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obsessed tyrant and a sleeping cat every night RAW novel - Chapter (108)
Chapter 107
넘기는 거라니?
“브륀힐트 공작이 황제 폐하께 넘기는 게 아니었어요?”
“공작의 소유가 아니라 데인버그에 속해 있었을 텐데.”
“하지만 데인버그는 공작의 것이잖…….”
아차, 데인버그는 킬리언에 귀속될 지역이었지!
나는 설마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그게 원래는 전하의 소유였다는…… 말씀이세요?”
“재산은 오래전에 정리된 상태야. 공작 부부가 데인버그를 나에게 넘기는 대신 일부를 금으로 융통해 주길 바라더군. 물론 그게 아들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인 줄은 몰랐지만.”
2년 전 데인버그에 관한 모든 소유권을 킬리언에게 넘기며 공작 부부는 보석과 금으로 계산해 받았다고 했다.
분명 적지 않은 금액이긴 했으나 데인버그가 가진 가치에 비하면 투자를 많이 한 거라 보기는 어려울 거라 했다.
브륀힐트 공작 부부의 입장에서 그 금과 보석들은 모두 그들의 아들 데인을 위해 마련해 놓은 것이었을 테고.
이 일들이 비밀리에 진행될 수 있었던 건, 데인버그가 독립적 자치 지역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데인버그의 광물을 넘긴 게 킬리언이었다는 사실에 탄식이 쏟아졌다.
“전하. 그러면 그건 전하가 손해를 감수했다는 말씀이신 거죠?”
나도 모르게 울상이 된 채 묻자 그가 멈칫하더니, 이내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뭐, 굳이 손해를 따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데인버그의 광물로 비밀리에 무기를 만들어 오던 건 중단됐지.”
그간 공들여 데인버그 내에서 공들여 실험하고 만들어 왔던 무기들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 아돌프에게 소유권이 넘어감으로써 연기된 셈이었다.
데인버그에서 발견된 유일무이한 광물이라 했는데, 갑자기 킬리언이 가지고 있는 무기 중 하나로 다른 이들의 눈에 띌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아…….”
“괜찮아, 신경 쓸 거 없어.”
그가 내 등을 다독이며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이렇게 가슴 아프게 웃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어요오오.
불현듯 원작 속 킬리언이 쿠데타를 일으킬 때 사용한 무기들이 그가 데인버그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그 무기들이었으리란 생각이 스쳤다.
아무리 킬리언의 군대가 강하다 한들, 오랫동안 아돌프를 지켜 온 근위대를 비롯한 궁전의 병사들이 바람 앞 낙엽처럼 쓰러진 데에는 무기의 힘도 작용하지 않았겠는가?
그가 품고 있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는 소리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쓰였다.
원작에서처럼 킬리언이 모두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광경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지금의 아돌프를 보자면 황위를 물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어느 쪽이 옳을지 확신이 서지는 않지만, 역시 그의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건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레네트.”
“……네.”
“마음이 불편해……?”
“많이요.”
“그럼 저녁 만찬이 있기 전까지 이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 게 어떨까.”
응?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저녁까지……요?”
킬리언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전인데요?”
“그렇지.”
“종일 여기 있으라는 말씀이세요?”
“그런 거지.”
그가 메인 테이블 옆 사이드 테이블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마치 미리 가져다 놓은 모양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건 오늘 안에 다 못 읽을 양인데요.”
“읽어야지? 책은 삶의 필수인데.”
“저걸 어떻게 다 읽어요?”
“다 못 읽으면 내일도 와서 읽고.”
킬리언이 내 머리를 쓰다듬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책 한 권을 손에 쥐게 했다.
묵직하게 잡히는 책의 두께가 상당한 걸로 짐작됐다.
“모레도 와서 읽고. 응?”
붉고 투명한 보석 결정체 같은 눈동자가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며 채근했다.
