사드려야죠!”
“됐어, 애기 코 묻은 돈 뺏어먹을 만큼 못 벌지 않는다.”
“치이, 싸부가 잘 버는 건 저도 잘 알거든요? 얼마나 벌면 천억이나 되는 돈을 이재민들에게 내어줘서 신문들이 그 난리를 치게 만들어요?”
신문에서 내 소식을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설아.
초등학생이 할 만한 일인가 싶었다.
“너 신문도 보니?”
“아침마다 3사 신문 다 봐요. 아빠가 그래야 한댔어요!”
정말 일반적인 가정과는 차원이 다른 집안이다.
초등학생 딸한테 매일 아침마다 3사 신문을 다 보라고 시키다니.
어쨌거나 난 약속을 다시 잡았다.
“됐고, 넌 뭐 먹고 싶은데? 네 기념할 일이니 사부가 사주려는 거니 좋아하는 걸 말해.”
어쨌거나 설아의 증쇄 축하와 더불어 공부하란 이야기로 나무랄 생각이니 최소한 자기가 좋아하는 걸 먹여줘야지.
때문에 좋아하는 걸 말하랬더니 설아가 전혀 뜻밖의 음식들을 언급했다.
“전 곱창이나 껍데기요!”
“……너 애 맞냐?”
“에에? 맛있는데…….”
“나도 맛있어하긴 하는데, 그래도 돈 잘 버는 사부가 맛난 걸 사주는데 곱창이나 껍데기는 좀 그렇지 않냐?”
랍스타에서 곱창이라니.
뭔가 급수가 떨어져도 많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설아는 그걸로도 충분한 이유를 밝혔다.
“전 싸부랑 먹으면 다 좋아요!”
나랑 먹으면 다 좋단다.
이리 나오니 뭐라 할 말도 없다.
그냥 제 좋아하는 걸 먹여주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결국 곱창으로 식사 메뉴를 결정 내렸다.
“음, 알았다. 그럼 근처에서 곱창이나 먹자.”
“좋아요!”
“집 근처로 가서 연락할까?”
“네!”
그렇게 설아와의 통화를 마친 뒤 난 1층에 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는 칠리아노 보스가 이탈리아 블랙마켓 경매장에서 구매한 뒤 내게 선물해 준 환상의 블리츠 크라울러인 코발트 블루 색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걸 이끌고 설아네 집 근처로 움직였다.
집 앞에 도착하면 설아에게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이미 녀석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싸부!”
날씨가 좋아서 오픈카 상태로 도착했더니 손을 흔들며 날 부르는 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나와 있었냐?”
“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
“타기나 해. 이 근처에 잘 하는 곱창집 아는 데 있으니 거기로 가자.”
“네!”
글 쓰는 미식가를 하면서 여기저기 추천 받은 곳들도 다니면서 알게 된 곱창집이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뒤 난 설아에게 곱창을 구워주며 말했다.
“증쇄 축하한다.”
“엣? 저 증쇄했어요?”
뭘 기념하려는 건지 궁금해 했던 설아였는데, 그게 자신의 증쇄였단 걸 알게 되자 꽤나 놀란 표정이다.
설아에게 난 얼마나 증쇄했는지 알려줬다.
“어, 300부 했다.”
방금 증쇄 소식을 듣고 기뻐하던 표정에서 다소 아쉬움이 자리 잡았다.
“에이, 300부면 증쇄라고 하기도 어려운 수준 아니에요?”
평소와 다르게 이럴 때 보면 진짜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 같다.
난 헛소리하지 말란 듯이 꾸짖었다.
“인마, 네 나이에 300부라도 증쇄한 거면 대단한 거지.”
“싸부가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맞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뭔가 불만인 표정.
아무래도 자기가 원하던 결과보다 낮았다고 여겼기에 나온 표정이리라.
당연히 설아가 원하던 결과는 지금의 나만큼은 아니어도 내가 황제로키를 출간한 당시만큼 잘나가길 바랐을 거다.
아이들은 언제나 자기가 잘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었으니까.
거기서 난 설아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나무랐다.
“뭐? 나처럼 되고 싶은 것에 비하면 너무 성적이 저조한 것 같냐?”
“아무래도 그렇죠?”
“그게 다 네가 어려서 그래.”
모든 부족함은 어리기 때문이다.
항상 입이 닳도록 설아에게 했던 소리다.
설아 역시 귀가 닳도록 들었던 소리를 또 들으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우우, 맨날 그 소리.”
“결과가 말해주잖아?”
결과란,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였다.
나처럼 되길 원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 당연히 부족한 점이 있단 것이고, 이미 그 결과를 이룬 내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 말씀하시면 할 말이 없긴 한데…….”
다소 시무룩해진 설아를 보면서 난 곱창과 부추로다가 쌈 하나 싸며 말했다.
“자, 아 해봐.”
“아!”
우걱우걱 싸준 쌈을 먹는 설아.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흐뭇한 미소가 절로 튀어나왔다.
“맛있냐?”
“에, 아이어요!”
‘네, 맛있어요’라고 한 것 같았으나 입안을 가득 채운 쌈 때문에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설아.
녀석에게 난 이제 그만 본론으로 들어갔다.
“설아야.”
꿀꺽!
“네?”
꽤 진지해진 목소리로 부르자 입안에 있던 쌈을 삼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설아.
녀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처럼 되고 싶댔지?”
“네!”
나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던 설아.
녀석에게 그러려면 해야 할 일이 뭔지 말했다.
“그럼 이번에 매화신검만 완결치고 한동안 소설을 쓰는 건 취미로만 하고서 공부에 집중하는 게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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