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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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그런 식으로…… 정말 놀랍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저야말로 최윤 박사님의 기가 막힌 발상에 놀랐습니다. 과연 그렇게 하면 전기 전환 반응이 멈추는 것을 막을 수가 있군요. 왜 전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한쪽은 결정체를 연료로 하는 발열기관, 다른 한쪽은 전력기관을 만들었다. 서로 원리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전력 생산을 목표로 맞췄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휘버는 전력 시장에서 자신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98%의 효율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전력기관 앞에서 ‘발열기관 따위’가 엉기적거릴 수는 없지 않은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먼저 공개하신 이유는, 다른 배터리 제조 업체나 자동차 제조회사에 생산을 위탁하기 위해서입니까?”
「본사 영업부에서 지금 생각 중입니다. 아마 반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물량을 맞추기 어려우니까요.」
“물량 맞추기 어렵다면 발전소에 들어갈 물량만 담당하시고,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는 다른 업체들에 로열티를 받고 생산을 맡기시는 것은 어떤가요?”
「예? 발전소에 들어갈 물량이라니요?」
최윤이 황당하다는 듯한 뉘앙스로 반문했지만, 휘버는 바로 그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애초에 발전소용으로 개발한 제품이 아닙니다. 애초에 발전소용 제품은 휘버 교수님이 개발한 발열기관이 있는데, 뭐하러 제가 만든 전력기관을 발전소에 쓰겠습니까?」
“하지만 최윤 박사님, 생각해 보십시오. 열효율 98%의 전력기관이 전 세계 발전소에서 널리 쓰인다면 환경오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발전시에 생성되는 유독가스나 핵폐기물 같은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겁니다.”
「제가 만든 전력기관은 발전소용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아니, 절대로 못씁니다.」
“예?”
그제야 휘버는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니트로를 바라보았다. 니트로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의자를 가까이 갖고 와서 자세를 다시 잡고 앉았다.
「제 전력기관은 일정 이상의 파워를 내기 힘듭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태생적 한계 때문에 낼 수 있는 출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 송전 플래폼에 적합한 초고전압을 내려면 전력기관의 크기가 무시무시하게 커지고, 폭발 위험도 그에 비례합니다.」
“아!”
「각 가정마다 전력기관이 내장된 배터리를 두고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모를까, 발전소에서 송전용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전혀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대형 화물차 정도만 되어도 전기배터리 출력으로는 감당이 안 될 겁니다. 일반 승용차나 스포츠카 정도에 적합합니다.」
덤덤한 휘버와 달리 니트로의 안색이 밝아졌다.
「휘버 교수님은 열 전환 현상에서 일어나는 폭발 위험성을 해결하셨습니다. 사실 전력기관의 고출력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도움을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전화드린 겁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최윤 박사님은 제가 해결하지 못한 출력 저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 두뇌를 저에게 빌려주신다면 발열기관의 약점을 극복하고 더욱 개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발열기관에 약점이라는 게 존재합니까?」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열이 뿜어져 나옵니다. 터빈발전기를 돌릴 증기를 만들어 내는 데는 적합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난방 등으로 쓰기에는 너무 출력이 셉니다.”
「아, 그런 문제라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출력은 몰라도 저출력 영역은 제가 이것저것 연구를 한 게 많이 있습니다.」
“나와는 전혀 반대로군요, 허허.”
두 과학자는 통화를 하면 할수록 흥분, 그리고 서로에 대한 기대와 흠모하는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니트로는 가만히 지켜보며 생각했다.
‘한쪽은 거시적 영역, 한쪽은 미시적 영역으로 에너지 전환 방식을 틀었군.’
휘버의 발열기관은 한 번에 많은 열량을 내는 고출력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최윤의 전력기관은 일정 이하의 저출력 파워를 지속적으로 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같은 발상이지만 서로 발을 딛고 있는 영역이 다르다. 서로가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닌, 상호보완이 될 수 있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니트로는 신이 나서 통화에 빠져든 휘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녀석, 내가 옆에 있는 것도 완전히 잊었군그래.’
문득 저 둘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 생산이라는 같은 발상을 떠올리고, 서로 다른 발명품을 내놓았다. 각자의 영역을 굳건히 개척했지만, 상대가 자신에게 필요로 하는 지식을 갖고 있다. 서로 보완할 수 있다.
그런 학문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니트로는 괜히 쓸쓸해져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연구실을 벗어났다.
돌아오는 발걸음마다 괜히 센티멘탈한 감정이 묻어났다.
“결정체 발전소와 배터리라니…… 이거 기술 나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신이 없을 정도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어. 아, 짜증나. 기껏 국내 증시에 돈 많이 풀어놨는데, 이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잖아.”
정효주는 증권 차트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 한쪽 머리를 북북 긁어댔다.
“결정체 배터리 생산은 어떻게 할 거야? 아무리 봐도 여건이 안 될 거 같은데?”
“수출용은 해외 업체에 라이센스 생산 주고, 내수용은 우리가 직접 맡아서 하자. 아니면 적당한 업체 하나 인수해서 하던가. 혹시 장바구니에서 적당한 회사 없어?”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거 얼마 전에 다 질러서 지금 텅 비어 있는데. 배송 내역에서 찾아야 돼. 잠깐만 기다려 봐. 배터리, 화학, 전지, 자동차……. 아, 여기 몇 개 있다.”
정효주는 매입한 국내 증시 내역을 훑어보다가 적당한 회사를 찾아냈다.
