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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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저도 모르게 위성폰을 만지작거렸다.
요즘 설악마스터는 연락이 매우 뜸했다. 특별히 금괴가 필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금괴를 함께 준비한 친구들은 지금까지 확보한 결정체 수량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순수한 결정체 그 자체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 외에 존재하지 않기에, 연구 분야에서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제니스 컴퍼니는 제외다.
‘아, 설악마스터!’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예측대로 설악마스터가 괴수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한 수호신으로 유지웅 의장을 택한 것이라면…… 이 애완조는 앞으로 중대한 역할을 할 겁니다.”
“유지웅 의장이 멸망한 미래에서 과거로 떨어졌다는 것보다는 설악마스터가 미래를 내다볼 줄 안다는 설이 차라리 그럴 듯하군요.”
“굳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규정할 필요도 없어요. 설악마스터는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이 지구상에서 살아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에게는 괴수의 존재가 새롭고 놀라운 것이지만, 설악마스터에게는 여러 번 겪어온 빅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호오, 그거 그럴듯한데요?”
“우리 이전의 문명, 또 그 이전의 문명…… 그 문명들이 괴수의 등장으로 인해 단합하고, 또 싸워 나가는 과정을 설악마스터는 오랫동안 지켜봐왔을 지도 모릅니다. 그때마다 인류에게 적당한 힘과 지혜를 빌려 주어 위기를 물리칠 수 있게 해줬을 수도 있고요.”
국토부장관의 열렬한 주장에 트럼프를 포함한 이들은 하나같이 귀를 쫑긋 세우고 귀담아 들었다. 지금까지 나온 예측 중에서는 가장 그럴 듯한 상상이었다.
“그럼 메가볼 당첨 숫자를 두 번 연속으로 맞춘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죠?”
“…….”
누가 던진 의문에 국토부장관을 살짝 곤란한 상황에 살짝 곤란한 침묵에 빠뜨렸다.
트럼프는 생각했다. 결국 이야기는 다시 원점인가?
그때였다.
회의 중에 무슨 급한 연락을 받은 것처럼 분주하던 락밀렉 에너지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봤다.
“대통령 각하, 급보입니다.”
“급보?”
“북한에 있는 한미합작 괴수연구소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평소 침착하기로 유명한 락밀렉 장관은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설악마스터에 관해 열띤 토의를 하던 국정회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입을 멈추고 락밀렉을 돌아봤다.
“괴수 사체에서 결정체를 추출해냈다고 합니다!”
트럼프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요? 그게 정말인가?”
락밀렉은 눈을 똑바로 맞춘 채 힘 있게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니트로 교수는 본래 촉망받는 핵물리학자였다.
그의 연구 테마는 안전하고 깨끗한 핵융합 발전이었다. 그는 핵융합 발전만이 인류에게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고, 완전한 에너지 해방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었다.
그런 그가 북한에 설립된 괴수 연구소에 파견을 나온 것은, 일종의 호기심에서 발로한 유흥이었다.
“교수님은 동물학자가 아니시잖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괴수한테 흥미를 보이시죠?”
동행한 제자 가렌의 물음에 니트로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핀잔을 주었다.
“너는 물리학자이면서 괴수를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느냐?”
“음…… 정말 세구나 하는 정도요?”
“…….”
“지금 인류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큰 위기가 오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내가 이런 놈을 물리학 가르친다고 거둬서 데리고 있다니. 내 운명도 참으로 기구하구나.”
니트로는 한탄을 내뱉고는 지그시 노려보며 설명했다.
“잘 들어라. 괴수가 보이는 운동량은 일반적인 탄소 생명체가 가지는 신체적 구조로는 설명 안 되는 수준이다.”
“네, 그렇긴 합니다. 괴수가 세긴 정말 세죠.”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는 콩팥 대신에 소형 핵융합로라도 달려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에너지라고. 핵폭탄도 막아내는 에너지 방어막이 상시 신체 표면에 흐르고 있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냐?”
“어, 듣고 보니 그렇네요? 왜 제가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네 분야만 파고들지 말고 가끔은 외부로도 눈을 좀 돌리란 말이다. 사람이 자기 할 줄 아는 것만 송곳처럼 파고들면 뭐가 되는지 아느냐?”
“히키코모리 아웃사이더가 됩니다.”
“그래, 난 내 수제자가 히키코모리 아웃사이더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그렇게 수제자를 데리고 설렁설렁 괴수연구소를 방문한 니트로는 처음에는 옵저버 자격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핵물리학자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라는 마음으로 뜨악하게 대했던 연구원들은 니트로가 이따금씩 툭툭 던지는 일침 같은 조언에 큰 도움을 얻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니트로의 실력에 깊은 감동을 먹고, 정식으로 연구 합류를 요청했다. 니트로도 괴수 사체 연구에 흥미가 꽤 생긴 터라 요청을 수락했다.
참고로 스탠포드 대학은 최고의 핵물리학 교수로부터 느닷없이 안식년 통보를 받고 당황했다고 한다.
그렇게 괴수 사체를 연구하기를 어연 몇 달이 지났고…….
“이, 이 반응을 한 번 보시오! 이건 결정체의 에너지 패턴과 놀랄 만치 비슷하지 않소?”
“오오, 정말 그렇군요!”
“괴수 사체가 어째서 결정체와 비슷한 패턴 반응을…… 설마?”
급부상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니트로 이하 연구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니트로가 가장 간단하면서도 파격적인 실험을 제안했다.
“고온과 고압력에 오랫동안 노출된 탄소가 그 시련을 이겨내면 다이아몬드가 되지. 우리도 해봅시다.”
연구소는 곧장 괴수 사체에 고온과 고압력을 가하는 실험 무대를 꾸미는데 착수했다.
