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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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백호 통령은 혼자 힘으로 국가 하나를 뒤집었어. 그게 바로 탱커가 지닌 힘이야.”
대량 파괴 무기로 지역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각오가 아니라면 탱커를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시가전을 벌이는 탱커를 상대로 그런 무모한 방법을 쓸 수는 없다.
“윤기원 그 친구를 체포하려면 무조건 탱커가 있어야 돼. 사람의 힘으로 탱커를 막으려면 같은 탱커가 필요해. 아니면 근딜을 10명, 20명 이상 투입하든가. 물론 그래도 위험이 크지.”
이 자리에 반강제로 끌려나온 법무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프라임 공격대는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있지요. 물론 우리도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그, 그야 이 나라 국민이시고…….”
“제가 경찰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고 치안 공무원도 아닌데 왜 제 목숨을 걸면서까지 나서야 하는 건데요? 이거 전부 당신들이 싼 건데?”
유지웅은 혀를 차며,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윤기원이라는 양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 앞으로도 불공정한 사회시스템 때문에 인생 망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레이더 각성자들이 나올 거야. 더 이상 잃을 게 없고 억울함만 남은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나올 거 같아?”
유지웅은 두 정부 게스트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두 분은 참 운이 좋으신 겁니다. 만약 제가 윤기원 씨 입장이었다면 개인적 복수를 마치고 난 이제부터는, 가장 먼저 두 분의 목부터 땄을 거예요. 그리고 전현직 대법관들부터 차례차례 순서대로 없앴을 겁니다. 아, 어디까지나 제가 윤기원 씨 입장이었다면 그런 전략을 세우고 철저하게 사회체계 시스템을 뒤흔들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섬뜩하죠?”
“…….”
섬뜩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태연하게 웃으면서 한다는 점이 더욱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오히려 윤기원 씨는 자기 인생을 망가뜨린 사람들만 정확하게 딱 정리하고 잠수 탔잖아요. 참 다행 아닌가요?”
“의장님,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살인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장관님,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판검사가 사익을 위해 법률적 양심을 배반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
“…….”
말을 꺼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반박을 당하자 둘은 또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이러려고 자신들을 불러다가 카메라 앞에 앉혀놓은 것인가.
시청자 게시판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개인의 일탈로 봐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참 마음에 와 닿는 말이다. 역시 지웅이 형님은 말씀 한 마디를 하셔도 쏙쏙 박히게 하신단 말이지.
―나도 저런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 사실 우리나라처럼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국가에서는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하는 억울한 사람들이 참 많지. 그 사람들이 레이더로 각성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하기조차 싫다.
―대통령, 정치인, 재벌, 무슨무슨 협회장, 판검사와 변호사들…… 다들 자기 목을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모든 것은 헬조선의 엉망진창 사회 시스템이 수십 년 이상 쌓은 업보다.
―이거 모두 너희가 싼 건데 라고 지웅이 형님이 꾸짖으신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웠다.
프레임 선점은 성공적이었다.
윤기원의 살인 행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가 쌓이다 못해 터져 나온 업보라는.
“현실적인 해결책은 하나입니다. 지금부터 즉시 부정비리부패 척결팀을 만들어서 대대적으로 뒤집어 털어내세요. 분야는 가리지 말고 모든 분야에 걸쳐서 조사하세요. 정치, 경제, 사법, 사학, 운동, 예술, 범죄피해, 산업사고, 교통사고 등등 가리지 말고 억울한 피해자가 없는지 알아내서 그 피해를 모두 구제하세요.”
“의장님. 현실적으로 그것은…….”
“진작 구축했어야 할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서 윤기원 씨 같은 사람이 나오게 된 겁니다. 지금도 사회의 그늘에 숨어서 울분을 참는 억울한 사람들이 참 많을 텐데, 그 사람들이 레이더로 각성하면 어떻게 될지 감이 안 옵니까?”
“…….”
“그 사람들에게 시그널을 보내야 합니다.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모든 것을 바로 잡겠다, 그러니 조금만 참고 믿어 달라. 그런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고 또 기다림에 보답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나라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유지웅은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전 알아요. 여러분들은 그렇게 안 할 거잖아요. 평소처럼 대충 탁상공론 하면서 멱살 드잡이질 하다가 말도 안 되는 대책을 해결책이랍시고 내놓고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으면서 행복회로나 돌리고 그럴 거잖아요. 그렇죠?”
―지웅이 형님, 뼈 살살 좀 부탁드립니다. 우리 법무부 장관님이 완전히 멘탈 나가신 얼굴이잖아요.
―내가 보기엔 법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 같은데? 원래 국민들은 자기들 총체적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하잖아.
“아, 참고로 대기업 오너들한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네요. 혹시 자기 회사에 너무 억울하게 당한 근로자가 있다면 꼭 찾아가서 마음 풀어주세요. 그런 사람 중에서 제2의 윤기원 씨가 나오면 자기 목부터 위험한 거 잘 아시겠죠?”