“효진배터리라고, 비상장 회사인데 미래화학이 지분을 100% 갖고 있어.”
“미래화학 주식 있어?”
“아니, 미래화학은 미래자동차가 지분 60%를 갖고 있어. 10%는 주변 관계인이 적당히 나눠 갖고 있고, 10%는 기관이랑 개미 투자자들이 갖고 있네. 우리가 얼마 전에 미래화학 주식 20%를 사들였고.”
“그럼 우리가 미래화학 두 번째 대주주야?”
“그렇지.”
정효주는 어디인가 전화도 하고, 메신저로 이야기도 나누고 한 뒤 다시 말했다.
“효진배터리가 생산라인은 이미 자동화까지 마쳐서 싹 깔아놨나 봐.”
“걔들은 수소연료전지자동차에 올인한다고 해놓고는 왜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회사를 또 만들었대?”
“계란 나눠서 담으려 했나 보지, 뭐. 그래도 수소차 투자 대비 비용은 엄청 낮아. 10%도 채 안 돼.”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춘 비상장 회사는 100% 미래화학 소유.
그리고 제니스 컴퍼니는 미래화학의 지분 20%를 가진 두 번째 대주주.
효진배터리는 미래화학이 가진 수많은 부품제조 자회사 중의 하나였다.
정효주가 신이 나서 말했다.
“잘 됐네. 효진배터리 우리한테 달라고 하자.”
“걔들이 주려고 할까? 기껏 생산라인 갖춰놨으니 자기들이 배터리 생산하려고 할 텐데.”
“어차피 우리가 라이센스 안 주면 생산 못하고 청산 해야 할 건데 무슨 상관이야. 내가 만나서 물어볼게.”
정지운은 미래화학 대표이사였다.
또한 미래자동차 회장이자 그룹 오너인 정현수의 아들이기도 했다.
미래화학은 미래자동차에 들어가는 화학 관련 부품을 조달하는 계열사였다. 따라서 그 휘하에 거느리고 있는 관련 자회사가 수십 개이고, 관리하고 있는 협력업체 개수도 그 이상이다.
커피 한 잔으로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하려던 정지운의 평온은 비서실에서 온 연락 한 통으로 깨졌다.
“누가 왔다고?”
「제니스 컴퍼니 정효주 부의장님입니다. 비즈니스차 긴히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정지운은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부리나게 일어나서 응접실을 향해 달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공기가 품고 있는 화사함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그도 엄연한 재벌 2세, 예쁘다는 온갖 연예인들을 만나봤지만, 눈앞의 여자는 상상 이상이었다.
화장기가 전혀 없음에도 밝고 매끄러운 피부에 작은 얼굴, 균형 잡힌 이목구비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무례만 아니라면 그저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을 것이다.
늘씬하고 가느다란 몸에 어울리지 않는 바스트의 중량감, 길게 뻗은 팔다리는 사람 같지 않은 느낌만을 준다.
“안녕하세요, 정효주예요.”
상큼한 목소리는 그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곱고 매력적이었다.
정지운은 억지 헛기침을 통해 자신의 마음에 자리잡은 욕망을 눌러놓았다.
“대표이사 정지운입니다. 반갑습니다.”
“회식 오셨을 때 오다가다 본 기억이 나네요.”
“그, 그런가요?”
정지운은 자신을 자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그녀를 본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녀를 본 것은 TV 등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였지, 실물을 직접 보는 것은 이 자리가 처음이었다.
마주 보고 앉으니, 과연 살떨리는 미모다.
여자에게 아름다움이란 무기라고 하지만, 저 정도면 무기를 넘어선 흉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야말로 비대칭전력이 아닌가?
나이 오십이 넘어서 스무살 갓 넘은 여자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 제니스 컴퍼니가 미래화학 지분 20%를 보유하고 계신 건 아시죠?”
“물론입니다.”
미래화학의 60%는 미래자동차가 갖고 있으니, 외부인 대주주 중에서는 제니스 컴퍼니가 제일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미래자동차 지분도 5% 정도 갖고 있어요. 물론 분산 매입한 거라 따로 공시는 안 했어요. 아, 차명으로 매입한 건 아니에요.”
“그러시군요.”
정지운은 바짝 긴장했다.
만나자마자 지분 내역을 이야기하며 대주주임을 과시하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니 비즈니스 때문에 찾아왔다고 했다. 사전에 어떤 언질도 없이, 어떤 사업 때문에 찾아왔을까?
정지운은 팽팽하게 머리를 굴리다가 불현듯 며칠 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최윤의 발표가 생각났다.
‘효진배터리!’
순간 그는 자신의 통찰력에 속으로 박수를 쳤다.
미래자동차그룹은 수소차 상용화에 몰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기자동차에도 약간의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효진배터리는 자동차배터리 제조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투자한, 일종의 실험 공장 같은 곳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결정체 전력기관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서 팔고 싶은데, 아시겠지만 제니스 타운에 지금 별로 여력이 없는 편이에요.”
“혹시 효진배터리 인수를 고려하고 계십니까?”
“효진배터리를 매각하시겠다면 저희 입장에서는 베스트죠. 그게 곤란하다면 생산라인을 저희가 쓸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해요.”
“저희에게 생산을 위탁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니면 발주를 넣으셔도 되고요. 독점생산을 맡기시겠다고 하시면 그룹에서도 큰돈을 투자해 순식간에 증설라인 세팅을 끝낼 겁니다. 국내 수요는 금방 맞출 수 있습니다.”
정지운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춘 채, 나름대로 회심의 카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