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2)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62
38. 연정흡인지체(2)
학교 대항전이 끝난 뒤.
엘트먼 엘트윈은 아넬라의 제보를 따라 ‘카바렌’이라는 이름을 가진 스텔라 돔 관계자를 직접 찾아서 심 문하였다.
물론, 평화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ル윽.”
뚝, 뚜욱!
핏물이 바닥을 적신다. 바닥에 흩 어진 살점 조각은 차게 식어갔고 바 닥에 흥건한 피는 이미 굳어버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카바렌은 죽지 않는다.
그는 흑마인이었기에.
엘트먼은 차디찬 눈길로 그것을 바 라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흑마인을 죽이는 행위는 인간이 모기를 잡는 행위와 비슷하므로, 죄책감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버러지들이 스텔라 돔에 숨어 있었구나?”
“껙, 커혹… 그러니, 제발, 살……
우드득!!
“허락 없이 입을 열지 말 것.”
“컥…!!”
엘트먼이 주먹을 살며시 움켜쥐자, 카바렌의 몸이 정상적이지 못한 방 향으로 뒤틀렸다. 눈알이 뽑힐 듯 부릅뜬 그것은 비명조차 내뱉지 못 한 채 신음을 내뱉었다.
‘이거 곤란한데……
흑마인의 기술력은 정말 기형적이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 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더 이상 사회에 숨어든 흑마인을 감지할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 그들은 빠르게 마법계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쾌락과 욕망의 충동을 참지 못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테러를 일으키 던 그 족속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체를 숨길 수 있는 기술력이 개발 되자마자 사회에 녹아들다니.
‘어쨌든, 아넬라라고 했던가……
그 자그마한 교환학생 소녀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녀의 제보 덕분에 카바렌을 포함하여 스텔라에 숨어든 몇몇 흑마인들을 뿌리까지 뽑아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 아이 역시, 의심스럽단 말이 지.’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확실하다.
그러나 역시 물증이 없기에 추궁할 수 없다. 직접 죽이는 게 아닌 이상 흑마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낼 방법은 없었으므로.
그래서 당분간은 그대로 내버려 두 기로 했다.
척 보기에도 아넬라는 백유설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으니, 당분간은 큰 일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우드득!
주먹을 힘껏 움켜쥐어 공간을 짜내 자 카바렌의 몸이 흔적조차 남지 않 고 일그러져서 소멸되었다.
엘트먼은 말없이 고개를 돌려 그곳 을 나섰다. 이번 사건을 기획했던 흑마인을 처리했으니, 이제는 학교 대항전의 뒤처리를 할 시간이었다.
* * *
학교 대항전이 끝난 뒤, 백유설과 함께 주목을 받는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생도 독철광. 당시의 심정을 인터 뷰할 수 있겠습니까?”
“거, 팔뚝 보니까 근육 좀 조져본 거 같은데 삼대 몇이나 치쇼?”
“아니, 그런 거 말고 인터뷰에 대 답 좀…….”
스텔라 2학년 S반, 독철광.
경기가 끝난 뒤 그가 흑마인을 한
동안 붙잡아둔 덕분에 피해자가 거 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 지면서 백유설과 함께 그 또한 화젯 거리가 되었다.
1인실에 입원한 독철광의 병실에는 어마어마한 기자가 몰려왔고, 본인 은 굉장히 귀찮은 듯싶었지만 그들 을 들이기는 했다.
인터뷰 직전 s반의 담당 교관이 ‘마법 전사에게 인지도는 굉장히 중 요하다!’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 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 프로틴 뭐 쓰는지 좀?”
물론, 엉뚱한 대답만 해대서 취재 하러 온 기자들의 혈압이 터져 나갈 지경이었지만.
그렇게 인터뷰가 끝난 뒤, 독철광 의 파트너 2학년 S반 반디연이 찾 아왔다.
“야, 좋아 보인다?”
“후웁!”
분명히 간호사가 한동안 안정을 취 하라고 했음에도, 맨바닥에서 맨몸 운동을 하는 독철광을 보며 반디연 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주머니에서 대충 프로틴 과 자를 꺼내 던지니, 그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반사적으로 그것을 낚아 채 포장지를 뜯어서 입에 넣었다.
“병원은 너무 답답하다.”
“그러게 누가 다치래?”
“이 정도는 운동하면 낫는다. 수술 이고 약이고 다 필요 없어. 의사들은 몸이 나빠서 머리가 고생하는군.”
“……개소리하고 있네.”
