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66)
1066 < — 크리스탈 코인 — >
한달음에 제니스 타운까지 내려온 김지원은 KTX에서 내리자마자 빠르게 역을 나섰다.
그런데 정문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빰- 빠라빰빰! 빰- 빠라빰빰빰!
“축하합니다!”
사방에서 폭죽이 터지며, 성대한 음악이 울렸다. 수십 명으로 구성된 교향악단이 자리를 잡고, 성대한 축가를 연주하고 있었다.
“축하합니다!”
요란한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양쪽에 선 환영 인파를 얼떨떨한 눈으로 바라보던 김지원은 그제야 발밑에 깔린 붉은 카펫을 발견했다.
카펫은 계단을 타고 저만치 도로까지 길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카펫의 끝에는 검은 광택을 자랑하는, 흉악스러우리만치 긴 동체를 자랑하는 차량 한 대가 서 있었다.
“제니스 타운에 잘 오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웃는 낯으로 그를 에스코트했다.
김지원은 얼이 빠진 채, 그를 따라 레드 카펫을 걸었다. 사방에서 쉴 새 없이 플래시가 터지며,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필름에 담았다.
육중한 리무진의 문이 열리고, 성대한 축가를 들으며 차에 오를 때까지 얼떨떨했다.
부드럽게 출발한 리무진은 목적지에 내려섰고, 여전히 멍한 채로 차에서 내린 김지원은 볼 수 있었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을 맞아주는 유지웅을.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가느다란 셀카봉 끝에 매달린 육중한 방송 장비를 본 순간, 김지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왈칵 치솟았다.
그는 유지웅을 향해 힘차게 뛰었다.
“지웅이 형님!”
결정체 파편을 10억 원에 매입하는 장면은, 실시간 시청자가 무려 1억 명을 넘어설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끌어 모았다.
유지웅은 마치 훈장을 수여하듯 엄숙한 몸짓과 예법으로 결정체 파편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한 장의 증서와 조그만 카드 케이스를 내밀었다.
“이 증서는 김지원 동생이 내 저금통, 아니 제니스 컴퍼니 자산에서 10억 원까지 인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증명서입니다. 이 카드를 사용하면 전국 어느 금융기관에서든 자유롭게 인출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카드에는 선명하게 ‘제니스 저축은행’이라는 상호가 찍혀 있었다.
―제니스 저축은행?
―지웅이 형님이 언제 은행까지 설립하셨나?
―내가 지금 조회하고 옴. 찾음. 지웅이 형님이 저축 은행 설립하셨네. 자본금 1조 원에 예치금이 1,000억 달러가 넘네. 세상에 헐…….
―아, 미국에서 받은 돈 보관하려고 은행 만드셨구나.
―아니, 무슨 본점 하나 달랑 있는 저축은행의 예치금이 1,000억 달러가 넘는 게 말이 돼?
유지웅은 김지원에게 10억의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제니스 저축은행에 10억짜리 통장을 그의 명의로 개설해주었다. 언제든 찾아 쓸 수 있게끔 편하게.
김지원은 감격한 표정으로 증서와 카드를 받아들었다.
“지원 동생, 10억의 자산가가 된 소감이 어떻죠?”
“어, 얼떨떨합니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뭔지, 혹시 지금 내가 상상하는 그건가요?”
“네, 맞습니다.”
김지원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외쳤다.
“앞으로 후원금을 더 많이 팍팍 쏘겠습니다!”
유지웅은 표정의 변화 없이, 박수를 천천히 쳤다.
“아주 좋아요. 그런 자세, 정말 바람직해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웅이 형님!”
“후원금 많이 쏘는 건 좋은데, 밥 사먹을 돈에서 써요. 집 살 돈이나 장가 갈 돈에서 쓰진 마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까, 지원 동생?”
“물론입니다, 형님!”
서른 중반의 남자가 스무 살짜리(그렇게 알려져 있다) 남자 앞에서 씩씩하게 형님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니.
결정체 파편 매입 장면이 생생하게 방송되는 그 순간, 제니스 컴퍼니 문의게시판에는 봇물 터지듯이 문의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도 결정체 파편을 얻었습니다.」
「저도, 저도요. 이거 결정체 파편 맞죠? 저도 10억 주나요?」
「결정체 파편 들고 지금 제니스 타운 가면 되는 건가요?」
그 모든 문의글에는 빠른 속도로 친절하게 답변이 달렸다. 사람들은 유지웅이 몸이 여러 개가 아닌가 하고 착각했다.
―사진으로 보건데 이건 10억 정도까진 아닙니다. 한 3억 정도 가치가 있는 물체 같은데, 자세한 건 직원을 보내서 감정을 해봐야겠습니다.
―이건 5,000만 원 정도 할 것 같네요.
―이건 5억 5,000만 원 정도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직접 감정을 해봐야겠습니다. 직원을 보내서 감정을 해드리죠.
10억짜리 결정체 파편은 그 뒤로 나오지 않았다. 작게는 몇 백 만원에서 크게는 수 억 정도의 가격이 매겨졌다.
10억의 일확천금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크게 아쉬워했지만, 아무리 싼 것도 몇 백 만 원 이상은 했기에, 1,000원을 주고 작물을 구입한 것에 비하면 황금을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었다.
10억짜리 첫 결정체 파편이 발견되고 약 일주일 동안, 2,850여 명의 사람들이 결정체 파편을 얻었다며 제니스 컴퍼니에 신고했다.
제니스 컴퍼니는 그들의 집으로 직접 직원을 보내 감정을 한 후, 그 자리에서 저축은행 계좌를 발급해서 매입 대금을 입금해 주었다.
세상에는 때 아닌 결정체 작물 재배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잘만 터지면 10억이다! 5등해도 수백 만 원!”
