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286)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286
53. 바람에 드리운 그림자(7)
풍제국의 수도, 태유산.
그곳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 지 않는 으슥한 골목길 어딘가에서, 허공이 구체의 형태로 일렁이더니 열 명이 넘는 소년소녀를 뱉어냈다.
이제 막 페르소나 게이트에서 귀환 한 스텔라의 1학년 생도들이었다.
“후우, 이번 실습은 뭔가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긴장감을 확 놓아버린 반디연은 머리카락을 흔들어 풀어헤치고서 손으로 부채질 을 했다. 목선을 타고 흐르는 땀이 지금까지 그녀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러고선 뒤돌아 1학년 생도들이 무사히 빠져나왔는지 인원을 체크했 다.
총원 12명, 이상 무.
‘무슨 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네……
임무 자체는 정말 별것도 없는 아
주 극히 평범한 3리스크 수준의 페 르소나 게이트였다.
변수도 없고, 오히려 3리스크 중에 서도 상당히 쉬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최종 결말이 문제였다.
‘인간이라니…….’
백유설의 등에 업힌 채 잠든 한 명의 소녀. 언뜻, 중학생 정도로 보 이는 저 귀여운 아이는 페르소나 게 이트에서 발견된 실제의 사람이었으 며 놀랍게도 백유설과 친분이 있다 고 했다.
난데없이 외부인이 페르소나 게이 트 내부에서 보스 몬스터가 된 채로
발견된 것도 놀라운데, 실제로 아는 사이였다니.
“저, 저기…… 선배님.”
“응. 왜 그러니.”
“저희… 하마터면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일 뻔한 거잖아요…….”
1학년 생도 한 명이 떨리는 목소 리로 반디연에게 다가와 울먹였다.
그제야 그녀는 표정을 풀고서 그에 게 다가가 말했다.
“괜찮으니까, 진정하고 들어봐.”
“네?”
“너희는 잘못이 없어. 이건 단순히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야.”
“그건……
“사실 나도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이런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 야.”
“네에?”
교과서에 실리지는 않아서 저들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이런 사례가 아 예 없던 것은 아니다.
아넬라처럼 입장한 적도 없는 사람 이 발견되었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 없지만, 동료가 페르소나에 완전히 침식되어 보스 몬스터로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종종 있었으니까.
그때마다 마법사들은 피눈물을 머 금고서 동료를 자신들의 손으로 직 접 살해해야만 했고, 그건 그들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되어 남는다고 했 다.
“페르소나 게이트는 공략하기가 굉 장히 힘들지만, 보상이 굉장히 많기 로 유명해. 게다가 마법사 협회에서 가장 많은 실적으로 쳐주기도 하고. 왜 그러는지 알아?”
“잘… 모르겠어요……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야. 몬스 터 사냥과 흑마인 사냥이 페르소나
게이트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도 협회에서 인정해 주는 이유가 왜 그런 걸까? 보상을 그렇게나 많이 주는데도 선배 마법사들이 꺼려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 적 없지?”
후배가 고개를 젓자 반디연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이야. 몸이 힘들어 서가 아니라, 마음이 힘들어서.”
“……자주 있는 일인가요?”
반디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아. 하지만 페르소나 게이트에는 이런 일 말고도, 정신적 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요소가 참 많
고 다양하거든. 그래서 힘든 거야.”
페르소나 게이트는 어떠한 인위적 인 내용의 ‘스토리’ 속에 직접 빠져 들어 등장인물이 되어 움직여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마법사들 이 상처를 입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이 일을 그만두기도 할 정 도였으니 ‘페르소나 헌터’라는 직책 이 괜히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저는 먼저 병원으로 좀.”
“응. 채점은 내가 잘 해둘 테니까 갔다오도록 해.”
반디연은 아넬라를 업은 채 급히
어디론가 뛰어가는 백유설의 뒷모습 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비록 이번 임무에서 그가 제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는 못해서 아 쉽지만, 차라리 그게 다행일 수도 있다.
백유설이 제대로 움직일 때는 정말 로 큰일이 났을 때밖에 없으니까.
“뭔가 싱겁군.”
“응? 뭐가?”
류데릭이 표정을 구긴 채 말했다.
“저놈, 예사롭지 않아. 거리를 두고 서 계속 쫓아갔는데, 프로 페르소나 헌터 이상의 진행속도를 보이더라
고. 마지막까지 최종 목적지에 가지 않고 빙빙 우회하던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만, 참 신기한 놈이야.”
자기 혼자 뭔가 신기한 것을 알아 낸 사람마냥 말하는 류데릭을 보며 반디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시겠지.”
“……내 안목을 의심하는 거냐? 저 놈은 절대 평범한 1학년이 아니-”
“어. 네 말이 맞아.”