그럭저럭 몸은 풀었는지, 독철광은 어깨 근육을 뚜둑 풀며 팔을 휘적휘 적 돌렸다. 이런 좁은 공간이 근질 거리는 모양이었다.
반디연은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 았다. 분명,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가
득 찬 바보였고 남들이 보면 무식하 다고 흉볼 만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 그였지만…… 중요한 상황에 당당히 흑마인에게 맞서 등을 보이지 않는 다면 그것으로 이미 훌륭한 마법 전 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뭔 생각을…….,
갑자기 감성에 젖는 것은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
“그나저나 밖에 저 꼬맹이는 네 친 구냐?”
“음?”
“아까부터 병실 앞에서 주춤거리면
서 들어올지 말지 한참 고민하던 데.”
반디연의 말에 바깥에서의 인기척 이 더욱 짙어졌다. 당황한 둣 발을 동동 구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왔다.
“누구? 또 기자인가? 귀찮게……
독철광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병 실 바깥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런데 바깥에는 아무도 없……지 는 않았고 키가 작은 웬 소녀 한 명이 우물쭈물 서 있었다.
“여기서 뭐 하나?”
“넵? 네? 네? 그, 어으… 그…….”
독철광이 말을 걸자 소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듯 동공을 크게 흔들 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서 더 듬더듬 말을 이었다.
“저, 저번에… 서바이벌에서…… 저, 기억하시나요오오..
“아니.”
별생각도 없이 내뱉은 독철광의 말 에 소녀는 상처 입은 표정을 지었으 나, 눈을 질끈 감고서 말했다.
“그때, 구해주셨던…….”
“아. 그게 너냐.”
귀를 후비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독철광이었지만, 소녀에게는 대수롭 지 않은 일이 아니었나 보다.
“저, 반유린이라고 해요……. 이, 이거! 받아주세요!”
그러더니 새빨갛게 물든 고개를 푹 숙이고서 분홍빛 편지 봉투가 끼워 져 있는 선물 상자를 독철광의 가슴 에 밀어 넣더니, 그대로 뒤돌아 후 다닥 도주했다.
“뭐야?”
독철광으로서는 제 할 말도 제대로 소녀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 으나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반
디연은 그의 등짝을 후렸다.
“짜식! 징글징글한 너한테도 드디 어 봄이 오는구나.”
“계절은 이미 여름인데.”
“이 답답한 새끼. 그래서 연애하겠 냐?”
“내 여자친구는 바벨과 프로틴이 다. 무려 두 명이지.”
“아오……
예상보다 더욱 답답하게 구는 독철 광을 보고 있자니 반디연으로서는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넌 평생 그렇게 살아라…….”
막상 그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평 생 저렇게 살 것 같아서 문득 두려 워 졌다.
오렌하가 다시 정신을 차린 날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주일이 흐른 무렵이었다.
천령나무의 요람, 사리꽃 병원.
세계수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어 마치 마약과도 같은 중독 현상이 발 생하기에 일반적인 엘프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기운을 스스로 컨 트롤할 수 있는 하이엘프에게만 허 락된 공간이었다.
“……지금, 뭐라고 그랬지?”
일주일 만에 정신이 깨어난 오렌하 는 하이엘프 의사의 말을 듣고서 손 끝을 벌벌 떨었다.
“내가, 뭐라고……r
“…체내의 모든 마나를 제거하였습 니다. 보좌관님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부디…….”
“누구 마음대로! 누구, 마음대로 내 마나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오렌하는 의
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일 주일간 몸을 움직이지 않은 탓에 근 육이 경련하여 힘이 풀리고 말았다.
의사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 를 숙였다.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기에 죄책 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너냐? 너야? 죽여 버리겠어……. 감히, 내 마나를……!”
쨍그랑!
”으아아아!!”
마나를 잃은 마법사는 대개 비슷한 행동을 보여주고는 한다.
누구는 분노하여 화를 내고, 누구
는 절망하여 기절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자결하는 극단적인 선 택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마법사에게 있어서 마법이란 곧 인 생이다. 오렌하는 비록 꽃서린을 위 해 마법을 익혀온 입장이었으나, 그 것은 이미 그의 일부가 되어 있었단 얘기가 된다.
나의 팔다리, 혹은 눈코입.
그런데 기절하고 깨어나니, 그것들 이 뭉텅이로 잘려나갔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이라고는…… 생 각할 수 있는 두뇌뿐.
