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78)
나는 귀족이다 1380화
[헬조선 편]
75장 어린 수호신(10)
유지웅이 나서준다면 고릴라 레드 몹을 쉽게 잡고,킨샤사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지만,장기적으로는 전혀 이익이 되 지 않는다. 오히려 큰 손해가 된다.
쿠알은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피를 흘려야 합니다. 가능한 많은 피를 흘려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아 프리카 모든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단시간 내에 대륙 통일을 이루고,아프리카에 진정한 번영과 평화를 하루라도 더 빨리 가져올 수 있습니다.”
유지웅은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 었다.
쿠알이 그리는 길이 어떤 건지 이 제는 알 수 있었다.
‘쉬운 길 대신 험한 가시밭길을 가 겠다는 거구나.’
민주적 정신은 피가 뿌려진 토양 위에서 성장한다.
희생 없이 거저 주어진 평화는 사 람들의 마음에서 오래가지 못한다.
조금만 힘든 순간이 와도 언제 그 랬냐는 듯이 사그라져 버릴 만큼 연 약하다.
그래서 쿠알은 힘든 길을 자처하겠 다는 것이다.
쿠알 공격대가 피를 흘릴수록, 상 처투성이가 될수록,아프리카 주민 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그
만큼의 고마움이 진하게 섞일 테니 까.
지금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은 무적 불패의 절대적 영웅이 아니라 피로 서 자신들을 지켜주는 공동체 정신.
그것만이 주민들을 깨울 수 있다. 각성시킬 수 있다.
“쿠알,당신도 참 편히 살기는 글 렸군요.”
“……소중한 친구들을 그렇게 허무 하게 잃고,남은 인생을 편히 살 생 각은 버렸습니다.”
이미 쿠알의 눈빛은 어엿한 어른이 었다.
그에게 나이와 연륜은 정말 숫자일 뿐이었다. 그가 가슴에 품은 긍지와 비전은 보통 사람을 아득히 초월했 다.
“……알겠습니다. 고릴라 괴수 레 이드에는 참여하지 않겠어요. 하지 만 내 도움이 필요한 게 있다면 얼 마든지 말씀하세요. 원한다면 주한 미군이 주둔할 수 있게 해드릴 수도 있어요. 이래 봬도 트럼프 대통령과 제가 매우 절친입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어, 사실은……
쿠알은 뭔가 바라는 게 있는지,말
을 꺼내길 망설였다. 통역을 듣기 전,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 다.
지모도 궁금해졌다. 과연 쿠알이 바라는 게 무엇이기에 저렇게 민망 해 하는 것인지.
“킨샤사 구원 작전을 방송으로 내 보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쿠알은 어느덧 당연한 것을 요구하 둣이 당당한 눈빛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지웅은 안다. 저것은 뻔 뻔함이 아니라,지도자로서 국민들
을 위해 얼굴에 철면피를 붙였을 뿐 임을.
그 가면을 한 꺼풀 걷어내면 쑥스 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 소 년팬 구독자가 있을 것이다.
‘쿠알,너 이 녀석……!’
어째서 방송으로 내보내 달라고 하 는지,그 이유는 들어볼 필요도 없 다.
쿠알 공격대의 활약을 널리 알림으 로써 아프리카 주민들의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겠다는 것이리라.
겸사겸사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지 지도 얻어내고.
“좋아요. 그 정도야 어렵지 않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뭐요? 얼마든지 편하게 말씀하세요.”
“방송 컨셉은 제가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까 저와 우리 공격대는 방송 중이라 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으 로……
“음,그럼 사망자가 나오면 내가 욕을 먹게 되는데. 사람이 죽어 가 는데 방송만 내보내고 있다고.’
쿠알의 표정이 난처해졌지만,유지 응은 잠시 생각한 뒤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럼 전투 현장은 드론으로 촬영 하는 걸로 합시다. 나는 콩고에서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으로 하고. 그 럼 내가 윤리적인 비난을 받을 일은 없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쿠알은 지원 공격대를 꾸려 서 킨샤사로 떠났다.