사람을 홀릴 것 같은 나른한 빛을 띤 그의 눈에 반쯤 넋이 나간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설핏 느껴졌다.
“!”
허어, 하마터면 홀라당 넘어갈 뻔했어!
나는 눈을 연거푸 깜빡이다 부릅뜬 채 그를 쳐다봤다.
“전하! 생각해 보니 폐하께 그 소유권이 넘어간다고 해도, 결국에는 위페르에 귀속되는 거니까 따지고 보면 전하의 손해는 아니지 않아요?”
어차피 위페르는 킬리언의 것이 될 테니까 그게 그거지 않나!
“…….”
와아, 눈 뜨고 베어 간다는 말이 뭔지 똑똑히 알겠네.
저렇게 눈웃음을 치면 사람이 깜빡 넘어가겠잖아?
“그쵸! 맞죠!”
내가 그의 허벅지를 쿵 내리치며 말하자 킬리언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다 슬쩍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안 넘어오네.”
* * *
데인버그의 광물이 아돌프에게 구미가 당기는 일인 것만은 확실한 일인가 보다.
아돌프가 만들어 온 서류에는 캐서린 하먼 기젤라가 레네트 브륀힐트에게 위해를 가할 경우 그녀를 엄벌에 처한다는 문구가 명확히 명시돼 있었다.
특약에는 내 안전을 위협하는 일을 사주한 경우와 내 사용인들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것까지 함께 담겨 있었다.
“이만하면 어떤가, 공작. 마음에 차겠는가?”
“여기에 말씀하신 중징계란 어디까지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브륀힐트 공작이 서류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만찬을 마친 테이블에는 아름다운 티팟과 찻잔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만에 하나 캐서린이 일을 저지른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 대한 더 정확한 징계를 밝혀 주시면…… 어떠실지.”
브륀힐트 공작이 긴장한 얼굴로 대답하자 찻잔을 내려다보던 아돌프가 그를 찬찬히 쳐다봤다.
황가의 상징인 붉은 눈동자를 가졌지만 킬리언과 달리 좀 더 탁하고 누르스름한 빛을 띠는 것 같은 눈이었다.
브륀힐트 공작이 긴장한 것만큼 덩달아 지켜보는 내 가슴도 선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수석정부에 대한 자격 박탈. 생명에 위협을 가할 시 사형. 이 정도면 되겠지?”
“!”
뭐? 아돌프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떨어져 나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그를 쳐다봤다.
지금껏 기젤라 부인을 무척이나 아끼던 아돌프가 아니었던가?
“그대가 보내 준 광물에 대한 확인을 마쳤다. 그것만 있으면 위페르가 더 많은 나라를 지배할 수 있겠더군.”
아돌프가 찻잔을 들어 올리며 넌지시 말했다. 동시에 목덜미에 한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가 무엇을 목표하고 있는지 알 만한 말이었다.
데인버그의 광물로 무기를 만들 경우 더 많은 나라를 정복할 수 있으리란 계산이 나왔다는 뜻이었다.
또한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
나는 불안한 마음에 킬리언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가 또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걸까?
사용인이 찻잔에 차를 따르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는 킬리언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우아하고 침착하여 속을 알 수가 없었다.
“개발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아버지.”
“최대한 빨리 만들라 할 것이다.”
“양도가 마무리되면 추후 개발 진행 상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킬리언이 태연히 대꾸하자, 아돌프가 차를 마시다 말고 그를 쳐다봤다.
아돌프가 영토 확장을 위해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으리란 걸 그는 예상했던 걸까.
그가 관리하여 보고하겠다는 대답으로 아돌프를 진정시켜 놓은 듯했다.
“네가 직접 관리하겠단 말이냐?”
“생각해 두신 다른 적임자가 있다면 맡기셔도 무방합니다.”
“……적임자라.”
광물 개발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말하는 킬리언의 태도에 아돌프가 돌연 생각에 잠기며 나와 킬리언을 번갈아 쳐다봤다.
