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13
4. S반의 낙제생(5)
늦은 저녁.
홍비연의 ‘특강’을 끝마친 뒤, 나는 곧장 아카데미 부지를 빠져나와 아 르카니움으로 향했다.
서점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걔는 그걸 진짜로 믿냐…….”
방금 저지른 일을 생각하니, 어쩐 지 자괴감과 죄책감이 몰려왔다.
홍비연. 그녀는 분명 우수한 마법 사이고, 똑똑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 지만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게 단점이었다.
그런데 그 점을 이용해 먹기나 하 다니.
‘어차피 악녀니까 상관없나?’
어쩔 수 없었다. 당장 테리폰 마법 검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데.
하루라도 빨리 테리폰을 마법검으 로 개조해야 그나마 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모르겠다. 책이나 사야지.’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습과 강 의를 듣기 때문에 전공 서적을 구입 해야만 했다.
마법 도시 아르카니움의 거리를 거 닐자 오색빛깔 마탑들과 명문이라 불리는 수많은 마법 학교들의 전경 이 펼쳐졌다.
공중에는 날개 달린 말이 이끄는 마차와 작은 크기의 부유섬이 둥실 떠다녔고, 거리에는 나 말고도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서적을 구입하러 나온 학생들로 상당히 북 적였다. 심지어 벌써부터 남녀가 짝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배알이 뒤틀려서 죽을 뻔했다.
파릇파릇하구만, 젊은것들.
거리는 예쁘게 포장되어 있고, 알 록달록 빛을 내는 건물들이 죽 늘어 서 있다. 마법 공학의 정수를 구경 하며 골목길로 들어서자마자, 즉시 점멸을 사용하여 빠르게 이동하였 다.
‘여기쯤인가. 기억이 잘 안 나네.’
게임에서는 그냥 ‘자동으로 강의 듣기’만 눌러놔도 됐었는데, 현실은 전공 서적이 필요하다니.
이게 또 어이가 없는 게, 어떤 전
공 서적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성 적이 오르는 비율이 달랐다.
처음에는 도시에서 꽤 유명한 서점 에서 서적을 샀던 걸로 기억한다. 책의 종류도 많고, 손님도 많으니 아무튼 더 좋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나중에 플레이어들 에 의해 밝혀졌는데, 이 도시 곳곳 에 성적에 플러스가 붙는 서적들이 숨겨져 있던 것.
특히나, 그런 서적이 가장 많이 숨 겨져 있던 서점이 분명, ‘이름 없는 서점’이었던가. 간판이 텅 비어 있 기에 붙은 이름이었다.
골목길을 따라서 한참이나 헤매다 가 도착한 이름 없는 서점. 상당히 낡은 곳이었다.
사람은커녕 귀신도 거를 것처럼 생 긴 다 무너져가는 서점의 나무문을 삐걱 열고 들어서자 퀴퀴한 책 내음 이 나를 반겨주었다.
카운터에는 웬 늙은이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저 변태 같은 할배는 저 렇게 조는 척하면서 손님들을 마나 스캔으로 관찰한다고 한다. 뭐, 원래 장수하는 마법사들은 다 어딘가 특 이한 면이 있으니까.
나는 망설임 없이 걸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꽤 낡았지만, 무 려 10년 전에 스텔라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마엘라의 필 기노트’가 있었다.
왜 그런 게 여기서 팔리고 있는진 모르겠으나……. 그의 필기노트를 소지한 채 마공학 수업을 들으면 거 의 무조건 만점이 나온다.
직박구리 안경이 있는지라 성적은 딱히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이 안 에는 숨겨진 레시피 같은 것들이 저 장되어 있어서 나중에 쓸 만한 게 있을지도 모른다.
‘이거만 있으면 나머지는 그냥 평 범한 서적으로 공부해도 상관없겠
지.’
어차피 안경 덕분에 만점은 따 놓 은 당상이니까.
‘어디 보자……
찾았다. 역시 아무도 건드린 사람 이 없다. 마엘라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는 ‘마공학이론 필기노트’. 손때가 많이 묻은 게 누군가는 거슬 린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한테는 좋다. 자고로 마도서와 노트는 오래 된 게 더 멋있거든.
그것을 꺼내기 위해 손을 뻗자, 반 대편에서 새하얀 손목이 나타나 내 가 고른 책을 잡았다.
“..?”
,,엥?,,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나보다 키 가 살짝 작은 하늘색 머리의 소녀가 불에 덴 듯 손을 떼고 있었다.
