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3)
00083 네가 귀족이라고? =========================================================================
“근데 효주가 저렇게 예뻤나?”
술이 적당히 들어간 남자들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당연히 여자 외모 평가다. 마음이 맞는 몇 몇끼리 어울려서 벌써부터 여자애들 품평회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치? 애가 진짜 괜찮아졌어. 피부도 엄청 하얗고,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옷도 디게 잘 입네. 저런 원피스 아무나 소화 못하는 건데.”
“지웅인 좋겠네. 아, 이럴 줄 알았음 내가 미리 효주 꼬셔보는 건데.”
“아서라. 둘이 얼마나 찰지게 붙어다녔는데 그게 가능했을 것 같냐? 효주 저거 지가 친누나처럼 지웅이 살갑게 챙겼잖아.”
“둘이 같이 레이드 한다며?”
어쩌다 보니 남자들 사이의 화제가 정효주와 유지웅이 되었다. 그만큼 정효주가 이 중에서 돋보였던 것이다.
“저 정도면 여신급인데, 연예인 해도 되겠는데 뭐 하러 힘든 레이드하지?”
“야, 그거 알아? 효주 탱커래.”
“뭐? 와, 하나도 안 어울린다.”
떠들썩하게 술을 나누다 보니 다들 적당히 취했다. 유지웅은 벌써부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는 눈을 비비다가 정효주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그것을 보고 이수현이 놀렸다.
“우와, 뜨거운데? 내 얼굴이 다 녹을 것 같아.”
“놀리지 마.”
정효주가 눈을 흘기며 유지웅의 머리를 매만졌다. 마치 아기를 쓰다듬는 어머니처럼 다정한 손길이었다. 정한석은 왠지 부러운 기분이 들었다.
“둘이 진짜 사귀어?”
슬그머니 다가와서 정효주 옆에 앉은 한 남자애가 물었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상대였다. 학창 시절에 그렇게 친한 관계도 아니었다.
“응. 사귀는데, 왜?”
정효주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자 질문을 한 남자애가 다소 뻘쭘해했다.
“아니, 뭐…… 효주 네가 많이 아까워서 그렇지. 난 설마 정말로 둘이 사귈 줄은 몰랐거든.”
“지웅이가 뭐가 어때서?”
“솔직히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자답게 듬직한 것도 아니잖아.”
술기운 때문인지 제정신이라면 하지 못할 말이 술술 나왔다. 정효주는 안색을 찌푸렸다.
“너보단 훨씬 귀엽거든?”
“너, 그런 취향이었냐?”
“남 취향이야 무슨 상관? 그리고 돈 없다고 사람 무시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럼 못 써.”
“야, 솔직히 무시를 안 하려고 해도, 동창회 온다고 돈도 없는 게 무리해서 BMW나 렌트하고 그러는 건 좀 그렇지 않냐? 차라리 렌트를 하려면 국산차를 하던가.”
“왜 그 얘기가 여기서 나오니?”
다소 날카로워진 말투에 정한석이 얼른 나섰다. 이러다가 또 싸움 나게 생겼다.
“그만, 그만해. 왜 좋은 날 싸우고 그래. 솔직히 지섭이 니가 말이 좀 심했다. 니가 효주 좋아한 건 알지만 지웅이 잔다고 그러는 거 아니다.”
“야! 내가 좋아하긴 언제 좋아했……!”
“우리, 그만 갈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건 다 참아도 지웅이 까내리는 건 절대 못 참아. 아니, 안 참아.”
기분이 상한 정효주는 냉담하게 내뱉고는 그대로 유지웅을 들쳐 업고 일어섰다. 가녀린 그녀가 가볍게 업는 것을 보고 이수현은 입을 벌렸다.
“우, 우와. 너 힘 디게 세다?”
“폼으로 탱커하는 건 아니거든. 미안해, 먼저 갈게.”
“야! 야!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 이런데 바로 일어나는 건 좀 아니지. 야, 김지섭! 너 빨리 사과 안 해? 기껏 내가 한 몸 바쳐 좋은 자리 만들었는데 꼭 이런 식으로 나와야겠어?”
“내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잖아.”
“이게 아직도 지 잘못을 모르고! 너 영원한 반장 손에 한 번 죽어볼래!”
정효주는 유지웅을 업고 나가다 말고 허지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노려보던 정효주는 그대로 등을 휙 돌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발걸음이 제법 사나웠다.
“효주야! 정효주!”
몇 몇 애들이 붙잡으려고 뛰쳐나왔다. 효주는 다 뿌리치고 차에 유지웅을 태웠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기에 운전을 하는데는 지장 없었다.
집에 돌아온 정효주는 잠든 유지웅을 업어다가 침실에 눕히고 편안히 잘 수 있게 옷도 벗겼다. 그녀도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알몸으로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는 말없이 그를 내려다봤다.
“말 안 하는 게…… 낫겠지?”
