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22
222
그러면서 헤르스탈은 사도들을 하나하나 주시했다.
“그러나 너희가 내 사도가 된다면 테오파노를 풀어 줄 수도 있지.”
“거짓말 마라.”
마리우스가 즉각 반박했다.
“계약으로 맹세하면, 나조차 어길 수 없다.”
“우리는 테오파노 님의 사도다. 그 계약은 깨질 수 없다.”
“사도의 계약을 우회하는 계약을 맺으면 그만이다. 너희는 내 사도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테오파노를 지키고 싶다면, 내 명에 따라 전쟁에 나가 싸워라.”
사도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헤르스탈에게 처음 속았을 때야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그럴 마음이었지만, 이제 와 돌이키니 테오파노 신이 결코 그럴 리 없다는 진실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아서.
“테오파노 님께서는 절대 용납지 않으시리라.”
아타울프가 단호하게 말하자, 헤르스탈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참으로 잔혹한 신이군. 자신을 구하고자 악까지 무릅쓴 사도들을 용서하지 않다니.”
헤르스탈이 짐짓 말을 멈추었다, 덧붙였다.
“결국, 그를 그토록 사랑하는 너희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사랑한다는 소리가 아니냐? 그러고도, 그가 너희의 신이 될 자격이 있느냐?”
그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헤르스탈은 승리감에 젖은 눈길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레오파라였다.
“우리의 신께서는 항상 무고한 약자를 사랑하셨다.”
“너희보다 더. 너희를 배신하면서까지 테오를 쫓아가 버렸듯.”
헤르스탈이 지적하자,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테오파노의 사도들이었다. 헤르스탈이 그런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 보며 물었다.
“그래서 너희도 그 숭고하기 짝이 없는 큰 뜻을 추구하겠다고?”
“그럴 필요 있나?”
레오파라가 말했다.
“그 무고한 약자가 나인데?”
잠시, 사도들마저 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는 가장 강한 인간 영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헤르스탈과 말다툼하니 칭찬해 주고 싶은데, 아무리 그래도 좀 너무 뻔뻔하게 느껴져서.
같은 사도들의 그런 혼란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레오파라가 이어 말했다.
“테오파노 님은 내가 약했을 때도 나를 사랑하셨다. 우리 모두 약했었다.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 않아도, 언제라도 금세 무너져 버릴, 약하디약한 존재. 하지만 테오파노 님은 그래서 우리를 사랑하셨다.”
테오파노 신의 후광처럼 눈을 빛내면서.
“그러니 우리도 테오를 사랑한다. 그를 위해, 그 같은 이들을 위해 죽을 수 있다. 그들은 곧 우리니까.”
소리 내 웃으며, 아타울프와 프라비타, 마리우스와 파비안, 렉스가 헤르스탈을 서서히 둘러싸기 시작했다. 공격 태세를 갖추면서.
헤르스탈은 기가 찼다.
정체가 들통났건 말건, 그는 모든 신들에 맞서 싸우며 테오파노 신도 사로잡았다. 그런데 그와 마주친 한갓 필멸자들이 살려만 달라 빌어도 모자랄 판에 감히 맞서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미친 게 분명했다.
“너희가 나를 감히 공격하려는 것이냐?”
“네 감히 인질로 잡고 있는 테오파노 님을 풀어 주면 공격하지 않겠다.”
프라비타가 씩씩하게 되받아쳤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오는지, 아트리타스에게 그 머리를 잘라 맡기고 싶어지는 말이었다.
“테오파노가 너희가 나와 싸우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어찌 생각할까?”
“슬퍼하시겠지. 그러나 그분의 사랑을 어기고 테오 같은 이들을 죽였을 때처럼 실망하지는 않으시리라.”
아타울프가 대답했다.
그러자, 헤르스탈의 얼굴에 동요가 일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물었다. 마치 사람을 향한 물음을 멈출 수 없다는 듯.
“너희 말대로 테오파노는 내게 사로잡혔다. 테오도 마찬가지지. 둘 중 하나를 골라라. 그러면 다른 하나는 풀어 주겠다.”
