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무엇을 위해 축배를 들겠는가 (6)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처칠의 동반자 루즈벨트의 반응도 처칠과 다르지 않았다.
히틀러와 만날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가 미국에 올 이유도. 히틀러가 제안한 대미특사 파견도 거부되었다.
백악관의 단호한 반응에 민심은 들끓었다.
반독진영에선 정부가 대단히 옳은 결정을 했다며 호평했지만, 친독 및 반전진영에서는 정부가 유럽에서의 전쟁에 개입하기 위해 억지로 명분을 만드는 중이라며 격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악관의 답변에는 변함이 없었다.
루즈벨트가 히틀러나 히틀러가 보낸 특사와 만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주미대사 파펜의 접견 요청도 거절당했다.
약속한 닷새가 지나자 독일은 다시 영국에 V2 공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같은 날, 히틀러는 추가 성명을 발표해 만약 늦게라도 영국이 협상에 임할 의사가 있다면 즉시 공습을 중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처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당일.
약 800대의 폭격기들이 함부르크 상공에 나타났다.
영국은 고모라 작전을 위해 전국 각지의 폭격기들과 조종사들을 긁어모았다. 그리고 폭탄도 열심히 비축했다.
고모라 작전의 목표는 함부르크를 지도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
아서 해리스는 출격에 앞서 조종사들을 불러놓고 다음과 같이 훈시했다.
제1목표는 적의 기지와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이지만, 민간인 거주구역에도 아낌없이 폭탄을 투하하라고. 그래야 적의 사기를 꺾고, 독일인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제리들은 먼저 런던에 로켓을 발사해 불바다로 만들었지. 제군들이 그 원한을 그대로 돌려주는 걸세.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어쭙잖은 동정심이나 죄책감을 느낄 자가 있다면 바로 옷을 벗도록. 그런 겁쟁이, 매국노는 RAF에 필요하지 않으니까.”
활주로에서 이륙한 폭격기들이 함부르크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 함부르크에선 크리스마스 축제가 한창이었다.
시민들은 올 한 해 독일이 동부전선에서 거둔 대승리에 기뻐하며 내년에는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공습경보가 울리고, 즐거웠던 축제 분위기는 중단되었다.
“맙소사. 이게 대체 몇 대야?”
“망할 토미 놈들. 진짜 제대로 작정했군.”
레이더에 잡힌 폭격기들의 수를 세던 병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전 이래로 이렇게나 많은 수의 폭격기가 몰려오긴 처음이었다.
***
“진짜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들 몰려나왔군.”
Me262에 탑승한 루프트바페의 베테랑 조종사 요하네스 슈타인호프 소령은 밤하늘을 가득 메운 RAF의 폭격기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어림잡아도 수백 기는 넘는 숫자.
저 모든 폭격기가 함부르크로 가는 중이었다. 폭격기마다 가득 실린 폭탄들과 함부르크에 살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모두 잘 들어라. 저 중에서 10분의 1만 놓쳐도 함부르크는 불바다가 된다. 지금 함부르크 시민들은 우리만 믿고 있는데, 그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 다들 죽을 각오로 싸우도록!”
슈타인호프는 훈시를 끝내자마자 적의 대열 중 가장 선두에 있는 미제 B-17 중폭격기를 향해 돌진했다.
그의 부하들도 일제히 저마다의 목표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B-17 동체 상하부에 자리한 기관총 터렛이 회전하며 12.7mm 총탄을 뿌려댔다.
노란 예광탄이 곤색 밤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슈타인호프는 적의 사격을 피해 사각으로 비행하면서 55mm R4M 로켓을 발사했다.
“명중!”
로켓탄이 날개와 동체의 연결 부위에 명중하자 B-17는 크게 기우뚱하더니 곧 연기를 내뿜으며 지상으로 하강했다.
함부르크를 RAF의 폭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루프트바페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전투기들과 대공포는 물론, 이제 막 배치가 시작되어 몇 대밖에 없는 Hs 117 슈메터링(Schmetterling, 나비)도 투입되었다.
세계 최초의 SAM(Surface-to-Air Missile, 지대공 미사일)이라 할 수 있는 슈메터링은 연합군의 공습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몰두하던 히틀러가 개발에 특별히 공을 들인 무기이기도 했다.
슈메터링에 맞은 아브로 랭커스터의 동체가 반으로 쪼개지면서 크고 작은 파편 부스러기들을 남겼다.
이 파편에 맞은 랭커스터 한 대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Me262의 30mm 기관포탄을 맞고 완전히 추락했다.
***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로이 갤러웨이 상병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뼈저리게 후회하는 중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꼬리와 날개에 철십자 마크가 그려진 전투기가 시야에 잡힐 때마다 열심히 7.7mm 총탄을 뿌려 적기가 쉽게 기체에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
아일랜드가 영국을 보통 증오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6살 꼬마도 아는 사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영국군에는 국왕과 유니언 잭에 충성을 맹세한 수십만 명의 아일랜드인들이 복무하고 있었다.
