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42
145화. 붉은 바람을 타는 연주자 (5)
“빨모닉스 …”
“그래 맞아 빨모닉스!”
뒤에 있던 교수 두 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 …
아아아.
절망적이다.
이름 모를 전화 너머 외국인은 물론이요, 교수들까지 ‘얼터네이트 피킹 하모닉스’가 아닌 빨모닉스라는 이름을 입에 담고 있다니.
사실 가계정으로 내 영상에 내가 아닌 척 댓글을 단 적이 있기는 하다.
‘이름은 얼터네이트 피킹 하모닉스가 어울리겠네요’
라며 선동 좀 해보려 했는데 …
ㄴ 응 이미 빨모닉스 ㅋㅋ
ㄴ 얼터이네트 그게 머임 ㅋㅋㅋㅋㅋ
ㄴ 네이밍 센스 진짜 레전드네 ㅋㅋㅋㅋ
조롱이나 실컷 당했다.
시발.
나도 … 나도 간지나는 기술명 갖고 싶다고 …!
– I want to learn ppalmonics. Your fucking ppalmonics!
수화기 너머의 외국인은 연신 ‘빨모닉스’를 배우고 싶다며 외쳐대고 있었다.
교수님들이 빨모닉스를 알고 있는 건 대충 어떻게 이해가 가도,
이 외국인은 이해가 안 간다.
“Where did you hear that name?”
나는 곧바로 누구에게 그 이름을 들었는지 물었다.
“My old friend told me.”
오래된 친구라 …
한국인 친구가 있는 모양이다.
방금 전에 한 말은 친구가 알려줬나 보다.
번역기는 절대로 저렇게 번역을 할 수가 없지.
“수, 수수 수재씨.”
최주임은 벌벌벌 손을 떨며 나의 소매를 붙잡았다.
“네?”
“그, 그분 … 제가 아까 말한 빅쓰리 … 유니버스 뮤직 …”
말은 하고 있는데, 문장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물론,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
유니버스 뮤직이라 …
그렇구나.
빅쓰리구나.
영화나 드라마 끝날 때 자주 이름이 보이는 음반 회사 이름이다.
소니 뮤직 아니면 유니버스 뮤직.
소니 뮤직이 아시아권에서 강세라면, 유니버스 뮤직은 영미권에서 강세다.
지금 나랑 통화하고 있는 아재가 유니버스 뮤직의 높은 사람이구나.
… 음.
좆됐는데?
난 소이의 안색을 살폈다.
소이는 공부를 꽤 잘한다.
부잣집이니까 영어 교육을 빡세게 받았을 것이다.
“수재 괜찮아 …?”
역시나.
다 알아들었나 보다.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내가 더 미안해지는 기분이다.
“괜찮고말고.”
갑자기 욕해대길래 같이 한 건데.
빅쓰리의 지역 지부장급 인물이었다니.
진짜 좆됐네.
“You want to learn my skills?”
“Yeah!”
“You want to know how?”
“Of course!”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화를 이었다.
상대 또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하긴 뭐 처음 만난 사람한테 욕 박을 정도의 성격이니.
역으로 욕을 들어먹을 준비는 되어있었을 것이다.
어지간히 자기중심적이지 않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언제나처럼.
배짱을 부리기로 했다.
“Come see my concert if you want to know.”
배우고 싶으면, 내 공연을 보러 와라.
직접 알려주지는 않는다.
내가 찾아가지도 않는다.
세계로 진출하려는 기타리스트가 그냥 회사에서 떠먹여 주는 대로만 살면 되겠는가?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배짱을 좀 내비쳐 줘야, 사람도 따라오는 것이다!
정적이 약 5초 동안 이어졌다.
뼈가 아렸다.
상대방이 누군지 몰랐을 때는 ‘내가 말싸움 이겼다’ 라며 정신승리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미 누군지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정적이 닥쳐오니, 솔직히 죽을 맛이다.
“We could be good friends. see you later bro.”
이름만 모를 외국인은,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말을 남기며 통화를 끊었다.
팅-!
귀여운 토끼캐릭터 배경화면이 나를 반겼다.
나는 척,
자연스럽게,
손에 땀이 왕창 쏟아져 나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숨기며 최주임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어 … 와아 ….”
“이야~ 너 영어 잘한다?”
“누군데 빨모닉스를 물어본다냐? 기타리스트?”
나는 최주임의 안색을 살폈다.
회사 소속 기타리스트가 비즈니스 상대와 욕배틀을 벌인다라 …
곤란한 건 나뿐만이 아닐 듯했다.