-그건 네 능력 밖이다. 테오파노 신은 테오를 꼭 끌어안고 지켜 줄 테니까, 너는 절대 그 둘을 못 떼어 놔!
렉스의 말을 프라비타가 웃으며 고스란히 되풀이했다.
헤르스탈은 다시 물었다.
“너희가 나를 공격하면, 그를 죽이겠다. 하지만 너희가 순순히 죽으면 그를 살려 두겠다. 어찌 하겠는가?”
레오파라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계약 후 그분을 여기 말고 다른 곳에 풀어 드려라. 그럼 기꺼이 죽겠다.”
“과연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너희의 상실을 그가 견뎌 낼 수 있을까?”
“지켜보라. 그분은 분연히 일어나 다시 싸우시리라. 너를 끝장내실 때까지 멈추지 않으시리라. 그 정도로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신다!”
마리우스가 대답했다.
“우리가 죽은들, 세상에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에게 사랑받을 우리는 많다!”
파비안이 외쳤다,
그러자 헤르스탈이 폭발했다.
“사람은 역시, 정말이지 역겨운 존재로구나!”
그 얼굴이 추악하게 일그러지자, 더는 테오파노 신과 닮아 보이지 않았다.
“역시 너희 필멸자들은 살려 둘 가치가 없었다. 역시 내가 옳았었다!”
헤르스탈이 두 손을 뻗었다.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농성전 때처럼 많지는 않았으나, 충분히 위협적인 숫자였다.
사도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서로 뭉쳤다.
마법을 발현해 줄 테오파노 신만 있었어도, 저 정도의 괴물들은 충분히 해치울 수 있었는데.
하지만 여기서 그들이 시간을 끌어 헤르스탈을 가능한 한 오래 잡아 놓으면, 테오파노 신은 그의 부재 동안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 점을 생각하면, 죽음을 앞둔 각오 속에서도 희망이 샘솟았다.
“모두 죽여라! 사람들을 모두 죽여라!”
헤르스탈의 명령과 함께 괴물들이 달려들었다.
“캬아아아아악!”
“크르르륵!”
-다 같이 테오파노 신만 생각하자.
-모두 사랑해요.
-우리는 테오파노 신의 사도로 죽는다.
-같이 살고 같이 죽어서 좋다.
-테오파노 님이 보고 싶다.
사도들이 마지막 인사를 서로에게 전했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무서운 기세로 덤벼드는 괴물들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화르르륵!
갑자기 거센 불길이 공중에서 뿜어 나왔다. 그대로 괴물들을 덮치면서.
엄청난 불길이었다. 마치 화산 폭발 같았다.
“캬아아아악!”
“크흐흐흑!”
괴물들이 몸부림치며 산 채로 타 죽어 갔다.
사도들은 멍하니 바라보다, 렉스가 물의 방어막을 쳐서 간신히 뒤로 몸을 날렸다.
헤르스탈이 고함을 쳤다.
“네놈은!”
테오파노 님인가?
사도들은 정신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 아니 온몸 전체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배… 배 아냐?
렉스가 중얼거릴 정도로, 순간 거대한 배가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였다.
어떻게 저게 가능한가… 모두 그렇게 생각했을 때, 그 배가 크게 움직였다. 큰 날개를 움직여서. 마치 거대한 구름같이 펼쳐진 날개를.
그리고 그 돛대, 아니, 목에 붙은 얼굴은…….
“드, 드라콘?”
“드라콘?”
얼굴은 알아보겠지만, 너무나 커져서,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괴물보다도 커져서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히히힝!”
그때 헤르스탈이 잠재웠던 펜나가 깨어나 날아올랐다.
“잠깐, 펜나!”
확실하지도 않은데 다짜고짜 접근하는 펜나를 말리려 했지만, 펜나는 이미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른 뒤였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그 거대한 존재의 등에 내려앉았다.
“드, 드라콘이 맞구나!”
“드라콘! 드라콘!”
사도들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
마음 같아선, 펜나처럼 날아올라 드라콘에게 가고 싶었다.
