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13)
— —
“첫 번째, 지금 즉시 일단 자살해라.”
“두 번째, 오늘까지 자살하지 않는 놈들은 내가 내일부터 사냥을 시작할 것이다. 명단에 있는 놈과 그 혈연 직계비속까지 함께 묶어서 사냥할 것이다.”
“세 번째, 죽고 싶지 않다면, 너희의 더러운 손으로 지켜온 담성그룹 오너 일가를 너희 손으로 직접 무너뜨려라.”
“이것은 계약금이다.”
최형식은 그 말을 끝으로 등을 휙 돌렸다. 그리고 품에서 길이 20cm 정도의 죽창을 꺼내 가볍게 던졌다.
화살처럼 날아간 죽창은 마침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한 담성그룹 임원의 이마를 정확히 꿰뚫었다. 그는 강석현 총장이 읊은 비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인물이기도 했다.
뭐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른 채 이마가 관통당한 임원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즉사였다.
“저놈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비리 임원 중 하나다.”
최형식은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며 선언하듯이 말했다.
경호원들은 권총을 겨누고 있었지만, 다들 사시나무 떨 듯이 벌벌 떨기만 할 뿐, 어느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이미 탱커는 맨몸으로도 총탄을 아무렇지 않게 튕겨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굳이 총을 쏴봤자 그를 자극하는 결과밖에 양산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곳에는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몰려 있다.
만약 최형식이 난동을 피워서 야당 의원들을 모두 몰살한다면, 입법부의 기능이 마비되고 만다. 나라의 세 중심축 중 한 곳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저놈의 혈연직계비속을 모두 사냥하러 갈 것이다.”
방금 죽창으로 살해한 임원의 혈연직계비속, 즉 자녀와 손주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선언에, 청문회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어느 국회의원이 용기를 내어 외치듯이 물었다.
“하지만 자녀들은 아무런 죄가 없소! 왜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행동하는 거요! 인간이라면 그래서는 안 되지 않소!”
“부친이 나라와 사회에 해악을 끼쳐 얻은 부당한 축재로 분유를 먹고, 교육을 받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웠다면, 세포 태생부터 죄의 무게를 물려받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의 기준이다.”
“말도 안 되오! 세상 어디에도 그런 논리는 없소!”
최형식은 국회의원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수라의 길을 걷는 나의 기준이다.”
“……윽.”
“나는 나의 기준을 걸을 테니, 너희들은 너희들의 기준대로 움직여라. 원한다면 힘으로 나를 막아라. 논리나 설득으로 막으려고 하지 마라.”
최형식이 청문회장을 유유히 빠져 나오는 동안, 아무도 그의 앞을 가로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수라의 기준.
그날 언론사들은 앞을 다투어 최형식의 주장을 보도했고,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최형식은 약속을 지켰다.
청문회장을 빠져나온 즉시, 죽인 임원의 혈연직계비속들을 모두 죽여 버린 것이다. 다만 죽은 임원의 부모와 처, 며느리나 사위는 건드리지 않았다.
강석현의 비리 명단에 이름을 올린 담성그룹 임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최형식이 언급한 ‘계약금’의 의미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그의 세 가지 선택 요구는 간단했다. 요구를 지키라고 강요하거나 쓸데없는 설명을 붙이지도 않았다.
그저 비리 임원들이 하루 안에 자살이나 담성그룹에 대한 공격 중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본인과 혈연직계비속을 모두 죽일 것이다.
그런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그는 청문회장에 출석해 있던 비리 임원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 처벌했다.
죽은 임원과 그 혈연직계비속은 정말 억울하겠지만, 덕분에 다른 임원들은 최형식의 뜻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하루 안에 결정을 해야 했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다 같이 약속을 잡고 급히 한 자리에 모였다. 수십 명이 한 자리에 모이면 당연히 기획실에 적발이 되고 실시간으로 보고가 들어간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기획실이나 오너 일가의 눈치를 볼 여유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 그리고 자녀들의 목숨까지 함께 패키지로 걸린 중대사가 아닌가.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일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신석진 전무가 입을 열었다.
직접 강석현 총장을 찾아가서 조용히 덮어쓰라고 경고를 했던 그로서는 뒤통수를 맞고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전무 자리까지 힘들게 올라간 사람이니만큼, 판단과 행동이 빨랐다. 지금은 강석현 참모총장을 어떻게 해야 할 때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건질 궁리를 해야 했다.
“전무님, 세 가지라고요? 두 가지 아닌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첫 번째, 자살하는 것.
세 번째, 담성그롭 오너 일가를 무너뜨리는 것.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실질적으로 두 가지였다. 두 번째, 자녀까지 함께 죽이겠다는 것은 그들이 고를 선택지보다는 최형식이 부과하는 응징의 개념이었다.
그런데 세 가지라니?
“자살하는 것과 회장님 일가에 반기를 드는 것 말고도 선택지가 있습니까?”
“최형식의 눈을 피해 가족들을 데리고 잠적하는 거네. 물론 얼마나 오랫동안 그의 눈을 피해서 도망갈 수 있을지는 각자의 역량에 달려 있겠지만.”
“…….”
다들 분위기가 급속히 가라앉았다.
평생 최형식의 눈을 피해 숨어 산다는 것도 어렵다. 특히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세상에서는 더욱 힘들다. 아무리 오래 숨어 지내도 한 번 걸리기만 하면 자녀들과 함께 몰살당한다.
“어디 깊은 산에 숨어 들어가서 휴대폰이나 인터넷 같은 거 일절 하지 않고 생활한다면 가능은 하겠군. 그러다가 한 번 걸리면 죽는 거지.”
