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45)
1045 < — 금을 너무나 사랑한 — >
“제니스 타운에 세울 제 사택은 여기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유지웅은 평면 디스플레이에 띄워진 지도를 확대했다. 넓은 부지가 나타나자 김주원은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보듯이 집중했다.
‘면적은 대략 50제곱킬로미터.’
가로 세로 길이가 무려 7km가 살짝 넘는 대단위 부지였다.
심지어 놀라운 것은 제니스 타운 총 공사면적에는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부지란 사실이었다.
‘서울 서초구 면적이 47제곱킬로미터인데.’
지금 서울의 한 구를 초과하는 면적을 지금 사택으로 짓겠다는 것인가? 김주원은 왠지 머리가 아득해졌다.
“충분한 격납고와 활주로, 관제탑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 이 정도 부지는 필요한 것 같더군요. 물론 차후에 저택을 확장할 것도 고려해서 좀 넉넉하게 추가 부지를 확보해뒀습니다.”
50제곱킬로미터가 끝이 아니라, 추가 부지가 더 있다고?
지도를 자세히 보니, 과연 사택 예정지 외곽은 들판이나 녹지 조성 예정으로 되어 있었다. 나중에 얼마든지 사택으로 추가 흡수할 수 있는 구조였다.
“집이라는 게 처음에 좀 넉넉하게 지어도 살다 보면 결국 좁다고 느껴지잖아요? 그런 거 생각해서 적어도 열 배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지요. 지금 당장은 시간이 없으니까 대충 짓고 들어가 살아야 하지만요.”
좀 넉넉하게 짓는 거라고? 서초구보다 넓은 저택부지가?
김주원은 얼이 빠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표정을 수습하고 스마일을 유지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속삭였다.
이게 바로 이 고객님의 니즈다…… 원츠다…….
“저는 백화점을 이곳에, 이런 식으로 지을 생각입니다.”
김주원은 즉석에서 캐드 프로그램을 켜고 간단하게 건물 구조를 그려 나갔다. 큰 틀만 잡아나가는 그림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실력이 녹아 있는 게 보였다.
갑작스러운 미팅 자리에서 캐드로 건물 조감도를 그려내는 재벌 2세라니.
직접 보고 있는 류이한도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VVIP만을 위한 명품관을 이쪽에 두고, 그 외곽은 야외 라운지로 처리를 해서 전망을 산뜻하게 꾸미겠습니다. 고객님의 사택 쪽으로는 백화점 출입시설을 두지 않을 겁니다. 그럼 다른 일반 고객들 때문에 주변이 번잡해지는 일은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여기에 오로지 고객님만을 위한 전용 출입구를 두고,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용 출입구는 트레일러도 드나들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가 가끔 트레일러 몰고 다닐 때도 있어서요.”
슈퍼카만 몰고 다닐 것 같이 생겼는데, 웬 트레일러?
하지만 김주원은 이제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럼요. 탱크를 운행해서 오셔도 불편함이 없도록 안락한 전용 출입구를 만들어놓겠습니다.”
“역시 시원시원하시다니까. 문 여사님이 애지중지 하시는 자제분답습니다.”
“하하, 언제고 저희 어머니와 어떤 인연을 맺었는지 한 번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분하고는 전…….”
전생이라고 말할 뻔하려다가 유지웅은 가까스로 입을 다물었다. 이래봬도 그 정도 생각은 할 줄 안다?
“설계비용, 공사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아시아, 아니 세계 최고의 백화점을 만들어 주세요. 향후 100년……은 좀 오버고, 10년 정도는 다른 백화점들이 감히 추월하겠다는 엄두도 나지 않게요.”
유지웅은 전전 시간축의 기억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쇼핑 시설뿐만 아니라 문화레저시설, 최고급 호텔 투숙 시설,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공원 유원지 같은 시설까지 결합한 형태로 했으면 좋겠군요.”
“디즈니 월드는 어떻습니까?”
그 순간 김주원이 손뼉을 짝 쳤다.
