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31)
00631 회장님은 태업 중 =========================================================================
“레지나 박사님이 사주셨어요. 이거 엄청 신기해요.”
나디아는 스마트폰을 내밀고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참 구김 없이 해맑은 표정이었다.
“하여간 그분도 참……. 하여튼 준비해.”
“예!”
“근데 설마 집을 들고 갈 생각은 아니지?”
앵무조개는 나디아에게 침실이자 집이며, 보금자리였다. 그녀는 어딜 가든지 앵무조개를 갖고 다닌다. 정확히는 타고 다닌다. 앵무조개가 없으면 불안하다나 뭐라나.
“타고 갈 거예요.”
“……이거 너무 커서 V-23에는 못 싣는데.”
“V-23이 뭐예요?”
“있어. 내 자가용.”
“저 집이 없으면 안 되는데요오.”
나디아는 자신 없는 표정으로 그를 흘끔거렸다. 어떻게 꼭 앵무조개를 가져갔으면 하는 태도다. 집 같은 앵무조개가 없으면 뭔가 안정이 안 되고, 막 그런 모양이다.
“가져가면 안 될까요?”
“할 수 없네. 그럼.”
유지웅은 브라우니를 불렀다.
* * *
“와아! 하늘을 난다는 게 이런 거군요! 대단해요!”
브라우니는 앵무조개를 등에 싣고 창공을 가르고 있었다. 너무 빨리 날면 유지웅이 어지러울까 봐 적당히 속도를 조절했다. 한 2, 30분이면 흑석동 저택에 도착할 속도였다.
나디아는 조개 뚜껑을 열고 맞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유지웅도 조개 내부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생각보다 조개 내부는 안락하고 편안했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이렇게 빨리 날고 있는데도 가구가 안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거 참, 캠핑용으로 딱인데.’
이거 나 주고 너는 하나 더 만들어서 써! 하고 싶지만 애지중지하는 집을 빼앗기는 아무래도 좀 그랬다. 인정사정 볼 거 없이 때려잡아야 하는 괴수라면 몰라도, 아리따운 소녀 모습을 하고 있으니 적개심이 안 생긴다. 무엇보다 나디아가 해친 사람도 아직까지는 없다.
침대에 다소곳하게 앉은 나디아는 뭔가를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유지웅은 슬쩍 보고 물었다.
“뭐해?”
“식혜 만드는 법 보고 있어요. 인터넷은 신기해요. 정말 많은 게 있네요.”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더니, 진짜인가 보네. 이제는 괴수까지…….”
“네?”
“아냐. 마음껏 해, 인터넷.”
이윽고 브라우니는 흑석동 저택 상공에 도착했다. 이착륙장에 사뿐히 내려앉은 브라우니는 몸을 숙였다. 앵무조개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다리처럼 척척 움직였다. 앵무조개가 알아서 움직여 땅에 내려왔다. 유지웅은 가볍게 뛰어 내렸다.
“와아, 이게 폐하께서 머무시는 궁전이에요?”
“궁전? 뭐 일단은…….”
세간에서는 흑석동 저택을 제니스 팰러스라 부르기도 한다. 규모도 규모지만 유지웅이 지닌 힘과 영향력을 반영해서 만들어진 별명이기도 했다.
“엄청 커요! 와아.”
본채는 지상부가 5층 밖에 되지 않지만 높이는 상당한 편이다. 공용 공간으로 사용되는 1층의 높이만 해도 5미터가 훌쩍 넘으니. 외관은 유럽풍 궁전처럼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세련된 현대 미술 양식을 갖추고 있어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감탄하는 멋진 자태를 자랑했다.
나디아가 감탄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서 히죽 웃던 유지웅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야, 크기는 네가 전에 살던 집이 훨씬 크지. 어디 이거랑 비교가 돼?”
