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6)
00086 불만이 있다고? =========================================================================
50명의 회식에 고급 한우집만 살판났다. 팀원들은 가게에서 제일 비싼 꽃등심만 시켰다. 회식비로 준 것을 오늘 안에 다 먹어버려야 한다. 그러려면 싸구려 고기는 사절이다.
“와, 완전히 입에서 살살 녹네.”
“진짜 프라임 공격대 아니면 어디서 이런 거 먹어보겠어요? SKK그룹도 이런 회식 자리는 안 만들어줄 겁니다. 접대도 아니고 일반 사원 회식인데.”
다들 왁자지껄 즐겁게 떠들며, 고기를 뜯고 술잔을 부딪치고 열심히 먹고 마셨다. 프라임 공격대 지원팀 분위기는 특히 자유로웠다. 경직된 대기업의 직장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회식 분위기도 대학 동아리 뒤풀이와 비슷했다.
“근데 공대장님 정말 통 크시다. 50명 회식하는데 2천만 원이나 떡하니 던져주시다니.”
“공대장님 재산이 대체 얼마예요? 알고 싶다, 진짜.”
“2,900억쯤 될 걸?”
“우와, 쩐다. 완전히 재벌이네요.”
“더 대단한 건 결정체 매각비 분배한 것만 저 정도라는 거지. 마이카이 잡고 얻은 결정체 IACP에 팔았잖아? 그거 유통마진이 아직 정산이 안 됐어.”
“와, 그거까지 정산되면 대체 얼마예요?”
“마이카이가 6,600억짜리였으니까 유통마진을 2배로 잡고 쳐도 1조 3,200억은 나와. 그걸 65명이 다시 나누는 거지.”
“그건 공대장님이 면세금액 70% 챙겨가는 거 없나요? 그런 거 없이 걍 똑같이 65로 나눠요?”
“글쎄? 면세 혜택이 유통과정까지 적용되는 건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선례가 없어서 말이야.”
“똑같이 나누면 203억 정도 밖에 안 되네요.”
결정체를 팔고 받은 돈에서는 유지웅이 면세금액을 챙기기 때문에 전체 총액의 거의 30%를 가져간다. 하지만 유통이익은 조금 다르다. 만약 결정체 매각과 달리 분등하게 나눈다면, 유지웅도 가져가는 돈은 다른 대원과 똑같아진다.
유통이익을 어떻게 분배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지웅이 그건 별 말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들 오매불망 유지웅의 결정이 발표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똑같이 나누면 203억이고, 결정체 매각비 나누듯이 하면 3,755억이란 거네요. 액수가 완전히 달라지는데요?”
“결정체 나누듯이 하면 대원들 배 좀 아프겠는데요.”
누군가가 술잔을 기울이며 그렇게 키득거렸다. 다른 팀원들도 웃음이 전염되어 크게 웃었다.
장태준은 웃고 있지만 입맛이 살짝 썼다.
‘돈을 너무 잘 버는 것도 문제가 있군.’
유통이익이 정산되고, 그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큰 갈등이 생기지를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프라임 공격대가 IACP에 매각한 블루 결정체는 아직까지 1개뿐이었다. 1차 레이드 때는 IACP가 설립되기 전이었고, 2차 레이드 때 얻은 결정체를 비로소 매각한 것이다. 3차 레이드 결정체는 독일에 매각했고, 4차 레이드 결정체는 유지웅이 충전 장비 제작을 위해서 직접 구매했다. 그래서 1개뿐이다.
IACP가 매입한 결정체 가격은 6,600억 원. 그리고 드디어 유통 마진이 정산되었다. 미국에 의뢰 수락 통보를 한 다음 날 유지웅의 계좌에 입금되었다.
“1조 3,000억 원입니다.”
통장에 찍힌 1,300,000,000,000이란 숫자를 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동그라미를 세다가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다 때려치우고 잠적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데 지하크, 마진을 다 줘도 괜찮은 건가요? 회사 운용에도 돈이 들어갈 텐데…….”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익을 취하진 않았지만 회사 유지비용은 제하고 입금한 액수입니다.”
돈이 입금된 걸 어떻게 알았는지 은행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저번에 만났던 최덕만 부장이었다. 재무관리에 관해서 의논하기 위해 한 번 찾아뵙고 싶다고 했다. 유지웅은 자기 돈이 아니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솔직히 전 돈 없이 살던 시절이 길어서인지 이걸 나누려고 생각하니까 아득해지네요. 그냥 내가 다 갖고 싶을 정도예요.”
“그럼 그러시면 되지 않습니까?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을 겁니다.”
“욕심 부린다고 안슐이 실망할 것 같아서 못하겠어요.”
