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40)
— 프리시즌 헬조선편 천재들의 합창 —
최윤은 기자들 앞에서 설명을 계속 했다.
“현재 주행거리가 가장 높은 전기자동차 모델이 일회 완충시 450km 정도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결정체 배터리를 사용하면 10,000km까지 별도의 충전 없이 달릴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배터리를 교체하면 됩니다.”
주행거리를 고려하면 결국 일 년에 1~2회만 배터리를 교체하면 되는 셈이다.
충전이나 주유를 자주 해야 하는, 기존 차량들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적은 수치다. 번거로움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배터리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약 90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내부에 들어가는 결정체의 가격은 70만 원 정도입니다. 배터리 재구매시 기존에 소진된 배터리를 반납한다면 70만 원에 살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70만원이면…….”
“1km 달리는데 70원 정도의 비용입니다. 휘발유 평균 가격이 1,380원이니까, 연비 20km/L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자들은 기사 송고를 위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다행히 최윤이 친절하게도 연비 계산까지 곁들이며 일반 휘발유 차량과 비교를 해줘서, 비교 대조를 위해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수고로움은 사라졌다.
어느 기자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향후 배터리 용량이 더 증가할, 그러니까 같은 부피나 무게의 배터리로 주행거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까?”
“이 배터리는 결정 에너지의 상태 전이 현상을 이용한 방식입니다. 즉 결정 에너지의 98% 이상이 전기 에너지로 직접 변환되는 방식입니다. 2% 정도 더 개량의 여지는 있겠지만 크게 의미가 있을 거 같지는 않군요.”
98% 이상의 효율이라는 말에 기자들의 눈빛이 변했다.
내연 기관의 효율이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효율 아닌가.
“물론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는 효율이 98%라는 겁니다. 변환된 전기 에너지가 실제 주행에 적용되는 효율은 전기자동차 제조회사가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겁니다.”
왠지 저 말은 ‘난 할 거 다 해줬으니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는 것처럼 들렸다.
“그 말씀은 개량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뜻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최윤의 잘라 대답하자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지금 공개한 성능만 해도 기존 자동차 배터리보다 22배 이상 주행거리가 길다. 그것도 기존 모델 중에서 가장 주행거리가 긴 모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더 개량의 여지가 있다니.
“말씀드렸다시피 결정 에너지의 변환 효율은 98% 이상입니다. 따라서 결정 에너지 그 자체에서 개량의 여지를 더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배터리 구조 자체에 기대할 여지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지금 보시는 배터리 프로토 타입은 전체 부품의 10% 정도만 결정체가 들어갑니다. 나머지 90%는 결정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거나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자들은 그제야 배터리 구조 자체가 개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시끄럽고 빠르게 변했다.
“결정체 외 다른 부품들의 성능이나 구조를 개량할 수 있으면 배터리의 주행거리도 더욱 늘어날 겁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요.”
“향후 몇 킬로미터까지 주행거리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 배터리에 결정체를 90% 이상 집어넣을 수 있으면 90,000km까지 주행거리가 늘어나겠지요. 나머지 10%의 부품으로 배터리 케이스와 변환 및 안전 장치 등을 구성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박사님께서 직접 배터리 개량 작업을 하시게 됩니까?”
“전 배터리에서는 당분간 손을 뗄 겁니다. 결정체에서 직접 전기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주행거리는…… 더 늘어나기 어렵다고 봅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어째서입니까?”
“주행거리가 90,000km라고 칩시다. 배터리 부품이 20만 원, 그리고 내부 결정체 부품이 720만원이 되는군요. 배터리 가격만 740만원이 되는데, 선뜻 살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최윤의 예리한 지적에 기자들은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그저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는 학자 타입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경제성까지 고려할 줄이야.
“그리고 교통사고로 인해 배터리가 손실될 위험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740만원이나 주고 샀는데 일 년도 안 돼서 교통사고로 못 쓰게 된다면 너무 아깝죠. 전 주행거리 10,000km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배터리 구조가 개량되더라도 주행거리를 늘리기보다는 배터리 자체 크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겠군요.”
“네, 저도 그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10,000km가 넘어가면 너무 비효율적이에요.”
“동원일보의 금정안 기자입니다. 혹시 방전의 염려는 없습니까?”
“……이 배터리는 ‘결정체’라는 연료를 실시간으로 전기 에너지로 바꿔서 공급하는 원리입니다. 전력을 모아두지 않는데 방전이 될 이유가 없죠. 결정체가 자연적으로 소멸한다면 모를까.”
“그, 그렇군요.”
“질문의 수준이 좀 그렇군요. 왜 정치부 기자가 이런 자리에 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윤이 대놓고 면박을 주자 금정안 기자는 창피함이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최윤이 단상에서 내려가자 기자 회견장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기자들은 송고를 마친 뒤 본사 데스크와 저마다 통화를 한답시고 정신이 없었다.
“지금 주가 어때?”
“내연자동차 관련주는 하락세예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장 전부 비슷합니다. 특히 미국 내연 자동차 관련주는 완전히 내리막길 달리는 폭주기관차입니다.”
“전기 자동차 관련주는 어때?”
“배터리 제조회사는 오르락내리락 하고, 테슬라 자동차는 상한선 찍었습니다.”