유지웅도 지모와 함께 차량을 타고 쿠알 공격대의 뒤를 쫓아갔다.
“어려운 결정을 하셨습니다. 두 분 다……
“지모 대위도 알죠? 사람은 때로는 알면서도 피를 흘려야 할 때가 있어 요. 지금이 바로 그때인 거 같네요.” “……이해합니다.”
생명은 존엄하다. 생명이 소멸하는 것에는 그 어떠한 변명이나 합리화 도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쿠알은 아프리카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 그 무게를 감당하고자 한다.
거기에 대해서 유지웅이 더 이상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아무리 그가 자신의 소년팬 애청자 라 하더라도,그는 이곳의 지도자였
고 피를 흘리는 전투는 그가 지도자 로서 내린 결정이었으니까.
“적국도 아닌데 내정간섭을 할 수 는 없는 거죠. 난 지도자 쿠알의 결 정을 존중합니다.”
지모는 살짝 섬뜩함을 느꼈다.
방금 그 말은 그러니까,적국이라 면 얼마든지 내정간섭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을 해도 될까?
“자,준비합시다.”
지모가 드론 부대를 띄울 준비를 했다.
드론 통제 및 운용은 지모가 맡고, 유지웅은 드론들이 보내오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면서 방송을 하기 로 했다.
마치 스포츠 중계를 하듯이 다양한 시점의 화면들 중에서 유지웅이 실 시간으로 취사해 내보내는 방식이 다.
“하다못해 장태준 총사무장이라도 지원을 왔으면 쿠알 공격대의 피해 가 더 적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것도 쿠알이 거절했으니 어쩔 수 없죠. 아시잖아요. 쿠알은 가급적 많은 피를 홀림으로써 아프리카 주 민들의 마음을 사고 싶어 하는 거예 요.”
다수의 약자를 진정으로 감동시키 는 것은 자신들을 지켜주는 과정에 서 강자가 흘린 피다.
쿠알은 그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이 아프리카 대륙에 실현하고자 하 는 것이다.
킨샤사는 이미 지옥이었다.
더 이상 파괴할 만한 건물조차 보 이지 않았다.
곳곳에 널린 무수한 민간인들의 시 체,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 도 망갈 의지조차 잃어버린 채 거리에 쓰러져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인들의 시체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 야 할 군인들이 정작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자 가장 먼저 도주한 것이다.
“위정자들은 모두 도주했군요.”
“수도 인근의 반군 세력들도 진작 몸을 뺀 것으로 압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부정부패가 매우 심하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자원과 권력을 둘러싼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40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2,500 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발생시킨 내전 이지만,그 실체는 널리 알려져 있
지 않다.
UN조차 외면하고 손을 놓아버린 내전에 시달리는 비극의 나라.
“어쩌면 저 레드 몹이 콩고 다이아 몬드의 저주를 풀어줄지도 모르겠네 요,하하.”
지모는 쓴웃음을 지었다.
다이아몬드의 저주.
그것은 콩고의 풍부한 다이아몬드 자원을 둘러싼 군벌들의 무력 분쟁 으로 사정없이 짓밟히고 있는 인권 을 빗대는,체념과도 같은 표현이다.
“이미 쿠알 공격대가 등장한 이후 부터 반쯤 풀린 거나 다름없습니
다.”
“쿠알이 제일 잘한 게 뭐라고 생각 하세요?”
“아프리카 레이더들 대부분의 진심 을 얻은 거죠. 만약 레이더들이 자 기들끼리 나뉘어서 여기저기 군벌을 형성했다면…… 아프리카 내전과 비 극은 이전보다 더욱 심해졌을 겁니 다.”
쿠알은 평화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대다수의 레이더들을 끌어들였다.
아직 그에게 합류하지 않은 탱커 등의 레이더들도 섣불리 세력을 창
설하거나,다른 정부에 투신하지 않 으려 한다.
쿠알 공격대는 이미 거스를 수 없 는 흐름이 되었음을 인정하기 때문 이다.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킨샤사는 이미 구원하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도시로서의 기능을 완전 히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쿠알 공격대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바로 고릴라 괴수가 다른 도시를 파괴하기 전에 처치하 는 것이다.
