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195)
#195. 선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시스템을 눈치챌 리 없는데도 지레 놀라서 몸이 굳었다.
“유럽과 인도에 화신으로 추종받는 각성자가 있습니다.”
“!”
“화신의 추종자들이 같은 스킬을 쓰더군요.”
“어?”
“아프리카나 다른 대륙에도 비슷한 존재가 있을 거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아시아에는…….”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겠지? 라는 눈빛을 받으면서 숨을 골랐다. 재인은 추종자들이 같은 스킬을 쓴다고 말할 때부터 숨을 멈추고 있었다. 박원영과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에 놀라서 숨 쉬는 걸 잠시 잊었다.
“그들이 제 목적에 맞게 쓰이도록 도와주시겠습니까?”
“저는 화신이 아니에, 아닛! 제 목적이라뇨. 그분들은 삶의 목적이든 뭐든 고민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우선 그걸 찾게 도와드려야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들은 상식이 부족합니다. 무언가를 해 보겠다는 의지도 없고요.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 화신을 섬기는 일입니다.”
“하지만…….”
“재인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들을 통제할 방법은 따로 없습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누르는 것밖에는.”
화신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재인한테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김태오가 회의적인 어조로 친위대에 관해 설명했다. 통제할 방법이 없어서 골치 아프다는 듯, 귀찮다는 듯한 태도였다.
친위대는 감정이 제거된 것처럼 사물이나 사람에 좀처럼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제로 그만두게 하지 않으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훈련하는 이상 행동도 보였다. 지금 이대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태였다.
김태오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재인의 낯빛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일반인과 다른 친위대의 모습에 눈에 띄도록 근심스러워했다.
“……친위대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각자 방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으음.”
“만나 보시겠습니까?”
“네.”
눈짓으로 위층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재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호 팀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정하진 않았지만,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1, 2층은 사무실이고, 3, 4층은 숙소, 5층이 카페테리아네.’
건물에 가디언즈 코리아 간판만 있더니 건물 한 채를 가디언즈 코리아가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김태오는 말이 없었다. 건물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누가 어떤 공간을 사용하는지 한 마디도 없었다. 대신 엘리베이터 앞에 건물 구조도를 보고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에서 전부 해결하라는 뜻인가?’
지하에 훈련장과 수영장, 주차장까지 전부 갖추어져 있어서 편해 보였는데, 재인은 그게 어쩐지 편의를 위한 것보다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뜻처럼 느껴졌다.
“곧 전원 카페테리아로 모일 겁니다.”
“전부 건물 안에 계세요?”
“신분 문제도 해결된 상황이라 출입을 통제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냥 물어본 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오해 안 합니다. 재인 씨도 친위대를 억지로 대기시켰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네.”
전원 각자의 방에서 대기 중이라는 말에 김태오가 강제로 방에 가둔 게 아닐까 의심했는데 아니었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라고 했는데도 친위대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경호 팀으로 받아들이라고 강권하는 것처럼 느끼셨을 거란 건 압니다.”
“조금 그랬어요.”
“친위대는 자유를 느껴 본 적 없습니다. 자유롭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갈피도 잡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들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러니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욕심 없이 친위대를 같은 사람으로 대우해 줄 사람은 재인 씨밖에 없습니다. 한 명, 두 명 카페테리아에 도착하는 친위대를 지켜보는 재인은 김태오가 마지막으로 뱉은 문장이 잊히지 않았다.
* * *
“경호를 맡아 줄 업체를 구했다고?”
“어. 변호사님이 소개해 주셨어.”
“우리 팀 경호가 부족했어?”
“아니! 그런 거 절대 아니야. 오히려 너무 강한 전력이라 부담스러울 정도였는걸.”
“그럼 왜 다른 경호 업체를 구한 건데?”
재인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씩씩거리는 재현의 손을 잡아 진정시키려다 말았다. 대신 차분한 목소리로 흥분한 동생을 말렸다.
시민들을 몬스터의 위험에서 구해야 할 강력한 키퍼와 스트라이커가 자신에게 묶여 있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오랫동안 경호를 맡느라 제대로 훈련도 못 하는 게 미안하다. 무상으로 경호를 받으면서 느꼈던 솔직한 느낌을 털어놓았다.
“부담 가질 필요 없다니까.”
“그렇게 말해도 부담되는걸.”
“경호 팀은, 강해?”
