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74
정열적인 야외 무대의 혜성 (4)
치이잉-!
일렉트릭기타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큰 소리로 기타치고 싶엉’ 이라는 단순한 욕구에서 시작된 악기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해 지금에 이르렀다.
픽업이 만들어낸 작은 전기신호를 찌그러뜨리고, 깎고, 분쇄해서 만드는 드라이브 톤.
위상에 변화를 주는 위상변화 톤.
소리를 여러 번 울려서 만드는 리버브, 딜레이톤.
일렉기타는, 나무와 하드웨어 파츠가 쿵짝쿵짝해서 만든 ‘전기신호’를 앰프가 증폭시켜 소리로 내보내는 악기다.
만져도 느낌조차 안 드는 약하디약한 전기신호가, 음악 업계에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소리의 다양성.
그것이 일렉기타의 장점이다.
소리의 다양성.
그것이, 일렉기타가 어려운 이유이다.
환경에 의한 변수의 통제가 어렵다.
다른 악기들도 실내냐, 실외냐, 무대가 나무냐 대리석이냐에 따라 소리가 바뀌지만, 일렉기타는 변수의 가짓수가 극심하게 많았다.
하지만.
그래도 기타리스트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기필코, 꼭, 소리를 찾아냈다.
‘잘 어울리는 소리’를 말이다.
지금처럼.
-오오오오오오!
커다란 함성이 나를 맞았다.
“원곡이랑 좀 다른데?!”
“멋있다아!”
mr제작에 참여하는 세션은, ‘가수’가 노래를 어떤 식으로 부를지를 모른다.
가수는 곡을 완성하고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맡는다.
마침표가 찍힌 아이리즈의 ‘마음을 주고 싶어.’
나는 마침표를 뺐다.
여기서 새로 찍을 거다.
내가.
치잉-!
픽업 셀렉터를 리어로 재꼈다.
단단하고, 까랑한 펜더 노이즈리스 픽업 특유의 소리.
Ts808의 드라이브가 미미하게 걸린, 특유의 ‘차글차글’한 소리.
나는 잽잽이를 그만두고, 피아노의 코드 라인을 탔다.
동시에, 백킹 사운드 하나가 비었다.
상관 없다.
빈 곳을 멜로디로 채우면 되니까.
가사와 옥타브가 겹치지 않도록, 화음이 잘 이루어지도록,
즉흥 멜로디 연주를 시작한다.
“와 ··· 뭐야?”
“원래 이런 곡이었어?”
관객들이 각자 감상을 토했다.
응 원래 이런 곡 아니었어.
나는 아이리즈 멤버들의 얼굴을 살폈다.
방금 전의 포 데이지의 무대와는 달리, 안무가 그리 격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얼굴에서 ‘힘듦’ 이외의 감정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좋아 보이네.”
나는 그리 중얼거렸다.
환한 미소를 보니 잘 알 것 같았다.
이 무대를 손꼽아 기다렸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진짜 무대에 서 있는 ‘이 순간’
심장이 그냥 요동을 치겠지.
다만, 저 미소 뒤에 뭔가 다른 감정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근거는 딱히 없었다.
그냥 직감이었다.
나는 겉이 아닌 뒷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눈’으로 봐서는 말이다.
짝짝-!
관중속에 섞여 있는 팬들이, 손뼉을 치며 리듬을 탄다.
즉석에서 만들어진 손뼉소리도, 음악의 일부분이 되었다.
챠아앙-!
c메이저 스케일에서 나오는 간지러운 소리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렸다.
아이돌곡을 자주 듣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히는 듣는다.
대중음악이니까.
사람들이 좋아하고, 소비하는 곡이니까.
현업인이라면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대중가요에 거부감이 없다는 점일까.
막 오그라드는 씹덕곡도 잘 듣는데 이 정도 쯤이야.
누워서 식은 죽 먹기지.
진짜 레전드 씹덕곡도 꾹 참아가며 우걱우걱 커버를 마치는 내 정신력이 레전드다.
“···.”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들레 밭이 그려졌다.
머릿속에 떠오른,
노란 들판.
딱 오늘 같은 날씨다.
구름 4할, 푸른색 6할의 하늘.
꽃밭 군데군데 드리워지는 구름의 그림자와, 눅눅 선선한 바람.
내가 스튜디오에서 이 곡을 연주했을 때에는 분명,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떠올랐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었다.
소녀가 아닌, 소녀들이다.
옆으로 살짝 고개만 돌리면 보일, 여섯의 소녀들.
아이리즈 멤버들이, 민들레 밭 너머의 흙길에 서 있었다.
귀염 깜찍한 의상이 아니라,
수수한 흰색 원피스를 입고서,
쭈그려 민들레의 향을 맡고 있었다.
거기 있지 말고, 여기서 맡으면 더 좋을 텐데.
나는 바람이 전해주는 달콤 쌉쌀한 향기에 이끌려 울타리에 다가갔다.
기타가 만들어낸 붓이, 나뭇결을 표현해 낸다.
나는 그녀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냥 들어오라고.
