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81)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81
77. 흑마타락(5)
덜커덩! 마차가 거칠게 멈추는 소 리에 홍비연은 눈을 떴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호위 예테린과 전속시녀 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으 나 그녀는 이미 예상한 일이라는 듯 고요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테린. 나와서 조금 도와주겠
어?”
너】? 공주님, 뭐를……
-아이구, 이런!
예테렌은 의문을 품었으나 해답은 금세 나왔다.
마차를 운전하던 기사가 바깥에서 탄식을 내뱉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나가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눈에 바퀴가 끼어 있었다.
“아……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은 알 고 있었으나, 시야를 가릴 정도로 이 렇게나 함박눈이 내릴 줄은 몰랐다.
온 세상이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었 다. 예테린이 멍하니 새하얗게 변해 버린 도로를 바라보고 있자 홍비연 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하아…… 시원하네.”
그녀의 입에서 입김이 뿜어져 나온 다. 7클래스의 수준에 다다른 흥비 연에게 추위는 사실상 의미가 없으 므로 그녀가 새삼 추위를 타는 건 아니 었다.
애초에, 불꽃의 축복을 타고난 데 다가 적하유월의 기운을 심장에 품 고있는 그녀에게 이런 한기는 오히 려 시원하고 상쾌할 따름이다.
“멀었나?”
“아, 아닙니다, 공주님!”
홍비연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가며 재촉하는데 기사가 어떻게 하겠는가.
그는 서둘러 공주의 마차를 호위하 던 다른 마차의 기사들에게 협력을 구해서 마차가 정지해 버린 원인을 찾았다.
“이런, 얼어붙은 땅이 깨지면서 움 푹 꺼져 버렸군.”
“억지로 꺼내려다가는 바퀴가 망가 지겠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서 왕족의 자동
마차에는 대비책이 있지 않던가?”
“아이젠을 쳐두긴 했습니다만, 그 렇다고 바퀴에서 열을 뿜을 수는 없 잖습니까.”
“허허, 나참. 열을 뿜었다가는 오히 려 바닥이 녹아서 큰 사달이 나겠군.”
기사들은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바 퀴에 지팡이를 가져다 대었다.
우웅!!
마법진이 번쩍이며 마차의 바퀴가 들어 올려지더니 금세 제자리를 되 찾았다. 홍비연이 굳이 마법을 쓸 필요도 없이 뛰어난 기사들이었다.
그러나 홍비연은 그런 기사들의 모 습을 보며 이질감을 느꼈다.
‘허리춤에 검을 뭐 하러 차고 있는 건지……
어차피 마법을 사용할 거라면 마법 사를 자칭하면 될 게 아닐까
왜 국가적 차원에서 굳이 ‘기사’라 는 직책을 남겨두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가시죠.”
,,옙!,,
홍비연의 말에 마차 대열은 곧장 출발하였다.
목적지는 아돌레비트의 수도, 테할
란.
“후우, 공주님. 죄송합니다. 날씨만 좋았다면 비행정을 타고 갈 수도 있 었을 텐데…….”
“괜찮아. 가끔은 나쁘지 않아.”
“그래도 중요한 일정이 있지 않습 니까. 혹여나 늦어지기라도 하면 상 당히 곤란하실 텐데요.”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홍비연이 아 돌레비트로 돌아온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방학 동안 굳이 스텔라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심플하지만 명확한 이유.
둘째로, 본가에서 호출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여왕의 명령은 절대적. 설령 스텔 라의 학업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귀국해야 한다.
셋째로, 오늘부터 수도 테할란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었다.
테할란의 성벽에 도착했으나 자동 마차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바람에 진입하는 것조차 영 쉽지 않 아 보였다.
왕가의 마차를 보고서 비켜주는 이 들도 있었으나, 워낙 도로가 꽉 막혀 있어서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홍비연의 마차를 보고서 인 파가 더욱 밀집되는 바람에 마차의 이동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으음, 공주님. 이러다 정말 늦을 수도 있겠습니다.”
“알아. 일부러 늦는 거야.”
,,예?,,
“굳이 오늘 장로회의를 여는 이유 가 뭐겠어?”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가 있었다.
오늘 폭설이 쏟아질 것이라며.