“시, 시말서 써야겠다아 … 헤헤.”
그녀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실실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서 큼큼 목을 가다듬고,
“수재씨가 방금 통화하신 분은 유니버스 뮤직의 아시아 지부장 마크 메이어씨예요.”
“….”
머리가 새하얘질 만한 정보를 내게 건넸다.
유니버스 뮤직… 아시아 지부장 …
난 그런 사람한테 욕을 한 거구나.
그렇구나.
이미 지나갈 일이다.
몇 분 전으로 회귀해도 똑같은 대응을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난 …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않는다!
“이야, 대단하다 대단해!”
“유니버스 뮤직? 아시아 지부장? 흐흐흐흐.”
교수 둘이서 아주 신명 나게 껄껄껄 웃어 재낀다.
책망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평생 동안 못해본 걸 네가 먼저 하네?”
“크흐히히히히힉!”
그저, 놀려대기만 할 뿐.
“다, 다행히도 그리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으셨으니 … 괜찮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네 … 그럴 거예 …”
딩~ 딩딩~
최주임의 핸드폰이 다시금 울렸다.
그리고 곧바로,
– 야아아아아악! 너 뭐하는 거야!
박부장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시말서는 확정이겠구만.
“아, 아니 저 그게 …”
– 아주아주아주 기대하고 있다고 하네? 한국에서 대단한 락커가 나오려고 한다고. 지부장 된 지 5년 동안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네?
욕쟁이 아저씨한테 욕으로 맞받아친 사람이 5년 동안 아예 없었던 건가?
내가 첫 빠따를 뚫은 건가?
감격스럽구만.
– 옆에 빨기좌 있지? 바꿔줘 봐.
“아, 네!”
나는 다시금 전화를 받아들었다.
받아들자마자, 박 부장은 따발총처럼 말을 쏘아댔다.
– 수재씨! 이렇게 된 이상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야 해요!
“….”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라…
바라던 바다.
내 공연이다.
어디 행사 같은 데 가서 연주를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벌이는 ‘공연’이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샬 jcm800. 펜더 베이스맨. 펜더 핫 로드 디럭스 앰프를 준비해 주세요.”
요구 사항을 전부 말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무대, 나만의 무대.
기타리스트 김수재로서 꾸려야 하는 무대.
나는 박부장과의 통화를 짧게 마치고,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이라 ….”
“내일모레라지?”
“교수님들도 오실 생각이세요?”
“우리만 오겠냐? 학생 가르치는 사람들인데?”
“내일모레 보자.”
그들은 의미심장한 미소만을 남긴 채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다.
“아, 저도 이만 가볼게요! 오붓한 시간 보내세요!”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최민지 주임 또한 꾸벅, 고개를 숙인 후 출구 쪽으로 뛰어갔다.
기가박스 광장에는 나와 소이만이 남았다.
나는 후우, 숨을 크게 몰아쉰 다음,
흘러넘친 손 땀을 바지에 닦으려 했다.
근데 그 전에,
“아, 잠깐만!”
소이가 먼저 내 손을 잡아챘다.
“수재 땀 엄청 많이 났다.”
작은 크로스 백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내 손을 닦아주는 소이.
….
“너무 무리하지 마….”
되게, 뭔가.
누군가가 땀을 닦아준다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가.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
“아 … 그게….”
“응?”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다면 좋다고 할 수 있지.
“뭔가 되게 쑥스럽네.”
“헤헤.”
소이는 해맑게 웃은 뒤, 출구를 가리켰다.
“수재 고기 먹을래 …?”
그리고서 나를,
고깃집으로 데려갔다.
고깃 … 집인가?
내가 아는 고깃집은 무한으로 즐기는 거기 아니면 다 떨어져 나간 간판에 기름때 찌든 곳 말곤 없는데…
“… 허어.”
강남 고깃집은 다 이런 걸까.
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쨍하지 않고 은은하다.
파스타랑 같이 통 고깃덩이가 도마 위에 놓여 나와 가지고 막 칼로 썰어 먹는데 …
순간 가위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이런 데 와 봤어야 알지.
“맛있다 …!”
소고기에서 이런 맛이 나는구나 …
내가 가본 곳 중 제일 비싼 데가 빕슨데.
차원이 다르다.
“그치?”
소이는 뿌듯하다는 표정을 얼굴에 떠올리며 고기를 썰어서 나에게 건넸다.
엄마아빠나 동생은 이런 거 먹어봤을까?
혼자 먹기 좀 미안하네.
나는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가족들끼리 한 번 더 와야겠다.
“아, 수재야.”
“응?”
