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23
223
괴물들이 새까맣게 몰려왔다.
태양신이 활을 한 번 당기면 백 개의 화살이 날아가, 그들의 눈을 멀게 했다. 눈 먼 괴물들이 몸부림치면, 기사들이 숨통을 끊었다.
달의 여신과 술의 신은 손을 잡고 비를 뿌렸다. 그 비를 맞은 괴물들은 미쳐 날뛰면서 서로 죽이고 죽었다.
이동 신전을 타고 돌격하는 엘라디안 여신이 가는 곳마다 괴물들의 시체가 즐비하였다. 유스타키아 여신은 오랜만에 흡수했던 두 여신을 내보내, 하스칼과 일디케, 유스타키아의 세 머리가 함께 싸웠다. 아군도 머리 셋 달린 여신 앞에서 뒷걸음질 칠 정도였다.
발트라하 여신은 자신의 눈을 커다랗게 확대하여 무기로 삼았다. 그것은 겉으로 보면 여신이 휘두르는 방패로 보였으나, 한번 보면 순간적으로 지능이 떨어져서, 공격을 받아도 방어하지 못했다.
아군이 발트라하 여신의 뒤에서 보기에는, 괴물들이 여신에게만 온순해지는 것으로 보여서, 제일 무서웠다.
사계의 신들은 헤르스탈의 봉인이 풀어지지 않도록 사계의 힘을 완전히 활용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완전 무장을 하고서 날개 달린 전차를 타고 적의 머리 위를 달렸다.
바다의 여신 파스투란이 가는 곳마다 괴물들이 난파선처럼 침몰했고, 죽음의 신 브론테제는 괴물들의 목을 낟알처럼 수확했다. 그리고 헬라네스와 피오르델리케 부부 신은 완벽한 한 쌍으로 싸웠다. 그들은 등을 맞대고 적진 한복판으로 떨어져서 주변의 괴물들을 학살했고, 괴물들이 접근하지 않으면 다시 날아올라, 더 많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갔다.
전쟁의 신 스카텔란은 이 모든 날뛰는 신들을 진두지휘하며 사람들이 그들의 대열을 지키면서 싸울 수 있도록 이끌었다.
가장 미쳐 날뛰는 부모 신에게는 적정량의 괴물들을 제때 공급해야 했다. 다른 신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해, 갈퀴처럼 괴물들을 그들에게 긁어 몰아 주게 하는 일은 전쟁의 신인 그가 아니고선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신들도 다들 전투력은 높았지만, 전쟁 경험은 그보다 부족했다.
무엇보다 혼자서 자유롭게 싸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이 달려 나가는 학살의 궤도를 화살표나 새의 날개처럼 되도록 조정하여, 그들이 가리키는 목표 지점에 부모 신이 떨어지게 하는 계산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초반에는 지혜의 여신이 도와주었으나, 다른 신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자, 자신도 싸우고 싶어진 여신이 도중에 뛰쳐나가고 말았다.
평소 전쟁에 나가지 못해 미친 듯했던 그의 붉은 눈은 전쟁에서는 냉철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곁에서 대신 살육을 저지르는 헤르첼로이데 여신만이 위로가 될 뿐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신 중 가장 돋보이는 신은 단연 테오파노 신이었다. 본래도 강했지만 최후의 결전에서는 훨씬 더 강해졌다. 테오렌타의 비극이건 세렌의 농성전이건, 시련을 겪을수록 더 강해지는 신이었다.
마법의 신은 엄청난 불덩이를 수도 없이 내던졌다. 한번 맞아서 산 채로 타 죽는 괴물은 운이 좋은 터였다. 보통은 전신이 터져 나가 산산조각 나서 죽었다.
마법의 신이 귀여워하는 거대한 괴물이, 아니 드라콘은 하늘로 날아올라 말 그대로 불바다를 뿜어냈다.
불벼락의 신이라는 별명도 있었으나, 물벼락의 신이기도, 흙벼락의 신이기도 했다. 소용돌이 바람으로 적을 분쇄하기도 했고, 지진으로 적군의 대열을 훌러덩 뒤집어 버리기도 했다. 그 힘은 사계의 신들보다 강했으며, 그같은 제약도 없었다.
그리고 마법의 사도들이 있었다. 테오파노 신이 드라콘을 타고 싸우면, 마리우스가 날개 달린 일각수를 타고 사람의 군대를 지휘했다.
레오파라는 흙으로 된 거대 인형인 골렘을 타고 다니며 회오리바람 그 자체가 되어 괴물들을 휩쓸었다.
아타울프는 불의 검을 휘둘러 댔는데, 그 검에 한번 찔리면, 화상이 내장까지 파고 들어가 즉사했다.
