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65)
00965 %3C프리시즌 딜러편%3E 맷돌, 그리고 맷돌 =========================================================================
“회장, 왼손에 균열이 있네! 확실하오!”
휘버는 기쁨에 들떠서 외쳤다. 니트로와 가렌, 최윤은 기쁘다기보다는 얼떨떨하기만 했다.
균열은 내핵 에너지를 직접 끌어다 쓸 수 있는 매개체라고 했다. 그게 한 사람의 몸 안에 있다니, 이게 정녕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맙소사.’
한편 칠드그린은 마른침만 삼켰다. 균열, 그 거대한 힘이 한 사람의 독점이라니. 이제 세계 패권의 판도가 어찌 흘려가려는…….
‘아, 이미 판은 다 짜여졌나.’
그러고 보니 이미 달라질 건 없나?
균열 빼고, 지금 유지웅이 지닌 힘만으로도 세계 정복이나 세계 멸망은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무한대의 힘이 더해진다 한들,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칠드그린은 한편으로 안심이 되었다. 물론 찝찝하기 그지없는 안심이었다.
“내 왼손에 균열이?”
“균열만 있는 게 아니오. 무언가 거대한 힘이, 아마도 결정체로 추정되는 어떤 물체가 균열을 봉인해서 회장의 왼손에 깃들어 있는 거요.”
“그 결정체가 190억이라는 거군요.”
“그렇소. 짚이는 바가 있소?”
유지웅은 쓴웃음을 지었다. 짚이다 뿐일까. 모든 것을 걸고 확신할 수 있다. 바로 오리나다.
‘녀석…….’
이제야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묠니르의 형태로 변한 오리나를 들고 균열에 뛰어들었을 때, 모든 게 끝이라 여겼을 때, (미래의) 최윤이 생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을 때, 오리나는 혼자서 해낸 것이다.
해냈다 뿐인가? 균열을 닫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잡아먹어서 봉인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기특하게도 주인이 잘 사용하라며 공손히 자신과 함께 묶어서 세트로 진상한 것이다.
그 충성심과 헌신에 유지웅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는 한 방울 흘러내린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오리나, 너의 희생과 공은 잊지 않으마. 네가 진상한 이 보물은 내가 잘 써줄게.”
“오리나? 그게 뭐요, 회장?”
“아, 제가 전에 부리던 부하 괴수입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균열을 흡수한 채로 제 왼손에 깃든 것 같네요. 전 그것도 모르고 균열을 막아야겠다며 세상을 돌아다녔고요.”
칠드그린은 떨떠름했다. 별로 돌아다닌 것 같지는 않지만……. 아니, 지금은 떨떠름해야 할 때가 아니라, 경악해야 할 때인가?
‘오리나는 또 뭐야?’
유지웅을 제외한, 다섯 명의 생각이 일치했다. 대체 이 인간은 어떻게 돼먹은 인간이야? 뭐 이렇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
“아무튼 휘버 박사님, 제 왼손에 균열이 있다는 거군요.”
“그렇소.”
“균열은 어떤가요? 안정적인가요? 사실 저도 별로 이상한 건 못 느꼈으니까 안정된 건 아닐까요?”
“음, 확단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아무 이상이 없었고, 또 봉인매개체의 결정도도 190억이나 되는 걸 봐선, 균열을 성공적으로 제어하고 있는 게 분명하오.”
이렇게 세계 평화, 혹은 인류 멸망 방어는 간단하게 성공, 아니 처음부터 결정나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을 모르는 법, 유지웅은 문득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럼 이제 한 가지가 남았군요.”
“한 가지?”
“그 전에 질문이 있어요. 휘버 박사님, 지금 균열이 닫혀 있는 거 맞죠?”
뭘 물어보려나 싶어 휘버는 떨떠름해하면서도 대답했다.
“그렇다네, 회장.”
“그럼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되죠?”
그제야 유지웅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얼핏 감을 잡은 휘버는 안색이 굳어졌다. 그는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대기권내 결정 에너지가 점차적으로 감소하면서, 끝내는 괴수도 사멸하고 말겠지. 혹은 결정체를 내놓지 않는 괴수들만 남게 되거나.”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여러분!”
벌떡 일어난 유지웅은 다섯 명의 ‘유지웅파’를 둘러보며 열변을 토했다.
“결정체는 인류 문명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입니다! 이미 인류 문명은 결정체가 없이는 존속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결정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하지만 아직 시간은 많이 남…….”
