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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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당첨금 39억 달러.
전회의 유일한 당첨자인 유지웅이 당첨금을 수령하지 않고 당첨 용지를 찢어버려서 이월된 덕분에, 이번 메가밀리언 복권의 당첨금은 39억 달러로 늘어났다.
일주일 만에 1등 당첨금이 18억 달러나 누적된 것은 유지웅이 방송에서 6개의 번호를 찍어준 덕분이었다.
수천 만 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했고, 또 유튜브에도 올라온 덕분에 그 방송 내용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유지웅이 메가밀리언에 당첨되고도 그 자리에서 시원하게 당첨 용지를 찢어버린 것, 그리고 번호 6개를 불러주며 다음 메가밀리언에서 건승을 빈다고 말한 것.
그 때문에 미국 전역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메가밀리언 광풍이 불었다. 너도 나도 유지웅이 불러준 번호로 복권을 산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일가까지 복권을 샀다는 말이 나돌면서 복권 광풍은 더욱 열기를 띠었다.
그리고 마침내 추첨일이 열렸다.
“41!”
“44!”
“1!”
“22!”
“33!”
“마지막으로, 메가볼 넘버만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주일 전 유지웅 의장이 예상한 번호 중 5개는 모두 일치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결과입니다! 과연 유지웅 의장은 남은 하나의 번호마저 모두 맞힐 수 있을까요!”
최후의 메가볼 넘버가 확정된 순간,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커다란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메가볼 추첨 아나운서는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멘트를 쳤다.
“놀랍습니다! 마지막 번호까지 모두 일치했습니다! 유지웅 의장은 사실상 2회 연속 메가볼 1등 번호를 맞춘 것이나 다름없는 위업을 쌓았습니다!”
“추첨방송을 보고 계시는 신사숙녀 여러분, 저희 메가밀리언은 결코 조작 따위를 하지 않으며, 조작이 불가능한 추첨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 치의 거짓이나 조작이 가해지지 않은 진실입니다!”
유지웅은 그렇게 빛이 되었다.
이번 메가밀리언 복권은 여러 가지 기적적인 기록을 낳았다.
먼저 1등 당첨번호를 두 번 연속으로 맞힌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 사람은 1등 당첨금을 잔금 따위로 취급할 수 있을 만큼 세계 제일의 부호이며, 21억 달러나 되는 당첨금을 수령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 회차 당첨 번호를 예측했다는 것이다.
그 당첨 번호까지 연달아 맞힌 점, 그리고 그 당첨 번호를 믿고 복권을 구매한 사람이 무려 1억 5,000만 명이 넘는다는 점도 엄청난 대기록이었다.
“가만, 당첨금이 39억 달러인데 당첨자가 1억 5,000만 명이 넘는다면…… 이거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대충 한 명 당 26달러씩 돌아가겠네. 이것도 참 앞으로 다시없을 기록일 거야. 메가밀리언 1등 당첨금이 26달러 밖에 안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3억 200백만 분의 1의 확률을 뚫고 1등을 거머쥔 미가 1억 5,000만 명 이상.
39억 달러의 당첨금은 대충 26달러씩 쪼개져서 그들 전원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기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대기록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1등의 잭팟을 기대한 사람들은 26달러 밖에 안 되는 당첨금에 무척 허탈해했지만, 적어도 한 가지 신념만은 굳어지게 되었다.
“빅브라더는 역시 옳았어.”
“그래, 1등 당첨 번호를 정확하게 짚어냈지.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빅브라더가 메가밀리언 추첨 시스템에 몰래 개입을 해서 조작했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빅브라더는 그럴 만한 분이 아냐.”
“맞아. 몇 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빅브라더에게 메가밀리언 따위는 그냥 푼돈에 지나지 않아. 뭐 하러 빅브라더가 자기 명예를 떨어뜨리면서까지 그런 푼돈에 불법을 저지르겠어?”
유지웅의 정확한 예측에 전 세계는 전율했다.
“메가밀리언 1등 번호를 두 번 연속으로 맞힐 확률은…….”
“9경 1,204조 분의 1이지. 그냥 0이라고 하자.”
“정말 말도 안 되는 확률이네.”
“난…… 지웅이 형님의 그 여유로운 태도가 놀라워. 방송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자기가 1등 번호를 뽑아놓았다는 걸 알고 있는 듯한 그 태연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방종 전에 번호를 줄러주며 다음 복권 때 건승을 빈다는 그 느긋함……. 지웅이 형님은 두 번 연속 자기가 당첨 번호를 맞힌다는 것에 일말의 의심조차 없으셨던 거야.”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걸까? 물론 지웅이 형님한테 20억, 30억 달러는 돈도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9경 1,204조 분의 1의 확률을 맞힐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지웅이 형님은 정말 신이 아닐까?”
유지웅에 대한 세계 시민들의 경외감은 그렇게 또 한층 깊어져 갔다.
한편 금괴 42톤의 거래를 무사히 마친 백악관은 딱딱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이번에도 유지웅 때문이지만, 예전과는 다른 추정 하나가 섞어 들었다.