그런 날에 장로회의를 열게 되면 홍비연은 하루라도 빨리 일찍 출발
해야 하나, 바로 어제 하필이면 여 왕이 직접 하사한 임무를 수행하는 바람에 그럴 수조차 없었다.
여러모로 악조건이 겹치는 상황.
모두 여왕이 의도한 것은 아니다.
여왕 홍세류는 홍비연에게 가끔 미 션 하나를 던져줄 뿐, 그 이상의 의 도는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꾸민 사람은 따로 있다.
“……홍시화 공주입니까.”
“응. 최대한 대가리 굴려봤겠지. 나 빼고 장로회의를 열 방법이 어디 없 을까 하고. 그게 딱 오늘인 거지.”
바로 전날에는 여왕의 과업을 처리 해야 하며 당일에는 폭설이 예보되 어 있어 비행정을 탑승할 수 없고 축제까지 벌어지고 있어서 교통편이 꽉 막히는, 바로 오늘.
홍시화가 모든 장로를 공식 석상에 불러내서 주둥이를 나불거릴 수 있 는 아주 절호의 날짜였다.
“그, 그럼 위험한 거 아닙니까?”
예테린은 걱정스럽다는 표정이었으 나 홍비연은 아무래도 좋았다.
모든 왕족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만 하는 자리에 홍비연이 늦는다면 그것만큼이나 이미지에 누가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홍비연은 별로 걱정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거기 가 봐야 나는 딱히 할 말도 없어.”
“그래도…
“게다가 오히려 지금 당황스러운 건 내가 아니라 흥시화, 그년이야.”
“네에?”
흥비연의 한쪽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무언가 짓궂은 일을 꾸몄 을 때나 보일 법한 악동같은 미소.
2년 전만 해도, 공주님이 절대로
짓지 않았을 그런 미소였다.
‘공주님이 달라지셨어……
잔머리라고는 하나 없이 그저 주어 지는 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정직하게 살아가던 홍비연 공주였다.
그런 그녀가 무언가 술수를 벌이고 그것을 생각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자체가 예테린에게는 낯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가?
그건 아니다.
여태껏 홍비연이 나쁜 짓을 저질렀 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정적들을 상대로 두뇌를 굴
리면 굴렸지, 그녀가 해온 모든 것 들은 선행에 가까웠으니까.
그래서 기뻤다.
공주님이 드디어, 평생을 원망하고 증오할 수밖에 없었던 아돌레비트 왕가를 상대로도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으니까.
“저, 그런데…… 오히려 당황스러 울 거란 이야기는 무슨 뜻인가요?”
“가면 알게 될 거야.”
홍비연 그리 말하며 눈을 감았다.
어차피 도착까지는 한참이나 남았 으니 느긋하게 낮잠이라도 청할 예 정이다.
* * *
“……곤란하군요.”
홍시화는 좌중을 둘러보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본디, 오늘은 장로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고위 귀족을 포함해서 아돌 레비트와 혈연관계에 있는 왕족들이 모여서 나라의 미래를 토론하는 날.
그런 중요한 날에, 참석자가 절반 이 채 되지 않았다.
그녀의 최측근이나 다름없는 오르
칸 공작은 물론이거니와 장로들도 절반 이상 불참하였고 이외의 귀족 들도 이제 막 오고 있다는 연락만이 날아올 뿐이었다.
다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면…….
‘홍비연의 최측근은 대부분 참석해 있어.’
근본없는 해적가 블랙을 포함하여 아탈렉 공작가는 물론 그 외에도 얼 마 전부터 서서히 홍비연을 지지하겠 답시며 돌아서기 시작한 귀족들이 빠 짐없이 이곳에 얼굴을 비춘 것이다.
즉, 이 자리에 홍비연만 없을 뿐 대 부분이 홍비연의 세력이었다는 의미.
“이거, 회의를 시작할 수도 없겠 군.”
상석에 앉아서 지루하다는 듯한 표 정을 짓고 있던 여왕 홍세류는 고갯 짓으로 시중을 불렀다.
시중은 곧바로 커피를 가져왔으나 여왕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목욕물을 준비하라고 일러라. 돌 아가서 몸을 씻어야겠구나.”
“알겠습니다.”
시중이 돌아서자 홍시화는 다급하지 만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곧 있으면 귀족들이 모일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짐이 그래야 하나?”