프라비타는 가장 큰 골렘을 타고 도끼를 휘둘러 댔는데, 그 도끼는 아무리 강한 비늘로 덮인 괴물의 목이라도 단번에 썰어 냈다.
연금술사 파비안의 물약은 신들처럼 치유력이 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가히 구원이었다.
선봉 돌격대들은 파비안과 테오파노 신이 함께 만든 엘릭서 물약을 지급받아,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꿰뚫리지 않는 한, 잘 죽지도 않았다.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최강의 기사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테오파노 교의 열렬한 신도가 될 정도였다.
그러니 적의 신과 그 부하들이, 가장 강한 테오파노 신의 얼굴은 물론, 그 사도들의 얼굴을 모방할 만도 했다. 그래서 가소롭게까지 느껴졌고, 그들의 고향을 초토화시켰던 괴물들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의지가 되었다.
신들이 앞에서 쳐부수면, 사람들이 숨통을 끊으며 전장을 발로 청소했다. 처음에는 아군보다 몇 배나 많은 괴물에게 압도될 듯 보였지만, 그들이 훨씬 더 많이 죽어 나가자, 차차 승기를 잡았다.
그렇게 사람들이 승리의 희망을 얻고, 그들 역시 괴물들처럼 무수히 죽어 나가면서도, 사기가 하늘을 찔렀을 때였다.
갑자기 그들의 발 아래 무언가가 생겨났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앞으로 전진할 수 없었다.
마치 원형의 틀에 갇힌 듯이, 같은 곳만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돌아갈 때마다 바닥에 숫자가 생겨났다. 1, 2, 3, 4, 5, 6, 7, 8, 9, 10, 11, 그리고 0.
사람들은 당연히 빠져나오려고 했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상당히 힘들었다. 무엇보다 그 안에 있으면 괴물들이 바로 옆으로 돌격해 와도 건드리지 않았다. 마치 못 본 것처럼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안간힘을 써서 빠져나온 옆의 전우만을 죽였다.
아무리 신들이 함께 하는 전투 중이라 해도,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사라지지는 없었다. 아무리 강한 신이라도 모두를 지켜 줄 수 있지는 않았다.
전우가 죽어 나가고 자신도 죽을 뻔했을 때는, 바로 신들이 와서 구해 준들, 처음에는 고맙다가도 나중에는 왜 좀 더 빨리 오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때조차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머리로는 알아도, 생존 본능처럼 울컥하는 감정을 막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이제, 완벽한 안전지대가 생겨난 터였다. 그 안에만 있으면 괴물들이 건드리지 않는.
그 안에 있으면 걸어야 했다. 생겨나는 숫자가 어쩐지 꺼림칙해서 걷지 않으면, 발버둥치지 않아도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균형을 잃고 쓰러져, 괴물의 밥이 될 판이었다.
그러면 원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은 미친 듯이 다시 원으로 뛰어들어, 제일 열심히 돌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진격이 멎었다. 그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무슨 지령이라도 받은 듯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기사들이 아무리 독려해도 소용없었다. 말에 탄 채 말과 함께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사들마저 생겨나고 있는 판이었다.
괴물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큰 괴물들이 신들의 공격을 몸으로 막아 내는 동안, 작은 괴물들이 원에 들어가 있지 않는 병사들을 공격했다.
그 괴물들은 그 원에서 나온 괴물들이었다. 숫자 1이 되면, 작은 독충이 나왔다. 이들은 근처의, 원에 있지 않은 병사들을 물었고, 그들은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 숫자 2에서는 더 큰 독충이 두 마리 나왔다.
숫자가 더해질수록, 독충들은 더 커졌고, 급기야는 독사가 기어 나왔다. 그들이 전우들을 물어 죽이건 말건, 원의 병사들은 멈추지 못하고 걸었다. 그들은 이미 주변 상황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원 밖의 병사들은 뒤늦게라도 그 사실을 눈치채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원 안의 병사들은 괴물에 넘어간 배신자였다. 사실 다 같이 싸워야 하는 전투 중 혼자서 안전지대로 숨어들었다면, 적을 이롭게 하는 배신자가 맞았다.
원 밖의 병사들은 원 안의 병사들을 죽였다. 지휘관들도 그러라고 명령했다. 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테오파노 신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하지만 막을 도리가 없었다. 지진을 일으키건 뭘 하건 다른 병사들까지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문제의 병사들만 죽일 수는 없었다. 또한 원이 생겨나 독충을 발생시킨 땅의 흙은 이미 오염되었다고, 흙의 정령왕이 보고했다.