유지웅의 발언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세계 시민들은 새삼 레이더가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당장 북한 독재 왕조 정권을 몰아내고 국가 지도자가 된 황백호 통령의 행보에 대한 재조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황 통령은 정치적 탄압을 받은 피해자의 후손이지. 사실 엄청난 인명의 피를 온몸에 묻히고 북한의 지도자가 됐어. 그 이후 주민들을 위한 온건정치를 펼치고 외국과도 활발히 교류해서 이미지가 희석된 것일 뿐, 본질적으로는 나라를 전복해서 권력을 탈취한 거야.”
“열 명을 죽이면 살인마지만, 십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자 왕이 될 수 있지. 윤기원과 황백호 통령의 차이가 바로 그거야.”
“윤기원은 사적 복수심 충족에만 목표를 두었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있어. 하지만 황백호 통령은 사적 복수 충족과 권력 장악을 동시에 추구했기 때문에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거고.”
“만약…… 윤기원이 정의 질서를 외치면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면…… 살인마 취급이 아니라 군벌 취급을 받았을 거야.”
문제는 윤기원이 끝이 아니라는 것, 앞으로 더 많은 윤기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백악관은 이 관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미국 사회학자 중에서는 유지웅과 비슷한 우려를 가지고 관련 주제를 연구하던 이들이 많았다. 결정체, 국제공격대연합, 북한의 부활 등 여러 가지 핑크빛 국제 이슈에 가려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
백악관에 초청받은 사회학자 교수들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우리 미국은 종종 총기사고로 인한 참사를 겪습니다. 하지만 반사회성을 품은 레이더 각성자가 장차 일으킬 참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집집마다 벽에 총기가 아니라 발칸포가 걸려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시면 무방합니다.”
총기가 아닌 발칸포, 혹은 그 이상의 무기가 구성원 개개인에게 자유롭게 소지가 허용된 사회.
트럼프는 단박에 그 위험성을 알아들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습니다. 황백호 통령은 국가를 전복시켰지만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었습니다. 유지웅 의장과 정효주 부의장은 자비로운 자본가로서의 마인드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담성공격대 10인은 높은 연봉에 타협하고 사회 시스템에 순응할 마음가짐이 된 이들이었습니다. 우리 미합중국의 레이크 중령은 국가와 시민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 찬 훌륭한 참군인이었습니다.”
다소 긴 설명은, 앞으로는 이렇게 운이 좋지 않을 거라는 섬뜩한 경고처럼 들렸다.
“탐욕스러운 월가의 금융가들 때문에 전 재산을 잃고 노숙자가 된 사람들 중에서 탱커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흑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사형당한 아들을 둔 부모가 딜러로 탄생한다면? 우리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정의로운 국가이기는 하나 완벽하진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사회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그늘에 갇힌 그들을 어느 정도 외면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만, 그런 낙오자가 레이더로 각성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유지웅 의장은 한국의 윤기원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보면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발언이야말로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온전히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총기 사고가 빈번하게 터지는 국가이다 보니,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위기를 받아들였다.
미국은 아직 레이크 중령 외에 어떤 레이더도 탄생하지 않았지만, 한국보다 더욱 민감하게 제2의 윤기원 사태를 예방하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유지웅의 경고 때문에 국내 여론은 급격한 반전을 맞이했다.
대중은 더 이상 윤기원의 살해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프레임으로 인식했다.
제2, 제3의 윤기원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국회와 청와대를 향해 성토를 보냈다.
“정부와 국회는 지웅이 형님 말씀대로 즉각 추진해라!”
“통합청산부서를 세워 지난 세월 동안 쌓인 적폐를 모조리 털어내라! 적어도 털어내겠다는 의욕은 보여라! 그래야 제2의 윤기원이 안 나온다!”
“제대로 일 좀 하자, 김호야!”
국내에서 유지웅의 경고를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은 의외로 담성그룹 이형원이었다.
그는 자다가도 유지웅이 방송에서 한 말이 꿈에서 나올 정도로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산재 근로자들에게 모두 확실한 보상을 했겠지?”
“물론입니다, 부회장님. 저번에 확실하게 전수조사해서 보상을 했었습니다. 단 한 명도 누락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예전에 이형원은 소모임 음주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현직 산재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했었다. 덕분에 한동안 간이 녹아버릴 듯한 음주의 괴로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때에는 보상금으로 빠져나간 돈 때문에 속이 쓰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리고 평시에는 담성공격대를 회사 경호 인력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말이 회사 경호 인력이지, 혹시라도 이형원이 습격당하지 않도록 개인 경호 인력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형원은 레이더 각성 시대가 마냥 가볍게 볼 게 아님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예전 같았으면 개미들은 아무리 짓밟아도 반항하지 못한 채 그저 죽어나갈 따름이었다. 법적 수단, 금전적 수단, 물리적 수단 등 그 어느 것도 재벌 등 기득권층에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탱커나 딜러들은 기존 사회 시스템을 무시하고 사적 보복을 가할 수 있는 비대칭적 힘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아직 사회에는 그것에 대항하거나 통제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레이더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