“백화점과 호텔, 문화레저, 디즈니 월드까지 모두 총망라하는 여가문화의 총체적 형태로 꾸미면 되겠군요!”
“역시 김주원 사장님이셔.”
유지웅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사실 지금 말한 것은 전전 차원에서 김주원이 추구했던 백화점의 궁극적 완성체였다. 비록 그 위대한 끝을 보지 못하고 이곳 차원까지 흘러들어왔지만, 이곳에서라면…….
“고객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유지웅은 왠지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 자신을 깊이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
“제니스 컴퍼니는 기본적으로 모든 입주자에게 일정 기간 토지나 건물, 시설 등을 제공하고 그 임대료를 받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겁니다. 물론 그 임대료는 기존 시장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될 겁니다.”
상가 및 주거 입주자들에게 부지나 건물을 제공하는 목적은 원활한 활성화와 관리를 위해서지, 임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임대 이익은 애초에 전혀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 땅 빌려줘서 돈 벌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르메어 백화점의 경우 준공 이후부터 불하 기간을 계산하게 될 겁니다. 기본 계약은 15년, 그 이후에는 10년 단위로 재계약을 할 겁니다. 월 사용료는 1제곱미터당 2만 원 정도로 책정이 될 겁니다.”
“그건 너무 저렴한 게 아닌가요? 그 백 배 이상을 받으셔도 충분하실 텐데요.”
“땅 빌려줘서 임대 수익이나 거두려고 제니스 타운을 세운 게 아니니까요. 토지 불하는 제니스 타운가 전체적으로 건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목적 하에서 이뤄질 겁니다.”
85제곱미터에 170만 원이라니.
제니스 타운의 성장 가치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임대료였다. 물론 전체 면적을 생각하면 임대료의 절대적인 액수 역시 어마어마하겠지만, 면적 대비 액수로 보면 거저나 다름없다.
하물며 엄청난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백화점 아닌가. 김주원의 말대로 백 배 이상을 받아도 거뜬한 것이다.
“그리고 아직 허허발판이니 만큼…… 일단 조그맣게 가건물이라도 먼저 세우고 영업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제가 물건 좀 사려고 해도 살 만한 곳이 없어요. 그렇다고 매번 부산까지 왔다 갔다 하기가 좀 그래요.”
“광주 쪽에도 저희 지점이 있습니다만.”
“가봤는데 살 만한 게 전혀 없더라고요.”
“죄송합니다.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그러니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가건물이라도 하나 세워서 제가 편하게 쇼핑 좀 할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백화점 계좌 번호 좀 알려주시겠어요?”
“백화점 계좌 번호를요?”
“네, 고객이 물품 구매 같은 거 할 때 쓰는 계좌 같은 거 있을 거 아니에요? 그거 좀 알려주세요.”
“있긴 합니다만……. 잘 쓰이진 않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김주원은 핸드폰을 뒤적거려서 백화점 영업 계좌를 찾아냈다.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결제를 받는 용도로 쓰는 계좌였다.
계좌번호를 확인한 유지웅은 스마트폰을 들어 모바일 뱅킹을 조작한 뒤 말했다.
“일단 백화점에 쇼핑에 쓸 돈 입금했습니다. 선입금이니까 나중에 제가 쇼핑할 때마다 차감하세요. 아마 일 년 못 돼서 다 쓸 것 같긴 하지만…….”
“정말이십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러니까 백화점에서 쓸 돈부터 먼저 줬다 이건가?
김주원은 영업계좌에 들어가서 입금액을 확인했다가 순간 굳어버리고 말았다.
동그라미 개수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5, 5조 원을 입금하신 겁니까?”
“가장 적게 쓸 때 기준으로 보통 그 정도 썼던 거 같아요. 아무튼 일 년 안에 다 쓸 것 같으니까 가영업부터 빨리 빨리 시작해주세요.”
작년 르메어 백화점 강남점이 한해 매출 1조 7,620억 원으로, 단일 지점으로서는 최고점을 찍었다.