“배터리 제조사가 왜 오르락내리락이야? 폭락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이센스 생산을 기대하는 거죠. 지금 제니스 컴퍼니에서 배터리 제조 사업은 안 하고 있지 않습니까. 2년 정도 쏟아 부어서 생산라인 갖추더라도 그동안은 외주 생산 맡기지 않을까 하는 거죠.”
“흠, 하긴 생산라인 갖추더라도 제니스 컴퍼니 단독으로 전 세계 수요 커버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어.”
“내연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둘 다 만드는 회사는 그래도 선방은 치고 있네요.”
일을 마친 기자들은 친분이 있는 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앞으로 자동차 시장이 어떻게 될지 잡담을 나눴다.
“칼텍의 휘버 박사가 만든 결정체 발전기, 그리고 카이스트 최윤 박사가 만든 결정체 배터리……. 아주 좋은 대결 구도가 되겠는데?”
참고로 최윤은 엄연한 학부생이다. 박사 학위는커녕 아직 학사 학위도 없다.
“대결 구도가 될 게 뭐 있습니까? 생각할 것도 없이 최윤 박사의 완승 아닙니까?”
“어째서?”
“똑같이 결정체로 전기 만드는 기관이지만, 최윤 박사님이 만든 건 전기로 직접 변환됩니다. 하지만 휘버 박사가 만든 건 열로 변환돼서, 그 열로 물을 끓겨 증기로 터빈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잖아요. 효율에서 비교가 안 되죠.”
“하긴, 그런가?”
“그냥 우리나라 압승입니다. 휘버 박사가 모처럼 결정체 발열기관을 개발하긴 했지만 발전 시스템에서 쓰이지는 못할 겁니다. 미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발전소는 우리 최윤 박사님이 개발한 전력 기관이 휩쓸게 될 겁니다.”
“근데 미국은 왜 제외하는 거지?”
“자국 산업 보호해야 하니까 미국은 효율이 낮아도 휘버 박사가 개발한 발열기관을 발전 시스템에 쓸 테니까요.”
“그렇겠군.”
휘버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벌써 오늘만 스무 번 넘게 저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니트로는 턱을 괸 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툭 던지듯이 물었다.
“아직도 감을 못 잡겠냐?”
“예, 도대체 어떤 원리로 결정 에너지가 직접 전기로 변환되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지속적인 변환 반응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배터리는 어느 순간 멈추게 됩니다.”
“기껏 발열기관까지 만들어서 청정 전기를 공급하려 했는데, 뒤통수를 맞았구나.”
“어쩔 수 없지요. 기술이란 게 본래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휘버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렇게 분하거나 억울한 표정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최윤 박사가 만든 전력 기관의 손을 들어주는 게 맞습니다. 발전소를 결정체 전력 기관으로 대체하면 시설 규모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력 효율도 98% 이상이나 되고요.”
“효율만 보면 굳이 네 발열기관으로 발전기터빈을 돌릴 필요는 없지.”
“예, 발전기터빈은 아무래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때가 온 것 같군요.”
“안 그대로 터빈 제조하는 회사들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더라. 전력 회사들 주가도 별로 좋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죠.”
휘버는 어깨를 으쓱했다.
최윤한테 1패를 당하긴 했지만, 그가 한 발명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결정 에너지가 열로 변환되는 장치를, 최윤은 전기로 전환되는 장치를 만들었을 뿐이다.
발전 시스템이 아닌, 열 그 자체를 필요로 하는 산업에 활용하면 된다. 특히 막대한 열을 필요로 하는 제철산업 같은 곳에서는 발열기관이 훨씬 효율이 좋다.
“그래도 전력 시장 규모가 엄청 큰데…… 앞으로 수십 조 달러는 벌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안타깝게 됐구나.”
“돈이야 연구에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됩니다. 지금도 연구비는 충분하니까 아쉽지는 않습니다.”
“그래, 너 잘났다. 그 충분한 연구비 나나 좀 나눠주지 않으련?”
“교수님도 에너지부에서 연구비 지원 엄청 끌어다 쓰시면서 왜 그러시는지…….”
그때 휘버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발신인을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한국?”
“무슨 뜻이냐?”
“한국에서 온 전화입니다. 모르는 번호인데…….”
궁금해하던 휘버는 전화를 받았다. 곧 유창하지만 원어민은 아닌 듯한 영어 발음이 들려왔다.
「혹시 칼텍의 휘버 교수님 되십니까? 저는 한국 카이스트에 재학중인 최윤이라고 합니다.」
“아! 최윤 박사!”
휘버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났고, 니트로는 귀를 쫑긋 세운 채 스피커 모드를 켜라고 손짓을 보냈다. 휘버는 얼른 스피커 모드로 전환하고 통화를 계속했다.
“정말 최윤 박사입니까? 이 번호는 어떻게…….”
「CIA 요원한테 물어봤더니 알려줬습니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드린 결례, 먼저 사과드립니다.」
“아닙니다. 참, 기자회견은 잘 봤습니다. 참으로 획기적인 발명을 하셨더군요. 덕분에 한 방 먹었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교수님의 결정체 발열기관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거시적 구조에서 입자 붕괴 현상을 대폭발 없이 안정적으로 유도하는 방법을 찾아내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 천재성에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전 거기서 포기하고 말았는데요.」
“저야말로 상태 전이 현상에서 전환 출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한 박사님의 창의적이고 뛰어난 두뇌에 크게 감탄했습니다.”
니트로가 말했다.
“낯간지러우니까 서로 얼굴에 금칠은 그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