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91)
00191 땅부자가 되었어요 =========================================================================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쿤겐은 정혜주한테 마치 입의 혀처럼 굴었다. 살살 비위를 맞추고, 시중을 들어주고, 뭐 불편한 건 없나 계속 신경을 썼다.
정혜주는 처음 받은 모욕을 씻어낼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쿤겐의 아부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잘생긴 미소년이 그러면 기분이 좋겠지만,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예쁜 미소녀가 아닌가. 게다가 백금발의 백인이다. 은근히 샘이 났다.
“이름이 뭐예요?”
“쿤겐입니다.”
“……장난 하는 거예요? 그게 이름이라고요?”
“네. 남자 이름으로 뭐 이상합니까?”
“나암자?”
정혜주는 황당했다. 아니, 속일 걸 속여야지! 저 얼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이야!
쿤겐은 그녀의 어이없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예. 저는 비록 선이 조금 가늘긴 하지만 씩씩하고 건강한 남자입니다. 제 이름에 자부심도 가지고 있고요.”
놀란 나머지 정혜주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떡해. 미쳤나 봐.’
장난이지? 지금 진심으로 저러는 거 아니지? 뭐? 자기가 남자라고? 아니 저렇게 여배우도 울고 갈 정도로 예쁘고 호리호리한 얼굴과 몸매를 가졌으면서, 자기가 남자라고? 사람들이 믿을 거라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써, 바베큐 준비 작업을 감독하러 가보겠습니다. 제가 감시하지 않으면 일이 안 되는 거 같아서요.”
“그, 그렇게 해요.”
“그럼 이만.”
쿤겐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나갔다. 야외 바베큐를 한다고 고용인들에게 뭐 시켜 놓은 게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 식객이었던 쿤겐은 어느 순간부터 집사처럼 정말로 집안의 대소사를 관장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을 잘했고 정효주도 편해서 놔두고 있었다. 안주인의 역할을 침식하는 것보다는 정말로 집사라는 느낌? 그렇다보니 경계심도 안 든다.
“가만 보면 열세 살 안 같아. 그치?”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쿤겐 열세 살이거든.”
“진짜? 아니, 어떻게 저 비율로? 서양인 치고 키가 좀 작아서 그렇지 비율만 보면 완전 성인인데!”
정혜주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쿤겐이 열세 살이라는 게 그녀에게는 더 쇼크였다.
“열세 살이면, 한국식? 아니면 서양식?”
“한국식일 걸?”
“와…… 말도 안 돼. 쟤 대체 뭐야? 나이는 그렇다 치고, 왜 자기를 남자라고 우겨? 그걸 누가 믿는다고?”
유지웅은 뻘쭘해졌다. 여기 있다. 그 말을 믿은 사람이.
사실 변명할 건 있었다. 그도 생긴 것만 봐서는 도저히 남자라고 받아들이지 못했다. 쿤겐이 하도 당당하게 남자라고 주장하니까 ‘와 정말 저렇게 생긴 남자도 있구나.’라는 식으로 억지로 납득했을 뿐이다.
그런데 정효주도 그렇고, 정혜주도 쿤겐이 여자라는 걸 대번에 꿰뚫어보는 걸 보면, 여자들의 눈썰미라는 게 참 우습게 볼 게 아닌가 보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너도 모른 체 해.”
“혹시 무슨 병 같은 거야? 자기가 여자라는 걸 막 혐오해서 스스로 자기 세뇌를 걸었다거나, 아니면 이중인격이라거나. 뭐 그런 거 있는 거 아니야?”
“그거야 모르지. 프라이버시라서 우리도 안 물어봤어.”
“와, 정말 깬다. 예쁘게 생겨 갖고 생각하는 건 완전 마초가 따로 없네. 무슨 저런 캐릭터가 다 있어?”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 제니스의 소중한 대원이야.”
“잉, 형부. 제가 왜 싸워요?”
정혜주가 애교를 부리며 팔을 끌어안고 매달렸다. 그 바람에 물컹한 가슴이 닿았다. 여고생의 가슴이 주는 감촉이 사실 나쁜 게 아닌지라, 아니 가슴을 뛰게 만드는 터라 그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러면서 정효주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혜주야. 언니가 보는데 이건 좀…….”
“왜, 보기 좋은데? 형부랑 처제랑 단란한 한때.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보단 낫지 않니?”
정효주는 팔짱을 끼고 차분하게 말했다. 화났다! 저건 분명히 화가 났다고!
낌새를 느꼈는지 정혜주가 형부를 놔주고는 일어섰다. 언니를 빤히 쳐다보면서 방긋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재빨리 달려가 언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잉, 언니 왜 그래. 내가 설마 형부를 뺏겠어? 형부한테 아양 좀 떨면 안 돼?”
“남자는 다 늑대야.”
“형부는 남자가 아니잖아.”
“하지만 여자도 아니잖아.”
