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88)
00188 식량 파동? =========================================================================
“각하. 10만 헥타르가 또다시 녀석들에게 점령되었습니다.”
비보를 들은 대통령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의심할 것 없이 최강의 나라인 미국. 모두가 선망하고 동경하는 나라. 그러나 그 초강대국은 지금 미국의 젖줄을 집어삼키고 있는 괴수에게 전혀 항거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격대 피해는?”
“4개 공격대가 전멸했습니다.”
“…….”
“각하, 이제 그만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결정을 촉구하는 보좌진의 재촉에 대통령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핵은 쓸 수 없소.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 최대의 곡창지대요. 그곳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순 없소.”
“하지만 제니스는 올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결정체를 기폭장치로 쓴 신형 수소폭탄이라면 방사능 오염이 없습니다. 핵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녹서스의 돌 조사를 하는 게 아니었어…….”
후회는 아무리 해도 늦은 법이다. 미국은 과거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유지웅의 경계심을 없애는 것은 끝내 실패했다.
대통령은 유지웅을 이해했다. 자신이 그의 입장이라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번 강제로 억류한 나라가 또다시 그러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백악관 집무실에 설치된 커다란 벽면 스크린에는 무인 정찰기가 촬영한 화면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선인장처럼 생긴, 날카로운 가시투성이의 거대한 녹색 식물이 조금씩 전진한다. 크기는 높이 20미터짜리 빌딩과 맞먹는다.
선인장과 차이점이 있다면 길고 굵은 촉수 같은 줄기가 수십 가닥이 있다는 것.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촉수 줄기가 사방을 더듬는다. 그런 개체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 수십 개체도 넘어 보인다.
선인장 개체가 전부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작은 검은색 식물은 셀 수도 없이 퍼져 있었다. 선인장 개체가 장수라면, 검은 개체는 병사라고 하면 될까. 괴물 식물 군단은 끝없이 번식하며 기름진 토양을 꾸역꾸역 집어삼키고 있었다.
정보기관은 한국이 그레이트 플레인스 오염으로 차후 세계 식량 파동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백악관은 지금 식량 사태, 1차 산업 따위가 아니라 미국의 멸망을 입에 담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태는 한국이 추정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던 것이다.
“각하. 제니스라 해도 저런 형태의 괴수들에게는 대항할 수 없을 겁니다. 이제라도 핵으로 진압하셔야 합니다. 녀석들이 차지한 면적은 고작 1,000만 헥타르도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두 손으로 뺨을 감쌌다. 며칠 사이에 굵어진 주름이 그가 가진 고뇌를 말해주었다. 참모진도 그의 결정을 촉구하는 듯이 응시했다.
“루딘 국장, 정녕 제니스를 설득할 방법이 없소?”
“한국 정부가 철저히 접촉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를 설득하기 전에는 그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며칠 전에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아마 제니스 공격대장의 최종 의사를 확인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한참을 더 번민하던 대통령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핵 발사를 승인하겠소.”
참모진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그리고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와 중국 등 강대국의 위성은 북아메리카 중심부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을 관측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기술이 총집약된, 방출 방사능의 양을 완전히 줄인 첨단 수소폭탄이었다. 과연 핵의 위력은 가공했다. 괴물 식물 군단을 전부 쓸어버린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은 핵 투입 후 공격대를 총 동원해 군대와 함께 해당 지역을 싹 쓸어나갔다. 하지만 더 이상 살아남은 식물 괴수는 발견하지 못했다.
자국 영토에 핵을 쐈다는 정치적 부담감을 짊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백악관은 오랜만에 해방감을 누릴 수 있었다.
“차후라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반드시 제니스 공격대장을 회유할 수 있도록 하시오. 당장 그를 자국민으로 만들진 못해도 미국을 위해 도우러 올 수 있는 관계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오. 한미괴수방어공조 체제 구축도 서두르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이때까지는 전부 다 끝난 줄 알았다. 모든 것이 다…….
* * *
미국이 괴수를 막기 위해 핵을 사용했다.
그런 충격적인 소식이 세계를 강타했다. 미 정부는 은폐하려고 했으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거대한 버섯구름을 목격한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모든 사람의 입을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히려 미 정부는 괴수 섬멸에 사용된 핵이 결정체를 기폭제로 사용한 깨끗한 수소폭탄으로서, 대초원 지대 농작에는 전혀 지장이 없음을 밝혔다. 그렇지 않으면 방사능의 공포를 누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여간에 미국은 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과연 미국은 안전한가?’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무수한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왜 제니스의 도움을 유치하지 못했는지를 놓고 정부의 외교적 무능함을 질타하는 자들의 목소리도 꽤나 시끄러웠다.
“핵까지 썼어?”
외신 뉴스를 접하고 유지웅도 살짝 놀랐다. 핵은 정말 최후의 수단에나 씀직한 무기다. 국가 입장에서는 핵을 쓰느니 차라리 레이더의 희생을 감수하는 게 낫다. 그런데도 핵을 썼다는 건 미국 공격대가 감당할 수 없는 괴수였다는 뜻이다.
