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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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항은 매일 같이 미어터지고 있었다. 탈모 시술을 받기 위해 날아온 원정대 덕분이었다.
제주공항을 경유해서 뱃길을 이용해 제니스 타운으로 들어오는 이들도 상당했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 공항에 내려서 배편을 이용해 들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포화 상태를 훌쩍 넘긴 국내 공항은 몸살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전남 인근 지역 경기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중 가장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은 바로 광주와 전주였다.
거제와 부산도 적지 않은 흥행을 누렸지만, 아무래도 거리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박정식 전남도지사는 무안광주고속도로 북쪽 부분을 전면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영광과 장성을 중심으로 우리 도의 모습을 아예 싹 뒤집어엎어야 해요.”
무안광주고속도로 남쪽은 어차피 제니스 타운, 즉 유지웅의 사유지라서 도청에서도 손을 댈 수 없다. 그쪽 개발은 제니스 컴퍼니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지사님, 제니스 타운이 사유지이지만 아직 많은 도민들이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니스 타운에서 개발을 미뤄둔 상권 지역도 상당하고요. 그 부분에 관한 도청 차원의 지원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니스 컴퍼니에서 우리가 괜한 간섭을 한다고 거부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지사님, 제니스 컴퍼니는 도민들에게서 땅을 사들이고도 제니스 타운에서 내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존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게 해주고, 차후 그 지역을 밀어버릴 때 제니스 타운의 주거공간을 제공한다고 약속했습니다.”
박정식 도지사는 턱을 감싼 채 진지하게 귀담아 들었다.
“심지어 목포문화거리처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지역은 개발을 하지 않고 관광자원이나 유산 차원에서 보존할 거라고 합니다.”
“그건 나도 아네만.”
“지금 관광객들이 바글거리는 상권 지역에서 우리 도민들이 열심히 생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관광객들 사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 곳에 관광지원시설이나 공공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도민들을 돕는 거라면, 관광객들도 훨씬 편하게 도내에서 관광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흠…….”
“물론 그 지역들도 다 제니스 타운 땅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우리가 유지보존을 돕겠다고 하면 제니스 컴퍼니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한 번 설득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한 번 자네가 알아봐.”
“예, 지사님.”
그날 오후 제니스 컴퍼니에서 즉각 대답이 왔다.
“지사님, 류이한 사장이 승낙했습니다.”
“오, 정말인가?”
박정식 도지사는 모처럼 좋아했다. 그래도 도정부가 남의 땅에 들어가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라 반발이 있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이렇게 선뜻 허락을 내주다니.
“해안을 중심으로 기존 밀집 거주 구역은 개발보다는 보존 차원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숙박시설을 짓든 상업시설을 짓든 관리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화끈하군. 근데 조건이 있겠지?”
“예, 어디까지나 토지 소유권은 자사에 있는 것을 분명히 하고, 우리 도에서 토지 이용권을 빌리는 계약 방식으로 일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합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당연한 것을.”
제니스 타운에 입점한 유일한 백화점, 르메어 백화점이 지불하는 토지 이용료가 형편없이 낮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유지웅은 제니스 타운의 토지 전체를 독점하되 그 이용 비용을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당연히 도청에도 합리적인 수준의 이용료를 요구할 것이다.
“대신 공사의 발주부터 시설의 관리까지 제니스 컴퍼니의 감사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음…… 조금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류이한 사장이 병적으로 부정부패를 싫어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
박정식 도지사는 그 점도 어렵지 않게 승낙했다. 보좌관은 일이 잘 풀렸음에 안도감을 느끼고, 다음 용건을 꺼냈다.
“어제 유지웅 의장님께서 약속하신 300억은 오늘 안으로 입금될 거라고 했습니다.”
“아니, 채권 발행도 안 썼는데 벌써?”
“채권 계약서는 다음 주에 시간 내서 차차 쓰자 했고, 일단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개시하라고 했습니다. 관광객들이 매일같이 몰려들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돈이라고…….”
“암, 그렇지. 하루하루가 돈이지.”
도정부는 유지웅으로부터 지자체 채권발행 형식으로 돈을 빌리기로 했다. 근데 채권을 받기도 전에 입금부터 해주겠다니, 역시 참 통이 큰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도정부에서 자기 돈을 떼먹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아니지. 유 의장은 이미 그런 자신감이 있고 없고를 따질 레벨을 훨씬 벗어났지.’
원화로 수천조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다. 300억 원이라고 해봤자 전체 자산의 십만 분의 일이나 될까?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는데, 드디어 재정부에서 돈이 입금됐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런데 보고를 위해 달려온 여직원의 표정이 이상했다.
“저어, 지사님. 돈이 입금되기는 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혹시 300억보다 모자라다거나…….”
박정식 도지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300억 원이라고 해봤자 공공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을 늘리고 상인들을 보조하는 상시 도우미 직원들을 고용하고, 그러는데 쓰다 보면 금방 떨어질 것이다.
혹시 유지웅이 돈을 덜 준 것일까? 그러고 보니 요새 제니스 타운이 잡아먹는 공사대금이 어마어마해서 버는 족족 죄다 나간다고 소문을 듣긴 했는데…….
“300억은 맞아요.”
“그럼 아무 문제없잖아. 어휴, 근데 표정이 왜 그래?”
“……300억이긴 한데 원이 아니라 달러예요, 지사님.”
