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6)
00116 녹서스의 돌은 어디에? =========================================================================
“나 뭔가 좀 이상해.”
정효주가 불쑥 그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의 위에서 한창 신나게 방아를 찧고 있던 그가 의아해서 멈췄다.
“뭐가?”
“모르겠어. 몸이 좀 뭔가 이상한 거 같아.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부터 계속 그래.”
“어디 안 좋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막 힘이 넘친다고 할까?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걱정하지 마. 오늘도 안 재울 거니까.”
하얀 팔이 뻗어오며 그를 껴안았다. 입술이 닿고 서로의 혀가 깊숙이 엉켰다. 끈적하게 비벼지는 하반신에서 달콤한 쾌락이 올라온다. 그녀의 살결은 미치도록 좋다.
입술을 살짝 떼고 그녀가 속삭였다.
“나도 오늘 자기 싫어.”
그녀의 안에 박힌 채 단단해져 있던 물건이, 그 한 마디에 더욱 발딱 섰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다. 공포가 성욕을 증가시킨다는 게 맞는 가설이긴 한 모양이다. 유지웅은 정효주를 보기만 해도 몸이 달아올랐다. 그녀를 보는 순간 칼리타에 먹히던 장면이 겹쳐지며 동시에 성욕이 끓어오르곤 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는지, 둘은 틈만 나면 서로 껴안고 뒹굴어댔다. 체력이 달려서 삽입 섹스가 안 되면 그냥 알몸으로 껴안고 부비적거렸다. 그러다가 물건이 일어서면 또 한 몸이 되어 체온을 나눴다.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내려찧던 그가 이윽고 몸을 부르르 떨며 파정했다. 땀에 젖는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가 갈라진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으…… 아파.”
“벌써 아프니?”
“이제 나오지도 않아. 쌀 때 지릿하고 나가는 느낌 밖에 없어.”
그녀가 쿡쿡 웃었다. 붉은 혀가 그의 귀를 할짝거렸다. 나지막한 음성이 유혹하듯이 속삭인다.
“어쩌지? 난 좀 더 쥐어짜고 싶은데.”
“후…… 후후. 내가 질 줄 알고?”
쓸데없는 경쟁심에 불이 붙었다. 결국 둘 다 한숨도 못 잤다. 그런데 정효주는 무척이나 쌩쌩해 보였다. 그는 그게 분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3차 레이드 대상으로 설정한 레드 몹, 황금사자독수리를 잡을 때였다. 처음 사냥하는 레드 몹인지라 제니스 공격대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투입했다. 그런데 레이드가 하품 나오게 쉬웠다.
“쟤 왜 저래요? 왜 도망만 가요?”
“그러게요.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아니면 레드 몹 치고 정말 약한 녀석이라던가…….”
황금사자독수리가 뭔가 이상했다. 정효주를 보고 달려들기는커녕 이리저리 도망가기 바빴다. 그녀가 칼을 높이 치켜들기만 해도 몸을 움츠리곤 했다. 뱀을 보고 얼어붙은 개구리 같았다고 하면 적절한 비유가 되리라. 덕분에 어그로 걱정 없이 딜러들은 신나게 딜을 했고, 레드 몹 레이드치고 별 탈 없이 사냥을 마쳤다.
오히려 대원들이 얼떨떨했다. 아무리 제니스 공격대가 강력해졌다지만, 레드 몹 레이드가 무슨 옐로 몹보다 더 쉬워서야 이상하지 않은가? 편해서 좋긴 하다만 너무 쉽게 잡히니 오히려 불안했다.
“저거 허약체 아니에요? 그럼 결정도도 낮게 나올 텐데…….”
대원들은 그렇게 우려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우려였다.
“6,500억입니다.”
결정체는 정상 가격으로 나왔다. 대원들은 의심을 놓지 못하면서도 일단 안심했다. 혹시나 결정체 가격이 막 100억 이하로 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이상한 녀석이네. 아무튼 다음 녀석도 저랬으면 좋겠다.”
IACP 직원들과 거래를 마친 유지웅은 아직도 멍하니 서 있는 정효주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효주야? 뭐해?”
“으, 응?”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만 가자.”
“……응.”
그녀는 뭔가 정신을 딴 데 둔 것처럼 보였다. 결정체를 인계하고 돈 분배도 마친 유지웅은 귀가에 올랐다.
운전대를 잡은 채로 그가 투덜거렸다.
“미국 놈들이 자꾸 만나자고 해서 귀찮아 죽겠어. 만나서 무슨 말을 하려고? 염치도 없는 것들.”
미국은 녹서스의 돌이 정효주한테 흡수되지 않았을 거라고 인정하면서 사과를 해왔다. 덕분에 유지웅은 안심했지만, 한편으로는 자기들 멋대로 일을 진행했던 미국의 태도가 괘씸해서 그들의 접촉을 줄곧 거부했다.