“형부, 진짜 그래요? 저한테 막 여자 같은 느낌 받고 그러는 거 있어요?”
“절대 아니거든!”
“거 봐. 아니라잖아. 형부, 저도 바베큐 준비하는 거 잠깐 구경하러 갈게요. 아까 들어오면서 봤는데 멋지더라고요.”
정혜주는 유지웅의 뺨에 기습 뽀뽀를 날리고는 사뿐사뿐 밖으로 나갔다. 짧은 치마 아래로 뻗은,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는 날씬하고 길었다.
“아주 입이 귀에 걸렸구나?”
유지웅은 얼른 표정을 수습했다.
“에이, 이쁘잖아.”
“혜주가 매달리니까 솔직히 좋았지?”
“여동생 같은 애인데 그럼 좋지. 싫겠어? 내가 혜주랑 어색하고 사이 안 좋고 그럼 좋아?”
정효주는 잠시 머뭇거렸다. 유지웅은 그녀를 번쩍 안아다가 무릎에 앉혔다. 왼팔로 가는 허리를 감싸고, 오른손으로는 가슴을 슬슬 만지면서 장난을 쳤다.
“설마 질투해? 친동생한테?”
“……쬐끔.”
“기분 좋다. 우리 마누라가 질투도 다 해주고.”
장난치듯이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쌌다.
“니 동생이니까 좋은 거야. 내 동생 같아서. 그니까 오해하지 마. 알았지?”
“널 못 믿어서가 아니라…… 혜주가 막 친하게 매달리니까 좀 샘이 나. 스킨쉽은 좀 거리 두면 안 돼?”
“혜주가 먼저 매달리는 걸 밀어내기도 그렇잖아.”
신선했다. 항상 어른스러웠던 그녀가 이런 소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이야. 그는 안심하라는 듯이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면서 뺨을 비볐다. 향긋한 체취가 마음을 한껏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귀엽네. 우리 와이프, 동생한테 질투도 다 하고.”
“피. 난 샘도 안 나는 줄 아니?”
“내가 맨날 사랑해주는데도 그렇게 샘이 났어? 그럼 샘 안 나게 하려면 어떡하지? 지금 또 사랑해줘야 하나?”
“꺅! 안 돼! 지금 3층 가서 안 나오면 애가 무슨 생각을 하겠어?”
“어차피 밤마다 뭐 하는지 다 알 건데 무슨 상관이야?”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정효주는 겨우 그를 말려서 침실로 끌려가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대신 숨이 막히도록 찐한 키스를 당했다. 키스하는 동안 그의 손은 쉬지 않고 가슴을 탐했다.
“나가봐야 돼. 애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정신을 차린 정효주가 흐트러진 옷차림을 정리하며 그를 가볍게 밀어냈다. 그는 못내 아쉬워하며 입술을 뗐다.
“근데 우리 문제 있는 거 아니니? 하루에 대체 몇 번을 하려고 드는 거니? 오늘도 다섯 번이나 했는데 또 할 마음이 나?”
녹서스의 돌이 흡수된 효과 같긴 한데 그렇다 해도 너무 혈기왕성하니 아내로서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는 전혀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
“열 번도 안 하는데 뭐 많이 한다고. 기껏 다섯 번 조금 넘나?”
“최소가 다섯 번이잖아. 아무리 우리 신혼이고 너 젊어도 그렇게 하면 몸 축날 텐데.”
“난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은데? 녹서스의 돌 만세다, 만세. 누구는 마누라 안아주고 싶어도 힘이 없어서 운다는데 힘 넘치면 좋지. 넌 많이 해서 싫어?”
“싫은 건 아닌데 걱정돼서 그러지. 그렇게 힘 넘쳐나면 혹시 내가 상대 못해줄 때 딴 여자랑 실수할까 봐. 무서워서 애도 못 가지겠어.”
“딴 여자?”
잠시 생각하던 유지웅이 다시 말했다.
“근데 딴 여자 봐도 너만큼 끌리진 않아.”
“치.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 막 너 보면 쓰러뜨리고 싶고 올라타고 싶고 미칠 거 같은데, 딴 여자한테는 그 정도까지는 아냐. 솔직히 말해서 예쁘다 뭐 그런 생각 받기는 하는데, 너 보면서 드는 그런 갈증? 그런 느낌은 없더라.”
정효주는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로 생각했다. 그리고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 남자가 나한테만 강하게 발정한다는 게, 의외로 뿌듯한 일인 거 같다. 아, 표현이 너무 야했나? 새신부로서 좀 부끄러웠다.
오후 3시가 넘자 유지웅은 경호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쉬라고 했다. 고용인들도 크리스마스이브인데 가족이랑 같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고용인들은 별채에 아예 거주하는 관계로 자기들끼리 떠들썩하게 즐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주인 눈치가 있다 보니 별채 건물 안에서 놀기로 했다. 건물을 설계할 때 방음 설계를 완벽하게 해서, 안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밖에까지 소음이 새어나가지 않는다.
