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44)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44
72. 피의 마녀 이야기(5)
한때.
마녀왕 스칼렛은 ‘피의 마녀’라는 이명으로 불리며, 세계의 정점에서 모든 존재의 위에 우뚝 섰던 적이 있었다.
다른 대체 단어가 없었다.
말 그대로 ‘정점’.
인류의 한계에 도달한 スト.
스칼렛은 태어날 때부터 약함이라 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자라났다.
마땅히 수련하지 않아도 체내에 마 력이 쌓였으며 굳이 공부를 하지 않 아도 마법어와 수식이 머릿속에 아 로새겨져 눈앞에 그려졌다.
그것은 재능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말 그대로 신의 화신이었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성장했 다. 그 끝을 모르고 끊임없이 강해 지던 스칼렛은 그 사실을 덤덤흐], 당연하게도 받아들였다.
그렇게, 끝없이 무한히 성장하여 언젠가는 신조차도 될 수 있지 않을 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성장은 무한하지 않았다.
끝을 모를 것만 같았던 스칼렛의 성장에도 종착점은 존재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더 이상 성장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그맘때쯤, 스칼렛은 세계 최 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힘을 갖 추고 있었고 가히 혼자서 세상의 절 반 이상을 정복할 수도 있었겠으나 만족하지 못했다.
십이신월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여기서 더 성장한 존재가 있다.
더욱 강력하고 위대한 권능을 부리 는 자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때였다. 이미 모든 성장을 끝마 친 스칼렛이 처음으로 수행과 공부 에 전념하게 된 것은.
‘거의 백 년이었지…….’
그 과정에서 스칼렛은 많은 이들을 만났다.
검을 다루는 하태령도 만났으며 십
이신월을 만나 겨루기도 했었고 박 해받는 마녀들을 구제하여 숨겨주기 도 했으며 마법사들과 교류하며 새 로운 주문을 창조해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백 년 가까이 여행을 다니 며 수행하는 동안…….
스칼렛은 정말 티끌만큼도 성장하 지 못했다.
마치 거기까지가 너의 한계라고 하 늘이 말하는 듯했다.
공허했다.
강한 힘을 얻었으나, 노력 없이 너무 나도 쉽게 성취해 버린 까닭에 그 어 떤 쾌감도 기쁨도 행복도 얻지 못했다.
1 클래스의 마법사가 정진하여 2클 래스가 되었을 때 기뻐하며 환희하 는 모습을 볼 때면, 사사로운 감정따 위는 일절 없이 그저 부럽기만 했다.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의 힘 으로는 도저히 성장할 수 없었으니까.
포기하지 않았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많았으니까.’
수백 년이고, 수천 년이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나도 저들처럼 성장으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너는 계획의 이레귤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였다. 아 니, 혹은 여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성별도 나이도 아무것도 알 수 없 는 흰색 로브를 뒤집어쓴 정체불명 의 누군가.
그는 말했다.
-네 존재만으로도 세상의 흐름에 크나큰 변수가 된다. 그러니, 잠시
동안만 잠들어 있도록.
‘잠시? 갑자기 잠들라니 언제까 지……
-천 년 정도면 충분하겠군.
‘뭐어?’
대뜸 찾아와서 천 년 동안 잠들어 있으라니. 황당무계한 소리가 아니 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세계의 최정점에 서 있는 존재. 십이신월이 싸움이라도 걸어오지 않는 이상 결코 패배할 자 신이 없었다.
그래서, 피의 마녀는 그날 처음으 로 마력을 전격 해방하여 진심으로 상대방과 겨루었고.
-너의 패배다, 마녀. 천 년 뒤에 깨워주도록 하지.
정말 무참하게도 패배하고 말았다.
‘내가, 졌어……?,
둘의 싸움으로 인해 대지가 격변하 고 바다가 갈라졌으며 하늘이 무너 져 내렸다.
하늘에 뚫려 있는 균열 사이로 수십
개의 운석이 떨어져 내렸을 땐 정말 세상이 멸망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흰색 로브의 마법사 를 이길 수 없었다.
‘나는 인류의 정점이었을 텐데.’
대체 그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 탓에 로브는 몇 번이나 펄럭이며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얼굴을 들여다보아 도 그곳에 있는 것은 공허한 그림자 뿐 사람의 형상은 없었다.
‘얼굴도 없는 놈한테 졌어…….,
그렇게 정신을 잃은 스칼렛이 깨어 난 곳은 온통 흰색으로 가득한 공간.
‘여기는……?,
몸 주위로 100m 반경에 붉은색의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고, 천장으로 12개의 기둥이 솟아 있다.
생김새가 꼭 새장처럼 생겨서 길들 여지는 느낌마저 받았으나, 자신을 키우겠다며 친절히 밥을 넣어주는 주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허 (空虛).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스칼렛은 그렇게 덩그러니 남겨졌고.
……그날로부터 천 년 가까운 세월 이 지난 오늘날.
“에휴〜 또다시 여기라니이〜!”
스칼렛은 다리를 들어 올려 발가락 으로 천장에 둥실 떠다니는 동그란 조명을 툭툭 건드렸다.
봉인당한 뒤 백 년쯤 지나기 시작 하자, 몸에서 아주 희미한 마력을 쥐어짜낼 수 있게 되어 이 커다란 감옥을 어느 정도 인테리어해 두기 는 했다.
책상도 만들고 침대도 만들었으며 조명이나 장난감, 모빌이나 인형 등 등 다양한 가구를 비치해 두었다.
심지어 옷까지 재단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손수 제작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채였다.
분신체보다 두세 살 정도 많은 나 이를 가지고 있는 스칼렛의 본체는 상당한 성숙미를 보이고 있어서, 짧 은 드레스를 입은 채 다리를 들고 있는 모습은 누군가 보기에 부끄러 운 광경일 것이다.