나 또한 손을 회수하였을 때 그녀 와 눈을 마주쳤을 때, 솔직히 당황 하고 말았다.
“에, 에이젤?”
“뭐예요. 저 알아요?”
“어? 어, 알지. 너 유명하잖아.”
에이젤 모르프. ‘짭 여주’라 불리는 그녀가, 낡은 중고 책을 품에 껴안
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 다.
그녀는 흔들거리는 자신의 하늘색 머리카락을 뒤를 슬쩍 넘기며 내 눈 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 당신… 아까 그분이군요?”
“어.”
나를 기억하는 건 좋은데, 그전에 두 번이나 더 만난 건 기억 못 하 는 건가?
에이젤은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까의 토론은 잘 봤어요. …끝까 지 설명하지 않은 건 상당히 아쉬웠
지만요.”
그러고 보니, 에이젤은 저 문제를 다 맞히지 못했던가. 그래서 그 문 제를 풀이하려다가 마유성과 인연을 쌓는다는 스토리가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어요.”
에이젤은 쿨하게 홱 고개를 돌려서 다른 쪽으로 가버렸다.
그나저나, 쟤가 왜 중고 서점에 있 는 거지?
나는 마엘라의 필기노트를 서둘러 꺼냈다. 그래도 이건 안 뺏겨서 다 행이다.
그런 다음 다른 책을 하나씩 꺼내 며 에이젤을 힐끗 곁눈질하였다.
그녀는 이 책 저 책 꺼내고 있었 는데, 묘하게 가격표를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다.
‘아, 그랬나.’
이 서점은 주로 중고 책을 다루는 지라, 나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학생 이 아니면 거의 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르카니움에 있는 다섯 개 의 명문 학교는 어지간해서는 정말 부자들만 입학할 수 있다. 나처럼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평생 모 아두었던 전 재산을 탈탈 털어서 등
록금을 마련했다는 뒷배경을 가진 학생은 드물다는 의미
즉, 이런 다 쓰러져가는 서점에 온 다는 건…… 나만큼이나 가난하다는 뜻이 되겠다.
‘좀 짠하긴 하네.’
가문의 멸망. 모든 걸 잃은 에이젤 은 호화롭게 살던 과거와는 동떨어 진 삶을 살아야만 했다.
매 끼니 스테이크를 썰던 그녀가, 책 한 권 제대로 살 돈이 없어서 중고 서점에서 낡은 책의 가격표나 뒤적이고 있으니까.
게다가 그녀는 ‘공녀사랑라는
원작 소설 속에서도 끝끝내 불행한 엔딩을 맞이한다. 하물며, 풀레임이 주인공의 자리를 꿰찬 이 세계에서 는 불행한 엔딩을 맞이하기도 전에 그대로 죽어버릴 운명이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국, 저 여자는 평생 불행한 길을 걷다가 모두의 외면 속에서 파멸하 겠지.
‘에휴, 모르겠다.’
나는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쏙쏙 골라서 뺐고, 결과 10권이 넘는 서 적이 쌓이게 되었다.
그것들을 카운터에다가 텅! 올려놓
자 노인네가 놀라서 눈을 떴다.
뭐야. 눈 뜰 줄 알았네.
“뭐셔… 그걸 어케 들고 온 겨?”
“제가 힘 좀 씁니다.”
옆을 보니 에이젤이 살짝 거리를 둔 채로 눈을 가늘게 뜨고 내가 고 른 교과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왜?,,
그냥 말을 붙여보았는데, 생각 외 로 에이젤이 순순히 답을 해주었다.
“아뇨 그냥, 되게 병人… 아니, 신 기한 과목을 고르셨길래요.”
방금 저거 욕하려던 거 같은데.
“어떤 거?”
“이것저것 전부요. 고급 실링학개 론같은 건 대체 왜 듣는 건가요?”
“아, 이거? 전망이 별로 없는 과목 이긴 하지.”
실링학은 물건을 토대로 마법을 발 현하는, 아주 고대의 마법이었다. 하 지만 연금술과 마공학으로 발달으로 ‘인챈트’ 기술이 생겨남으로써, 자연 히 사장된 기술이기도 하다.