“녹서스의 돌인지 뭔지 지들이 어디서 잃어버려놓고는 왜 우리한테 찾고 난리야? 그게 무슨 물이야? 효주 니가 칼리타한테 먹혔다고 너한테 흡수되게? 만약 흡수됐으면 어쩌려고? 해부라도 할 셈이었나? 그래놓고 이제 와서 자기들이 잘못 알았으니 화해하자?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런 자식들하곤 할 말 없어, 진짜.”
“…….”
“효주야? 듣고 있어?”
“으, 응?”
유지웅은 차를 멈추고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왜 그래, 너? 아까부터 이상하다?”
“저기…… 오늘 레드 몹 좀 이상하지 않았니?”
“이상했지. 다들 수군거리던데? 뭐 레드 몹도 몸 상태가 안 좋은 날이 있긴 한가 봐. 빌빌댄 거 보면.”
“아니야. 뭔가 좀 달랐어.”
정효주는 머뭇거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눈치였다. 유지웅도 진지해졌다.
“뭔데? 말해 봐.”
“듣고 안 웃을 거지?”
“왜 웃어. 탱킹하면서 이상한 점 느낀 거 있음 말해 봐.”
“레드 몹이 꼭 겁먹은 것 같았어. 나한테.”
“너한테 겁을 먹은 것 같았다고?”
유지웅은 더욱 진지해졌다.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야기였다.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오늘 레드 몹은 반격은커녕 공격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시종일관 피하기에 바빴다. 그게 효주한테 겁을 먹었다면 납득이 가는 행동 패턴이었다.
“왜 너한테 겁을 먹은 걸까?”
“잘 모르겠어. 저기, 어쩌면 미국이 처음 한 말이 사실 아닐까?”
“……녹서스의 돌이 너한테 흡수됐다는 거?”
정효주가 불안한 듯이 끄덕였다. 입을 다문 유지웅은 차분히 호흡을 골랐다.
“미국도 그건 아닐 거라고 인정했잖아. 휴스턴을 날린 괴수한테 흡수됐을 거라고.”
“…….”
“정말 너한테 흡수됐다고 생각해?”
“몰라. 하지만 뭔가 이상한 건 사실이야. 어떡하지?”
“어떡하긴.”
유지웅은 딱 잘라 말했다.
“몰래 검사해보자.”
“만약 정말이면 그땐 어떡해?”
“덮어야지.”
만약 정효주의 체내에 녹서스의 돌에 흡수되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그러니 남몰래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휴스턴 소멸을 은폐하려 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짓이었다. 사건 발생 후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휴스턴 소멸은 전 세계에 쫙 퍼졌다.
다만 이유는 아직 불분명했다. 여러 나라는 휴스턴 소멸의 원인 파악을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그 중 가장 그럴 듯한 추측으로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미국이 레드 몹을 상대하기 위한 신병기를 개발하다가 폭주했으리란 것이었다.
연방 정부가 소멸 원인을 공개하지 않으니 각 주에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미국 시민들은 언제 휴스턴 참사가 자기 지역에 일어날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
“연방 정부는 모든 사실을 공개하라! 공개하라!”
“시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권리가 있다!”
여러 주에서 거센 시위가 일어나며 미국은 안팎으로 혼잡했다. 그 와중에 제니스 캡틴의 생존이 알려진 건 다행이었으나, 미국이 화해의 손길을 내보이기도 전에 몰래 출국해버렸다. 주한미국 대사를 이용해서 적극 접근하고 있으나, 상대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났군.”
보고서를 읽으며 대통령이 탄식했다.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루딘 국장이 죄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대통령은 잠시 답답한 듯이 그를 응시했으나 곧 시선을 거뒀다. 녹서스의 돌이 정효주에게 흡수됐는지 확인 검사 승인을 한 것은 자신이었다.
“블랙 몹 관련 조사는 어떻게 됐나?”
“체내 결정체 에너지가 사방으로 흩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덕분에 녹서스의 돌을 회수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녹서스의 돌이 정말 블랙 몹이 집어삼킨 것인지도 조금은 의심스럽습니다.”
“그 이야기는 그만 두게. 블랙 몹이 아니라면 정효주 탱커한테 있기라도 하다는 건가?”
“…….”
“녹서스의 돌은 정효주 탱커한테 없는 걸로 판명 났네. 그리 알고 움직이지 않으면 일만 더 힘들어지네.”
루딘 국장은 입을 닫았다.
블랙 몹이 출현했던 순간, 그도 자신이 착각한 거라 생각했다. 녹서스의 돌이 정효주에게 흡수된 게 아니라 어떤 경로로 다른 괴수에게 흡수되었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블랙 몹의 출현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보자 의혹이 생겼다. 칼리타가 집어삼킨 녹서스의 돌이 다른 괴수에게 흘러들어갈 정황 따위는 없었다. 어쩌면 블랙 몹의 등장은 시기적절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을까?
