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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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빨리 안내해! 빨리! 내용물이 내 맘에 안 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앞장을 선 대부는 죽을 맛이었다. 이 흉악한 테러범은 기어코 자신을 탈탈 털어버릴 모양이다. 같은 악당으로서 선처를 호소하고 싶지만, 말 한 번 잘못했다가는 바로 목이 날아가는 게 아닌지 무서웠다.
구족을 멸한다니!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가 했다. 할케인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는 기겁을 했다. 한 마디로 씨 몰살을 시켜버리겠다는 거 아닌가.
제아무리 잔인한 마피아라 해도 그렇게까지 적을 짓밟지는 않는다. 아니, 그에게 자신은 적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우연히 신경을 거슬리게 한 모기 한 마리, 그 정도 밖에 되지 않겠지. 그에게 있어 씨 몰살이란 신경 거슬리게 한 모기를 박멸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리.
“이, 이곳입니다…….”
“확실해? 여기가 제일 큰 금고 맞아?”
“예. 맞습니다.”
알드히리에스는 조직이 보유한 대형 은행의 지하 금고로 안내했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서브 금고로 안내하고 싶었지만 쿤겐이 은행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빼도 박도 못했다. 하다못해 충분한 시간이라도 있었다면 부하들을 시켜 도착 전에 내용물을 일부 빼돌리기라도 했을 텐데…….
은행은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은행 직원들은 두려움에 찬 눈으로 알드히리에스, 정확히는 그를 거느린 유지웅과 쿤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오너가 왜 저리 굽실거려? 저렇게 어린 사람한테?’
‘동양인이잖아? 뭐 하는 사람이지?’
유지웅은 새로운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은 그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만약 알아봤다면 단단히 혼란이 일어났으리라.
“열어.”
“……예. 열어라.”
은행 보안 요원들이 나서서 힘차게 금고 문을 열었다. 유지웅은 알드히리에스를 보고 고개를 까딱거렸다. 먼저 앞장을 서라는 뜻이다. 알드히리에스는 사형대에 걸어가는 사형수의 심정으로 안에 들어섰다.
뒤따라 들어선 유지웅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다람쥐도 도토리 모으는 재주는 있다더니, 부지런하게 모아놨네. 어디 보자……. 이건 한 3억 달러쯤 하겠고.”
산더미처럼 쌓인 달러 현찰을 보고 대뜸 총금액을 알아맞힌다. 알드히리에스는 기겁을 했다. 아니, 어떻게 저걸 한 번 보고 단번에 알 수 있지?
“이건 유가 증권들이네? 어디 보자. 음, 한 13억 달러는 하겠는데?”
이어 유가 증권의 총금액까지 거의 근접하게 맞추자 할케인의 눈도 튀어나올 듯이 놀랐다. 아니, 저 사람은 머리가 천재이기라도 한 건가? 어떻게 한 번 슥 훑어보고 그 가치를 알 수 있지?
‘아!’
순간 할케인은 번개처럼 깨달았다.
‘함정 수사다! 처음부터 우리가 낚인 거야!’
심해어 중에는 혀에 달린 돌기가 마치 벌레처럼 생긴 종이 있다고 한다. 녀석은 돌기를 살랑살랑 흔들어 작은 물고기를 유인한 뒤 그대로 삼켜버린다.
지금 이게 꼭 그런 상황이지 않은가? 블루 결정체라는 미끼에 속아 뛰어들었다가, 인간 최상위 포식자에게 단단히 걸리고 말았으니까.
‘원래 목적이 조직의 재산이었어!’
어떻게 보자마자 알아맞힐 수 있는가? 답은 하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케인은 부들부들 떨렸다. 어떻게 해서든 대부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그래야 조직의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유지웅이 바로 코앞에 있지 않은가? 어떻게 그의 이목을 피해 대부에게 이 사실을 전달할 수 있을까?
“이건 뭐지?”
갑자기 유지웅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커다란 캐비넷형 금고를 발견한 것이다. 알드히리에스는 물론이고 할케인의 안색도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저것만은 안 되는데!
“그,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잡다한 여러 가지 물품이…….”
“열어.”