결혼을 하면서도 딱히 당장 선양을 바라는 눈치가 아닌 듯한 킬리언의 태도를 곱씹는 얼굴이었다.
“한번 해 봐, 그럼.”
아돌프의 태도에는 분명 변화가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다분히 충동적이며 감정적으로 변한 것 같은 기색으로 말이다.
이제 그에게는 이전과 달리 기젤라 부인이 크게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관심사는 이제 데인버그의 광물로 이룩할 더 큰 영토 확장에 가 있는 것일까.
“…….”
아까 하젤을 통해 아돌프가 기젤라 부인의 멱살을 잡았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다.
나는 설마 하는 생각에 아닐 거라 여겼지만, 어쩌면 그 소문은 이 맞을지도 몰랐다.
킬리언과 눈을 마주친 브륀힐트 공작이 준비해 온 광물 양도서를 아돌프에게 전했다.
서류를 확인하는 아돌프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공녀의 입에도 차가 잘 맞나?”
아돌프가 더할 나위 없는 인자한 표정을 지은 채 나에게 물었다.
그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광기 어린 불그스름한 눈동자가 나를 불길하게 만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네. 풍미가 좋은 차인 것 같습니다. 폐하.”
그는 표정에 변화가 자주 일었고, 그 기색을 감추려는 의지조차 없었다.
상황을 두루 살피며 관계를 따지기보다 자신이 향하고자 하는 바만 떠올린다는 것은 아돌프의 판단력이 더더욱, 어쩌면 완전히 무너졌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거기다 기젤라 부인에게 품고 있던 확고한 신뢰마저 흔들렸다는 건,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용인들이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에게 더이상 기젤라 부인이 모든 일에 용인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마담 기젤라에 대해 이런 식으로 명시해 놓아도 무방하신 겁니까?”
킬리언이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채 아돌프에게 물었다.
확인차 건넨 수순이리라.
“캐서린은 내 말을 잘 따르기로 했다. 더 이상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거야. 성정이 순진하여 감정을 여과 없이 보인 것뿐, 알아듣게 타일러 놨으니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돌프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차를 마시자, 킬리언이 공작에게 서류를 넘겼다.
나는 킬리언과 아돌프를 바라보다 각 의자 뒤에 물러서 있는 시종들과 소수의 근위병, 그리고 문지기들의 얼굴에 눈길을 돌렸다.
황실의 권력이 기젤라 부인에게서 떠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저들의 표정에는 일말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
그리고 아돌프로부터 일어난 이 변화는 기젤라 부인 자신이 아마 가장 먼저 눈치챘을 것이다.
그녀가 다른 돌파구를 모색 중일 게 자명할 일이었다.
* * *
“기젤라 부인과 맥클런에게 사람을 붙여 놓은 지는 오래야. 맥클런은 오늘 내내 궁전을 비운 상태고.”
별이 총총 떠오른 밤하늘 아래 정원 곳곳을 밝히는 등이 환히 켜졌다.
나는 킬리언의 손을 잡은 채 밤 산책을 나서며 기젤라 부인이 아돌프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다른 계획을 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킬리언 역시 내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오늘 낮에 있었던 소란으로 기젤라 부인이 맥클런을 찾기는 했으나 결국 만나지는 못한 상태라고 했다.
아돌프와 기젤라 부인 간에 일어난 낮의 해프닝으로 모두가 저들의 태세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말도 함께 들었다.
“기젤라 부인에게 쏟던 관심이 덜해진 건 다행이지만, 폐하께서 아까 전쟁을 말씀하셔서요. 전하를 또 전쟁에 보내려 하시는 건 아니겠죠?”
“……걱정돼?”
“당연히 걱정되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올려다보자, 킬리언이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나른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유도 말해 줘야지?”
굵직한 팔뚝이 나를 부서질 듯 끌어안는 감촉과 함께 청량한 체향이 확 스며들어 정신이 아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