그때, 마치 그들의 마음을 눈치챈 듯, 아니면 펜나가 등에서 거침없이 발길질을 해대서인지, 드라콘이 땅으로 내려앉았다. 신전의 폐허 사이로 내려앉은 드라콘은 위에서 올려다봤을 때보다 더 거대했다.
“빨리 올라타!”
마리우스가 미친듯이 외쳤고, 모두 드라콘의 등 위로 기어올라, 펜나와 함께 꼭 매달렸다.
다음 순간 드라콘이 날아올랐고, 간발의 차이로 헤르스탈의 공격을 피했다.
“카하아아아!”
드라콘이 불을 뿜었다.
헤르스탈은 산 채로 불타 올랐다.
그러나 그도 아트리타스처럼, 아니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회귀했다.
드라콘도 다시 불을 뿜으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때는 이미 회귀가 끝난 상태였다.
“드라콘, 이대로 자리를 피해!”
아타울프가 외쳤다. 괴물은 죽여도 헤르스탈을 죽일 수 없다면, 필멸자들끼리 불멸자와 싸워 봤자였다. 무엇보다 아무리 테오파노 신을 위해 죽을 각오를 했었다고 해도, 죽을 뻔했었던 드라콘이 겨우 돌아왔는데, 다시 사지로 몰아넣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드라콘은 있는 힘을 다해 다시 한번 불을 뿜어냈다.
“크흐흐… 결국 넌 실패작은 아니었구나.”
불에 타 버린 채, 검은 재를 날리면서, 재생하지만 아직 재생이 끝나지 않은 헤르스탈이 흰 눈을 번득이며 검게 타 버린 입술로 웃었다.
“얼마든지 해 봐라. 이 기회에 네 힘을 모두 시험할 테니.”
그때였다.
“그만하라!”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오파노 신이었다.
자신의 폐허가 된 신전, 그 입구에 나타난 신은, 손을 쳐들고 있었다.
스태프도 없는 한 손을 가만히 쳐든 모습은 불꽃과 재로 이루어진 악령 같은 헤르스탈 앞에서 너무나 약해 보였다.
잡혀 가서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테오파노 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투성이였다. 끌려가기 전처럼 괴물의 피가 아니라는 사실을, 본능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사도들은 가슴 치며 테오파노 신을 부르려 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시간이… 시간이 멎은 듯이… 정말로 그만하고 있었다. 헤르스탈의 회귀가.
“어, 어떻게…….”
회귀와 함께 재생도 멈춘 채로, 헤르스탈이 이를 갈았다. 사도들은 혀조차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래도 헤르스탈은 말하고 있었다.
“네, 네가 감히… 네가 감히 내 시계 바늘을 멈추게 하다니!”
“그렇다. 내가 네 시계를 파괴했다.”
테오파노 신의 단순한 대답에, 헤르스탈이 몸을 떨었다.
“그럴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해… 너는 그를 잡을 수 없어. 그가 시계에 존재해 보인다고 해도, 시계 바늘의 잔상일 뿐이다. 실체는 세상을 걷고 있고―”
그러다 말을 끊은 헤르스탈은 휙 고개 돌려 레오파라를 바라보았다. 손을 뻗어 그를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네, 네놈이! 네가 내 시계 바늘을 붙잡은 순간, 테오파노가 시계로 실체를 불러들일 수 있었구나!”
“실체가 아니라 사람.”
테오파노 신이 정정했다.
“시계 바늘이 아니라, 내가 이름 붙인 테오. 내가 그를 만진 순간, 내 사도 또한 그를 만졌다면, 내 사도와 나와 내 신도의 마음이 하나가 됐음이라. 누가 감히 우리를 막겠는가.”
“그러나 아직 초침과 시침이 남아있을진대!”
“나와 내 신도가 다른 자에게 함께 닿는 순간, 그가 어찌 나를, 그의 식구를 믿지 않을까. 그 셋의 믿음만 한 실체가 있으랴.”
“내 멸망의 시계가!”
헤르스탈이 악을 썼다.
“파괴되었나니.”
“아아아아악!”
산 채로 불타오를 때도 비명 지르지 않던 헤르스탈이, 테오파노 신의 냉정한 대답에 비명을 질렀다.
