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34)
00234 내 와이프를 소개한다 =========================================================================
정부에서 꾸린 긴급 조사단이 파견되었다. 유지웅의 개인 자문단에 포함된 전문가들도 함께 나섰다. 정밀한 장비를 동원해서 측정과 검토를 시작했다.
괴수가 사라진 대지는 약 직경 100km 가량 정도였다. 그 안에서 발견된 그린 결정체는 도합 36개. 결정도는 약 25에서 30 사이를 웃도는, 유지웅이 보기에는 큰 가치가 없는 물건이었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거지, 그 가치를 따지면 1,0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자문단은 유지웅의 능력으로 옐로 몹들이 사라진 것이므로 당연히 유지웅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정부에서도 사소한 문제로 진을 빼고 싶지 않아 결정체 전량을 양도했다.
아무튼 문제는 해당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었다. 며칠에 걸친 조사 작업 끝에 자문단은 몇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일단 불원숭이한테 일어난 일이 다른 옐로 몹들한테도 일어난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린 결정체만 발견된 지점을 토대로 보면 그 범위는 약 반경 5km 정도입니다.”
흑석동 저택 서재에 모인 전문가들이 그를 위해서 열심히 설명을 했다.
“이것은 호크아이에 장착된 특수 센서로 촬영한 화면입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비가시광선을 포착합니다. 보신 바와 같이 해당 지역이 하얗게 변해 있습니다. 그 면적도 앞서 말씀드린 것과 거의 일치합니다.”
“땅의 성질이 변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결정체 에너지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어떤 힘이 해당 대지에 스며든 겁니다. 이 변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의문입니다만,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화면에 나타난 영상이 바뀌었다. 괴수들이 도망치듯이 이동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호크아이가 먼 거리에서 촬영한 것이다.
“인근 지역에 서식하던 옐로 몹들이 해당 대지에서 멀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죠. 이걸 보면 해당 대지는 괴수가 싫어하는 성질의 땅으로 변한 게 아닌가 추측이 됩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실험이 필요합니다.”
“실험이요?”
“브라우니를 이용해 보고 싶습니다. 승인을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승인할게요.”
곧바로 브라우니를 이용한 실험이 시작되었다. 실험 내용은 별 거 아니었다. 브라우니를 해당 대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물론 녀석은 절대로 가지 않으려고 했다. 정효주가 주먹을 사용하면서까지 밀어 넣으려고 하자 그 자리에서 배를 뒤집으면서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이것만 보아도 확실했다. 해당 대지는 괴수가 꺼려하는 땅으로 변질한 것이다.
“그럼 결정체 산업에 타격이 가지 않을까요? 괴수 수가 줄어들면 곤란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수도꼭지 두 개 중 하나를 닫아버리면 그만큼 다른 하나에서 물이 더 많이 나오는 법이죠. 하나를 잠갔다고 탱크에 담긴 물의 총량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건 혁신입니다.”
통설인 생물결합설에 따르면, 지구는 희석된 결정체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결정체 에너지는 공기처럼 어디에나 존재한다. 고작 반경 5km가 막혔다고 해서, 한반도에 존재하는 에너지 총량에 변화가 오지는 않는다.
그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이 호크아이가 한반도 전 지역을 스캔한 결과에 따르면, 결정체 에너지 총량 자체는 예전과 변화한 게 없다고 한다. 대신 농도의 변화는 있었다. 가칭 ‘정화된 대지’에 존재했던 양만큼 다른 지역의 전체적인 농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전체를 보면 직경 5km는 얼마 되지 않는 비율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농도가 증가했다 해서 그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제니스는 또 한 번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겁니다.”
현재 레이드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인류의 생존이다. 괴수의 위협에서 인류를 보호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이고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둘째는 에너지원 보급이다. 석유를 거의 쓰지 않는 지금 결정체는 소중하고 유일한 에너지원이며, 현대 산업을 유지하는 뼈대이자 핏줄이며 근육이다. 결정체 산업이 마비되는 순간 전 인류는 어마어마한 부도를 맞게 된다.
마지막으로 거주 구역 확보다. 괴수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아무리 처치해도 끊임없이 생겨난다. 특히 개체수가 적은 레드 몹에 비해 옐로 몹은 가끔 거주 구역에도 출몰한다.
아무리 옐로 몹이 먼저 공격하지만 않으면 안전하다 해도, 거주 구역에 나타나면 좋을 게 없다. 그래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옐로 몹을 처치한다. 또 거주 구역에 들어올 만한 인근 옐로 몹을 거듭 토벌한다.
“옐로 몹이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사람 사는 지역에 나타나면 좋아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각 정부에서도 거주 구역 확보와 유지에 열을 올리고 있고요. 그런데 가만히 놔둬도 괴수가 피해가는 안전한 땅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겁니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일이죠. 이제껏 이런 사례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유지웅은 또 한 번 자신의 신분이 상승했음을 깨달았다. 아, 이젠 더 올라갈 데가 없을 줄 알았는데.
자문단의 견해는 예리했다. 결정체 공급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땅, 안전한 도시를 세울 수 있는 땅의 확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괴수가 꺼려하는 땅, 괴수가 절대 들어오지 않으려 하는 땅의 가치는 매우 높다. 중요한 건 그런 안전한 지역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아마 전 세계에서 정화 작업을 해달라고 요구가 빗발칠 겁니다.”