“설악마스터는 유지웅 의장을 간접적으로 후원하는 게 아닌, 평소에도 밀접한 상호관계를 맺으며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겨우 금괴 42톤을 구하기 위해 우리 미국과 설악마스터와의 거래선을 이용한 것 자체가 그 증거입니다. 틀림없습니다. 유지웅 의장은 언제 어느 때든 설악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번 메가밀리언 사건…… 어쩌면 설악마스터의 다른 노림수가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고문 자격으로 참석한 물리학과 교수가 불현듯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고, 그것은 트럼프의 관심을 끌었다.
“다른 노림수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거요?”
“상식적으로 9경 1,204조 분의 1의 확률을 아무렇지 않게 맞힐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설악마스터가 개입한 겁니다.”
“개입했다면, 어떻게? 메가밀리언 추첨 과정에 개입해서 조작이라도 했단 말이오?”
말을 꺼낸 교수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하고는, 다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저는 설악마스터가 우리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번 일을 벌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과시, 혹은 무력시위일 가능성이 큽니다. 복권 추첨 조작 개입 따위가 아니겠죠.”
“그럼 뭐요? 설악마스터가 우리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능력이…….”
“미래 예측. 혹은 확률 통제.”
“…….”
“…….”
곳곳에서 소리 없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짧은 두 단어지만,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는 절대 예사롭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 인류의 지식과 능력으로는 아득히 닿을 수 없는, 그야말로 신에 범접하는 무언가.
머리가 하얗게 변한 노회한 교수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메가밀리언 사태가 가능하려면 세 가지 경우뿐입니다. 추첨을 조작하거나, 확률을 통제하거나, 미래를 예측하거나.”
“……계속해 주시오.”
“설악마스터가 우리 미국에 무력시위를 하고자 한 거라면 첫 번째 추정은 자연스럽게 탈락입니다. 그럼 남은 두 개 뿐이죠. 확률을 통제해서 두 번 연속 당첨 번호를 일치시켰거나, 아니면 미리 미래를 볼 수 있었거나.”
“교수는 어느 쪽이라 생각하시오?”
“그건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쪽이든 간에, 설악마스터의 진짜 능력은 우리 미국이 상상하던 것을 아득히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불현듯 설악마스터가 유지웅을 놓고 했던 말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절대적인 선…….’
지금까지 유지웅의 행보를 보면 절대적인 선까지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설악마스터가 유지웅의 까마득한 미래를 보고 내린 평가라면?
‘설악마스터는 오래 전부터 유지웅 의장을 후원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를 보고 절대적인 선인이라 판단하는 게 가능할까?’
말이 안 된다.
그러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가능하다.
교수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설악마스터는 우리에게 그만한 자기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굳이 경품 상품으로 금 42톤을 내걸고, 방송이 끝난 이후 굳이 그만큼의 금을 추가로 거래한 겁니다. 우리 미국이 정확히 알아야지만이 설악마스터의 의도가 곡해되지 않을 테니까요.”
“자기가 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절대로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라?”
“혹여라도 우리 국내 사정이 변해 유지웅 의장에게 해를 끼치거나 꼼수를 부리는 걸 원치 않은 거겠죠. 설악마스터로서도 우리를 배려한 셈입니다. 우리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예방 주사를 놓은 겁니다.”
“확률 통제…… 미래 예측…….”
다른 참모들도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트럼프 역시 교수의 추측에 아무런 의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부정하기에는 근거가 없고, 그래야 할 이유가 없을 만큼 합리적인 추측 아닌가.
트럼프는 눈을 들어 교수를 응시했다.
“그쪽 교수의 이름이 뭐요?”
“휘버입니다. 핵물리학자입니다.”
트럼프는 그를 기억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범석아, 어떠냐?”
21억 달러짜리 당첨 용지를 찢어서 태워버린 것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종료한 후, 유지웅이 물었다. 김범석은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한 태도로 몸을 바짝 엎드렸다.
“주인님은 정녕 위대하십니다. 경제 그 자체라고 하신 말씀을, 이제야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지웅은 흐뭇해서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한껏 근엄하게 꾸민 채 물었다.
“다음 주 추첨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 한 번 맞춰 보거라.”
“의심할 여지없이, 주인님이 불러주신 번호가 1등으로 당첨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너도 어서 가서 복권을 사야 하지 않을까?”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어째서?”
그제야 김범석은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경건함을 품고 유지웅을 올려다보는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미 주인님의 계시를 받은 어리석은 이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어서 그 번호로 복권을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장만 사지 않고 있는 돈을 털어서 살 테지요. 결과적으로 복권 당첨금은 최소 1, 2억 명이 나눠 갖게 될 테고, 그 당첨금은 그들이 복권을 사는데 쓴 돈보다 적을 게 분명합니다.”
“오호라. 영특하구나.”
“복권을 사는 것 자체가 손해 보는 행위가 될 텐데, 굳이 복권을 사야 할 이유가 없지요.”
“모두가 너처럼 생각을 하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저처럼 생각을 하면서도 대세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복권을 사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저는 감히 궁금합니다. 어째서 주인님은 그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번호를 알려주신 겁니까?”
“그냥 한 번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떤 경험을…… 아!”
김범석은 큰 깨달음을 얻은 듯이 멍한 표정이 되었고, 유지웅은 기특하다는 듯이 눈을 마주친 채 끄덕였다.
“1등에 당첨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가급적 많은 이들에게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다음 복권 추첨은 전 세계적인 축제가 될 거다.”
“주인님!”
김범석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머리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