팔을 움직여보려 애써도, 걷기 위 해 나아가려고 노력해도, 앞을 바라 보려고 해도, 냄새를 맡으려 해도, 맛을 느끼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마나를 잃어버린 마법사는 딱 그런 심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누가, 누구 마음대로……「
“미안해요, 오렌하.”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병실의 문을 바라보니…… 전신을 흑색의 드레스로 뒤집어쓴 꽃서린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 즉시, 오렌하의 기분이 급격하 게 상승하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꽃서린이 직접 찾아왔으니 말이다.
방금까지 분노하여 주변의 모든 것 을 깨부수던 사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서, 그는 황홀에 가득 찬 얼굴로 꽃서린을 맞이하였다.
“아…. 폐하. 어서 오십시오.”
꽃서린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서 안타까움을 심히 금치 못했다.
이미 중증이다.
연정홉인지체의 마력에 홀려, 오렌 하는 마나를 잃은 분노조차도 이 거 짓된 사랑에 속아서 순식간에 잠재 워 버리고 말았다.
과연…… 이게 옳은 처방인가.
앞으로 내가 이 감정을 돌려주지 않으면, 결국 그는 상사병에 빠져들 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고 말 터인데.
하지만 이미 고민하기에는 늦었다.
오렌하는 모든 마나를 잃었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나는 그에게 마나도, 사랑도 돌려줄 수 없다.
꽃서린은 눈을 질끈 감고서, 애써 무던하게 단어를 한 글자씩 내뱉었 다.
“오렌하 보좌관.”
“예, 폐하.”
“……당신의 신체에 대해서는, 정 말로 유감이에요.”
“아닙니다. 폐하의 잘못이 어디에 있다고 그러십니까. 저는 이 몸이 되어서도, 평생 폐하를 보좌할 자신 이 있습니다!”
저 당당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꽃 서린의 가슴이 더욱 미어졌다. 하지 만 말할 건 직접 말해야 한다. 그것 이 도리였으므로.
“아니요. 제 잘못입니다.”
,,예?,,
꽃서린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항상 그녀를 곁에서 지켜보았던 오 렌하였기에 그맘때쯤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충 격적인 한 마디.
“당신의 마나를 거세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바로 저니까요.”
아.”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오렌하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 다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의 슬픈 표정이 더욱 짙어졌다.
이럴 때면, 차라리 가면을 쓰고 있 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 의 표정 관리 능력은 어린아이와 맞 먹을 정도의 수준이었으니까.
“오렌하……. 당신도 알겠지만, 저 에게는 지독한 저주가 걸려 있어요. 제 얼굴을 본 일반인은 얼마 가지 않아 사망하고 수준 높은 마법사들 은 정신력이 무너져내려 폭주하게
되죠.”
“그, 건…… 알고 있습니다만……
“당신은 저와 마주친 그때…… 마 나 폭주를 일으켰습니다. 결정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저는 당신이 죽지 않기를 원했으니까요.”
“아…….”
오렌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망 연자실한 그 표정에는 모든 것을 잃 은 상실감이 한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 래도…… 괜찮습니다.”
그는 덜덜 떨리는 고개를 힘겹게 들어, 꽃서린과 눈을 마주하였다.
“저는 이따위 마나가 없더라도, 평 생 폐하를 보좌할 자신이 있습니다.”
무언가 결연하게 결심한 듯한 표정 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불가능하다.
저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모습도 잠 깐이다. 꽃서린이 모습을 감추는 즉 시,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히스 테리가 또다시 폭발할 것이다.
마나를 잃은 마법사의 절망과 분노 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꽃서린 은 그 사실을 잘 알아서 더 이상 그를 보좌관으로 둘 수 없었다.
그저, 남은 여생을 편히 쉬게 내버 려 두는 것만이 그를 가장 편하게
해줄 방법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오렌하……
“자, 잠깐만요 폐하. 저는 아직….”
“이만…… 은퇴하도록 하세요.”
아.
제발 나오지 않기를 바랐던 그 말 이 흘러나오자, 오렌하의 동공에서 초점이 풀렸다.
“당신은 평생 가장 좋은 별장과 저 택에서 수많은 하수인을 거느리며 살아갈 수도 있어요. 하고 싶은 게 있거나,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얼 마든지 말씀하세요. 당신의 부탁이 라면 뭐든 들어드릴 테니까요.”
오렌하는 침묵하였고, 꽃서린은 그 를 기다려 주었다.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면서도 해야 할 말을 가려내 야만 하는 그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
“…다 필요 없습니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심지어 마 법조차도 상관없습니다!”
오렌하는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꽃서린에게 소리쳤다.