어느 나라든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다. 가능한 사람이 거주하는 모든 구역, 아니면 주요 도시만이라도 정화 작업을 펼치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유지 기간입니다. 아마 영구적이지는 않을 겁니다. 기한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지니까요. 적어도 10년 정도만 유지되어도 좋을 텐데요.”
“시전 조건도 문제입니다. 정황을 보면 괴수의 힘, 즉 응집된 결정체 에너지를 흡수해서 사용하는 것 같은데 역시 시전하는데도 결정체가 대량 소모될 겁니다.”
자문단은 보호막 결계가 퍼플 결정체의 효과라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보호막 결계는 일정 범위 내에 존재하는 괴수들의 방어막을 무효화한다. 동시에 그 힘을 흡수해서 원하는 대상에게 불어넣어 강력하게 만든다. 탱커에게 넣었을 때는 강력한 공격력의 형태로 발현되었다. 그리고 그가 직접 사용할 때는 일정한 범위를 정화해서, 해당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괴수의 결정체를 신체와 분리해버렸다.
“테스트를 해보죠.”
그래서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괴수 대신, 이번에 얻은 36개의 그린 결정체로. 정효주에게 보호막을 걸어야 힘이 발동된다는 것은 물론 숨겼다. 어차피 부부이기에 그녀가 참관해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실험을 한 결정체 전부 결정도가 1/5 만큼 떨어졌습니다.”
보호막 결계는 동력 없이 발휘할 수 있는 무료 능력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일정한 에너지원을 흡수해서, 전환해서 발휘하는 것뿐이다.
“자세한 변환률은 정밀 계산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어쨌든 간에 인위적으로 괴수 불침범 구역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거저먹기 식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그래도 안전한 거주 구역을 생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세계 각국에서 정화 작업을 펼쳐달라고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 * *
호크아이를 구입한 유지웅은 모처럼 자신만만했다. 그동안 안슐에게 받은 게 너무 많았다. 저번에 UAE를 놀러갔을 때 한 번 블루 결정체를 획득해서 선물하긴 했지만, 그것으로 안슐의 고마움에 보답하기에는 한참 멀었다.
그래서 유지웅은 호크아이를 중고 포함 9기나 구매한 것이다. 3기는 정부 몫, 3기는 자신 몫, 그리고 나머지 3기는 안슐에게 선물할 용도였다.
“깜짝 놀라겠지?”
안슐의 반응을 생각하면 그저 흐뭇하기만 했다. 드디어 그 부자 친구를 깜짝 놀라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워낙 가진 게 많은 친구다 보니 웬만한 선물 가지고는 간에 기별도 안 갈 테니.
벼르고 별러서 유지웅은 안슐에게 연락을 했다.
“안슐, 선물이 있어요.”
「선물?」
예상대로 안슐은 호기심을 보였다. 이 어린 친구가 무엇을 준비했기에 저리 자신만만한 걸까?
“호크아이-3라고 아세요?”
「알지.」
“제가 이번에 그것을 몇 기 구입했는데, 안슐한테 선물하고 싶어요. 괴수 습격을 조기에 발견하는데 정말 좋대요. 무인항공기라서 운용하는데도 어렵지 않고요.”
유지웅은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곧 안슐이 깜짝 놀라겠지? 그 귀한 항공기를 어떻게 마련했느냐고 경악하겠지? 미국이 타국에는 절대 제공하지 않는 항공기니까.
“호크아이를 사용하면 조기 경보망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아, 자네 마음은 정말 고맙네. 하지만 지금 UAE에 구축 중인 MD시스템이 거의 완성 단계라 호크아이는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 같네. 마음만 고맙게 받겠네.」
“……MD요? 그게 뭐예요?”
「Monster Defense라고, 조기경보기와 탐지레이더, 인공위성 등을 동원한 다중 감시 체계로 어떤 시스템보다 재빠르게 괴수의 습격을 조기 발견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말하네. 레이더의 위치 파악 및 공격대 통제에서부터 핵미사일 사용까지 연동되어 있어 가장 효율적으로 괴수의 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일세. 지금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네.」
“에엑?”
「호크아이도 물론 MD 감시 체계에 포함돼 있네. 항공기 물량은 이미 준비 되어 있으니 더 이상의 호크아이는 필요 없다네.」
입이 저절로 떡 벌어졌다. 호크아이뿐만이 아니라 인공위성까지 동원한 종합조기경보 시스템이라니? 이건 자신보다 몇 단계를 뛰어넘은 수준이 아닌가?
「그리고 호크아이 인도 계약은 나도 보고 받았네. 중고품 따위를 그렇게 비싼 값에 팔아넘긴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지. 대주주라 해도 외국인이라서 아무래도 실권 행사에는 제약이 있네. 나 같으면 선물로 그저 주었을 거야.」
“네?”
뭔가 말이 이상했다. 보고를 받았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아, 자네 몰랐나 보군. 보잉의 최대 주주가 바로 날세.」
“……에엑? 진짜요?”
아니, 미국 최대 방산업체의 최대 주주가 안슐이라고? 외국인인데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미국이 언제부터 그런 걸 용납했단 말인가?
유지웅은 허탈한 나머지 맥이 빠졌다. 기껏 야심차게 준비한 선물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다니…….
「아직은 시범적 구축 단계일세. 실전 운용에 문제가 없다 판단되면 한국에도 설치해 주겠네.」
완벽하게 졌다.
고작 호크아이 3기 따위로 좋은 선물을 마련했다고 기뻐한 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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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성장해서 날 뛰어넘으려 한다는 건 기쁜 일이다. 하지만 난 친구의 앞을 가로막는 더 큰 벽으로 남아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