자기가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 아마 노발대발할 것이다. 정효주는 고심을 하다가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아야야…….”
머리가 지끈거렸다. 유지웅은 눈을 뜨면서 반사적으로 옆의 물체를 끌어안았다. 역시나 부드러운 알몸이 바로 잡혔다. 봉긋한 젖가슴을 움켜잡으며 억지로 눈을 떴다.
“……집이네? 언제 집에 왔지?”
효주는 아직 곤히 자고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하물이 우뚝 서 있었다. 그는 그녀의 위로 올라탔다. 낑낑거리며 다리를 벌리고 삽입하려고 애썼다.
“……아침부터 뭐하니?”
어느새 그녀가 눈을 떴다. 그는 쑥스러워하며 얼른 내려왔다.
“깼어?”
“뭐하는 거니?”
“아, 그냥…… 너 잠든 사이에 몰래 하려고 했지. 왠지 그래보고 싶어서.”
말없이 그를 바라보던 그녀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언제쯤 철이 들까? 하는 느낌이 묻어났다.
“효주야, 나 사랑하지?”
유지웅은 아이처럼 웃으며 은근슬쩍 올라왔다.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넣어 단단히 껴안았다. 짐짓 눈을 흘기던 정효주는 결국 못 이긴 척 받아주며, 다리로 그를 휘감았다. 단단히 결합한 하반신의 애락을 느끼며, 둘의 몸이 땀에 흠뻑 젖어갔다.
섹스가 끝나고도 둘은 몸을 포갠 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말없이 그의 어깨를 쓸어내리던 정효주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어제 괜히 렌트했어.”
“왜?”
“지수가 차 때문에 너 완전 얕봤잖아. 걍 우리 차 끌고 갈 걸.”
“그게 화났어? 난 그냥 웃기던걸?”
“그게 뭐가 웃겼니?”
“이제 막 레이드 시작한 초짜가, 그것도 보조 힐러가 자기도 힐러랍시고 벌써부터 거들먹거리는데, 그럼 그게 안 웃겨? 저건 커서 뭐가 될까 생각하니까 그냥 웃기던 걸?”
정효주는 그가 느긋해졌음을 느꼈다. 마음에 여유가 있기에 그런 하룻강아지의 도발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언제 이런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었는지 대견해졌다.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난 화나. 어떻게 널 그렇게 무시할 수 있어? 지가 레이드 갈 수 있게 된 것도 다 누구 덕분인데!”
“그럼 좀 곯려줄까?”
“어떻게?”
“어떻게긴, 다 방법이 있지.”
레이드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프라임 공격대장이 옐로 몹 레이드 막공을 가끔 간다는 것이었다. 초능력자들은 뭐 때문에 그러나 하고 의문을 품었다. 누군가가 그럴 듯한 가설을 제시했다.
―프라임 공격대 신입 대원으로 쓸 만한 사람을 직접 찾아보려고 막공을 도는 거 아냐?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그러자 막공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우리 막공에는 안 오나, 오면 언제 오나 하고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안 그래도 많은 막공이 더욱 활성화되었다.
특히 보조 힐러들의 기대감이 극에 달했다. 프라임 공격대는 충전 장비 임상 사용에 도움을 주었으나, 대원 중에 보조 힐러는 없었다. 2팀의 대대적인 공채 이후 아직 신입 대원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레드 몹 레이드와 옐로 몹 레이드는 하늘과 땅 만큼 수익 차이가 난다. 옐로 몹을 잡아봐야 평균 1억 안팎, 거기서 세금 떼고 나면 5천만 원 정도다. 레드 몹을 잡으면 최소 50억이다. 게다가 일개 대원이 받는 최종 실수령액이었다.
옐로 몹 레이드를 100번 가야 레드 몹 레이드 한 번과 겨우 맞먹게 된다. 초능력자들은 바늘구멍보다 들어가기 힘든 프라임 공격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흥분했다.
“보조 힐러분들, 특히 충전 장비에 이상이 없는지 사전에 미리 잘 점검해주세요. 충전 장비에 이상이 있으면 모두가 망하는 겁니다.”
“네.”
허지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힐러라고는 하나 보조 힐러 출신인 그녀는 공격대에서 새파란 애송이나 마찬가지였다. 공격대라고 하나 정공은 아니고, 그녀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고정 막공이었다.
꽤 유명 정공 힐러가 운영하는 고정 막공이었는데, 보조 힐러도 3명이나 있었다. 아무래도 보조 힐러는 일반 힐러 앞에서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가끔 일반 힐러가 무시하는 눈으로 쳐다볼 때면 허지수는 속으로 이를 갈며 칼날을 세웠다.
‘두고 봐. 누가 더 잘 나가나 보자고.’
그녀는 악착같이 레이드를 다녔다. 충전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대출받은 7억은 벌써 다 갚았다. 의료 센터에서 일할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사흘에 한 번 레이드를 간다 치면 월 소득이 무려 10억이었다.