“강해. 변호사님이 강하다고, 쓸 만하다고 자신하셨어.”
“그 변호사가 그랬다면 그렇겠지.”
재현은 지적인 외모와 반대로 극한까지 단련된 몸을 가진 변호사를 떠올리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자신과 비슷한, 어쩌면 더 강력한 신체 강화 능력을 각성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경호 팀 실력을 보증했다면 재인을 맡겨도 괜찮을 것이다.
“선우현 중령한테 얘기했어?”
“이제 해야지. 너한테 먼저 얘기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깐깐한 사람이라 쉽게 경호 팀을 물리지는 않을 텐데.”
“인원이 많아서 키퍼 팀까지 같이 다니는 건 무리야.”
“몇 명인데?”
재현의 질문에 손가락 다섯 개를 전부 펴서 두 번 살짝 흔들었다.
“다섯 명?”
“아니. 쉰다섯 명.”
“진짜? 뭔 인원이 그렇게 많아. 경호 회사를 통째로 고용했어?”
“그렇게 됐어.”
사실 쉰다섯보다 많았다. 가디언즈 코리아에 있는 구 친위대 전원이 재인의 경호 팀이나 마찬가지였다.
김태오의 호출에 카페테리아에 도착한 인원을 본 뒤 재인은 받아들일까 말까 고민하는 게 헛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친위대였던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할 생기가 없었다. 돌멩이 같은 사물에서나 볼 법한 무감각한 상태였다. 김태오의 말대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돌덩이 같은 사람들이 살아나는 걸 봤는데…….’
화신 얘기를 꺼내서 재인을 뜨끔하게 만들었던 김태오는 친위대 앞에서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사실 꺼낼 필요가 없었던 게 더 정확했다. 재인을 만나자 얼굴에 꽃이 폈다는 표현 그대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딩동!
극적으로 바뀌던 구 친위대, 현 경호 팀의 분위기를 회상하고 있을 때였다. 방문자가 있는지 현관 벨 소리에 이어 정원에서 뺙뺙 소리가 났다.
“누구지?”
“일반인이네.”
“아는 사람?”
“아니. 모르는 사람이야.”
“현서 친구 가족인가?”
느껴지는 방문자는 일반인이었다.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이 집을 방문하는 일은 제법 있었다. 현서 친구가 보호자와 같이 놀러 가자고 오는 일도 있었고, 동네 이웃이 음식이나 생필품을 나눠 준다며 방문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내가 나가 볼게. 혁이 말려야지, 동네 시끄럽다.”
“같이 가.”
인터폰으로 확인하고 나가는 게 맞겠지만, 재인이나 재현이나 그냥 나가는 게 버릇이 되어 있었다. 워낙 안전한 동네이기도 했고 정원에서 살다시피 하는 혁이 누군가 방문하면 소란을 피워 대서 나가서 달래는 게 습관이 되었다.
“누구세요?”
“안녕하십니까. GP 코리아 양현준 비서 실장입니다.”
“GP 코리아요?”
“예, 본사에서 보낸 물건을 전달하러 들렀습니다. 연락을 드리고 오고 싶었는데…….”
“……네.”
방문하겠다고 연락했다면 분명히 거절했을 것이다. GP 쌍둥이의 과한 호의는 꿍꿍이속이 뻔해서 받기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찾으시는 마지막 조각이라고 하셨습니다.”
“네?”
“크흠! 그, 크흠! 이사님께서 소소한 추석 선물이라고 너무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네?”
“…….”
쌍둥이 이사가 선물을 보내면서 한 말을 대신 전하는 비서 실장이 헛기침을 여러 차례 했다. 본인이 생각해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그다지 적절한 내용이 아니라는 걸 아는 듯했다.
“참나. 형, 찜찜하면 돌려보내. GP 쌍둥이들이 형한테 잘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속내가 의심스럽잖아.”
“아닙니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한국에서 추석에도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들어서 보내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어휴! 비서 실장님, 우리 조카도 안 믿을 말씀을. 실장님도 생각해 보세요. 그 GP 이사님이 정말 아무 의도 없이 선물을 보내겠어요?”
“그래도 선물은…….”
“이거 받고 코 꿰일지 어떻게 알아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으세요?”
“…….”
재현의 질문에 GP 코리아 비서 실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쌍둥이 이사는 본사에 출장 갔을 때 딱 한 번 본 게 전부지만, 그 한 번의 인상이 무척 강렬했다. 자신이 모은 강력한 각성자 무리를 이끌고 다니며 과시하던 광경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재현이 의심하는 것처럼 추석 선물에 아무 의도가 없다고 장담은 할 수 없다.