그런데 ‘아직 짓지도 않은’ 르메어 제니스 타운점이 5조 원의 매출을 올려 버렸다. 심지어 카드도 아닌 현금 매출이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 한 통화만 하고 오겠습니다.”
“그러세요. 지금 바로 가건물 영업부터 하라고 지시하려는 거 맞죠?”
“예, 맞습니다. 역시 고객님은…….”
김주원은 감동한 눈으로 바라봤고, 유지웅은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잠시 자리를 비운 김주원은 휘하 임원들에게 모든 업무를 뒤로 밀어두고, 지금 즉시 제니스 타운에서 영업을 시작할 준비부터 하라고 엄포를 내렸다.
“조금 전 입금된 5조 원은 고객님께서 한 해 동안 쓰실 예정인 쇼핑 대금을 흔쾌히 먼저 주신 겁니다.”
「히익! 정말입니까, 사장님!」
“아직 짓지도 않은 지점에서 벌써 매출 5조 원이 발생한 거라고요. 이게 얼마나 중대하고, 또 시급하게 임해야 할 일인지 다들 인지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고객님과 미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가봐야 합니다.”
짧게 통화를 끊은 김주원은 다시 유지웅한테 돌아왔다.
그는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모든 것은 고객님의 뜻대로 이뤄질 겁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짓지도 않은 백화점에서 5조 원치 쇼핑 대금부터 쓰는 고객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생각은 빠르게. 하지만 행동은 더 빠르게.
김주원은 유지웅과 미팅이 끝나자마자 제니스 타운의 공사현장에 하청으로 투입해 있는 몇 몇 국내 중소건설회사와 협의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즉시 백화점 조립식 가건물 착공을 시작했다.
“인테리어는 최대한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으로. 어차피 가건물이고, 중요한 건 시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객님은 이 험난한 오지에서 쇼핑할 곳이 없어 괴로워하고 계신다.”
멋진 인테리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단 이용 가능한 시설부터 세우는 것이다.
조립식 건물은 역시 위대했다. 한 달 남짓 걸려서 그럭저럭 쓸 만한 5층짜리 임시 건물을 만들 수 있었다.
화장실과 카페 등의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물론, 장을 볼 수 있는 지하 대형 마트도 갖출 수 있었다.
약식 규모이긴 하나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백화점이 무려 한 달 만에 만들어졌다.
김주원은 모든 업무를 뒷전으로 미루고, 제니스 타운 임시 지점의 준공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가건물만 짓는다고 끝이 아니었다.
여러 매장들의 입점 배치, 그리고 고객이 실제로 이용했을 때의 편의성들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했다. 오로지 유지웅을 직접 만나본 김주원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첫 영업개시일이 되었고, 김주원은 정중히 유지웅을 초대했다.
지루한 결정체 생산 작업에 열중이던 유지웅은 흔쾌히 초대에 응했다.
정효주와 함께 백화점 임시 건물을 찾은 유지웅은 김주원의 안내를 받으며 내부를 둘러보았다.
“조립식 건물이고 또 서두르다 보니 아무래도 내부 인테리어가 여러 모로 누추합니다. 그 점은 차차 보강하겠습니다. 그리고 본건물 설계 작업도 이미 들어갔습니다.”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합니다. 한 달 밖에 안 됐는데 이런 시설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대단하군요. 무엇보다 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주셨습니다.”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고객님께서 하루 빨리 쇼핑으로 인한 불편함을 더셔야 하니까요.”
“근데 명품관은 아직 몇 개 안 들어왔네요?”
“죄송합니다. 아직 협의와 설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지금은 에르메스 매장 하나만 겨우 들어왔습니다.”
“거기로 가죠. 매장 직원들 조기 퇴근시켜줘야겠어요.”
“조기퇴근이요?”
그리고 김주원은 조기 퇴근 시켜준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았다.
단 한 명의 고객에 의해 팔 물건이 없어졌으니, 오늘 하루 그들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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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짓지도 않은 백화점이 이미 올해 1등을 따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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