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59
059
쿵!!
공성추가 힘차게 성문을 두들겼다.
거인들의 난입에 수비병들의 이목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성문 쪽의 방비가 약화되었다.
걸레짝이 된 성문은 이제 한계.
올비르가 도낏자루를 거머쥐었다.
“진입하면 곧장 내성으로 달린다.”
그의 주변에 전사들이 방패를 치켜들었다. 그토록 극렬하게 쏟아지던 화살도 그치고, 함성도 잦아들었다.
“올비르, 그런데 생각보다 주변이 잠잠하다.”
“무슨 의미야.”
쿵!
“안에 거인들이 들어갔잖나. 별다른 소음이 없어.”
전사의 눈동자에 불안한 빛이 어렸다.
“놈들이 날뛰면 이렇게 조용할 리 없는데.”
위태롭게 버티던 성문이 무너졌다.
동시에 수십 명의 함성이 터져 나오고, 전사의 말소리가 묻혔다.
“달려! 달려!!”
전사들은 모두 주술사가 피운 향에 취해 있었다. 겨우 이깟 놈들에게 3일 동안 발목이 잡혀 있던 것에 다들 화가 났는지, 눈앞에 무언가 나타나면 단숨에 쳐죽일 작정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대로를 달리던 전사들은 위화감을 느꼈다.
‘왜 아무도 없지.’
도시 전체가 고요했다.
성벽 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집과 도로에는 이렇다 할 방어 시설도 전무했다.
올비르가 목청을 높였다.
“주변을 경계하면서 이동해라! 어딘가에 숨어서 화살을 쏠지도 몰라!”
기껏 끓어올랐던 피가 한순간에 식는 기분이었다. 전사들은 침을 뱉으며 방패를 만지작댔다.
“쥐새끼 같은 놈들. 평지에서 만났으면 단숨에 토막을 쳤을 텐데.”
질퍽.
돌연 신발에 달라붙는 진창 같은 느낌에 전사가 인상을 구겼다.
“시발, 제국 놈들도 길에다 똥을 싸질러놓는 건 매한가지···”
손을 훔쳐보니 오물이 아니라 핏덩어리였다.
길바닥에 왜 이런 게 남아있나 의문이 들기 전에, 전사는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음지에서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형체와.
그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쩡!!
【우워어어!!】
죽은 거인이 괴성을 내질렀다. 전사들이 치켜든 횃불에 새빨간 살갗을 드러낸 외형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들이 부리던 거인과 사뭇 다른 모습. 전사들은 거리낌 없이 창을 꽂았다.
살점 거인이 팔을 휘두르자 얻어맞은 전사의 상반신이 뽑혀나갔다.
주먹에 얻어맞은 전사는 오른팔이 뭉개진 채로 바닥에 뒹굴었다. 온몸을 벌겋게 데운 전사가 고래고래 외쳤다.
“도나르께서 나를 주시한-”
으직.
거인은 오히려 살아있을 때보다 훨씬 흉포하게 날뛰었다. 특유의 구부정한 자세 때문에 굼뜨던 움직임은 온데간데없고, 광분한 황소처럼 전사들을 깔아뭉갰다.
어린애가 벌레 밟아 죽이듯, 전우들의 몸이 터져나가는 걸 보면서 전사들은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싸움과 약탈, 방화, 승리로 점철된 수십 년의 생애가 무색하다. 대로에 으깨진 뇌수와 눈알이 굴러다녔다.
모두가 주춤대는 가운데, 올비르는 도끼를 거머쥔 채로 달려나갔다.
주먹을 치켜든 살점 거인은 대로를 향해 묵직하게 내리꽂았다.
쾅!!
올비르의 몸은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비껴갔다. 그의 눈동자는 변함없이 거인의 어깨를 향했다.
“내 친척, 그 저주받은 목숨은 내가 거둬주겠다.”
【그, 워우어억!】
발을 구른 살점 거인은 손을 뻗었다. 그의 몸을 낚아채 으스러트릴 작정이었다.
올비르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도끼로 두툼한 손을 내리찍었다.
쩌억!
언뜻 도끼에서 새파란 전격이 일고, 살점 거인의 손이 잘려나갔다.
거인이 비틀대는 사이 무릎으로 파고든 올비르가 오금을 강타했다.
비명을 내지른 살점 거인이 아예 몸집으로 깔아뭉개려 하자, 올비르는 재빨리 빠져나왔다.
거인이 몸을 낮춘 사이에 올비르가 힘껏 지면을 박찼다.