“정말 아무 것도 아…….”
유지웅의 왼손에서 푸른 불꽃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알드히리에스를 똑바로 바라본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왼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두 번은 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단호하다.
저것을 맞으면 죽는다! 맞으면 죽는다! 그럴 순 없어! 지금까지 모아놓은 그 많은 돈과, 아리따운 애첩들을 두고 어찌 죽을 수 있을까 보냐!
“열겠습니다! 열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알드히리에스는 체통도 잊고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대부의 체면? 악당의 자존심? 그것도 대악당 앞에서는 다 소용 없는 일이다. 상대는 이미 악당으로서 클래스가 다르니까. 자신이 시골 지방 호족이라면 상대는 황제쯤 되겠다.
“좋아. 열어.”
거짓말처럼 자신을 덮쳐오던 불꽃이 확 하고 사그라졌다. 죽다 살아난 알드히리에스는 놀란 심장을 쓸어내렸다.
역시 16만 명을 죽인 대학살의 주인공답다. 사람 목숨 하나 없애는데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으니.
알드히리에스는 캐비넷 앞에 섰다. 온몸이 벌벌 떨렸다. 죽음의 위기를 넘긴 것은 다행이지만, 이것을 여는 순간 자신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게 된다. 말 그대로 명줄만 붙어 있는 신세나 다를 바 없게 되는 것이다.
“열 생각 없구나. 그럼 내가 직접…….”
“열고 있습니다! 열고 있어요!”
알드히리에스는 얼른 손가락을 지문 인식기에 댔다. 그리고 비밀번호 16자리를 입력했다. 가벼운 구동음이 울리며 전자개폐장치가 작동했다. 그리고 금고가 열렸다.
금고는 상당히 컸다. 높이와 폭이 각각 2미터에 달했으니.
금고 상부는 종이 서류가 쌓여 있었다. 간단히 USB 등 전자저장매체도 보였다. 그리고 하부에는 비닐 포장이 잔뜩 있었다.
“잠깐, 이거 ‘몰가나타리곤’이잖아?”
이름도 안 쓰여 있는데 보자마자 바로 알아맞힌다. 할케인은 속으로 ‘역시! 처음부터 노린 거였어!’라며 부르짖었다.
알드히리에스는 표정이 거의 탈색되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보자마자 알 수 있지?
“몰가나타리곤? 그게 뭡니까, 써?”
“결정체를 정제해서 진통제나 마취제를 만드는 건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결정체는 의약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질이다. 효과 좋은 약에는 하나같이 결정체가 원료로 들어간다.
“결정체로 만든 진통제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약품이다. 특히 체질적으로 마취가 불가능한 사람들한테도 아무 부작용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이지. 진통제로도 쓰이고.”
“마취제라고요?”
“의사가 쓰면 마취제나 진통제, 그리고 마피아가 쓰면?”
“……마약이군요.”
“그래, 이 녀석은 최고의 마약이기도 하다.”
약은 쓰기 나름이다. 몰가나타리곤은 최고의 약이자 동시에 최고의 마약이기도 했다. 당연히 의사가 아닌 이가 취급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이 녀석이 최고의 마약으로 꼽히는 이유는 쾌감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작용이 없다는 것 때문이지.”
몰가나타리곤은 그 어떤 마약보다 황홀한 쾌감, 느낌을 준다. 게다가 건강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 중독, 금단 현상조차 없으며 약을 끊는 순간 언제든지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장점이 정서적인 중독을 낳고 있어 복용자들이 자꾸만 이 약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쾌락 효과는 뛰어나고, 건강에도 해롭지 않은 마약! 당연히 국제 마약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없어서 못 파는 물건 중의 하나다.
“이런 마약까지 취급할 줄이야……. 완전히 썩었군.”
유지웅은 살벌한 눈으로 알드히리에스를 노려봤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듯 흉흉하다. 알드히리에스는 제대로 된 항변조차 하지 못했다.
보아하니 마약을 어지간히도 싫어하는 모양이다. 어떡하면 이해하고 넘어가줄까?
이 은행 전체를 통째로 바치겠다고 하면 될까? 어차피 같은 악당이지 않은가?