이곳으로 들어오라고.
여기가 더 좋다고.
여섯의 소녀들은 머뭇거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동시에, 우리 사이를 가르고 있는 울타리를 가리켰다.
붓이, 가시를 그려내었다.
“···.”
주우웅-!
나는 손가락을 미끄러뜨리며 하이프렛으로 포지션 블럭을 옮겼다.
클라이막스의 변화
C키에서 c#으로.
따라서, 스케일 지판을 한 칸 옆으로 옮긴다.
나는 원곡처럼 와우페달을 살살 밟아서 곡에 신선함을 섞었다.
잔잔했던 아이리즈 멤버들의 동작이 조금 격해졌다.
클라이막스의 안무가 꽤나 어려워 보인다.
난 몇 달을 연습해도 저렇게는 못 출 것 같다.
키잉-!
원곡에 없던 하모닉스를 넣는다.
드라이브가 얼마 걸리지 않은 상태의, 얕은 하모닉스.
나는 기타의 톤노브와 볼륨을 반정도 줄인 다음,
드르르르륵-!
스케일을 따라, 속주 리프를 욱여넣었다.
– 와아아아!
화려한 퍼포먼스에는, 관중의 호응도 같이 따라왔다.
지잉-!
살짝 무릎을 굽히며, 아이리즈 멤버들의 안무와 동작을 맞춘다.
뭐, 진짜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작이 조금이라도 통일되면 보기 좋잖아.
나를 슬슬 쳐다보고 있던 송아린이 큽, 하며 작게 웃었다.
그렇게 웃긴가?
그래, 뭐.
빵터지니까 좀 낫지?
긴장했겠지.
흥분되겠지.
그리고, ‘주저’도 했겠지.
아직어리니까.
미래가 잘 안 그려지겠지.
다 이해한다.
또다시 머릿속에 민들레밭이 떠올랐다.
가시 돋친 울타리와 여섯 소녀들.
나는 척-! 발을 올려 신발 밑창으로 가시를 쓸어버렸다.
뾰족했던 끝이, 꺾이며 우그러든다.
폴짝-
상상속의 송아린이 가장 먼저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한 소녀가 앞장서니, 다른 소녀들도 따라 넘었다.
그녀들은, 꽃밭에, 양지에 들어섰다.
“···.”
나는 소녀들의 발판이 되어준 것도, 손을 잡아준 것도 아니다.
그저 돋쳐 있는 가시를 누그러뜨려 준 것 뿐이다.
치잉-!
폴짝-!
무대 위의 여섯 소녀들이 칼 같은 박자로 점프를 한다.
동시에 나도 기타로 더블 밴딩을 하며 넥을 들어 올려 보였다.
간지러운 노래에 어울리는 간지러운 화음이 울려 퍼졌다.
나는, 새로운 멜로디로 그녀들을 응원했다.
새로운 어레인지 리프.
응원의 리프.
잘 전해졌기를.
“··· 진짜 좋다 진짜.”
“얘들이 아이리즈라고?”
아이리즈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들도, 다시 한 번 눈길을 돌리길.
팬들은 다시 한 번 더 빠지길.
지이잉-!
나는 Sd-1을 재빨리 밟아 드라이브가 더 섞인 고음을 울리며,
곡을 끝냈다.
마침표를 찍었다.
아이리즈가 한 번 찍었던 마침표를, 스스로 다시 찍었다.
“하아, 하아.”
클라이막스의 안무 때문인지, 아이리즈 멤버들의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아이리즈 사랑해애애애액!
팬들이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뭔가 도현이랑 혁오의 목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다.
분위기 제대로 탔네.
반응 좋구만.
-빨간기타좌!
-빨기좌 ! 빨기좌 !
-빨기 좌! 빨기 좌!
‘일부’관객들이, 내 별칭을 복창하기 시작한다.
아악!
그래 시발.
인정하자.
별로 마음에는 안 드는데, 우선 저렇게라도 알려지는 게 낫지 않나?
무명보단 낫잖아.
나중에 가서 ‘김수재’ 이름을 알리면 되고.
역시 사람은 긍정적으로 살아야 해.
별명이 마음에 안 든다고 떼쓰고 그러면 안 되지 암.
나는 후우,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서 기타를 손에 쥔 채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짝짝짝짝짝-!
야외임에도, 숫자가 역시 깡패인가보다.
번개가 몰아치는 듯한 박수소리가, 나의 귀를 쿵쿵 두들긴다.
지릴 것 같다.
아이리즈 첫 스타트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 수재 오빠 사랑해!
대학생처럼 보이는 관객이 소리쳤다.
어 그래 나도 사랑해.
우우웅-!
가까이 비치된 베즈의 카메라가 나와 아이리즈를 비추고,
촤아아아악- 무대 앞의 드라이아이스가 터져 나왔다.
한 순간이지만, 주변 온도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와 ···! 정말 화려한 무대였네요! 수줍은 소녀들의 마음이 상큼하게 가슴속까지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빨간 기타 소년’ 연주 참 좋아요 너어무 좋아요~ 곡 제작에 참여한 만큼 실력이 대단한데요? 오늘은 뭔가 좀 더 적극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나요?