“그 … 표 있잖아. 먼저 받을 수 있을까?”
“물론이지!”
공연 당사자가 부탁하는데 회사에서 안 줄 리 없겠지.
“다행이다 …! 엄마 아빠랑 윤서랑… 삼촌 드리려구.”
“그래? 그럼 다섯 장 준비할게.”
“응! 고마워!”
윤서가 올 거는 대충 예상하고 있었는데.
소이 아버지도 오시려나?
뭐, 소이 부모님 앞에서 기타 치는 건 이미 익숙해서 괜찮다.
근데 윤서네 아빠라 ….
소이 윤서 생일파티 때 본 게 마지막이라 지금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기타에 관심이 생겼나?
잘 모르겠네.
우리는, 밥을 다 먹고 나서 해가 저물어 버릴 때까지 신나게 놀았다.
소이랑 단둘이 놀러다닌 건 처음이었지만 상당히 재밌었다.
평생 같이 놀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잘 들어가!”
“응! 수재도 조심히 들어가!”
나는 소이를 집까지 배웅한 뒤,
집이 아닌, 회사로 향했다.
***
“[그래, 이런 씹새끼는 처음이라고. 처음!]”
4성급 호텔 최상층의 스위트룸.
서울 번화가가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창 앞에 선 금발의 중년 남성은, 10분째 핸드폰에 대고 열변을 토하는 중이었다.
– [좀 진정해. 나 저녁 먹는 중이야.]
“[아, 그랬지?]”
시간을 확인하니 저녁때가 되긴 했다.
그렇기에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이름 모를 분홍색 과자를 집어 들었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로컬 과자를 맛보는 것.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생긴 그만의 버릇이었다.
푸욱-!
봉지가 비명을 지르며 향긋한 향을 토해냈다.
아시아의 이름모를 기타리스트와
아시아의 대범한 과자.
뭔가 냄새가 이상하다는 걸 인지한 상태였지만, 그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도전정신’이, 강제로 손을 움직였다.
자갈치였다.
“[어우 쉣…! 스낵에서 수산물 시장 냄새가 나!]”
– Kkkkkkkkkkk
수화기 너머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대범하게 집어들었지만, 다 먹질 못하겠다.
뭐랄까 이건 …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 [크크크크큭! 그래서, 기술 이름이 뭐라고?]
“[빨모닉스. 기술도 신기하지만 연주도 상당히 좋은 수준이야.]”
– [연주곡이라 … 뜨기가 배는 힘들 텐데. 보컬은?]
“[보컬에는 그다지 비중이 없어 보여. 소속사 측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어마무시한 포텐을 가진 연주자.
무대를 장악하는 퍼포먼서.
락의 불모지에서 피어난 기타리스트.
전해 들은 바로는 그랬다.
유튜브 조회수 동향이나, 인지도 동향이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례적인 수준인 건 확실했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부터 받은 자료이니, 신뢰성에도 문제는 없을 터.
하지만,
– [한국의 스티브바이, 에릭 존슨을 만들려고 하는 건가?]
“[그런 샘이겠지. 아니면 지미 헨드릭스라던가.]”
– [네가 하는 말은 가끔가다가 아주 병신같아.]
“[병신같다라 …]”
– [이번에는 동의를 못 하겠나 보지?]”
“[… 아직은 말이야. 동의할지, 안 할지. 지금의 나는 몰라.]
아직 알 수 없다.
동영상을 잔뜩 봤지만, 자료도 오랫동안 검토했지만,
알 수 없었다.
“[난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 외에는 안 믿어.]”
마크 메이어.
유니버스 뮤직의 아시아 지부장.
그의 푸른색 눈동자가, 창밖에서 쏟아지는 네온사인을 받아 반짝였다.
연주력, 외모, 퍼포먼스, 성격.
모든 것을 갖춘 기타리스트라 ….
그런 기타리스트가, 락의 불모지에서 피어난다라.
기대감을 잔뜩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10분 동안 신나게 떠들어대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하하, 그렇지.]”
– [실력이 기대 이하라 해도, 그 기술이 ‘진짜’면 의미가 있지 않나?]
“[욕심나나?]”
– [그냥 신기해서 그래.]
과연 어떨까.
그가 여론 띄우기로 부풀려진 것인지, 아니면 동영상으로 보았던 그대로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손에 들린, 크라켄이 그려진 연한 핏빛 봉지 과자처럼 감당을 못할만한 인물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후….”
– [밥 마저 먹을게. 이따 전화하라고.]
“[그래.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불면은 건강의 사신이건만.
이틀 동안, 잠 못 이루는 밤을 맞이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