“도나르여!!”
공중에 떠오른 전사는 육중한 도끼날을 치켜들었다. 이마에 도달한 도끼가 뼈를 가르고 근육과 신경을 찢어발긴다. 썩은 박을 터뜨리듯 묵직한 소리와 더불어 살점 거인의 머리통이 으깨졌다.
머리를 잃은 잔해가 바닥에 허물어진다.
도끼날을 뽑은 올비르가 나직이 읊조렸다.
“그 시체 조종하는 놈. 분명 주변에 숨어있을 거다. 그놈을 먼저 죽이고 내성에 진입한다.”
비록 올비르가 무력을 보여주긴 했어도, 은연중에 전사들의 마음속엔 두려움이 자라나고 있었다.
올비르 역시 심상치 않은 상황에 침을 삼켰다.
‘제일 먼저 들어간 녀석이 플루키였는데. 이놈은 플루키도 아니다.’
그럼 나머지 거인 둘도?
불길한 상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뒤이어 들어오던 후발대의 머리 위로 살점 거인이 몸을 날렸다.
콰앙!!
【우워오아!!】
뒤이어 잔해 속에 숨어있던 살점 거인도 밀집해있던 전사들을 노리고 나무 기둥을 내리찍었다.
【그으어!!】
한 마리도 아니고, 살점 거인 두 마리가 벌이는 난동에 기세 좋게 에다리크로 진입하던 전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진형을 잡아라!”
올비르의 외침도 소용없었다. 제아무리 전사들의 개별적인 전투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들은 체계적인 군율로 묶여 있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판단에 따라 제각기 행동했다.
“도망쳐! 상대가 안 돼!”
“발목을 찍으라고! 발목을!”
그 와중에 골목에선 망자들이 튀어나와 전사들을 찔렀다. 퇴각로에선 살점 거인이 날뛰고, 곳곳에서 죽은 자들의 기습에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낭패였다.
이렇게 비좁은 시가지에선 육중한 도끼들은 지나치게 거추장스러웠다.
대부분의 전사들은 맥없이 살점 거인에게 밟혀 죽고, 도망치다가 압사당하거나 매복해있던 시체들에게 잡혀 덩달아 망자가 되었다.
후발대는 막연히 도시에서 들리는 소음만 듣곤 상황을 모른 채 뒤따라 들어온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도끼날로 망자를 찍은 올비르가 외쳤다.
“뒤로 합류한다! 뒤쪽을 뚫어!”
그러자 서늘한 음성이 대신 답했다.
【오, 멋대로 들어와놓곤, 이대로 나가겠다니.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주변 일대에 한기가 치밀어 오른다.
대검을 거머쥔 죽음의 기사가 전사를 향해 속삭였다.
【더욱이 자네는 본인과 대결을 약속하지 않았나. 정 나가고 싶다면 목은 두고 가시게.】
이스라의 주변에 시체가 된 전사들이 으르렁거렸다.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녹색 안광이 빛을 발했다.
올비르가 이를 악물었다.
“쳐라!”
【하, 하! 하. 와라, 전사들이여!】
그런데 올비르는 전사들을 보내놓곤, 정작 자신은 눈치를 살피다가 골목길로 빠져나갔다.
【아니, 이놈! 여기서 내뺀다고? 거기 서라!】
노호성을 터뜨린 죽음의 기사는 상단을 향해 대검을 내리쳤다. 이스라의 힘을 견디지 못한 전사는 창대와 더불어 상반신이 찢어졌다.
달라붙는 전사의 무릎을 걷어차곤, 어깨부터 겨드랑이를 사선으로 그어버렸다.
야만전사들은 불사 패시브를 활용해보지도 못하고 절명했다.
이스라는 휘하 망자들에게 전사들을 떠맡기곤, 급히 올비르를 쫓았다.
올비르가 쓴 뿔 투구는 그들의 부족에서 대대로 군장에게만 전해지던 유물이었다. 투구는 착용자가 가장 절실한 상황에서 묻는 해결책에 대해 답해주는 영험함이 있었다.
좀 전에 올비르는 ‘시체 부리는 요술사의 위치’를 물었고, 투구는 그의 앞에 붉은색 궤적을 보여줬다.
‘그놈만 죽인다면, 여기 있는 시체들이 모두 쓰러질 거다.’
올비르는 주술사들과 협업하는 흑마법사들의 권능을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었다.
사술을 행하는 당사자가 죽으면, 그 행위에 얽힌 모든 결과물은 어그러진다.