그나마 유일한 업적이 ‘지팡이’를 발명했다는 게 전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마법 정부가 실링학에 대한 지원도
끊은지라 실링학자들이 줄줄이 실직 하는 와중에 이 과목을 듣겠다고 나 서는 학생은 거의 없었고, 자연스레 과목은 폐지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과목은 폐지 되지 않고서, 끝까지 살아남긴 한다. 바로 플레이어들의 ‘성적 셔틀’로써. 그 어떤 과목보다 적은 시간을 할애 해도 무조건 고득점을 받게 되어 있 었으니까.
“전망이 없는 걸 알긴 하시네요.”
“그래서 듣는 거야.”
“..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으
로 쳐다본다. 대뜸 게임에서 보고 왔다고 설명할 수도 없고, 난감하네.
“모두가 너처럼 생각하고 있거든. 그래서 오히려 성적 따기 쉬워.”
“뭐, 아무튼 나는 가볼게?”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어 서 서둘러 서점을 빠져나온 뒤 슬쩍 뒤를 돌아보자, 에이젤이 호기심 어 린 표정으로 실링학개론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나 표정이 영 탐탁지는 않아 보였다.
* * *
이튿날.
오늘은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 는 첫날이었다.
‘첫 수업은….’
에이젤은 자신의 시간표를 확인하 였다. 스텔라 아카데미에서의 첫 강 의는 ‘허무를 들여다보는 법’이라는 과목이었다.
성적을 따기 쉽다는 소문이 은근히 퍼져 있어서 비록 비주류였지만 서 둘러 수강을 신청한 것.
“너도 허무 들어?”
“진짜? 아… 망했다. 너 나보다 공 부 잘하잖아.”
“너도 성적 따려고 온 거였어?”
“당연한 거 아냐? 아는 애들만 아 는 줄 알았는데 애들 엄청 많네. 첫 학기부터 망했당….”
그런데 성적을 따기 쉽다는 소문이 어디에서 퍼졌는지, 학생들이 상당 히 모여 있었다. 심지어 어중간하게 상위권에 들지 못해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아예 작정을 했는 지 대놓고 몰려 버린 것.
‘흐음……. 곤란한데.’
항상 상위권을 유지해서 반드시 장 학금을 타야만 하는 에이젤로서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
‘다른 과목을 열심히 하면 되겠지.’
시간은 부족하고, 공부할 건 많다. 이미 지나간 일에 아쉬워할 시간 따 위는 없다.
성큼성큼 복도를 걷던 에이젤은 문 득 학생들이 몰려다니며 점심 메뉴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었다.
꼬르륵, 배에서 밥 달라는 신호가 울린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학식 티 켓 60장 뭉치를 꺼냈다.
이 티켓으로 60번이나 아카데미의
밥을 먹을 수 있지만, 한 학기 내내 이것으로 버틸 수 있을 리는 없었으 므로 아끼고 또 아껴야 한다.
‘오늘 점심은 밥맛도 없는데 매점 에서 빵이나 사 먹어야겠네.’
물론 1,200크레딧밖에 안 하는 밋 밋한 식빵이나 간신히 人卜 먹을 수 있겠지만.
빠른 식사를 위해 매점으로 걸음을 옮기던 에이젤은 문득 어느 강의실 을 지나치다가 멈칫했다.
이곳은 실링학개론의 강의실. 어젯 밤 만났던 백유설이라는 학생이 신 청했다는 강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내부를 살펴보니 저 멀리 백유설이 멍한 얼 굴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무슨 생 각을 하는지, 어디를 바라보는지조 차 짐작이 되지 않는 투명한 느낌의 검은색 눈동자였다.
에이젤은 다른 학생들을 살펴보았 다.
‘어? 정말 학생이 거의 없잖아?’
학생의 숫자는 간신히 강의가 유지 될 수 있는 수준이었고, 그 탓인지 교수는 불안한 표정으로 강의를 진 행하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또한, 수강하러 온 학생들 역시 어
중이 떠중이뿐.
만약, 아주 만약에…… 자신이 실 링학개론의 수강을 신청했다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더라도 학점을 높일 수 있었을 거야.’
그리고 그렇게 절약한 시간으로 다 른 과목을 공부했다면…… 어쩌면 등수가 올라서 더 많은 장학금을 받 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 애는 정말 이 과목이 성적을 받기 쉽단 걸 알고 있었던 건가?’
에이젤은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여 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 는 눈빛이었다. 졸린 것 같기도 하
고, 명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설마, 그에게는 자신만의 수강신청 전략이 치밀하게 짜여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번뜩였으나, 에이젤은 빠르게 머리를 흔들어서 그 생각을 흩뿌렸다.
‘내가 무슨 생각을. 우연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