‘괴수가 녹서스의 돌을 흡수해서 결정체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다면, 다른 괴수한테서 결정체 에너지를 빼앗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까지는 루딘 혼자만의 추측이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었다. 그래서 그도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저 머릿속 한구석에 의심으로 남겨놓았을 뿐.
‘제니스 메인 탱커한테 녹서스의 돌은 없다. 아니, 있어도 없다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나서면서 루딘은 주먹을 꽉 쥐었다.
‘녹서스의 돌이 정효주 탱커한테 없는 게 낫다. 만약 블랙 몹이 녹서스의 돌이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으로 생겨난 거라면 또다시 생겨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다른 이들과 달리 정효주와 유지웅은 휴스턴 참사 중심에 있었기에 소멸 원인을 생생히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도 블랙 타입이란 새로운 등급이 생긴 것은 몰랐다. 유지웅은 녹서스의 돌을 흡수해서 탄생한 특별히 강력한 레드 몹이라고만 생각했다.
레드 몹이 문제가 되는 것은 옐로 몹과 마찬가지로 재래식 무기가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핵으로만 죽일 수 있는데 그럼 피해가 너무 크다. 레이드 공격대로 레드 몹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거주민을 대피시키고 적당히 지역 피해를 감수하는 게 나을 정도니까.
보호막 능력은 레드 몹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유일무이한 능력이다. 말하자면 레드 몹으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방패이지, 인간이 인간을 공격하는 창으로는 활용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응용 병법에 따라서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으나, 인간이 같은 인간을 공격할 때에는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게 몇 십 만 배는 낫다.
미 대통령이 CIA의 암살 운운을 멍청한 짓이라고 매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한국과 적대 관계가 된다 하더라도 보호막 능력이 미국을 해할 수 있는 창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을 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암살한단 말인가? 겨우 말 안 듣는 게 기분 나빠서? 그거야말로 개그다. 말 안 듣는 놈 패준다는 ‘사소한 만족감’을 위해 미국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핵물리학자 암살 같은 건 핵 확산을 저지해서 미국의 안보를 굳힌다는 소득이라도 있지. 헐리우드 영화가 사람들 인식을 다 버려놓았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다.
“특히 휴스턴 소멸 원인이 괴수의 공격이라는 사실 때문에라도 미국은 반드시 유지웅 공격대장을 회유하고자 할 것입니다. 미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레드 몹의 위협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유지웅이 알려준 정보 덕에 한국은 휴스턴 소멸 원인을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지웅 공격대장은 미국과 어떤 이야기도 할 생각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미국이 우리 정부에 그런 제안을 한 것이죠. 유지웅 공격대장을 회유할 수 없다면 한국을 회유하면 될 테니까요.”
“음……. 확실히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야.”
책상에는 「대괴수 한미연합공조체계 구축을 위한 제안」이라는 외교 공문이 올라 있었다. 미국 국무부가 정식으로 발송한 외교 제안서였다.
레드 몹의 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한국이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대가도 있었다. 바로 미국의 아시아 동맹전선에서 일본 대신 한국을 1순위 동맹국으로 격상하겠다는 것.
그 밖에 각종 외교, 무역적인 혜택이 많았지만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일본이 일제강점에 관한 것을 정식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독도 영유권까지 일본이 더 이상 딴소리 못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일단 이해당사자를 불러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순서겠군.”
국무총리는 유지웅을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바쁘다며 호출을 거부했다. 대신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총리로서는 살짝 어이가 없었으나, 아쉬운 것은 이쪽이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유지웅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저라면 안 받아들여요.」
“그렇게 간단히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일본에 대한 전 국민의 한을 풀 수 있어요. 사과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배상도 추가로 이뤄질 것이고, 더 이상 독도 문제를 가지고 일본이 딴소리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얻는 게 엄청납니다.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미국이 그렇게 해준다는 거잖아요? 같이 팀을 짜면.」
“그렇지요.”
「그러니 안 된다는 거예요. 자기들 도와달라고 해서 먼 거리를 날아가서 도와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나라라고요. 그런 나라가 한 약속을 어떻게 믿어요?」
“미국이 억류한 것 때문에 억하심이 생긴 것은 이해합니다만, 사소한 것은 접어두고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이득이 될지를 생각하시는 게…….”
「자기들 편할 대로 말 바꾸는 배은망덕한 국가와 그런 조약 따위를 맺지 않는 게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유지웅 대장. 그렇게 일언지하로 자를 일이…….”
「말이 안 통하네요. 조약을 맺으시든 말든 저는 상관 안 합니다만, 제가 미국을 위해서 뭘 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세요. 말 안 통하는 분하고 더 이야기해봤자 제가 득될 게 없으니 이만 끊습니다. 다시는 그 이야기로 연락하지 마세요.」
딸깍.
국무총리는 끊어진 전화를 들고 멍하니 있었다.
============================ 작품 후기 ============================
나의 토스를 받아주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