올비르는 군장이 된 이후로 매번 투구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뿔 투구가 틀린 적은 없었다.
분명 이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콰직!!
망자의 턱을 후려갈긴 올비르는 거침없이 골목길을 누볐다.
투구가 가리키는 궤적은 이 일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건물로 이어졌다.
도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간 올비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이곳은 정육점이었는지, 사방에 특유의 피비린내가 짙었다. 놈이 여기 숨어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위층으로 올라간 올비르는 난간에 세워둔 의자와 바닥에 굴러다니는 빈 약병을 발견했다.
여전히 대로 쪽에선 망자들과 전사들의 시가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좀 전까지 놈이 여기 있었다.’
설마 그 마법사 놈도 자신이 곧바로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도끼를 거머쥔 올비르는 냅다 찬장을 향해 내리찍었다.
그 외에 숨어있을 만한 장소는 죄다 작살냈지만, 놈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미간을 좁힌 채로 가만히 서 있던 올비르는 문득 밑에서 작은 미동을 감지했다.
계단을 내려 와보니 지하에 고기들을 보관해두는 창고가 있었다.
지하에 있어서 그런지, 사뭇 공기가 서늘했다. 생각보다 공간이 널찍한데 갈고리에 고깃덩어리들이 걸려 있었다.
인상을 구긴 올비르는 닥치는 대로 갈고리에 걸린 고깃덩이들을 찢어발겼다. 시야를 방해하는 것들을 좀 치우고 보니, 창고의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비록 캄캄했지만, 야만전사의 신체는 곧바로 어둠에 적응했다.
갈고리들 너머, 선반에는 부산물들을 모아두는 쓰레기 자루가 있었고, 구석진 곳에 망토를 쓴 인영이 웅크리고 있었다.
자루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괜히 떠들어봤자, 요술쟁이에게 주문을 외울 시간만 주는 꼴이다.
대번에 뛰쳐나간 올비르는 힘껏 인영의 머리를 내리쳤다.
콰직!!
단번에 죽였다. 허망할 정도로 쉽게 죽여서 올비르도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끝났나?’
아니. 여전히 투구는 궤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올비르는 황급히 바닥에 엎어진 인영의 망토를 들췄다.
대번에 송장 냄새가 올라온다. 이미 죽은 지 한참된 시체였다.
“이런, 제기랄···.”
여기서 사람이 숨어있을 만한 공간은 쓰레기 자루뿐이었다. 자루 속에서 불쑥 머리가 올라왔다.
“용케 제가 있는 곳까지 쫓아오셨군요. 덩치를 보아하니 그쪽도 거인의 혈통이라, 눈치를 채신 겁니까?”
“투구 덕분이다.”
“아하, 뭐 마법 투구인가 보죠? 제 하수인이 그걸 내심 탐내던데. 굳이 주러 여기까지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올비르의 입가가 비틀렸다.
“뭘 믿고 그리 여유롭지? 너만 죽으면 끝이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뭘 믿고 절 죽일 수 있다는 겁니까?”
괜히 말장난에 말려들 필요 없다.
놈의 간교한 허세에 불과할 뿐이다.
올비르는 도끼를 치켜들었다.
그대로 내리치려는 순간.
팽팽하게 곤두선 고기 찌꺼기가 가닥처럼 엮여 그의 팔을 부여잡았다.
“그, 으으윽···!”
【꽤액-】【꿀.】【끼이익···!】
갈고리에 매달려 있던 돼지머리들이 울부짖었다. 토막 난 살점들이 스스로 얽혀 하나의 덩어리처럼 맥동했다.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놨던 창자들은 밧줄처럼 엮여 올비르의 사지를 단단히 묶어놨다. 태연히 쓰레기 자루에서 빠져나온 토드는 안에 들어있던 부산물들을 바닥에 쏟았다.
버린 눈알, 창자, 터럭, 힘줄 등의 부위들이 형언할 수 없는 덩어리에게로 스며든다. 거기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시체까지 뒤엉켰다.
【뀌이익!】【꺄오-】【머리 아파.】
점차 창고 안에서 덩치를 불려가는 덩어리의 모습에 올비르가 침묵했다.
“정말로 저를 노리고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 대비해서 정육점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다행이군요.”
“끄으으윽!!”
“제가 여러 번 죽어보니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나 싶었는데? 정말 터지더라고요.”
아무리 숨어있더라도, 기어코 자취를 더듬어 쫓아오는 놈들이 있다.