“야!”
대충 대꾸한 그녀는 1학년 생도들 을 이끌고서 골목을 빠져나갔다.
일주일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사흘 만에 일찍 끝났으 니까 적당히 하루 정도는 관광하며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동산 위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꽃바 람. 그 향기로운 내음을 맡으며 흔 들리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붙잡 고 있으면, 저 멀리 새하얀 원피스 를 입은 어머니가 나타나 손을 흔들 곤 했다.
,아넬라, 이리 와서 밥 먹으렴.,
어린 시절, 그녀의 집은 작고 허름 했으나 있을 건 다 있는 행복한 가 정이었다. 비록 아버지는 계시지 않 았으나 어머니는 씩씩하게 혼자서도 세상을 상대하셨고, 마을 사람들도 그런 어머니를 사랑하셨다.
‘발카믹 왕국’
한때 시조 마법사의 열두 제자가 남긴 후손 중 한 명이 세운 왕국으 로서 먼 과거에는 어마어마하게 번 성했다고 했으나, 지금은 아주 자그
맣게 구석에 숨어든 나라.
하지만 나라가 작든 크든 무슨 상 관이랴. 어제의 나는 행복했으며, 오 늘의 나도 행복하고, 내일의 나도 행복할 텐데.
아넬라는 평생토록 이렇게 살아가 리라고 의심치 않았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비록 풍요롭 지는 못하지만 부족할 것 없이 예쁘 게 살아가며.
그렇게 어른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엄, 마……?,
온 세상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하늘마저도 절규하던 그 날 밤.
어머니와 나의 행복을 지켜주던 자 그마한 집은 불길에 타올라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그곳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족쇄가 되어, 어머니의 불 행을 빌어주고 있었다.
‘아넬라…….’
오래된 기둥이 꺾어져 쓰러진 것일 까, 몸의 절반 정도가 집의 잔해에 짓눌린 어머니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아넬라에게 손을 뻗었다.
‘아넬라, 명심해. 돌아보지 않고 도 망치는 거야.’
‘엄마. 엄마는……!)
‘엄마는 곧 뒤쫓아갈 테니까 빨리!’
‘으, 으응…!’
어머니가 소리치는 모습을 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아넬라는 울먹이 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어서 도망치렴……
멍청하게도, 그때의 아넬라는 두 눈에 눈물을 한가득 머금었나 보다.
어머니가 애원하던 그 마지막 모습 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얼룩덜룩 눈물로 가려져서 그때의 어머니가 웃고 있었는지, 울고 있었 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넬라는 그대로 뒤돌아 도망쳤다.
흑마인, 블랙킹던의 침공.
무너지는 발카믹 왕가.
달리고 또 달렸다.
마지막까지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다시 눈을 떴을 때.
아넬라의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맺 혀 있었다. 갑자기 그날의 기억이 왜 떠오른 것일까. 흑마인이 된 이후로 완전히 기억 속에 잊혀スキ, 묻어두었 을 텐데. 능력으로 봉인해 두어 영영 기억해 내지 않으려 했는데.
“아……
새하얀 천장.
눈부시지 않게 적당히 흔들리는 조 명과 살랑살랑 흔들리는 햇살.
그녀는 눈을 몇 번 감았다 뜬 뒤 에, 조심스레 상반신에 힘을 주었다.
허리에 심하게 무리가 가는 바람에 일어날 수 없었다. 오랫동안 근육을 쓰지 않았던 사람처럼 움직이는 것 이 불편했다.
“끄에에…….”
뭔가 온몸에 힘이 턱 풀려서 침대
에 다시 대(大)자로 드러누워 버린 아넬라는 퍼뜩 이질감을 느꼈다.
‘엥? 침대?’
마지막으로 침대에서 자본 게 언제 였던가. 여름에 스텔라 교환학생 신 분으로 잠입했을 때가 처음이자 마 지막이지 않았던가.
비록 스텔라 교환학생 기숙사의 침 대보다 푹신푹신하지는 않았으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편안하다. 오 히려 그때보다 더 마음에 안정감이 든다고 해야만 할까.
“끄으응으그으..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생각에 아넬라는 서둘러 몸을 일으 켰다. 그 과정에서 온몸에 힘을 빡 주기는 했으나, 어떻게든 간신히 상 체를 일으키는 데에 성공했고 더불 어 힘겹게 발을 내려 일어서는 것까 지도 해내고야 말았다.
덜컥!
그때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간호 人ト.
“앗, 환자분! 마력 탈진 증세에 빠 지셨으면서 벌써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 어서 누우세요.”
“에? 마력 탈진이 무…… 으악!”
어떻게 간신히 일어났는데.