“아니에요! 그 집은 쓸데없이 크기만 컸지, 하나도 예쁘지 않아요! 폐하가 사시는 궁전은 정말 예뻐요! 저도 이런 그림 같은 궁전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나디아는 앵무조개에서 사뿐히 내려 황홀한 눈으로 본채를 올려다보았다. 커다란 야외 수영장이 있는 정원, 정성스레 잘 가꿔진 정원수, 예쁜 돌로 만들어진 계단을 보고 연신 감탄했다.
“아빠!”
그때였다. 다다다다,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조그만 물체가 와락 하고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피즈였다.
“보고 싶었어! 아빠!”
“아니, 너는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아빠는 나 안 보고 싶었어?”
어린 여자아이가 금방이라도 울 듯이 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딸 가진 아버지다 보니 감정 몰입이 더 쉽게 된다. 유지웅은 결국 물러섰다.
“그래, 보고 싶었어.”
“와! 아빠도 나 보고 싶었……. 잠깐. 아빠, 근데 이 여자분은 누구?”
갑자기 억양이 바뀐 것 같은데, 아무래도 착각이겠지? 유지웅은 대수롭지 않게 소개했다.
“응. 아빠 손님. 나디아라고 해.”
“공주님이시군요.”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해두자.”
“소녀가 인사 올립니다, 공주님.”
나디아는 피즈 앞에서 공손하게 절을 올렸다. 전통 예법에 맞는 정중한 절이었다.
“아빠 손님?”
“응.”
피즈는 쏘아보듯이 나디아를 이리저리 살폈다. 문득 유지웅은 신기하다고 느꼈다. 그러고 보니 피즈가 정효주 이외의 여자에게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다른 여자들은 있는 둥 마는 둥 신경도 안 썼는데.
이윽고 허리에 손을 척 올린 피즈가 그를 돌아봤다.
“아빠. 이 사람한테 속고 있어.”
“속다니, 내가 뭘?”
“이 사람, 감추고 있단 말이야! 아빠한테!”
그제야 유지웅은 아하 했다. 피즈 녀석, 그래도 같은 인간형 괴수라고 나디아의 체내에 있는 결정 에너지를 느낀 모양이다.
“위험해! 이 사람, 절대로 우리집에 들이면 안 돼! 어서 잡…… 아니, 내쫓아야 돼!”
지금 혹시 ‘잡아먹자’라고 하려다가 급히 말을 바꾼 것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 괜찮아.”
“아, 아빠도 알아?”
피즈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아무래도 아빠가 모르는 걸 척 하니 알려주고 기특하단 소리를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알고 있다니 하니 동심이 파괴될 수밖에.
“응. 엄마도 알고 있어.”
“어, 엄마까지!”
피즈는 울상을 지었다. 복구가 안 될 정도로 제대로 동심이 파괴된 것 같다.
어쩔 줄 몰라 하던 피즈는 한 손은 허리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 나디아를 척 가리켰다. 그리고 외쳤다.
“엄마한테서 아빠 뺏어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소녀가 어찌 폐하를 강탈할 수 있겠어요?”
“강탈이라니! 설마 아빠를 독차지하려고 했단 말이지! 세컨드로는 만족 못하고!”
“세컨드가 무엇인가요?”
“와! 모르는 척 하는 것 좀 봐! 아빠, 애 엄청 고단수야! 같이 어울리면 안 돼!”
“공주님이 하시는 말씀을 이해 못하겠어요.”
“와, 내가 미쳐! 내가 미쳐!”
유지웅은 일찌감치 한 발짝 물러서서 구경했다. 피즈는 답답한지 가슴을 쾅쾅 세게 쳐댔다. 허리까지 밖에 안 오는 쪼그만 아이가 그러고 있으니, 뭔가 위화감이 든다. 근데 그게 또 귀엽다.
나디아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커다란 눈망울을 껌벅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그쪽 방면으로는 지식이 없는 모양이다.
결국 피즈는 유지웅에게 매달렸다.
“아빠! 이 여자 위험해! 집에 못 들어오게 하자! 응?”