하지만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 곳에 들어온 자는 아무도 없었기에 그녀는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고요하다.
수백 년간, 그 티끌 같은 마력의 소모마저도 참고서 모으고 모은다면 언젠가 분신 아바타를 다시 만들 수 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스칼렛이 그때까지 인 내할 수 있을까.
봉인당하기 전에는 이미 혼자였기 때문에 봉인을 당한 뒤에도 외로움 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분신을 만들고, 바깥 세상 을 돌아다니며 백유설을 만나버린 스칼렛은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따스하고 행복한 것인ス], 그 느낌을 사무치도록 선명하게 가
슴에 새기고 말았다.
외롭다.
싸늘하고, 고독하다.
말을 걸어줄 이가 없다는 것.
말을 건넬 이가 없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를, 비로소 지금 깨닫고 말았다.
“이게 다 그 자식 때문이야……
백유설만 아니었다면 바깥 세상을 돌아다니면서도 외로움이라는 감정 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회공시월에게 습격당해 분
신체를 잃더라도, 태평하게 넘겼을 지도 모른다.
‘분신따위, 수백 년 정도 또 참고 하나 더 만들지 뭐!’
지금은 아니다.
“수백 년…….”
내가 또 참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던 그 인 간은 평균적으로 수명이 100년을 채 넘지 못한다.
다시 나가더라도 그는 존재하지 않 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설령, 그가 수백 년 뒤까지 남아 있더라도 그 기나긴 시간을 홀로 버 티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너무 아파……
이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대체 어 떻게, 무슨 수로 견뎌낼 것인가.
그녀는 눈을 꼭 감았다.
어쩌면, 마력을 아주 조금씩 뽑아 서 쓸 수 있는 사실을 자신에게 봉 인을 걸어두었던 마법사도 알고 있 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분신체를 만들어서 바깥 세
상에 나갈 것도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곳에 돌아와, 외로 움에 사무쳐 고독을 이기지 못할 것 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칼렛은 이를 악물었다.
“마녀왕의 자존심이 있지. 이따위 수작질로, 감히 나를……
말을 끝맺지 못했다.
스칼렛은 침대에 머리를 박고서 양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정신을 잠깐이라도 놓으면 바깥세 상에서 만났던 인연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내 제자들……. 챙겨줘야 하는데.’
지금쯤이면 스칼렛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서 동분서주하겠지만 아 마 그들은 이곳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미 옛날 옛적부터 그들과 함께 자신이 어디에 봉인되었는지 찾아다 녔지만,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스칼렛 본인조차 이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
‘위치만 알았으면, 그냥 확!’
고작 100m.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이 마법 진의 바깥으로 분신체를 보낼 수만 있다면, 이따위 감옥쯤은 손쉽게 해 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뭐 하는가.
‘결국, 아무도 저 바깥으로 들어오 지 못할 텐데…….’
스칼렛은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고.
…
직후,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감 각을 받으며 눈을 번쩍 떴다.
“어, 어어? 이건……!”
익숙하다.
“마녀 사냥꾼이라고……r
간혹 어린 마녀 사냥꾼들이 이곳에 찾아오겠답시며 추적을 개시했던 적 이 몇 번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죽이려는 마녀 사냥꾼들이 이곳까지 가장 근 접한 존재가 아닐까.
하지만 그들 증에서도 성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감옥에서는 보이지 않는, 외부 의 어딘가에 걸려 있는 보안 마법으 로 인해 마녀 사냥꾼들이 모조리 죽 음을 맞이했으니까.
마녀왕이 마녀 사냥꾼을 도리어 사
냥한다는 소식이 퍼진 이후로 저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마녀왕은 건들지 않는다.’
거의 수백 년 가까이, 그 어떤 마 녀 사냥꾼도 자신에게 다가오려 하 지 않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지금 마녀 사냥꾼에 게 추격받는 감각을 받는다는 건…….
“설마…….”
백유설이다.
그가 아니라면 이런 일을 벌일 사 람이 없다.
“정말 오려는 거야……?”
분명, 저것은 신호일 것이다.
확실하다.
그녀에게는 느껴졌다.
‘내가 당신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분명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가 귓 가에 울려 퍼지는 듯하였다.
그 즉시, 스칼렛은 저도 모르게 자 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그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새장의 입구로 다가가서 기둥을 부여잡았다.
‘기대하지 말자. 기대하지 말자. 기 대하면 안 돼. 기대하다가 실망하면
상처가 더욱 크단 말이야.’
지금껏 그 누구도 이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기대하면 안 된다.
그는 고작 20년도 살지 못한 어린 인간이지 않던가.
그런데, 왜.
두근! 두근…!
심장이 이렇게나 거칠게 뛰는가.
‘기대하지 말라니까……!,
스칼렛은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세상의 정점에 섰던 그녀였지만 스
스로의 감정이라는 것은 여전히 다 루기 어려운 과목.
기대하기 싫은데, 자꾸만 설레이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의 감정을 받아들였다.
“……난 몰라. 네가 자초한 거야.”
스칼렛은 자신의 가슴을 쾅쾅 두드 리며 심장에게 말하듯이 중얼거렸다.
여기서 백유설이 고꾸라지고, 혹은 여타의 마녀 사냥꾼처럼 죽음을 맞 이하더라도…….
실망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
하지만 스칼렛은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외롭지 않았 으니까. 쓸쓸하지 않았고 고독하지 않았으니까.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나는, 이 순간의 설레이는 감정을 만끽하겠어.’
백유설이 저 지긋지긋한 새장의 문 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그녀는 이 감정을 되새기며 참고 버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