“내가 싫어하는 부류가 몇 가지 있지. 첫째, 공금을 횡령하는 자. 둘째, 부패한 공직자. 셋째, 마약유통자. 너는 이 세 번째에 속하네?”
“…….”
쿤겐의 살벌한 통역이 이어졌고, 알드히리에스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오들오들 떨었다.
“그리고 법칙이 있지. 마약쟁이들은 마약 범죄만 저지르는 게 아니라는 것. 살인, 협박, 사기, 편취 같은 것은 필수적으로 저지르기 마련이더라. 너는 어느 쪽이지?”
“저, 저는 전혀 그러지…….”
“아아, 안 그랬다고 대답하고 싶겠지. 하지만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나?”
“…….”
유지웅은 마약 한 봉지를 집어 들고는 잡아뜯었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바닥에 뿌려댔다. 쥐죽은 듯한 고요함 속에서 수십 쌍의 눈이 그의 움직임만을 쫓고 있었다.
“쿤겐.”
“예, 써.”
“익명 전화로 FBI에 제보해. 여기 몰가나타리곤이 대량으로 있다고. 지금 바로 오라고.”
“알겠습니다!”
쿤겐은 조직원 중 제일 가까이 있는 이의 핸드폰을 뺏었다. 그는 일말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빼앗겼다.
알드히리에스는 벌벌 떠는 와중에도 눈동자를 굴렸다. 제아무리 텍사스를 주름잡는 마피아 대부라 하나, 이렇게 대량으로 보관 중인 마약을 들키면 끝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FBI에서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데, 걸렸다가는 모든 조직이 풍비박산 나고 말 것이다.
어떡해야 하나? 죽었다 생각하고 들이박아? 하지만 총탄에도 끄떡없는 사람인데?
이대로는 죽는 거나 마찬가지 인생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에게 대들었다가는 진짜 죽는다. 대학살을 일으키고도 끄떡없이 세계를 활보하는 대악당이 아닌가.
온갖 고민과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았다. 그러나 알드히리에스는 어느 것 하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수십 명의 FIB 요원들이 들이닥치고, 증거를 압류하고, 그를 비롯한 간부들을 줄줄이 체포해갈 때까지, 그는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렇게 텍사스를 주름잡던 마피아 케이넌파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제보자는?”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왔을 때는 없었습니다.”
“이상하단 말이야. 이들을 제압하고 비밀금고의 증거물까지 찾아낼 정도면 엄청난 실력자라는 소리인데…….”
“저들이 절대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 제보자를 몹시 두려워하는 눈치입니다.”
“하, 정말 배트맨이라도 나타난 건가?”
“설마요. 그것은 영화일 뿐입니다.”
* * *
“효주가 너무 오래 기다리겠다. 빨리 옷이랑 여행 물품 사서 돌아가자.”
“예. 그런데 왜 여행 자금은 하나도 안 챙기셨습니까? 원래 그러려고 금고로 안내하라 한 것 아니셨습니까?”
“여기 챙겼잖아. 이거.”
유지웅은 보란 듯이 카드 하나를 흔들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마약이 들어있던 비밀금고에서 저 카드를 챙긴 게 기억이 났다.
“그 카드가 뭡니까?”
“PAT은행 비밀계좌와 연동된 카드지. 이 카드만 제시하면 계좌에 들어 있는 금액을 전부 인출할 수 있어. 아마 우리가 쓰고 남을 경비로는 충분할 거야. 알드히리에스인가 그 녀석, 보니까 다람쥐과라서 열심히 저장해놨을 걸?”
개인 보안이 철저한 은행이라 FBI도 이 계좌의 존재까지는 알아낼 수 없다. 그리고 계좌를 정지시킬 수도 없다. 정지시키려면 본인이 직접 찾아가야 하는데, 지금 녀석은 FBI에 신병이 구속된 상태니까.
그리고 정지시켜서 유지웅을 엿 먹이면? 구족을 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녀석은 절대 그러지도 못할 것이다.
“쯧, 블랙 몹 하나 잡으려는데 뭔 서브 퀘스트가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어.”
============================ 작품 후기 ============================
음, 메인 퀘스트가 뭐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