여기에는 미 공군과 미 에너지부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니트로는 미 에너지부 산하의 각종 비밀 장비들을 친정집 살림 털어가는 셋째 딸처럼 싸그리 쓸어왔고, 락밀렉 에너지부 장관은 자고 일어나면 털려 있는 곳간에 슬퍼했으며, 미 공군은 분해한 장비를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니트로는 안전을 위해 사람이 사는 곳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산으로 둘러싸인 들판을 골랐다. 미 에너지부에서 털려온 고급 장비는 그곳에 설치되었다.
설치를 마친 니트로는 그제야 황백호 통령에게 통보했다.
실험의 내용과 예상되는 최악의 위험 등을 자세히 듣고 난 황백호는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니트로 교수, 그러니까 잘못 하면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일대가 쑥대밭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람 사는 곳과 거리가 떨어진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위치입니다. 이런 거 한두 번 터트려본 게 아니라서요.”
“아니, 그런 중대한 일은 장비를 설치하기 전에 먼저 말을 해줘야 하지 않소?”
“죄송합니다. 당시에는 우리 모두 가설을 검증하는 것에만 미쳐 있었거든요.”
황백호는 일국의 지도자이자 독재자인 자신의 앞에서 잘도 뻔뻔하게 대답하는 저 태도가 왠지 싫지만은 않았다.
“그 큰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0.001% 이하입니다.”
“……좀 전에는 한두 번 터트려본 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소?”
“그거야 실험의 목적 자체가 일부러 터트리는 쪽에 가까웠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터트리는 게 아니라 최대한 안정적인 반응을 유도할 겁니다.”
“좋아요, 해봅시다.”
마침내 황백호의 승인이 떨어지고, 200km 이상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에 작동 버튼을 꾹 누르자.
콰앙!
“아, 터졌군요. 10만 분의 1의 확률이 하필 이럴 때 들어맞다니.”
“…….”
“락밀렉 장관이 대성통곡하겠네요. 저 장비들이 꽤 비싸거든요. 아마 장비값만 40억 달러가 넘을 겁니다. 수송비용에 조립 비용까지 생각하면 45억 달러가 지금 터진 셈이군요.”
눈앞에서 45억 달러가 사라졌음에도, 니트로는 45센트를 날린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과학의 위대한 한 보 전진을 위해 예산을 불태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죠. 특히 그 수치가 클수록 짜릿함이 더욱 커집니다.”
“……45억 달러를 날리고 실패한 사람치고 너무 태연하군요. 원래 미국 과학자들은 다 그렇습니까?”
황백호는 니트로가 미국에서 알아주는 핵물리학자라는 것을 이미 들었다. 저 자신감은 그런 위치에서 기반한 것일까?
“실패라니요, 이것 또한 미리 계산된 결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폭발했지 않았소?”
“폭발을 했다고 무조건 실패인 것은 아닙니다. 이런이런, 이래서 시간과 예산의 중요함을 알지 못하는 정치인하고는 대화가 어렵다니까요.”
“…….”
뭔가 대화를 나눌수록 휘말리는 느낌에, 황백호는 괜히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말은 왜 이렇게 잘합니까? 동양계도 아닌 순수 백인 양반이? 혹시 한국에서 태어났다거나…….”
“아, 북한에 와서 익혔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로마에 가면 로마어부터 배우라고 하지 않습니까.”
“…….”
뭐야, 이 할아버지. 뭔가 이상해. 정상이 아닌 거 같아.
황백호는 살짝 얼이 빠진 채로 니트로와 과학자 일행을 따라 폭심지로 향했다.
폭발은 니트로가 경고했던 최악의 경우에 비하면 훨씬 양호한 수준이었다. 대충 공대지 미사일 1기가 터진 정도? 언뜻 보기에 축구장 정도쯤 되는 면적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과학자들은 금속 탐지기처럼 생긴 긴 도구를 두고 땅을 훑으며 수색하기 시작했다.
나이 지긋하고 관절 안 좋은 노학자들이 저러고 있으니, 황백호는 왠지 자신이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뒤에 서 있는 북한 수행원들을 돌아보니 그들도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저어, 저희가 대신…….”
“저리 가세요. 이 탐지 장비는 남에게 함부로 맡겨선 안 될 만큼 섬세한 놈입니다.”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러 나선 부총리는 핀잔만 들은 채 침울해져서 돌아왔다.
그렇게 한참 동안 폭심지에 서서 그들이 하는 짓거리를 물끄러미 보고 있을 때…….
“차, 찾았다!”
어느 한 과학자가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니트로와 가렌도 그를 향해 재빨리 달려갔고, 사방에서 과학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오오, 진짜다! 물론 가서 검증은 해봐야겠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틀림없이 일치합니다!”
“니트로 교수님, 해냈습니다! 드디어 교수님의 가설을 검증했어요!”
“45억 달러 만세!”
“흠흠, 이 영광을 락밀렉 장관에게 바칩니다. 락밀렉 장관의 결단이 없었으면 이 세기의 대발견은 12년쯤 늦춰졌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40억 달러 가량의 첨단 장비를 잃었지만, 대신 그보다 수백, 수천 배 이상의 가치가 있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가렌아, 잘 녹화했니?”
“예, 교수님. 제대로 녹화했습니다.”
“나중에 잊지 말고 잘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거라. 그래야 락밀렉 장관이 좋아하겠지.”
황백호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실험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성공이라고?’
그는 니트로의 과격한 실험 태도 때문에 새카맣게 잊고 있던, 이 실험의 목적과 본질을 다시금 떠올리고 입을 떡 벌렸다.
니트로가 그에게 녹색으로 빛나는 구슬을 보여주며 말했다.
“결정체입니다. 괴수의 사체를 정제해서 나온 추출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