간호사는 아넬라의 노력을 처참하 게 짓밟고서 다시 침대에 눕히고 말 았다. 아까 일어나는 데에 모든 힘 을 소모한 나머 ス], 이제 다시는 영 영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급격히 우울해진 아넬라가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데, 간호사가 다 가와 팔을 들어서 체온을 재는가 하 면 이마에 무슨 기계를 부착해 신호 를 보는 등 자꾸만 귀찮게 굴어서 결국 고개를 들었다.
“대체 뭐 예요……
처음에는 소리치려고 했으나, 무시 무시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간호사의
눈과 마주치고 말아서 심장이 쪼그 라들었다.
“무슨 일이긴요. 기절하기 직전에 기억 안 나세요? 친구분들이 말하기 를 마나를 억지로 사용하다가 마력 탈진에 빠졌다고 하던데요. 그러면 못써요. 영영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 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요?”
“……마력 탈진이 뭐냐구요.”
“마법 전사라고 하면서 그것도 몰 라요? 신체를 움직이는 최소한의 마 나 에너지조차 남겨두지 않은 채 모 조리 소모해 버리면 나타나는 현상 을 말하는 거잖아요. 아주 위험하니 까 조심하도록 해요.”
“자, 잠깐만요.”
그건 좀 이상한 말이었다.
애당초 아넬라는 마법사가 아니다.
흑마인이기 때문에, 마력 탈진 증 세게 걸릴 일이 없다는 말이다.
제아무리 흑마 제어술을 사용한다 고 해도, 마력 탈진 증세처럼 마법사 에게만 나타나는 세세한 현상을 인 위적으로 조작할 수는 절대로 없다.
그런데…….
저 간호사는 꼭 자신을 인간 마법 사라고 상정하고서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제 몸에, 마력 탈진이요?”
,,네.,,
“거, 거짓말.”
그러자 간호사가 입술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원장님이 직접 진료하셨는데, 거 짓말이라고 하셔도 소용없어요. 풍 령대학병원의 의사가 잘못 봤다고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예? 푸, 풍령대학? 설마 여기…….”
“맞아요. 풍령대학병원.”
“맙소사…….”
풍령대학이면 분명 세계에서도 가
장 명문 의대로 꼽히는 학교일 터.
아넬라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근처 에도 올 수 없는 건 둘째 치고 풍 령대학병원은 풍제국 제일의 병원인 만큼, 원장이 직접 전달한 말이 틀 렸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다른 환자분이 그렇게 말했으면 원장님이 가만히 계시지 않았을 거 예요. 별구름 상회의 특별한 손님이 라고 하시니, 뭐. 그럴 수는 있겠지 만요.”
이제는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 겠다. 여기서 또 별구름 상회의 이
름은 대체 왜 나오는 거냔 말이다.
“자, 그럼 얌전히 계세요.”
아넬라의 몸에 밴드와 전극 같은 것들을 연결해서 이것저것 검사한 뒤에야 간호사는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 자리에 남아 멍한 표정으로 문 을 바라보던 아넬라는 퍼뜩, 가슴팍 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두근, 두근!
,……어라?’
느껴지지 않는다.
심장을 옥죄던 블랙킹던의 흑마력이.
언제 어디서든, 블랙킹던이 원하기
만 한다면 당장에라도 발동되어 아 넬라의 심장을 터뜨려 버릴 수도 있 었던 그 흑마인의 씨앗이…… 완전 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몸 어디에서 흑마력이 느껴지지 않 았다. 애당초 사람의 속마음에 파고 들어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자신의 유일한 특성조차 발동되지 않았다.
주먹을 쥐락펴락하다 허공에 내질 러보았으나 이전 같은 가공할 만한 파괴력은커녕 연약한 10대 소녀의 발버둥밖에 나오지 않았다.
능력이
힘이.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자유를 억압하던 모든 흑색의 마나 가 사라진 채, 심장에는 깨끗한 푸 른색의 마나가 흐르고 있었다.
“나, 나 정말로…….”
덜컥!
떨리는 눈동자로 허공을 멍하니 응 시하는데, 병실의 문이 다시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간호사가 아닌 백유설이 었다.
그는 한손에 차트 같은 것을 들고 있었는데, 묘하게 기분이 좋은 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깼냐.”
“배, 백유설…….”
“대충 읽어봤는데, 완전히 인간이 더라. 네 심장에 새겨져 있던 복합 적 억제술과 제어술은 모두 해제되 었고. 씨앗은 당연히 사라지고 없 어.”
“사라졌… 다고……?”
“신체 나이는 대략 열여섯에서 열 일곱이라더라. 네 원래 나이는 모르 겠다만, 잘됐지. 어려진 셈이잖아?”