특히 토드는 오랜 은거 생활을 하면서 이 세상에는 기존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기이한 이적과 능력을 목격한 바 있었다.
어떤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돌연 계단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혹시나 우군인가 싶어 올비르가 힘껏 발버둥 쳤지만, 이어지는 음성에 그의 힘이 풀렸다.
【하! 그놈 생각보다 발이 재빠르군! 설마 자네를 쫓아갈 줄은 몰랐네.】
“이스라, 이번엔 정말 위험했다고요. 까딱하면 진짜 갈 뻔했습니다.”
사령술사의 핀잔에 죽음의 기사는 손가락을 꼼지락댔다.
【커흠, 미안하네. 북부의 전사들이라면 마땅히 대결에 응할 거라 생각한 게 본인의 실책이었네. 이 명예도 모르는 놈들 같으니라고!】
대검을 치켜든 이스라가 물었다.
【이대로 목을 치면 되겠나?】
“아, 투구는 벗겨내야겠네요.”
토드의 손짓에 살점 조각들이 부글거리며 올비르의 투구를 떼어냈다.
안에 들어있던 얼굴을 본 이스라가 안광을 빛냈다.
【허! 터무니없이 젊구만!】
다른 전사들의 턱이나 구레나룻이 덥수룩한 것에 비하면 올비르는 털이 드문드문 자라 있었다.
그를 살피던 토드가 중얼거렸다.
“딱 쇠렌이 좋아할 만한 인상이군요.”
【동의하네.】
괜히 기분만 나빠졌다.
올비르는 담담히 답했다.
“죽일 거면 서둘러 죽여라.”
“안 그래도 그럴 작정입니다.”
토드가 손을 까딱이자, 이스라가 대검을 치켜들었다.
“다만 저기에 야만전사의 육신까지 섞으면 어떤 형태가 될지, 조금 기대되는군요.”
토드의 손가락은 덩어리를 향해 있었다. 올비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 내, 내 명예ㄹ···”
콰직.
단칼에 그의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거리낌 없이 피 묻은 머리를 집어 든 토드는 꿈틀거리는 덩어리를 향해 내밀었다.
“섭식해라.”
목에 붙어 있던 돼지머리가 게걸스럽게 올비르의 머리를 먹어치우곤, 바닥에 널브러진 몸뚱이까지 삼켰다.
【흉물스럽게 생긴 피조물이군. 이건 대체 뭔가?】
덩어리를 훑어본 토드가 뿌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살점 거인이죠.”
이전까진 살덩어리를 조잡하게 섞어놓은 것처럼, 부정형에 가깝던 형태가 점점 견고해졌다.
비록 되살린 거인들에 비하면 몸집이 비대하진 않았어도, 토드가 처음부터 토대를 설계한 덕에 견고했다.
그가 새롭게 일으킨 맞춤형 살점 거인 4호는 창고 바닥에 떨어진 올비르의 도끼를 집어 들었다.
“밖으로 나가서, 움직이는 생자들을 모조리 거둬라.”
즉시 살점 거인은 창고 천장을 부수고 거리로 나섰다. 에다리크의 전경을 훑어보던 토드는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주술사 놈들은 내뺀 거 같고.’
격전 중에 가까스로 살점 거인 하나를 쓰러트렸더니, 이번엔 도끼를 들고 달려오는 괴물체에 전사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되살아난 거인들이 애교로 보일 정도로 토드의 커스텀 살점 거인은 악몽에서 튀어나올 법한 생김새였다.
【끼이익···】【밥 줘.】【꽤액!】【아아, 날 꺼내줘라! 누구 없나! 날 여기서 꺼내라!!】
무엇보다 괴물은 올비르의 목소리로 떠들어대며 전사들을 찢어발겼다.
인지를 넘어선 공포 앞에 고참 전사들까지 죄다 도망쳤고, 그걸로 에다리크 수성전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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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 오드람은 기력을 회복했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토드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에다리크가 버티지 못했겠지.”
“별말씀을. 헌데 그토록 이 도시가 소중하시다면, 여력이 될 때까지 직접 지키시는 게 맞지 않습니까?”
“이 늙은이에겐 더 여력이 없네. 특히 후단께선 이 몸뚱이를 바라고 있지.”
토드가 고개를 기울였다.
“몸뚱이만요. 그럼 영혼은 상관 없다는 겁니까?”
보통은 반대의 경우가 아닌가.
언뜻 오드람이 불길한 미소를 흘렸다.
“엄밀히 따지면 자네나, 나는 불완전한 조각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