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59)
–프리시즌 헬조선편 스카이 가디언 —
「우리 비행기는 예정보다 11시간 30분 일찍,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기장의 방송이 흘러나오는 순간 기내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여기저기서 울음 섞인 환호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생환을 축복했다. 조용히 두 손을 모은 채 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한 줄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일등석까지 전해지는 환호에, 니트로는 팔짱을 낀 채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뭐 저리 호들갑이야. 괴수가 구해주려고 결정한 순간 생환 문제는 이미 끝난 건데.”
“상황을 모르니 이곳까지 오는 내내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봐야 30분도 안 되는 시간이다.”
공항은 조용했다. 어느 항공기도 이착륙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비상상황이 닥쳤으니 당연한 것이리라. 니트로는 당분간 샌프란시스코 인근 항공편이 지옥이 될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에 잠시 잠겼다.
창문 밖에서 구급차 및 다양한 차량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기체 출입구가 열리고, 계단 차량이 잽싸게 자리를 잡아서 계단을 갖다 댄다.
생환의 기쁨 덕분인지, 기장과 부기장이 직접 출입구 통로에 서서 승객 퇴실을 안내했다.
“승객 여러분, 우리는 안전합니다. 잊으신 짐이 없도록 모두 잘 챙기신 후 차례차례 천천히 내려주십시오. 우리는 이제 안전합니다. 질서를 지켜 차례차례 내려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기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위급한 순간에도 침착하게 잘 버텨주셨습니다.”
승객들은 내리기 전 일일이 기장 및 부기장과 악수와 인사를 나눴다. 어떤 이는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고, 어떤 이는 두 파일럿과 격한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덕분에 내리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누구도 불평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던 죽음의 순간을 함께 공유했다는 유대감, 그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뜨거운 온기를 함께 나누게 만들었다.
승객 한 명, 한 명이 내릴 때마다 모여든 경찰 및 관제탑 직원들이 박수를 쳤다.
기체에서 제일 먼저 내린 어느 승객은 잔뜩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여유 있게 웃으며 한 마디를 하기도 했다.
“오늘 이 공항 파업했어요?”
“셔터 내렸습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이 공항 전부의 주인입니다.”
가장 앞에 선 관제소장이 환하게 웃으며 농담을 받아 넘겼다.
승객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구급대원의 인솔을 받아 구급 차량에 탑승했다. 먼저 병원으로 가서 다친 곳이 있는지 빠짐없이 진료를 볼 참이었다.
기자들은 승객들이 내리는 모습을 장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전부 찍어서 생중계로 내보냈다.
미 전역에서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그들의 기적적인 생환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다.
시민들은 펍, 클럽, 카페, 음식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중계를 지켜보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여기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입니다. 대한민국발 KE028기는 원래 약 11시간 후에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출발 직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추락 위기에 당면했습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거대한 괴수가 나타나서 구조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 괴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주었을까요? 어떻게 마하 20이 넘는 속도로 바다를 건너오면서 KE028 기체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기적, 생존자들은 인근 대형병원에서 집단 진료를 받은 뒤 입국 심사를 거치게 될 예정입니다.
기적적인 생환에 기뻐하던 것은 잠시, 시민들은 곧 괴수의 정체와 목적 등 자세한 진실을 알고 싶어 했다.
언론사들은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속이 시원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주둔기지 한 장교 : “우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괴수가 샌프란시스코로 접근해올 당시 30명으로 구성된 공격대가 기지에서 투입 시기를 조율하며 대기 중이었습니다.」
「30명의 공격대로 그 거대한 괴수를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이라는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항상 우리가 현재 가진 전력으로 최선을 다해 국토와 시민의 안전을 지킬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자들은 괴수가 어디로 향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부지런히 동분서주 했지만, 특별한 수확을 얻을 수는 없었다.
미군은 괴수의 행방에 관해서 굳이 비밀로 붙이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신수는 왔던 방향 그대로 사라졌고, 우리 군은 함대와 조기경보기, 위성 등을 총동원해 계속 추적했습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1,000km 떨어진 해역에서 신수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요?」
「네, 군의 명예를 걸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갑자기 그 반응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이후 반경 2,000km 내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떤 의심 가는 반응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괴수가 아니라 신수라고 부르는 것인가요?」
「그 존재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백 명이 넘는 선량한 민간인을 위기의 상황에서 안전하게 구조했고, 또한 성스러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존재를 괴수라고 부르는 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에드워드 국방부 장관은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브라우니를 ‘신수’라고 언급했다. 취재를 맡은 기자는 그 발언이 예상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자는 다시 질문했다.