야외에서 넷이 둘러앉아 바베큐를 구웠다. 정혜주는 고기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연신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고기를 다 구운 뒤에는 1층 식당으로 가져와서 요리를 차렸다. 정효주와 정혜주 자매가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저녁 파티 성찬을 준비했다. 유지웅은 뭐 도울 게 없나 뒷짐을 지고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쿤겐도 옆에 함께였다.
“쿤겐도 도울 거 찾고 있어요?”
“써,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체통을 지키셔야 합니다.”
“요리 못하는구나?”
“나, 남자가 요리를 잘해서 어디다 씁니까! 남자가 요리를 못하는 건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요리 따위는 여자한테 시키면 됩니다!”
“그럼 라면은 끓일 줄 알아요? 설마 라면도 끓일 줄 모르는 건 아니죠?”
“저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힌 것을 자랑으로 여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이거 놀리는 거 은근히 재밌는데? 근데 본인은 놀림 받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나?
“형부, 이쪽에 앉으세요. 준비 다 됐어요.”
정혜주가 사근사근하게 유지웅을 안내했다. 정효주가 그것을 보고 입을 살짝 삐죽였다. 유지웅은 그녀와 눈이 마주쳤으나 서로 말없이 웃기만 했다.
원형 탁자에 유지웅 부부가 나란히 앉고, 정혜주와 쿤겐도 자리를 잡고 둘러앉았다. 하얀 식탁보 위에는 진수성찬이 가득했다. 탁자 중앙의 잘 구워진 바베큐 고기에서는 맛있는 김이 모락모락 났다. 금촛대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촛불이 어둠을 밝히며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역시 크리스마스이브는 가족이랑 보내는 거죠. 형부, 자 한 잔 쭈우욱 드세요. 제가 따라드릴게요.”
정혜주가 와인을 냉큼 집어 들고는 유지웅의 잔에 따랐다.
“언니도 한 잔 받고.”
정효주는 픽 웃고는 동생이 따르는 술을 받았다. 쿤겐 차례가 되자 정혜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부, 얘 술 줘도 돼요?”
“와인이 무슨 술입니까? 보드카 정도는 되어야 술이라고 할 수 있죠!”
“어, 나한테 그래도 돼?”
“……실례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흥분을.”
정혜주가 짐짓 엄포를 놓자 쿤겐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표정을 보니 어지간히 술이 먹고 싶은 듯했다. 근데 정혜주가 언제부터 쿤겐한테 말을 놓기 시작했지?
“그래, 특별한 날이니까 먹어도 돼. 대신 조금만 먹어.”
대단한 인심을 쓰는 척 정혜주는 와인잔에 1/4 정도가 차오르게끔 술을 따랐다. 쿤겐은 그것을 보고 인상을 썼다. 술의 양이 너무 적어서 마음에 차지 않는 듯했다.
가볍게 건배를 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쿤겐은 물을 마시듯 와인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달짝지근하다 해도 알콜인데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을 보면, 술을 잘하는 게 빈말은 아닌 듯했다.
한 해 있었던 일을 웃고 떠들고 하며 고기를 썰었다. 화제는 주로 정혜주가 리드했다. 그녀는 언니 부부의 결혼식 때 일을 재미있게 떠들며 한껏 부러움을 나타냈다.
“근데 형부, 저도 여기 살아도 돼요?”
“응? 갑자기 왜? 통학거리 꽤 되지 않아?”
“지하철 새로 뚫려서 괜찮아요. 봄에 개통한대요.”
유지웅은 의견을 구하기 위해 정효주를 쳐다봤다. 그녀도 별로 반대하는 낌새는 아니었다.
“엄마 아빠 허락은 구한 거야?”
“허락 받으면 되지. 허락만 받아오면 되는 거야?”
“그렇게 해, 그럼.”
“응.”
정혜주는 고기를 썰면서 쿤겐을 슬쩍 쳐다봤다. 그녀는 나름 교양을 갖춘답시고 느긋하게 칼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먹어치운 양은 이미 내숭의 범주를 넘어섰다. 무슨 여자, 그것도 꼬마가 저렇게 많이 먹어? 저게 다 어디 들어가는 거야?
‘저거 불안해. 내가 잘 감시해야지.’
쿤겐은 너무 예쁘다. 저런 예쁜 여자가 같은 집에 살고 있으면 남자가 딴 생각이 들지 않을까? 정혜주는 어린 마음에도 그게 너무 걱정이었다.
형부가 미성년자 백인 미소녀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정혜주는 이 집에 함께 살면서 철저하게 감시할 생각이었다. 그럼 기특해서라도 언니가 상을 주겠지?
============================ 작품 후기 ============================
아직은 한 살 더 먹는 게 즐겁고 뿌듯할 때죠.
그리고 챕터 제목에 주목 점..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