“아니, 괜찮다니까. 친하게 지내기로 했어.”
“위험하다는 게 그 뜻이 아니잖아!”
“그, 그럼?”
“답답해! 아빠는 잘생기고 멋지고 힘도 세고 가진 것도 많고, 아무튼 다 좋은데 답답한 게 너무 답답해!”
열변을 토하다가 피즈는 자기가 말이 꼬여서 켁켁거렸다. 유지웅이 얼른 등을 두드려 주었다.
* * *
“쓰레기 처리라고요?”
간략한 보고를 들은 대통령은 놀란 눈으로 반문했다. 비서실장이 진지하게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니스 연구소측 설명으로는, 어떤 쓰레기라도 완벽하게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노틸러스가 가진 분리 기능 덕분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은 얼른 보고서를 열었다. 한 장, 한 장 읽어내려 갈수록 그의 손도 떨렸다. 그만큼 보고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놀라운 것이었다.
어느 정도 발전하고, 부유해진 나라일수록 슬슬 환경오염에 신경을 쓰게 된다. 먹고 살 만해지니까 청결한 환경에 하나둘씩 눈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 이 나라가 먹고 살만 한 나라에 그치나? 국민 평균 소득 순위가 일찌감치 세계 최고 수준을 찍은 나라다. 유지웅을 필두로 국내 레이더들이 평균치를 엄청나게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의 결정체 수출국가이며, 차세대 기축화폐 발행국으로 확실시된 나라다.
국가 발전도가 급부상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아직 내부적으로 혼란스럽거나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점이 있지만,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나라라 해도, 아니, 이런 나라이기에 더욱 쓰레기 및 환경오염 문제에는 못 사는 나라보다 더 큰 신경을 쓰게 된다. 특히 순서를 매겨본 적은 없지만, 아마 개인당 쓰레기 방출량이 세계에서 10위권 안에는 무조건 들 것이다. 어쩌면 1, 2위를 다툴지도 모른다.
잘 산다는 것은 풍요롭다는 것이고, 풍요롭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소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환경부에서는 일회용품, 플라스틱과 비닐 등 화학제품류 쓰레기 등으로 엄청난 고심을 하고 있었다.
재활용을 못하는 쓰레기는 결국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매립지가 잡아먹는 땅도 땅이지만, 그 주변 환경이 오염되는 것도 엄청나다. 소각도 마찬가지로 공기를 오염시킨다.
“어떤 혼합물이라도 원소, 혹은 분자 단위로 재분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일절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어떠한 쓰레기라도 100% 깨끗하게 재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운송비용만 조금 더 들이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야말로 쓰레기 처리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설명을 들어보니 첨단 기초과학 연구에나 응용되어야 할 기능 같은데, 그걸 쓰레기 처리에 이용하자고 발상을 전환한 것도 놀라웠다. 대통령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체 누가 그런 생각을 했지? 일개 과학자로 썩을 그릇이 아닌데?
“환경오염 방지에는 큰 도움이 되겠군요.”
“처리 속도에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기존 매립지역에 매립된 쓰레기도 전량 수거해서 처리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물론 무료는 아니겠지요?”
“김 변호사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톤당 100만 원에 쓰레기를 처리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쓰레기를 처리해서 나온 자원은 연구소가 갖겠다고 합니다.”
연구소가 유지웅 소유이니 결국 유지웅이 갖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다.
“그럼 비용이 얼마입니까?”
“연구소에 지불하는 비용만 연간 20조 원 정도 됩니다. 기매립된 쓰레기 처리 비용은 제외한 액수입니다.”
“쓰레기가 야기하는 환경오염이 제로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액수는 아니군요.”
그리고 대통령은 덧붙였다.
“국고도 넉넉하니 그 정도 예산쯤은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추진하세요.”
유지웅만 잘 사는 게 아니다. 그 정도 지출쯤 감당 못할 지갑, 아니 국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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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에 멀쓰지 하고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그냥 안쓸래요로 정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