“도와줄걸 그랬나?”
“왜, 후회되니? 그럼 도와주지 그랬어.”
“진심이야?”
“아니. 해본 소리야.”
정효주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몸을 일으키자 하얀 가슴이 드러났다. 그녀는 알몸이었다.
“나도 미국 가는 건 무섭거든.”
그녀는 가정을 제일 중시했다. 미국행은 자칫 가정을 파괴할 수 있는 위험 변수였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을 반대하지 않고 잠자코 지켜보았다.
정효주는 킹사이즈 침대 끝에 앉아 TV를 시청하는 남편의 등에 안기듯이 달라붙었다. 그녀의 손이 가만히 남편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
“그래도 막기는 막았으니 이제 미국 오라고 귀찮게 할 일은 없겠다, 그치?”
“아마도? 근데 식료품 가격 좀 많이 오르겠다.”
“들어보니까 깨끗한 핵이래. 방사능 없대. 그럼 상관없지 않을까?”
“그래도 경작 면적 꽤 줄지 않았을까? 방사능 오염 없어도 지형도 엉망 됐으니 다지고 하려면 시간 좀 걸릴 테고.”
유지웅은 그녀를 번쩍 안아다가 무릎에 앉혔다. 하얀 알몸을 마음껏 감상하며 어루만졌다.
“그래도 미국 섭섭하겠다.”
“자업자득이지.”
등을 받친 손으로는 가슴을 주무르고, 왼손으로는 날씬한 다리 사이를 헤집었다. 꽉 다물린 질 입구를 쓰다듬다가 손가락을 집어넣자 신축성 넘치는 조임이 기다렸다는 듯이 맞이했다.
“크리스마스에 어디 갈래?”
“꼭 어디 가야 돼? 그런 날에는 좀 유명한 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운데.”
“그럼 그냥 집에서 섹스나 하자고? 평소랑 다른 게 뭐야?”
“내가 언제 섹스나 하자고 했어?”
“그게 그거잖아. 어디 가지 말자는 게 집에서 섹스나 하자는 거지. 그런 날에 모텔에서 안 하고 싶어?”
사실 둘은 모텔에서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부분 집에서 했던 것이다. 야외에서 한 적도 있긴 한데 모텔은 묵어본 적이 없는 터라 그는 나름 동경심이 있었다. 그런 데서 하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데 그녀는 썩 내키지 않는 듯했다. 표정이 살짝 구겨진 것을 보니 말이다.
“감시카메라 같은 거 많다던데. 괜히 찍히기라도 하면 어떡하니?”
“탐지장비 들고 가면 되지.”
“겨우 모텔 가자고 그런 걸 사?”
“얼마나 한다고.”
“침대 같은 것도 더러울 텐데.”
“요새 깨끗하게 관리하는 데 많대.”
“너 그러니까 성탄절 때 어디 놀러 가는 게 아니라 모텔 가는 게 목적이지?”
“나 진짜 한 번 가보고 싶다니까.”
그렇게 꼭 껴안은 채 부부간의 은밀한 주제를 안주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때가 되자 정효주는 1층으로 내려가서 식사 준비를 했다. 쿤겐이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식사를 1층에서 셋이서 함께 해결하게 되었다. 이제 열세 살인 여자아이가 혼자 밥을 먹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쿤겐, 우리 집은 지낼 만해요?”
“최고입니다. 호텔보다 훨씬 좋습니다. 정원도 넓고 정말 마음에 듭니다.”
“다행이네요.”
쿤겐은 정효주의 요리 솜씨를 좋아한다. 그녀가 만든 음식이라면 정말 맛있게 먹는다. 게다가 먹성도 무지 좋다. 성장기라서 그런 것은 아닐 텐데.
예쁜 여자 둘과 함께 하는 식사는 즐겁다.
“그런데 미국이 핵까지 썼다는데 쿤겐은 괜찮아요? 일단 조국이잖아요.”
“괜찮습니다. 본가는 위험지역에서 머니까요. 워싱턴에 있습니다.”
“근데 쿤겐도 최고의 레이더인데 미국에서 오라고 하지 않던가요?”
“본가에서 차출을 막았다고 합니다. 사실 가고 싶긴 했는데 저는 가봐야 도움이 안 돼서요.”
쿤겐은 미국에서 활동할 때는 딜러로 레이드를 다녔다. 어그로를 먹지 못하는 탱커는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제니스 공격대에서 그녀는 사실상 하이브리드로 활약한다. 그때그때 상황 봐서 원거리 딜러, 서브탱커, 혹은 메인탱커를 하기도 한다. 레이드가 문제없을 때는 눈에 띄지 않지만, 위험한 레이드에서는 유지웅 부부 다음으로 그녀의 진가가 드러난다.
“본가, 본가하는데 꽤 명문 가문인가 봐요?”
“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집이 꽤 컸습니다.”