막공 공격대장이 말했다.
“그리고 미리 귀띔해드리는 건데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요.”
“……?”
대원들은 일제히 주목했다.
“오늘 우리 막공에 프라임 공격대장이 옵니다. 여러분들도 그 소문 아시죠? 신입 대원 직접 물색하려고 프라임 공격대장이 가끔 막공 다니는 거.”
“와, 진짜 그 분이 오나요?”
“대박! 완전 대박!”
분위기가 시끌시끌해졌다. 대원들의 얼굴에 일제히 흥분이 떠올랐다. 잘만 하면 팔자를 고칠 수도 있는 기회였다. 프라임 공격대장의 눈에 들어 신입 대원이 된다면, 세계 최강의 공격대 소속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씨! 화장도 제대로 안 하고 나왔는데!’
허지수는 다급해졌다. 실력이 안 되면 얼굴로라도 어떻게든 꼬셔봐야 하는데 하필 오늘따라 화장을 건성으로 하고 나왔다. 그녀는 얼른 다른 여자들을 살폈다. 그래도 이 중에는 자기가 가장 나아 보였다.
‘좋아. 그런 거 따위에 의지 안 해. 내 힐센스를 보여주겠어. 그럼 나도 프라임 공격대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허지수는 소중한 충전 장비를 꾹 만졌다.
그때였다. 멀리서부터 요란한 엔진 베기음이 다가왔다. 대원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허지수는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저, 저 차는!’
허지수는 차를 아주 잘 안다. 차는 남자의 재력을 가장 쉽게 징표하는 요소. 당연히 차를 잘 알아야 남자의 재력을 파악하기 쉽다. 현명한 여자라면 적어도 차 가격쯤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은 광채를 뿜는 은빛 수퍼카가 브레이크음을 내며 정차했다. 세스토 엘레멘토. 전 세계적으로 20대 밖에 생산되지 않은, 30억을 훌쩍 넘어서는 호화 수퍼카. 허지수는 감탄 또 감탄했다.
‘그래. 프라임 공격대장 정도 되니까 저런 것도 타고 다니는구나. 멋있다.’
모두의 눈이 쏠렸다. 운전석이 열리고 드디어 프라임 공격대장이 내렸다. 호기심을 잔뜩 품고 바라보던 허지수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뛸 듯이 놀랐다.
“유, 유지웅?”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유지웅은 고개를 돌리다가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지수? 너 여기 막공 다녔어?”
“네, 네가 왜 여기에…… 아니, 왜 그, 그 차에서…… 아니, 이게 아니라…….”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허지수는 횡설수설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결론은 나왔는데 가슴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천연덕스럽게 다가온 그가 몹시 반가워했다.
“이야, 세상 디게 좁네. 동창회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딱 마주 치냐.”
“니, 니니니니가 프, 프라임 공격, 대, 대장?”
“어. 아참, 내가 그때 말 안 했지? 너도 레이드 다닌다고 들었을 때 말해줄 걸 그랬나 봐.”
“아니, 그, 그럼 왜 그때는 니 차 안 타고, 그, 그 차를…….”
“동창 만나는데 잘난 체 할 것도 아니고 뭐 하러 이런 차 끌고 가. 괜히 분위기만 망치잖아. 효주가 그래서 차 빌려서 가자고 한 거야. 원래는 저렴한 SUV 빌리려고 했는데 하필 그날 BMW밖에 렌트되는 게 없다고 해서.”
가슴이 착 가라앉았다.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는 그의 태도가 너무 여유 있어 보였다. 프라임 공격대장. 레이드계 제일의 부자라는 그의 앞에서 렌트카를 놓고 조롱했던 것을 생각하니 창피함이 확 올라왔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아무튼 반갑다. 야, 혹시 나중에 레이드 하다가 뭐 문제 생기면 나한테 이야기해. 동창 좋다는 게 뭐겠어?”
그날 있었던 일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 듯 보이는 대범한 태도가 더욱 그녀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쪽팔려 죽을 것 같다는 게 어떤 건지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실감했다.
============================ 작품 후기 ============================
-정말로 어려울 때 연락하면 돼?
-그럴 리가. 빈말이지.
세금 이야기가 나왔는데, 50%는 최고 세율입니다. 레이드계 특성상 4개월 단위로 세금 구획을 매기는데, 4개월 동안 소득이 3억 이상이면 50%까지 매깁니다.(간단하게 50%로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4X%)
즉 레이드를 한 달에 한 번만 간다 치면 세율이 더 낮죠. 일 년에 한 번 간다 치면 연소득이 1억이니까 세율이 더욱 낮습니다.
그나저나 롤 몇 판 하고 나서 댓글 확인하다가 뒷목 좀 잡았습니다. 이 분위기에서 연참 안 하면 역적될 거 같아서 한 편 더 올립니다만,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자폭을 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