“선, 선물은 이재인 님께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하셨습니다.”
“…….”
“…….”
우격다짐으로 재현의 품에 선물을 안긴 비서 실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절대로 선물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고맙다고, 잘 받았다고 전해 주세요. 연락처는 스티브 씨 것밖에 없는데, 연락하려면 그쪽으로 하면 될까요?”
“네! 스티브한테 연락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제가 해야죠. 시간 괜찮으시면 안으로 들어오셔서 차라도…….”
“아니, 아닙니다. 바로 업무에 복귀해야 합니다.”
손을 내저으며 바로 돌아가겠다고 거절하는 비서 실장에 재인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주말에 슈트까지 차려입고 선물을 전달해야 하는 직장 생활이라니. 보는 것만으로도 질리는 기분이었다.
“GP 쌍둥이는 어떻게 선물을 보내면서도 점수를 깎아 먹냐.”
“……그러게.”
부리나케 차에 올라타 사라지는 GP 코리아 비서실 인원들을 보면서 재현이 혀를 찼다.
“그런데 형 진짜 대단하다.”
“뭐가?”
“대기업 비서 실장이 선물 들고 찾아오는 일이 또 생겼잖아.”
“…….”
슈트 차림에 고급 차를 타고 온 대기업 비서 실장이 은색 하드 케이스를 선물하고 가는 경험을 살면서 몇 번이나 할까. LC 그룹에 이어 똑같은 상황을 다시 겪게 된 게 재밌었다.
“형! 들어가자. 무슨 선물인지 열어 보게.”
“어. 혁아, 들어가자.”
“뺙뺙!”
“착하지. 나중에 공원 데려갈게. 이리 와.”
“뺙!”
귀중품을 보관하는 은색 하드 케이스를 든 재현이 골목을 지켜보는 재인을 불렀다. 선물이 궁금할 법도 하건만 혁을 지켜보느라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빨리 열어 봐.”
“잠깐만. 혁이 간식 좀 꺼내 주고.”
“빨리 해.”
“어.”
방해받지 않고 내용물을 확인하려면 미리미리 혁에게 간식을 충분히 줘야 했다.
“뭐야? 장난감이야? 공?”
“보주.”
“보주?”
“어. 왕관이나 옥새처럼 권리를 상징하는 물건인데…….”
“이게 형이 찾는 마지막 조각이라고?”
찾진 않았지만, 마지막 조각은 맞았다. 왕관, 도검, 홀, 보주. 지배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이 네 가지가 전용 무기였다.
“대체 이걸 어떻게 구한 건지.”
“세계적인 기업 이사인데 못 구할 게 없겠지.”
“아무리 세계적인 기업이래도 던전에서 나오는 물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잖아.”
“사이비 놈들도 구했는데, GP에서 그걸 못 구하겠어?”
“그건 또 그렇네.”
“형, 말 그만하고 착용해 봐.”
당황했는지 쓸데없는 말을 하는 재인을 재현이 멈추게 했다. 황금색 보주. 재수 없는 쌍둥이가 보낸 선물이긴 해도 덕분에 형의 전용 무기를 모두 갖추게 되었다. 어떤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것도 무기 개수로 스킬이 생기는 거지?”
“아마 그럴 거야.”
“그럼 네 개 다 차 봐. 아! 혁이 내보내야지. 내가 옆집 정원에 들여보내고 올게. 써 봐.”
“어.”
재현이 최태원 집 정원에 혁을 풀어 주러 간 사이 대형견 쿠션 위에 놓인 왕관을 집어 들었다. 매번 왕관을 쓸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웃기긴 했지만, 혁의 소유욕이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다.
“왕관, 지팡이, 검에 보주. 어떤 스킬이 나올지 궁금하네.”
세 가지 전용 무기를 착용했을 때 사용 가능한 ‘성화’는 무척 효과가 좋았다. 대상의 스킬 사용을 방해해서 원활하게 전투하도록 도울 수 있었다. 패시브 스킬이 아닌 게 무척 아쉬울 정도였다.
“성역 선포?”
네 개의 전용 무기를 착용한 후 얻은 스킬은 치유나 보호, 정화 같은 기능을 넣은 영역을 펼칠 수 있는 스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