“저는…… 폐하만 있으면 아무것도 상관이 없단 말입니다! 제발, 저를 내치지 말아주십시오……
그 애절한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릴 뻔했으나, 그래선 안 된다고 다짐하 였던 꽃서린이었기에 단호하게 고개 를 저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나의 곁에 그저 남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을 원하 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오렌하는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지만 그는 그저 친구였을 뿐 사
랑이라는 감정을 되돌려줄 수는 없 는 사이였으니까.
오렌하를 곁에 두는 행위 자체가 그를 고통스럽게 하리라.
언젠가는 당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사랑은 풍 선처럼 서서히 피어나다가, 마침내 는 터져 버리고 말 테니까.
“……죄송해요. 오렌하, 저는 당신 에게 마음을 줄 수 없어요.”
그래서 꽃서린은 단호하게 선을 그 었다.
툭.
오렌하의 몸에서 완전히 힘이 풀려
버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의 속마음을 꿰뚫은 꽃서린이 먼 저 선을 그어버려 마지막 남은 희망 마저도 모두 사라진 것이다.
거기까지 였다.
“이만…… 쉬도록 하세요.”
꽃서린은 도저히 절망한 표정의 오 렌하를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왔다.
“하아…….”
정원까지 한참이나 질주한 꽃서린 은 벅차오르는 숨을 가다듬기 위해, 정원의 나무에 등을 기대어 주저앉 았다. 이마와 뺨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으나 혹여나 누가 볼까 가면을 벗을 수도 없었다.
부스럭!
“일은 잘 풀렸나요?”
그때, 근처에서 함께 백유설이 풀 숲을 헤치고서 나타났다.
순간 놀라버린 새가슴을 진정시키 며 꽃서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놀랐잖아요……「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없는데 가면 벗어도 될 겁
니다.”
“……네. 요정들이 저에게 말해주 고 있어요.”
정령과 요정의 소리를 들을 수 있 는 그녀였기에, 주변에 사람이 아무 도 없다는 사실 정도는 진작 파악하 고 있었으나.
“그래도, 가면을 벗는 건……
역시 두렵다.
자신의 안일한 행동 때문에, 이번 에 또다시 한 명의 인연을 잃어버리 고 말았으니까.
백유설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 지 않았다.
지금은 꽃서린이 오렌하에 대해 죄 책감을 잔뜩 갖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겠지.
모든 마나를 잃어버린 오렌하가 그 본성을 드러내 병원에서 폭동을 일 으키며 본성을 드러낼 예정이었으니 까.
그의 추악하고 더러운 내면을 알게 된 꽃서린은 많은 상처를 입겠지만, 죄책감은 사그라들 것이다.
나쁘지 않다.
애당초 오렌하는 꽃서린의 곁에 두 기엔 너무나도 위험한 인물이었다.
“뭐, 일은 잘 풀렸나요?”
“..그럭저럭요.”
꽃서린은 드레스 자락을 꼼지락대 며 말했다. 애당초 오렌하에게 정확 히 선을 그어버리라고 조언해 준 이 가 바로 백유설이었다.
‘죄책감 갖지 마세요.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꾸역꾸역 기어들어 와서 저주에 노출된 그 새끼… 크흠! 그 분이 잘못이라니까요?’
백유설은 풀레임처럼 남녀노소 모 두를 흘리게 만드는 화려한 언변을
가지지는 못했다. 따스한 감정을 담 아서 한마디 건네주는 것도 불가능 했고,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법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현실적으로 조언했다.
‘아무튼 그 새끼 잘못임.’
꽃서린의 가슴에서 최대한 죄책감 을 덜어주기 위한 그 수많은 말들.
”그럭저럭 잘 풀려서 다행이네요.”
“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다면, 참으 로 좋겠죠?”
백유설이 그리 말하자 꽃서린은 고
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살아온 날의 절반조차 살지 못한 어리고 앳된 소년이었거늘, 어 째서인지 나보다도 더욱 똑똑하고 현명하였으며 어른스러운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실제로, 그는 나보다도 더욱 많은 것을 해냈다.
나와 똑같은 저주를 받았으나 극복 해냈으며, 그는 최악의 재능을 갖고 서도 당당히 세계 최고의 천재들이 모이는 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역사 를 써 내려가고 있었으니까.
날 때부터 하이엘프의 축복을 받았
으며, 대마법사가 될 자질을 가졌다 고 평가받던 자신은 저주 하나 이겨 내지 못해 구석에 숨어 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백유설이 너무나도 멀고 높 은 곳에 있는 것만 같다고.
그래서 더더욱, 붙잡아서 묻고 싶 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나 또한 언젠가는 가면을 벗고, 세 상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