당첨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을 뿐더러, 일단 당첨되기만 하면 꼴찌여도 최소 수백 만 원이다. 이런 복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일확천금을 멀리하는 이들도 ‘당첨 확률’을 보고 너도 나도 결정체 작물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12세 이상의 대한민국 사람들 95% 이상이 결정체 작물을 구입했다.
“전 국민 매수 작전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군.”
유지웅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저축은행 개설 계좌 수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류이한은 조금 질린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굴뚝같은 눈치다.
“왜 그러시죠?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아닙니다. 조금 이상한 게 있어서요. 하지만 제 착각이겠죠.”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거듭 머뭇거리던 류이한은 유지웅이 연거푸 재촉하자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제가 처음에 결정체 파편을 판 사람들 5,000명 중 500명 정도를 표본으로 뽑아서 검토를 해봤는데요. 묘한 공통점이 보여서 그렇습니다.”
“호오,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신 거죠?”
지금 분명히 그랬다. ‘발견하신’이라고. 마치 자신이 뭔가를 숨겼는데, 그걸 찾아낸 걸 기뻐하는 사람처럼.
“먼저 그 500명 중에 전과 이력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처분자도 없었지요.”
“그거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우리나라 인구가 몇 명인데, 무작위로 500명을 뽑았더니 모두 비전과자더라 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대부분 사회적으로 성실하고, 약간의 금전적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연히 집안은 평범하거나 가난한 편이고요.”
“그것도 당연한 거고요.”
“그래서 제가 표본을 5,000명 전원으로 늘렸습니다. 그런데도 그 공통점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흐음.”
유지웅은 이제 숫제 재미있다는 표정까지 짓고 바라보고 있었다. 류이한은 자신이 찾아낸 공통점이 결코 우연으로 만들어진 게 아님을 확신했다.
저 표정을 봐! 저 짓궂은 악동의 미소를 보라고! 저것보다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어!
“게다가 수억 이상의 큰 금액을 얻은 이들은 돈에 대한 절실함이 크고, 또 심신의 성실함 척도가 높았습니다. 갑작스럽게 얻은 거액으로 인생을 탕진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삶을 한 단계 위로 진화시킬 만한 의지력과 판단력을 지닌 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류이한 사장님 말씀은, 제가 결정체 작물을 사간 이들의 인적사항과 인성, 환경, 기타 조건들을 모두 전수 조사한 다음, 이 사람이 필요로 할 만한 가격을 책정하고, 그리고 그들의 결정체에 일부러 결정체 파편이 열리게 하여, 그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구실로 삼았다는 말씀이십니까?”
자신이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려던 의심을 유지웅이 너무나 태연하게 입에 올리자, 류이한은 얼이 빠졌다.
“그,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이렇게 말하면, 뭐가요?”
“……제가 할 말이 없잖습니까.”
“아, 그건 죄송.”
유지웅은 진심으로 미안한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류이한을 차분히 주시했다.
“아무튼 지금 류이한 사장님은 제가 그런 짓을 했다고 의심하시는 거군요.”
“……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한두 명이라면 모를까, 수천 명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입니다.”
“한두 명은 우연이지만, 수천 명은 우연이 아닌 의도라……. 왠지 그 말이 마음을 울립니다.”
유지웅의 미소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그 짙은 웃음에 류이한은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왠지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상한 말을 꺼낼 것만 같다. 그런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사장님의 상상력은 너무 계산적이고, 빈약합니다. 수천 명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을 왜 그런 식으로만 해석하시죠?”
“그럼 다른 의도가 있습니까?”
“의도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인간의 의도가 아닌, 대자연이 만든 의도가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네? 그게 무슨…….”
“이건 진짜 비밀인데요. 잘 들으세요.”
유지웅은 갑자기 입을 가까이 가져오며, 목소리를 잔뜩 낮춰서 말했다. 마치 누군가가 도청이라도 하는 것을 염려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류이한도 침을 꿀꺽 삼키며, 이어질 말에 귀를 기울였다.
“결정 에너지는 착한 사람이 키우는 작물에서 잘 맺힙니다.”
“……네?”
순간 류이한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입을 벌리며 바라보지만, 유지웅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결코 장난이나 농담을 하는 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진짜에요. 착하고 성실한 사람, 법 없이도 잘 사는 사람일수록 그 선량한 마음에 반응해서 결정체 작물이 결정 에너지를 축적해 형체를 만드는 겁니다.”
“의, 의장님. 그런 말도 안 되는…….”
“보세요. 제가 그럴까 봐 결정체 생성 원리에 관해서 말을 하지 않았던 거예요. 지금 당장 의장님만 해도 믿지 못하고 계시잖아요.”
류이한은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이거 진짜야? 이렇게 말이 안 되는데? 저런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한다고?
“저도 원리는 알 수 없어요. 그저 현상을 이용하는 것일 뿐. 추정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현상 검증을 통해, 최윤 소장님은 확신에 가까운 가설을 세웠습니다.”
“하…… 하…… 하지만…….”
“선한 인간에게서는 범죄자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애들과 전혀 다른 생체 전자기파가 나옵니다. 물론 그것은 아주 미약한 차이이며, 다른 사물이나 힘의 작용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무의미한 것이나 다름없는 차이가, 결정체 작물에는 아주 중대한 영향을 끼치죠.”
“그럼 의장님 말씀은, 착한 사람이 키우는 결정체 작물일수록 더 많은 결정 에너지를 축적한단 말입니까?”
“네, 일단 그렇게 추정합니다.”
“그럼 지금 의장님이 대량으로 생산하시는 결정체는 대체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유지웅은 태연히 반문했다.
“저만큼 법이 쓸데없는 사람이 지구상에 어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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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다.
틀린 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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