“욕심이 아니죠. 당연한 지웅 님의 권리이자 소유물입니다. 자기 것을 자기가 챙기는 것은 정당한 행동입니다.”
지하크는 이상하다는 듯이 덧붙였다.
“프라임 공격대원들은 특별히 다른 초능력자들에 비해 잘난 것도 없으면서, 지웅 님의 은혜를 입고 있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실 지하크의 말에 솔깃했다. 유지웅도 인정하고 있었다. 프라임 공격대가 이렇게 큰돈을 벌 수 있는 건, 레드 몹을 잡을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덕분이라는 것을. 그러니 이런 돈을 가져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니야. 아무리 보호막 능력이 날고 기어도 결국 나 혼자서는 잡을 수 없는 거잖아. 이건 결정체를 팔고 얻은 이익이니까 결정체 값 나누듯이 하는 게 옳아.’
탱커, 딜러의 몫에서 35%를 가져가는 것은 나라에서 자신에게 베푼 혜택이니까 정당한 것이다. 그 점은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고 오히려 떳떳했다.
하지만 유통이익은 정부가 베푼 혜택과는 다르다. 안슐의 호의 덕에 얻은 것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결정체를 팔아서 얻은 공동이익인 셈이다. 그러니 나누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효주야, 어떡하면 좋을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내가 말했지?”
“응. 그랬지.”
“솔직히 이 유통 이익을 얻는데 대원들이 한 건 없잖아. 다 안슐 씨 덕분이고, 안슐 씨는 널 도우려고 그러신 거고. 그러니까 난 대원들이 이거 가질 자격은 없다고 봐.”
정효주는 그리고 얼른 덧붙였다.
“아, 욕심나서 그러는 건 아니야. 진짜야.”
어려웠다. 대원들은 결정체로 인한 이익을 나눌 자격이 있고, 유통이익은 결국 결정체에서 파생된 이익이다. 그렇다면 대원들도 나눌 자격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통이익을 얻는데는 대원들이 한 게 없다.
SKK 등 다른 유통업체에 매각하는 국내 공격대는 유통이익은 당연히 꿈도 꾸지 못한다. 오로지 프라임 공격대만 유통이익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은 유지웅을 돕고자 한 안슐의 호의 덕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원들이 유통이익을 나눌 자격이 있을까?
“좀 생각을 해보자. 아, 어려워. 이것도 어떻게 나눌지 미리 확 못을 박아두면 편했을 텐데.”
“그냥 네가 가지면 안 돼?”
“나도 그러고 싶은데, 돈 문제만큼은 내 욕심이나 감정, 기분 같은 거 말고 사리분별에 딱딱 맞춰서 처리하고 싶어.”
“의젓해졌구나.”
“그러엄. 나도 공격대장이라고. 한 집단의 머리란 말이야.”
유지웅은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결국 유통이익은 당분간 유지웅의 계좌에 유보해두기로 했다. 어떻게 처리할지 시간을 두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프라임 공격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지원팀까지 합쳐서 거의 200명 가까운 대인원이다 보니 호텔 별관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그 자리에서 유지웅은 5차 레이드 일정을 발표했다.
“……그래서 미국의 의뢰를 수락하기로 했습니다.”
모두의 얼굴에 흥분이 맴돌았다. 프라임 공격대는 독일에서 개인당 1,240만 유로를 분배받았다. 원화로는 약 173억이나 되는 거액이었다. 무려 129명이 나누었는데도 그 정도였다. 미국에서는 얼마를 받을까?
“질문 있으신 분?”
누군가가 번쩍 손을 들었다.
“미국이 독일처럼 따로 프리미엄을 약속한 건 없나요?”
그 말에 몇 몇 이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박현정 등 각 파트장 혹은 그에 준하는 자들이었다.
유지웅은 왜 그런 걸 묻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개인에게 따로 주겠다고 한 돈은 있습니다만…… 그건 왜 궁금하세요?”
“이번에도 나누는 거죠?”
“네?”
유지웅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반문했다. 파트장들의 안색이 더욱 핼쑥해졌다.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정효주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분위기가 살짝 이상해지자 박현정이 얼른 나섰다.
“그럼 언제 출발하는 건가요?”
“……일단 열흘 뒤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대답을 하면서 유지웅은 프리미엄 건을 질문한 대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상했다. 왜 그런 걸 묻지?
‘설마?’
살짝 어이가 없었다. 정말 당연히 프리미엄을 분배받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독일에서 프리미엄을 분배할 때 정효주가 말렸다. 그런 게 계속되면 당연한 것으로 착각한다고 말이다. 어차피 첫 원정 레이드라서 베푼 선심이었고, 두 번째부터는 그럴 일 없으니 그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저런 질문이 나온 걸까? 설마 정말로 당연하게 프리미엄을 분배받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이상한데.’