“여, 열여섯? 난 그렇게 어리지 않 아……
“신체 나이만 그렇다는 거고, 너 운동 좀 해야겠다. 근육 상태가 영 아니더라고. 마나도 거의 일반인 수 준이고. 처음부터 다시 단련할 필요 는 없을 거야. 흑마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던 경험을 토대로 백마력을 단련하면 금방 깨우칠 테니까. 복 받은 줄 알아. 흑마인이 됐다가 인 간으로 돌아온 덕분에, 네 몸에 [마 나의 축복]이 새겨졌어. 그리고, 또…….”
차트를 넘기며 백유설이 이것저것 설명해 주기 시작했으나 아넬라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인간, 내가 인간……?,
정말인 걸까?
꿈은 아닐까?
너무나도 행복한 꿈이라서, 당장 블랙킹던이 내 심장을 옭아매고서 깨워낸 다음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건 아닐까? 문득 두려워져서 뺨을 힘껏 후려쳐보았다.
짜악-!
“악 I”
아프다. 눈물이 팽 돌 정도로.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대쪽 팔을 들고서 한 번 더 후 려치려고 했는데, 뭔가 아플까 봐 무서워서 손이 덜덜 떨렸다.
“……뭐 하냐. 대신 때려줄까?”
백유설이 바보를 쳐다보는 눈으로 그리 말해오자 아넬라는 고개를 힘 껏 끄덕였다.
그러자 피식 웃으며 다가오는 그를 보며 아넬라는 눈을 꽉 감았다.
뺨에서 느껴질 충격에 대비했으나, 그는 손을 휘두르기는커녕 머리 위 에 손바닥을 턱! 올려놓았다.
다정하게 쓰다듬는 게 아니라, 그 대로 물건을 올려놓듯이.
“어..?”
“꿈 아니야.”
백유설은 아넬라의 머리를 마치 농 구공처럼 붙잡고서 좌우로 살살 흔 들며 말했다.
“축하해. 넌 이제 진짜로 인간이 됐어.”
“고, 고마워. 네 덕분에……
“아니. 내가 해준 건 아무것도 없 어. 나는 말만 번지르르했지, 결국에 는 네가 스스로 마음을 단단히 먹은 덕분에 이렇게 된 거니까.”
“그래도…….”
“이제 블랙킹던에게서 완전히 해방 이야. 넌 자유라고. 기분은 어때?”
그렇게 묻는 듯한 백유설의 말에 아넬라는 멍하니 고개를 돌려, 창밖 을 바라보았다.
“아……
분명 어제와 똑같은 풍경일 텐데,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맑고 깨끗 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뭔가 더 아름다운 장면이 눈에 잘 들어왔고, 사소한 점 하나하나도 예 쁘게만 보였다.
이게 인간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스
한 감정.
“행복…해……
저도 모르게 내뱉는 아넬라의 그 말에 백유설도 덩달아 미소 지었다.
“다행이네. 행복해서.”
그런 다음.
아넬라가 행복을 채 만끽하기도 전 에, 그는 가방에서 서류봉투 하나를 꺼냈다.
“행복했으면, 이제 고생 좀 해야 지?”
“어, 응?”
“스텔라 특별 편입 신청서야. 아무
때나 아무한테나 해주는 건 절대 아 니야. 이번에 그럴 기회가 단 한 번 생겼는데…… 너는 이제부터 스텔라 의 생도가 되어야만 흐!]. 아니,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춰야만 하지.”
“어, 어째서?”
“그럼 이대로 있을 거야? 기껏 인 간이 됐는데, 예전과 똑같이 살아갈 수는 없잖아. 그리고 네 보스가 너 를 가만히 둘 리도 없지. 최소한 스 텔라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는 게 좋 을 거야. 뭐, 거기도 여기저기 구멍 이 송송 뚫려 있긴 하다만.”
서류를 받아 든 아넬라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내가…… 정말 그래도 돼?”
“안 될 거 있어? 너도 나처럼 인 간이고, 똑같은 평민인데. 스텔라는 평등해. 누구라도 능력만 있으면, 입 학할 수 있는 곳이야.”
똑같은 인간.
그 단어의 울림이 어찌나 감동적인 지, 아넬라는 하마터면 왈칵 눈물을 터뜨릴 뻔했다.
“으응! 열심히 힘내볼게!”
“열심히는 됐고, 잘 해보라고.”
“알았어!,,
아넬라는 백유설이 건네준 서류봉 투를 품에 꼭 껴안았다.
인간이 되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여태까지 그녀의 종착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종착지는 끝이 아 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스텔라 편입.’
새로운 삶의 방향성이 정해졌다.
흑마인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가지는 첫 인생(人生)의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