“심지어 이건 공소시효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최형식이가 죽기 전까지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국가에서 최형식을 체포해서 처벌하는데 성공한다면 모르겠지만…….”
탱커를 잡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적어도 탱커 둘에 힐러 둘 이상을 동원해야 기회를 노릴 수 있다. 그마저도 최형식이 전투를 회피하고 시민들을 인질 삼아 시가지 도주전을 펼치면 막심한 손해만 낳는다.
“그럼 여러분들에게 묻지. 여기 있는 분들 중, 오늘 안으로 자살을 할 분들이 있나? 그렇게 자녀들의 목숨만이라도 구하고 싶으신 사람?”
“…….”
다들 그 질문에는 시선을 피할 뿐, 말이 없었다.
온몸에 오물을 묻히며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것은 오로지 출세와 돈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그런 세속적인 욕심 때문에 그룹이 이 나라를 담성공화국으로 만들고, 돈으로 모든 권력을 줄 세우는 것을 도왔다. 튼튼한 이씨 왕조를 건설했고, 그 대가로 부귀영화를 누렸다.
그런데 자살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세속적인 욕심을 위해 살아온 이들이 허무하게 자살의 길을 택할 것 같은가?
임원들은 자신이, 그리고 옆의 동료가 그런 인물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이 중에서 부회장님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차마 배신을 못하고, 자기 혼자만 다 안고 죽으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나올지 모르지.”
물론 일부는 오너 일가를 공격하는 것도, 자녀들과 함께 죽는 것도 거부하고, 차라리 혼자 끌어안고 죽겠다는 생각을 품을 수도 있다.
신석진 전무는 냉소를 지으며 그런 생각에 대한 오류를 짚어 나갔다.
“근데 말이야, 나는 죽을 생각이 전혀 없네. 내 자식과 손주 새끼들도 죽게 할 마음 없고. 물론 다 같이 어디 오지에 숨어서 살 마음도 전혀.”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바로 오너 일가를 향해 반기를 드는 것.
“적어도 8, 90% 이상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걸세. 그러니 혼자 끌어안고 죽더라도 어차피 본인 혼자만 개죽임이 된다, 이 사실을 분명히 명심하게.”
“왜 굳이 그런 경고를 하는 거죠? 그냥 혼자 끌어안고 죽겠다는 사람은 놔둬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우리한테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다른 임원이 노골적으로 말했다. 우리한테 피해는 없다, 그 말은 신석진 전무와 행동을 같이 한다는 뜻이다.
신석진 전무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인데, 아까운 동료가 헛되이 죽어버리면 쓸데없는 전력 감소잖나. 난 그것을 막고 싶은 것뿐일세. 이해하나?”
“아, 역시 전무님이십니다. 대단하십니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지만, 최형식 그 자는 어떤 잔머리나 협상도 통하지 않아. 마음이 흔들린다 싶으면 백우그룹 회장 일가와 여당 의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생각하게. 아, 참고로 오늘 죽은 박 이사와 그 자식들도 떠올리고.”
“…….”
“그럼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게야. 자,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게나.”
신석진은 주저 없이 손을 들었고, 수십 명의 임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손을 들었다.
이형원 부회장은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그를 공격하지 않으면 최형식에게 죽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택해야 할지는 너무 명확했다.
“전대 회장님에게는 너무 죄송한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네. 그분도 이해하실 걸세. 결국 중요한 건 우리 각자의 목숨 아니겠나.”
“이제부터 어떻게 행동합니까? 우리가 세 번째를 결정했다는 걸 최형식에게 일단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미 알고 있다.”
그때였다.
느닷없이 뒤편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다들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랜드볼룸 구석 벽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최형식의 모습이 보이자, 다들 식은땀을 흘렸다. 여기저기서 숨이 넘어갈 듯한 나약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최형식은 그들을 보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탁월하고 신속한 결정에 경의를 보내지. 역시 국내 최대 대기업의 임원까지 올라갈 만큼 똑똑한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아주 판단이 빠르고 정확해.”
“앞으로 우리를 어떻게…….”
“너희는 내 세 번째 요구를 선택했다. 앞으로 나는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 참고로 내가 혼자라 생각하지 말아라. 적어도 너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눈과 귀를 갖고 있다.”
“…….”
“그럼 식사들 맛있게 하고.”
그때 그랜드볼룸 입구가 벌컥 열리면서, 그룹 전략기획실 인원들이 성난 표정으로 뛰어들었다.
비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임원들이 급히 모였다는 보고를 받고, 엄중히 경고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기획실장이 냉정하게 노려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당신들, 그동안 회장님과 부회장님께서 얼마나 많은 은혜를 베풀었는데 이런 배신 모의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획실장은 갑자기 최형식이 앞에 나타나자 그만 말을 멈추고 얼어붙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기획실 직원들도 독사를 맞닥뜨린 개구리처럼 굳어버렸다.
“담성그룹 전략본부 기획실장,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참 많은 피와 비리를 온몸에 묻혔겠지? 오로지 오너 일가만을 위해 칼을 휘두르는 충실한 사냥개, 아닌가?”
“그, 그게 무슨…….”
기획실장은 더듬거리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게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에 그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심장에 박힌 죽창에서 뻘건 핏물이 솟아나오는 것을 보며, 그의 눈은 생기를 잃었다.
반기를 결의한 임원들은 얼어붙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한 드잡이질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치워줬다.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다.”
뚜벅뚜벅 느긋하게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은, 진정 수라의 그림자였다.
다음 날, 임원들은 집단을 이뤄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대상은 이형원 일가, 그리고 고발 혐의는 자그마치 50만 가지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