그러고 보니 대원들 분위기도 뭔가 미묘했다. 그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몰랐는데, 진지하고 심각하게 웅성거리는 것이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발표가 끝나고 그는 따로 장태준 팀장을 불렀다.
“팀장님, 혹시 뭐 알고 계신 거 있나요?”
“예?”
“전에 그런 말씀하신 것도 마음에 걸리고, 오늘 대원들이 프리미엄 분배 가지고 이상한 질문한 것도 신경 쓰여서요.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요?”
유지웅은 단순한 공격대장이 아니다. 레드 몹 레이드를 가능하게 해주는 존재이며 프라임 공격대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공격대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대원들이 불만이 있다 해서, 함부로 그의 앞에서 티를 내지는 못한다는 소리다.
군대를 생각하면 쉽다. 쓰리 스타 장군이 내무실을 방문해서 ‘뭐 힘든 거 없나?’라고 물어도 ‘괜찮습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하는 것처럼. 아무리 큰 불만이나 문제가 있어도 쓰리 스타 장군에게 말을 할 수는 없다. 만약 한다면 그건 이등별뿐이다. 다시 강조한다. 이등‘별’뿐이다. 오타 아니다.
그래서 유지웅은 공격대 분위기를 잘 몰랐다. 자기 앞에서 티를 내지 않으니 당연한 것이다.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데 독심술을 쓰지 않는 한 무슨 재주로 알 수 있겠는가?
“……저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대원들이 지원팀 앞에서 자기들 이야기는 하지 않거든요.”
“흐음…….”
“하지만 눈치라는 게 있어서요. 아무래도 대원들이 독일 때처럼 기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결정체 매각금 외에 얻은 부수입도 당연히 나누는 게 아닌가 하고요.”
“에이, 공동이익과 개별이익은 다른 거죠. 개별이익을 왜 나눠요? 독일 때야 제가 선심 베푼 거고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대원도 있을 겁니다. 물론 제 추측일 뿐이니 너무 확신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장태준은 조심스러웠다. 단지 짐작에 의존해서 조언을 하는 것이다 보니 그도 꽤 난감하고 어려웠다.
그도 군인 출신이다 보니 위계 서열에 엄격했다. 유지웅은 군으로 비유하면 부대장이었다. 부대장 앞에서 어떻게 생각하는 바를 곧이곧대로 말할 수 있는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최대한 에둘러서 전달하는 게 최선이었다.
“대원들이 조금 오해하고 있네요. 제 방침은 이래요. 기여한 만큼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이익을 나누는 거죠. 한 만큼 받아가고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거.”
장태준은 뭐라고 말을 하기에도 조심스러워서 듣기만 했다. 나이가 한참이나 어리지만 상대는 까마득한 상관이자 고용주였다.
“제가 대원들 면세금에서 70%를 가져가는 건 나라가 저한테 그러라고 면세 혜택을 준 거니까 그러는 거예요. 대원들은 제 덕분에 세금 30%를 돌려받잖아요. 그러니 오히려 저에게 고마워해야 하죠.”
“그렇죠.”
“원정 레이드 프리미엄도 그래요. 그건 저한테 준 거니까 제 몫이에요. 공격대 공동이익이 아니라, 면세 혜택처럼 제 개별이익인 거죠. 그걸 나누든 말든 그건 제 마음이고요. 이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타당한 말이라고 장태준은 생각했다. 솔직히 유지웅은 절대 갑이었다. 을은커녕 병이나 정도 못 되는 이들은 그가 정한 대로 따르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막말로, 옐로 몹 레이드와 별 다른 차이 없이 싸우면서도 백 배 이상의 이익을 얻는 대원들이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장태준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부분 대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5차 레이드 끝나고 분배할 때 차분하게 설명해야겠어요. 잘 이야기하면 대원들도 이해하겠죠.”
장태준은 역시 어려서 그런지 너무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돈에 눈이 멀어서 그런 불만을 품은 자들이, 말로 곱게 설명한다고 알아들을까?
“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이해를 못하는 대원들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제 방침을 못 따르겠다면 할 수 없지요. 서로 각자 갈 길 가는 수밖에요. 공격대 탈퇴하라고 해야죠.”
장태준은 방금 내린 판단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그는 순진한 게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었다. 절대 갑이기에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그것도 모르고 불만 있는 대원들이 나섰다가는 어떻게 될까?
‘피바람이 불겠어.’
차라리 유지웅이 한 번 제대로 빡쳐서 공격대 분위기를 갈아엎기를 바랐다. 그럼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것이고, 그와 지원팀의 일자리도 단단해질 것이다.
============================ 작품 후기 ============================
폭력은 모든 걸 해결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