이미 한 번 피 맛을 본 고릴라 괴
수는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다시 모 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수십 기가 넘는 드론이 날아오르 며,쿠알 공격대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기 시작했다.
유지웅은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확 인한 뒤,송출 기능을 켰다.
“아아,동생들 안녕?”
「빅브라더! 이 시간에 예고도 없 이 갑자기 웬 방송입니까?」
「헉! 저 괴수는 뭐죠? 지금 설마 실전 레이드 중인가요?」
「혹시 형님이 지휘하는 레이드인 가요? 프라임 공격대의 훈련 같은
실전,실전 같은 훈련입니까?」
“여기 화면에 나오는 건 콩고 수도 킨샤사야. 물론 난 지금 콩고가 아 니라 전용기를 타고 인도양을 지나 고 있어. 지금 콩고에 나타난 레드 몹 레이드를 지원해주러 가고 있는 중이지.”
유지응은 능숙하게 말을 이어나갔 다.
“일단 도착 전까지는 현장 상황을 방송으로 내보내려고 해. 레드 몹 레이드가 얼마나 힘든지,그리고 레 드 몹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세 상 사람들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바 람에서야. 실전 생방송이다 보니 청
소년 친구들은 못 보게 19금 설정 을 걸어놓은 거야.”
평소 쾌활함이 넘치는 목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어느 때보다 진중하고 무거운 음색 이다.
더군다나 얼굴은 전혀 나오지 않는 다. 철저히 현장 중계에만 집중하겠 다는 의지가 보인다.
시청자 게시판 분위기도 자연스럽 게 숙연해졌다.
“자,우리 모두 응원하도록 하자고. 부디 기적이 쿠알 공격대에게 내려 주기를 말이야.”
「지응이 형님이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는 그게 바로 쿠알 공격대를 위한 기적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 다.」
「와,아주 좋은 말을 해줬네. 나 도 그렇게 생각해요,형님.」
「어서 달려가서 쿠알 공격대를 도 와줘요,형님.」
전투는 본격적인 국면을 맞이했다.
쿠알은 가장 앞에 서서 고릴라 괴 수의 모든 공격을 받아냈다.
그는 최대한 회피하는 식으로 고릴 라 괴수의 어그로를 흘려 넘기며 충 격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미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한 방 얻어맞을 때마다 쿠알은 바닥에 쓰 러져 사지를 바르르 떨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괴수의 공격력이 너무 강해서, 단 한 방만으로 즉사 직전까지 몰리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 광경을 보고 질린다 는 반응을 보였다.
「저게 바로 레드 몹이구나.」
「와,내가 알기로 쿠알 탱커는 맷 집이 특히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한 방 맞고 바로 즉사 직전까지 가 네.」
「벌써 세 명이나 되는 탱커들이 죽었어. 쿠알 탱커가 회복되는 사이 에 어그로끌다가 한 방 맞고.」
「아니,한 방 맞고 죽어버리면 힐 러들이 치료해주고 싶어도 치료를 해줄 수가 없잖아.」
「킨샤사는 완전히 폐허가 됐네.」
「민간인 시체만 보이고 군인들의 시체는 전혀 안 보인다. 군인들이 민간인들 죄다 버리고 도망갔다는 뜻이겠지?」
「콩고를 위해서라도 쿠알 공격대 가 콩고를 지배했으면 좋겠다. 그전 에 먼저 저 레드 몹을 잡아야지.」
그것은 수많은 이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불태운 투혼의 집합체였다.
무려 다섯 시간에 걸친 레이드 끝 에 마침내 쿠알 공격대는 고릴라 괴 수를 처치할 수 있었다.
숨통이 끊어진 고릴라 괴수는 사체 가 연기로 변해 사라지며,마침내 반짝이는 블루 결정체 하나만을 남 겼다.
하지만 현장의 어느 누구도 환호하 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들이 치러야 했던 대 가가 너무 컸던 것이다.
400명의 공격대원 중에서 살아남
은 것은 겨우 23명에 불과했다.
쿠알은 그 23명에 포함되지 못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