홍세류는 이미 질릴 대로 질린 표 정이었다.
“너희 둘의 기싸움에 내가 끼어드 는 건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그래서 잠자코 끼어들었지 않느냐? 이 이상 으로 내게 더 많은 것을 바라느냐?”
정곡이었다.
홍시화가 장로회의 날짜를 제멋대 로 조작하여 본인에게 유리하게 바 꿨으나, 여왕은 허락하였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スト비.
하지만, 홍시화는 예상하지 못하였 다. 설마하니 대부분의 귀족들이 ‘어 떠한 일’ 때문에 타지로 나가버릴 줄 은……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다.
‘나에게도 정보가 전혀 없었다. 아 마도, 여왕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뜻. 그렇다면 왜?’
굳이 왜 지금 타이밍에 홍세류가 귀족들에게 과업을 내리겠는가?
아니, 어쩌면.
*……바로 어제까지 홍비연이 여왕 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들었어.’
홍시화는 입술을 매만졌다.
‘만약, 그 아이가 다른 귀족들에게 까지 여왕의 과업을 돌렸다면……?)
여왕께서 직접 하사하신 과업은 혼 자 완수할 경우 더 높은 평가와 보 상을 받는다.
홍비연은 여왕의 과업을 대부분 혼 자서 처리할 정도의 능력이 된다.
그렇기에 설마 다른 누군가의 도움 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홍비연은 암기력이 좋을 뿐 그 두 뇌가 꽉 막혀 있어, 여왕의 인정 하 나를 받기 위해 뭐든 혼자서 해결하 려고 할 테니까.
*……그건 2년 전의 홍비연이야.’
지금은 어떠한가?
현재에 이르러서 홍비연은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히 잔머리를 굴리는 수준을 넘어서, 정쟁의 한복판에 뛰 어들어 제 입맛대로 귀족들을 움직 이는 수준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 홍비연이라면?
*……여왕의 과업을 나눠주었을 가 능성도 있어. 어쩌면, 풍선처럼 더 부풀려서.’
달콤한 말로 속삭였을 것이다.
‘여왕님께서 하사하신 명령이 있으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러 나 당신이 함께한다면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것이며, 여왕께서도 당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본디 홍시화의 파벌이 나 다름없는 귀족들을 홀리면서, 동 시에 장로회의를 견제하는 것 역시 도 가능해진다.
또한, 과반수 이상이 불참할 경우….
장로회의 그 자체를 불발시켜 버릴 수도 있다.
만약 그것이 홍비연의 계획이었다 면 결과는 대성공.
여왕이 철수하자 장로들이 앞다투
어 일어나며 불평을 한 마디씩 내뱉 으며 돌아갔다.
“누가 이딴 날짜에 장로회의를 열 자고 했는지…….”
“우리 젊었을 적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구먼.”
“쯧쯔.”
덕분에, 홍시화는 장로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그 이미지만 제대로 망쳐 버렸다.
장로들을 움직인다는 것은 그런 리 스크가 동반되는 법.
“하, 하하…….”
모든 귀족이 돌아가고 나서야 홍시 화는 허탈하게 웃으며 의자에 주저 앉다시피 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내려두고서 조 금 더 커다란 그림을 바라보는 것.
과거의 홍비연에게는 불가능했으나 지금의 홍비연에게는 가능한 것.
“너는, 벌써부터 나를 뛰어넘으려 고 하고 있구나…….”
그런데 왜일까.
홍시화의 표정이 전혀 슬프지 않아 보이는 것은.
그녀는 우는 듯한 얼굴로, 웃고 있
었다.
그 미묘한 감정 속에서 홍시화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내렸다.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 하고 홍시화의 모든 계획을 뭉개고,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가한 동생.
정적으로서 원망해야 하고, 분노해 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서리절벽 궁전의 창밖 을 바라보며, 이제 막 태양의 가도 에 입성했을 홍비연의 모습을 머릿 속으로 그렸다.
“너는 그렇게…… 나보다도 더 위 대한 불꽃이 되어야만 해.”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가장 밝게 빛나는 불꽃 이 되기 위해, 나는 더욱 지독한 땔 감이 될 수밖에 없어.”
홍시화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