“우리는 다시 화석 연료 시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석탄과 석유를 태워 발전기를 돌려야 해요! 그 많은 이산화탄소는 오존을 파괴하고, 자외선 증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부 질환에 시달리며 고통 받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전기세는 폭등할 거고, 각종 물가도 오르고, 경제는 궁핍해지고, 빈민은 더 힘들어질 거예요!”
“회, 회장…….”
“그럼 원자력 전기를 쓰자는 사람들이 나오겠죠. 위험하고, 수만 년이 넘도록 없어지지 않는 핵폐기물을 쏟아내는 그 더러운 원자력 전기를 말입니다! 그런 현실을, 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유지웅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
“따라서, 균열을 안정적으로 개폐할 수 있는 수단을 고안해주셔야겠습니다, 박사님들.”
“아니, 저기 그건 좀…….”
“알았어요, 알았어. 휴가 쌈박하게 한 달 드릴게요. 한 달 간 푹 쉬신 다음에 연구에 복귀하셔서 방법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인류의 또 다른 위기입니다. 균열의 폐쇄로 인해 에너지 대혼란이 오면, 인류는 다음 세계 대전을 겪을지도 몰라요. 다들 아셨죠? 인류의 미래가 여러분과 제 왼손에 달려 있습니다.”
유지웅은 그렇게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네 과학자는 아무런 반박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맷돌 직행이 결정되었다.
* * *
‘괴수 결정체는 한정돼 있어.’
공항동 저택, 서재에 앉은 유지웅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언제 고갈돼도 이상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휘버 박사님도 고갈 시기를 예측할 수 없어.’
언젠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그런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난다. 석유를 사용하던 시절, 석유가 100년 이내에 고갈된다며 아껴 써야 한다고 세계가 고민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결정체가 등장하면서 그런 고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지금 그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어쩌면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뿐이다.’
유지웅은 칠드그린의 입도 함구시켰다. 간단했다. ‘비밀로 해주실 거죠?’라고 한 마디를 한 것뿐이다. 명석한 사람이니 잘 알아들었을 것이다.
칠드그린이 백악관이 이것저것 정보를 퍼다 나르는 건 알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이 다 자신과 백악관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칠드그린은 원래 그랬다.
“어떻게든 해야만 해.”
유지웅이 벌떡 일어나자, 그의 발치에서 웅크려 졸고 있던 히카리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무, 무슨 일이냐?”
“히카리, 큰일이다.”
“큰일? 뭔데?”
“어쩌면 앞으로 네 먹이를 못 구할지도 몰라.”
“아, 안 돼!”
히카리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파랗게 질렸다. 먹을 게 없는 세상이라니, 그 무슨 끔찍한!
유지웅은 무릎을 꿇고, 히카리와 눈을 마주쳤다. 히카리의 두 어깨를 꼭 잡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겠니?”
“아, 알겠다!”
“이 주인님은 지금 고민 중이란다. 어떡하면 우리 귀염둥이 암쾡이를 굶기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지금 온 머리털이 다 빠질 것 같아. 이러다가 M자 탈모, 원형 탈모, 둘 다 한꺼번에 오면 큰일이겠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큰일이다!”
“자, 그럼 우리가 어떡해야 할까?”
히카리는 생각할 것 없다는 듯이 말했다.
“사재기다! 먹이를 축적해야 한다!”
“그렇지!”
유지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모처럼 집사와 고양이의 마음이 하나로 일치했다.
“좋아, 그럼 먹이를 축적하러 가자! 히카리, 네 도움이 필요하다! 아니, 너뿐만이 아니라 브라우니, 모비딕의 도움도 필요해!”
“알겠다! 근데 어디로?”
“어디긴 어디야.”
유지웅은 가슴을 당당히 펴고 말했다.
“바다지!”
“바다?”
“그래! 너는 잘 모르겠지만, 해양 괴수는 육지 괴수보다 엄청나게 결정도가 높고, 또 이제껏 해양 레이드가 이뤄진 적이 없어 바다에는 무궁무진한 먹이들이 가득하다고!”
“……그 물 많은 곳?”
히카리는 팍 식어버린 얼굴로 갸웃거리더니 그대로 푹 엎어져서 웅크렸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난 안 갈래. 물 싫어.”
“이 녀석! 집사가 가면 잠자코 따라가는 거다!”
“히잉! 싫어! 다른 집사들은 안 이런다는데!”
“어허, 잠자코 따라 와!”
유지웅은 안 가겠다고 버둥거리는 히카리의 뒷목을 기어코 잡은 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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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야말로 진정한 세계 혼란의 주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