–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네에에에에에에!
사회자들이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첫 번째 곡 정리에 들어갔다
나도 재빨리 무대 정리를 시작했다.
감상에 취해 있을 시간은 없다.
아이리즈는 공연은 이어질 거고, 나는 이따 다시 스테이지에 오르니까.
“··· 진짜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이따가 봬요.”
다음 곡을 위해 폼을 바꾸는 아이리즈 멤버들이, 작게 나에게 속삭인다.
나는 척, 엄지를 치켜든 다음에, 후다닥 무대에서 빠져나왔다.
베즈의 카메라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약 10초 동안 나를 따라온다.
찍어줘서 고맙습니다~
근데 베즈에 tv 채널이 있었나?
없었던 ··· 거 같은데.
그럼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는 건가?
해외 구독자 엄청 많던데.
꼭 내 영상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간이 대기실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자, 다음 곡은 다들 예상이 가시죠? 바로 ···
나는 천막이 들어서 있는 곳에서 멀뚱히, 아이리즈의 무대를 감상했다.
아마, 곡 두 개인가 세 개인가 부르고 간다는 것 같았다.
다른 초청 가수들보다는 부르는 노랫수가 적다.
아직하꼬니까 뭐.
“수재 수고했어!”
짝-!
연지선 누나가 내 등짝을 존나세게 두들겼다.
개아프다.
근데, 기쁘다.
“옙!”
“이열~ 멋있던데~ 아이돌 안무는 언제 외운 거야?”
그냥 점프할 것 같아서 같이했는데요.
나는 사실을 말하기보다는 개소리를 내뱉었다.
“다 그 마음으로 통하는 사이니까 다 알죠.”
“으이그~ 아이리즈 팬들 앞에서 그 소리 했다간 맞아 죽기 딱 좋아~”
그런가?
“··· 자기가 만든 리프를 자기가 어레인지 했군.”
“필요할 것 같아서요.”
“···.”
윤대혁 선배도 같이 나왔다.
“분위기 진짜 잘 살리지 않았어? 저기 봐봐, 애들 표정.”
멀어서 잘 안 보인다.
눈이 나쁜 편은 아닌데.
연지선 누나는 시력이 한 2.0은 되나 보다.
“···.”
그래도··· 동작에서 우러나오는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다.
긴장이 풀린 춤 선.
더 이상 떨리지 않는 목소리.
한 건 별로 없고,
돈 받고 어그로 탱킹하러 간 것뿐이지만.
참, 뭔가,
뿌듯했다.
소녀들이 이걸로, 이 무대로,
더 이상 주저하질 않길 바랄 뿐이다.
아이리즈는 총 세 개의 곡을 불렀다.
무대에서 내려올 때에 관중들이 얼마나 아쉬운 듯한 소리를 내던지.
참 저 반응이 부럽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대기실로 돌아온 멤버들에게 박수를 쳐줬다.
“처음에 너무 잘해 주셨어요!”
“에이, 뭘요.”
“뭔가··· 가까이서 응원받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송아린은 참 싹싹하면서도 눈치가 빠르다.
사회성뿐만 아니라 ‘음악적’눈치까지 말이다.
“··· 응원했어요.”
나는 가만히 실토했다.
“··· 정말 ··· 정말 고맙습니다!”
꾸벅- 여섯의 멤버들이 나에게 고개를 숙인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뭔가 멋지게 할 말이 없을까 고민했다.
딱히 없네.
“화이팅!”
할 말 없을 땐 이게 최고지.
···.
“푸흡···!”
이주희가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 이주희뿐만 아니라 ···
송아린을 제외한 멤버 전원이, 피식피식,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아린이랑 친해서 그런가 ···?”
“흐흐흡···”
“말하는게 똑같아요!”
“···.”
송아린이 나를 멀뚱히 쳐다본다.
“화이팅!”
“화이팅!”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머리 위로 올려 보였다.
애가, 참 밝다.
페스티벌은 문제 하나 없이 척척 진행되었다.
아이리즈는 스케쥴 때문에 먼저 돌아갔다.
내 무대를 못 봐서 정말 아쉽다더라.
나도 아쉽네.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라비다의 무대,
그리고 나의 무대,
저녁이 다가온다.
“네가 왜 아이리즈랑 같이 무대 서는데~”
“네가 왜 아이리즈랑 같이 무대 서는데~”
“네가 왜 아이리즈랑 같이 무대 서는데~”
“수재 아이리즈 멤버들이랑 친해 ···?”
아까부터 계속 틈만 나면 이지랄이네
나는 한숨을 푸욱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뭔가 뭔가··· 오고 있음.”
낌새를 감지한 도현이가 말했다.
“··· 오고 있는 게 아니라 ··· 온다···”
“…어?”
푸른색 6 구름 4 였던 하늘이 이제는,
구름 9 푸른색 1 정도 되는 것 같다.
툭-
아주 작은 물방울이, 뺨에 떨어졌다.
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