“그래서, 네가 시간의 힘을 다루게 되었구나!”
테오파노 신은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러자, 헤르스탈은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헤르스탈이 사라지자마자,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신!
“크아아아아앙!”
드라콘이 내려앉았다.
“드라콘! 레오파라! 마리우스! 아타울프! 렉스! 파비안! 펜나! 프라비타! 레미!”
그토록 위엄 있게 그 강대한 적과 홀로 맞섰던 테오파노 신이 두 팔 벌려 달려 왔다. 드라콘의 등에서 사도들이 뛰어내린 순간, 그들의 신이 그들을 끌어안았다.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드라콘이 머리 숙여 얼굴을 테오파노 신의 품 안에 들이밀었다. 테오파노 신이 그 얼굴을 끌어안고 눈물을 뚝뚝 흘렀다. 레오파라가 테오파노 신의 피투성이 발을 끌어안고 울었다. 마리우스가 테오파노 신의 피투성이 손에 입을 맞추며 울었다. 아타울프와 프라비타가 테오파노 신의 다리에 매달려, 파비안과 펜나가 등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그들 위로 이슬비가 내려 그들의 눈물과 피와 땀을 씻어 내렸다.
그러나 어느덧 노을이 지고 밤이 되었듯, 이제 해가 뜨고 있었다. 찬란한 햇살 속에 이슬비는 여우비가 되었고, 모두 함께 눈물 속에서도 웃음 지었다.
* * *
사람들의 군대가 행진했다. 기사들의 장창 부대가, 궁수들의 장궁 부대가, 보병들의 부대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공성기를 비롯한 온갖 장비 역시 이동했다.
신들의 군대가 왔다. 지상에서는 신관들이 거대 신상을 운반해 왔고, 사도들이 지휘했으며, 신들은 사람들 머리 위,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들의 적인 괴물들은 엄청난 숫자였다. 신들이 괴물들이 태어나는 마석 광맥이 집중된 본거지를 노리고 쳐들어 왔기 때문에. 여기서 패해 그곳을 사수하지 못하면 괴물들은 끝장이었다.
최후의 결전, 오비투스 대전의 막이 오르고 있었다.
“적의 최후냐, 우리의 파멸이냐, 둘 중 하나가 되리라!”
스카텔란 신이 선언한 대로.
사람의 얼굴에 괴물의 몸을 한 존재들이 새로이 등장해, 괴물들을 지휘했다.
그 얼굴들은 테오파노 신의 사도들, 그 영웅의 얼굴들을 닮아 있었다.
프라비타는 그들에게서 테오파노 신과 닮았던 헤르스탈을 떠올렸다.
문득, 끔찍한 상상이 들었다. 테오파노 신이 저 인간의 얼굴을 한 괴물들을 거느리고, 헤르스탈이 프라비타를 비롯한 사도들을 거느린 모습이.
그 끔찍한 상상은 뒤에서 터져 나온 고함으로 산산조각 났다.
“감히 우리의 영웅들을 모독하다니!”
사람들이, 지금까지 함께 싸우며, 그들이 몇 번이고 구해 주고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었다.
프라비타는 그만 웃음이 나왔다.
사람들에게 괴물과 싸우면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일으키려는 헤르스탈의 심오한 의도가 전혀 통하지 않은 전우들에 대한 애정이 샘솟아서.
“괴물이 쳐부수는 사람 또한 괴물을 쳐부순다고 괴물과 같나? 격언을 악용하여, 자신은 괴물과 싸우지도 않으면서, 괴물과 싸우는 이들을 괴물처럼 보는 자들이야말로 괴물이다!”
프라비타는 소리치며 도끼를 번쩍 들었다.
“프라비타! 프라비타!”
사기를 돋우는 영웅의 말에, 너도나도 환호하며 무기를 쳐들었다.
군대 전체를 제 몸처럼 감지하는 전쟁의 신이 하늘을 찌를 듯한 사기의 정점에서 붉은 눈을 번득였다.
“진격!”
마침내, 기다리던 명령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