“하하, 달러라고. 그럼 더 문제가 없…… 아니, 뭬야! 다, 달러라고! 300억 원이 아니고 300억 달러라고?”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던 박정식 도지사는 벌떡 놀라서 외치다 말고 넘어질 뻔했다. 옆에서 수행비서가 급히 부축하지 않았으면 팔걸이에 세게 부딪쳤을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사무실 내의 모든 시선이 쏠리자, 여직원의 표정은 한층 더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눈길을 피하지 않은 채, 입술을 꾹 깨물고 끄덕였다.
“네, 300억 달러가 도 계좌에 입금됐어요.”
“흐, 흐이익!”
“사, 삼백억 불이라고!”
뭔가 착오가 있었던가? 박정식 도지사는 어제 있었던 기억을 더듬더듬 뒤집어 보았다.
―일단 급한 대로 1,500억…… 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지금 가진 게 300억 밖에 안 돼서요. 일단 급한 대로 이거라도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의장님.
확실히 300억이라고 했었던 건 분명했다. 하지만 원인지 달러인지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은 당연히 원화를 기준으로 말했고, 유지웅은 미화를 기준으로 말한 모양이다.
‘사, 삼십 조 원이면…….’
300억 달러면 30조 원이다.
박정식 도지사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머릿속이 혼미해졌다.
무안광주고속도로 북쪽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고, 제니스 타운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창 영업 중인 일반 도민들에게도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다.
관광객 체류에 필요한 온갖 편의시설을 지어서 타지방 유출을 막을 수 있고, 식당거리를 조성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나머지 1,200억은 나중에 돈 들어오는 대로 드릴게요.
30조 원은 시작일 뿐이고, 120조 원이 추가로 들어온다.
머릿속이 어지럽고 눈앞이 뱅글뱅글 도는 것만 같다. 헛구역질까지 나오려는 것 같은데?
“지, 지사님! 정신 차리세요!”
황준규는 서울에 소재하는 K대학에 다니는 재학생이었다.
취업을 위해 착실하게 도서관을 드나들며 온갖 자격증과 영어 공부를 하고, 학점 관리에 몰두하는 평범한 대학생 중 하나였다.
오전 강의가 끝난 황준규는 친한 단짝과 함께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잠시 담소를 나눴다.
“그거 들었어? 제니스 컴퍼니가 전남 도정부에 150조 원을 빌려주기로 했대.”
“뭐? 정말이야?”
“지자체 채권 발행 방식이라고 하던데, 관광특구로 한 번 만들어보라고 지원해준 돈이라던데? 심지어 무이자란다.”
황준규는 놀라움을 가라앉히고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준 돈이면 나중에 받지도 않겠네.”
“유지웅 의장 성격이면 아마 그렇지 않을까? 채권을 계속 연장하는 식으로 고삐를 쥐고 흔들겠지.”
150조 원이나 되는 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채권의 형식을 띠고 있을 뿐, 사실상 그냥 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도정부가 유지웅의 심기를 크게 거스르지만 않으면 반영구적으로 안 갚아도 되는 돈이 아닌가.
“전남 지역이 정말 빠르게 발전하긴 하는구나.”
“그러게 말이야. 근데 유지웅 의장은 왜 하필이면 그런 허허벌판까지 내려가서 자리를 잡은 걸까? 그 돈이면 차라리 서울에서 사업을 해도 더 크게 성공했을 텐데.”
“땅 때문이겠지. 서울이나 경기도에서는 그 넓은 땅을 확보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잖아.”
“제니스 타운이 넓은 거야 알지만, 겨우 땅 좀 넓게 확보하겠다고 그 허허벌판까지 내려가서 말뚝을 박아?”
“근데 그 미친 짓이 지금 제대로 통했잖아. 제니스 타운은 벌서 상주인구가 200만 명을 넘었다던데.”
공사를 시작한지 일 년도 채 안 됐는데, 벌써 상주인구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제니스 컴퍼니 본사 및 철강사업, 결정체 재배사업, 저축은행, 도시관리사업 등에 취직된 정직원 및 그 가족들이지만.
“제니스 타운 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다들 미친 돈지랄이라고 했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그 허허벌판에 대체 무슨 그런 큰 도시를 세우겠다고.”
“제니스 컴퍼니가 땅을 전부 매입하러 다닐 때만 해도 참 돈 쓸 데가 없어서 별 지랄을 다 한다 싶었는데…….”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서울 다음 가는 도시가 됐지.”
단순히 거주인구, 유동인구만 보면 서울 다음 가는 도시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제니스 타운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금 비축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잠재력이 폭발했을 경우, 서울을 제치고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가 될 것임을 이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성호 형 알지?”
“10년째 박사 과정만 준비하는 그 형?”
“지도교수 잘못 만나서 지금 랩에서 엄청 개고생 중이잖아. 그 박봉 받아가면서.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양반이 위로는 지도교수한테 깨지고 아래로는 연상의 늦깍이 여후배한테 깨지고.”
“팔자 제대로 꼬인 형이지. 근데 그 형 이야기는 갑자기 왜?”
같은 과는 아니지만 석학박사 과정을 포함해서 학교를 거의 20년 가까이 다닌 양반이다 보니, 같이 몇 번 술을 먹은 적도 있고 어느 정도 안면은 있는 사이다.
황준규는 친구가 갑자기 그 이야기를 왜 꺼내는지 궁금했다.
“그 형, 박사 그만두고 가족들 데리고 제니스 타운으로 내려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박 교수님 랩 지금 초토화됐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