죽이지 않고 기절시킨다고 해도, 그들만 골라내어 할 수는 없고, 다른 병사들까지 기절하면,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질 터였다.
봉인의 신들인 사계와 해와 달의 신들은 사태의 핵심을 파악했다. 헤르스탈 신이 봉인을 뒤흔들고 있었다.
저마다 흩어져서 싸우던 봉인의 신들이 전속력으로 한곳에 집결했다.
사계의 신들이 팔을 뻗었다. 네 개의 팔이 일점에 모이자, 그들은 신성을 불어넣었다. 사계의 봉인이 빛을 발하자, 전장에서 역병처럼 번져 가고 있던 원들은 더는 생겨나지 않았다.
해와 달의 신들이 그 위로 두 손을 겹쳤다. 절기의 봉인 위에 일력과 월력의 봉인을 더했다. 태양의 금빛과 달의 은빛이 한꺼번에 현란하게 터져 나가자, 본래 있던 원들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파트랄레! 아버지를 죽이는 자들이여! 메트랄레! 어머니를 해치는 자들이여! 패륜아들에게 저주를!”
그들이 있던 땅의 지반이 흔들렸다.
자연, 마그나테라의 공격이었다.
마그나테라 역시 자연에 변화를 강요하는 사계를 증오했다. 사계의 변화를 섭리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증오했다.
무엇보다 그 변화가 자연이 낳은 존재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증오했다. 그리하여 그 존재들이 기후에 적응하고자 바뀌어 가고, 그렇게 새로운 종이 태어나는 것은 자연의 통제를 벗어난 일이니까.
겨울을 맞이하며 털이 복슬복슬해지는 새나 겨울잠에 빠지는 동물들, 봄의 새싹이건 가을의 단풍이건, 자연이 정해 준 대로가 아니라 사계에 적응하고자 스스로 변해 갔다. 그들 스스로, 그들을 낳은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그들 하나하나가 자연인 듯이.
그리하여 마그나테라는 사계에 영향 받지 않는, 환경에 적응하는 변화 없이, 태어난 그대로인 괴물들을 낳았다.
이제, 사계의 굴레를 끊을 때였다.
단순히 지반이 흔들리는 게 아니었다. 신들이 아버지를 내리 눌렀다면, 이제 어머니가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도망쳐라!”
“달아나라!”
헬라네스 주신과 피오르델리케 모신이 해의 신과 달의 여신에게 외쳤다. 그러나 그들은 고개 저었고, 봉인에 더 많은 힘을 불어넣으려 했다.
아직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때, 사람들이 살아났다.
원 안의 병사들. 원 밖의 병사들에게 공격당해 죽은 병사들이 살아났다.
“으아아아악!”
그들을 죽인 병사들이 비명 지르는 동안, 되살아난 병사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원을 다시 돌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들을 명계로 소환할 수 있는 브론테제 신은 가을의 신으로서 뒤흔들리는 사계의 봉인을 유지하고자 힘을 쓸 수 없었다. 죽음의 대리인 테오파노 신에게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전적으로 죽음의 신이 되어 버릴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테오파노 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너무도 잘 싸워 왔지만, 제일 젊은 신이었다. 싸워 온 세월이 가장 짧았다. 그가 평생 전쟁을 모르고 살기를 신들이 바랐던 대로.
그 가장 젊은 신이 지금껏 그토록 헌신을 다해 왔던 일이 수포로 돌아가고,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계에 다다랐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언제라도 생길지 모른다고 각오했던 일이기도 했다.
스카텔란 신은 막내 동생을 향했던 시선을 돌렸다. 죽음의 신은 막내 조카를 향했던 시선을 돌렸다. 두 신 모두 그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
“물러나라! 원의 병사들을 피해 물러나서 재정렬하라!”
“대열을 정비하라!”
스카텔란 신과 마리우스가 잇달아 외쳤다. 봉인의 신들은 봉인을 유지하고자 사력을 다했고, 다른 신들은 가장 강력한 테오파노 신은 물론, 그 강대한 사계의 신들과 해와 달의 신들이 더는 싸우지 않는 전장에서 격렬하게 싸웠다.
그러나, 끝내 죽은 괴물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사람들 중에는 원 안의 병사가 아닌 이들마저 되살아났다.
아니, 되살아났다고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돌려지지 않고, 죽는 순간 그대로 시간이 멎었다. 그들은 죽었으나 죽지 않아서, 미쳐 날뛰었다. 그들은 혼란에 빠져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했고, 그들 같지 않은 모든 존재를 증오했다.
그리하여, 시간이 돌려지고, 멎고, 돌려지고, 회귀한 존재들이 너무 많아지는 순간, 시간의 봉인은 마침내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