“얼마나요?”
“이 집 정도는 되는 거 같습니다. 아니, 약간 모자라나…….”
그녀는 크기를 가늠하듯 손바닥을 이리저리 대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유지웅은 살짝 놀랐다. 미국이 땅이 넓다 해도 이만한 크기의 저택이라면 굉장한 부자 가문일 것이다.
‘하긴, 록펠러 장자가 얼굴만 보고 색시감으로 점찍을 리가 없지…….’
유지웅은 무심코 물었다.
“나중에 제이스랑 약혼할 건가요?”
“절대로 안 합니다!”
쿤겐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외쳤다. 상당히 흥분, 아니 분노한 표정이었다.
“제가 왜 남자랑 약혼을 합니까!”
아무래도 실수를 한 모양이다. 유지웅은 얼른 사과했고 쿤겐은 괜찮다며 넘어갔다.
식사를 마치고 부부는 다시 침실로 올라갔다.
“아직도 남자 행세를 하나? 그걸 우리가 믿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나?”
“너 처음에는 꼼짝없이 믿었잖니?”
“지금은 아니잖아. 너무 연기가 리얼한 거 같은데. 자기가 남자라는 역에 지나치게 몰입한 거 아니야?”
“글쎄.”
둘은 욕실에서 나란히 이를 닦고 꼼꼼하게 가글도 했다. 둘의 철칙이다. 몸은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
“크리스마스에 그냥 쿤겐이랑 혜주 데리고 나갈까? 우리 둘만 놀기에는 쿤겐 혼자 놔두긴 좀 그런데.”
“그러자. 차라리 그게 낫네.”
“둘이 의외로 잘 어울릴 거 같지 않아?”
“난 상상이 안 가.”
널찍한 소파에 앉은 유지웅은 아내를 품에 안고 함께 TV를 시청했다. 깔깔거리며 웃고 떠드는데 전화가 왔다. 남기철이었다.
“아, 남 국장님. 무슨 일이세요?”
「지금 와주실 수 있습니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전화로 설명하세요.”
「전화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용건입니다. 호남평야에 관한 문제입니다.」
유지웅은 의견을 구하는 듯이 아내를 쳐다봤다. 그녀가 가만히 끄덕였다.
“알았어요. 바로 가죠.”
전화를 끊으며 그는 투덜거렸다.
“어지간히 귀찮게 하네. 괴수 사냥꾼을 부를 만한 일이 대체 뭐가 있다고.”
둘은 세스토 엘레멘토를 타고 출발했다. 도로가 한산해서 제법 빠르게 도착했다. 남기철이 입구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시죠. 추운 날씨에 불러서 죄송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회의실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말로 듣는 것보다 직접 영상을 보시는 게 빠를 겁니다.”
회의실에는 강우석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부처 장관 등도 다수였다. 대통령만 없을 뿐이지 거의 국무회의 수준이었다.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프로젝터가 벽면 스크린에 영상을 출력했다. 차갑고 넓은 평야가 나타났다. 폰으로 찍은 듯 화질은 조잡했다.
“어제 현장조사팀이 급히 촬영한 영상입니다.”
사람들은 조용히 화면을 응시했다. 곧이어 저마다 “엇!”, “저게 뭐야!”하며 놀란 함성을 터트렸다.
땅에서 녹색 줄기가 쑥쑥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언뜻 봐도 몇 미터는 넘게 자랐다. 성장하는데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성장을 다한 거대한 벼는 씨앗도 맺지 못한 채 곧바로 죽어버렸다.
“저게 어떻게 된 건가?”
“현재 땅에 흡수된 결정체 에너지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식물이 지나치게 급속히 자랍니다. 몇 분도 걸리지 않아 볍씨가 완전히 성장한 뒤 말라 죽습니다.”
“성장이 빠르다면 농사짓기에 좋은 거 아닌가? 속도를 잘 조절하면 말이야.”
“열매를 맺기도 전에 죽어버립니다. 그리고 크기도 기형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합니다. 학자들은 원리규명이 안 되는 판에 성장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남기철의 얼굴이 더욱 심각해졌다. 스크린에 다른 영상이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는 선인장처럼 생긴 녹색 식물이었다. 길고 기괴한 촉수를 사방으로 뻗고 있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광경이었다.
“저건 뭔가?”
“미국에 나타난 레드 몹입니다. 화면만 봐서는 모르시겠지만 높이가 20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식물처럼 생겼지만 이동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보신 바와 같이 검고 작은 새끼 식물을 퍼트려 주변 토양을 잠식하고 오염시킨다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핵을 써서 막지 않았나?”
“호남지대에서 일어난 이상 성장 현상이 미국 대초원에서도 일어났었다고 합니다. 토지가 저렇게 변한 뒤에 레드 몹이 출현한 거죠. 그러니 우리도 미국과 똑같은 식물형 레드 몹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대비해야 합니다.”
유지웅은 왜 자신을 불렀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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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라라고 이름지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