「그 신수는 최초 한반도에서 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그 신수는 한반도를 터전 삼아서 살아왔다고 추정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단언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지구 전체를 자기 둥지 삼아서 지낸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싶습니다. 9,000km를 이동하는데 단 30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큰 활동권을 가진 신수이니까요.」
「그렇군요. 우리 미국은 앞으로 그 신수에 관해서 어떤 행보를 펼치게 될까요?」
「신수가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는 것이 확인된 이상,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할 겁니다. 하지만 신수를 귀찮게 하거나, 혹은 인류에게 위험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은 피할 겁니다.」
「그 신수와 접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글쎄요. 제가 만약 신수라면 귀찮아서라도 인간과의 접촉을 최대한 꺼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태껏 조용하다가 비행기 사고를 보고 그냥 못 지나친 걸 보면, 신수는 꽤나 너그럽고 온화하며, 동정심을 품은 존재로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CNN이었습니다.」
유지웅은 브라우니가 나타나자마자 버럭 외쳤다.
“브라우니! 너 대체 위성폰은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왜 필요할 때 연락을 안 받냐고!”
「공중 정찰 나갔었습니다. 비행 중에는 폰을 가지고 나설 수가 없어서요.」
“747기를 구출한 건 어떻게 된 거야?”
「마침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봤는데, 비행기 동체 움직이는 게 심상치 않아 보여서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라갔었는데 비행기가 고장 난 게 맞더군요. 그래서 추락하기 전에 구해줬습니다.」
그제야 유지웅의 표정이 완전히 풀어졌다. 그는 브라우니의 조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그건 정말 잘했다. 내가 널 찾은 것도 그 비행기 구출을 시키려고 그랬으니까.”
「다행이군요.」
“그 비행기에 아주 중요한 빨대, 아니 사람 두 명이 타고 있었거든.”
처음 유지웅은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브라우니가 돌아오면 단단히 두드려 패려고 했다. 위성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결국 귀중한 빨대 두 개를 잃을 뻔했으니까.
하지만 브라우니는 추락하는 747기를 구출했고, 유지웅도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봤다. 혼을 낼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근데 왜 사천공항에 안 내려주고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다 온 거야?”
「미국행 비행기 같아서요. 이왕 구해주는 김에 샌프란시스코까지 데려가서 내려줬습니다.」
“애프터서비스 하나는 정말 확실하구나. 어떡하면 주인의 장점만 그렇게 쏙쏙 빼 골라서 닮을 수 있니.”
「에헴.」
브라우니는 가슴을 펴고 날개를 으쓱해 보였다. 녀석도 자기가 한 짓이 어지간히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근데 브라우니, 저것들은 뭐야?”
그제야 유지웅은 정원에서 낮게 부유하고 있는 4기의 수상한 비행물체를 가리켰다.
언뜻 보기에는 미군이 운용하는 첨단 무인전투기처럼 생겼는데, 헬리콥터처럼 공중에 호버링하고 있었다.
제트엔진을 이용한 추진력과 날개 양력으로 비행하는 항공기가 저렇게 허공에 가만히 떠 있는 것은 불가능할 텐데 말이다.
「아, 저 놈들이요?」
브라우니는 어깨를 또 한 번 으쓱하며 뒤를 돌아 오른쪽 날개 끝을 손가락처럼 뻗었다.
「사고 지역 근처에서 작전 중이던 미해군 드론, 모델명 KZA1 기체입니다. 이번에 미해군에 도입된 차세대 무인전투기 프로토타입 모델이죠. 실전 배치는 아직 멀었다고 들었는데 언제 소리 소문 없이 실전 배치 된 것 같습니다.」
“KZA1, 뭐?”
「최고 속도 마하 4, 공대공 미사일을 8발까지 장착할 수 있고 공대지, 공대함 미사일은 4발까지 장착 가능합니다. 무인기이기 때문에 공중 기동에 제약이 거의 없으며, 유인 전투기에 비해 선회 능력이나 입체 기동이 매우 뛰어나죠.」
브라우니는 신이 나서 자세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F-22 스텔스기를 모기체로 해서 중앙통제를 받지만 기본적인 자율 시스템이 있어 전투통제가 없어도 자력으로 전장 상황을 판단해서 행동합니다.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모두 가능하지만 작전 주목적은 F-22를 호위해서 적기를 무력화하는 거죠.」
“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냐?”
「에헴, 제가 또 하늘의 제왕 아닙니까. 항공기라면 남들 아는 만큼은 알고 있거든요?」
브라우니는 우쭐해서 가슴을 으쓱했다.
「모체와 통신 가능 거리는 500km입니다. 하지만 이건 F-22의 전파 출력 한계 때문이고, 조기경보기나 위성, 함대 안테나를 이용하면 전파통제 거리 제약이 거의 없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근데 왜 네가 저것들을 데리고 왔냐는 거야. 그리고 잠자리나 헬기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허공에 가만히 떠 있을 수 있는 건데?”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제가 747을 구하려고 주인님조차 두려움에 떨며 가둬 놓았던 제 봉인을 깨는 순간, 그 압도적이고 막대한 에너지에 휩쓸려서 어떤 변형이 일어난 거 같아요.」
“뭐?”
유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4기의 무인기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의 감정 표현에 반응이라도 하듯, 4기의 무인기가 일제히 한쪽 날개를 흔들어 보였다.
그 순간 유지웅은 왼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는 왼손 안에 깃들어 있는 오리나, 최윤의 손에 의해 탄생된 규소기반 생명체 괴수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규소 생명 괴수가 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