갤러웨이도 그중 한 명으로 그는 영국에서 태어난 아일랜드인도 아니고, 킬라니(Killarney. 아일랜드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 출신이었다.
영국군에서 복무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갤러웨이였지만, 그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군대인 아일랜드군에서 복무하는 대신 영국군에서 복무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단지 자국 군대보다 급여도 좋고 복지도 괜찮은 영국군에서 복무해 목돈을 만지고 싶었을 뿐.
동시에 보기만 해도 남자의 심장을 울리는 폭격기에 타보고 싶기도 했고. 아일랜드 군대에는 중폭격기가 없으니 말이다.
가족과 친척, 친구들의 만류에도 RAF 입대를 택한 갤러웨이는 입대 다음 날에 독일군이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는 BBC 뉴스를 들었다. 2차대전이 발발한 것이다.
그제야 그는 어쩌면 자신이 커다란 실수를 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갤러웨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총을 쏘는 것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하느님. 부디 이 죄 많은 어린 양을 용서해주시고 가엽게 여기소서. 부디 제가 무사히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소서.
아군기들이 전투기, 대공포에 맞아서 추락할 때마다 갤러웨이는 피가 바짝바짝 말랐다. 자신도 곧 저리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때 그의 시야에 Bf109가 나타났고, 갤러웨이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4정의 브라우닝 기관총이 1대의 Bf109를 향해 총알을 뿜어댔다.
갤러웨이의 맹렬한 사격에 놀란 조종사는 급히 기수를 틀다가 그만 옆에서 오던 동료와 충돌하고 말았다.
날개가 부러진 두 Bf109는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자, 잡았다! 하하, 저 병신 새끼들….! 하하하하!”
갤러웨이는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마음속의 공포가 클수록 그는 더욱 크게 웃었다.
루프트바페의 필사적인 요격에도 폭격기들의 수는 너무 많았다.
독일기들의 치열한 공격을 뚫고 함부르크 상공에 도달한 폭격기들은 폭탄을 투하해 함부르크의 건물들을 가루로 만들었다.
공습은 닷새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
1942년 12월 31일
독일 함부르크
닷새 동안 이루어진 영국 공군의 공습으로 함부르크는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공습 기간 내 대략 8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6만 2천 채의 주택이 파괴되었다.
함부르크에 자리 잡은 유보트, 티거, 88mm, 다이너마이트 생산공장들도 크고 작은 피해를 본 탓에 피해복구 후 정상화까지 6~7주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괴링과 토트가 말하길 공습 규모를 감안하면 오히려 피해가 적은 수준이라고는 하나 막상 함부르크에 오니 그 참상에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거 참”
“처참하군요.”
“허어······.”
지붕이 날아가 1층에서 하늘을 볼 수 있게 된 여관과 붉은 벽돌 더미만 남게 된 상점,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로 변해버린 주택들과 유리창이 모두 깨져 폐건물처럼 변해버린 호텔.
그리고 폭탄의 열기에 석탄처럼 새까맣게 타버린 사람들까지.
먼지와 쓰레기만 가득한 잔해더미 곳곳에 삐쭉 튀어나온 크리스마스의 붉은 장식들이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기괴함을 더했다.
아직 불발탄이 많이 묻혀있어 도시 여러 거리의 통행은 제한된 상태.
구조대원들이 잔해더미에서 구조해낸 부상자들을 들것에 실어 옮기는 가운데 죽은 자들은 공터로 옮겨져 일정한 간격을 두고 땅에 뉘어졌다.
유족들이 시체를 확인하고 가족을 찾을 수 있게끔 해놓은 것이다.
임시로 설치한 표지판에는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남기곤 간 쪽지와 전단지로 가득했다.
헬라에게, 아빠는 죽었고 엄마는 뤼네부르크에 있는 숙모 댁으로 간단다. 하인츠 헤뇌와 루돌프 헤뇌. 둘 다 12살이고 머리칼은 연한 갈색. 이 두 사람을 찾는 분은 아래의 번호로 연락해주세요.
나는 그것들을 계속 쳐다볼 용기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함부르크를 관통하는 엘베강에선 쓰레기들 사이로 시체들이 떠다녔다. 구조대원들은 배를 타고 강을 돌아다니면서 갈고리로 시체들을 건져냈다.
나는 생존자들이 모여서 쉬고 있는 구호센터로 갔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지친 상태일 텐데도 사람들은 나의 등장에 놀라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총통 각하시다!”
“진짜 총통 각하야!”
“하일, 하일 히틀러!”
SS 경호대가 내게 몰려드는 사람들을 멈춰 세웠지만 나는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나를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악수했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부디 힘내시길’ 같은 말만 했다.
“꼬마야, 넌 이름이 뭐니?”
“브, 브루노라고 해요.”
나는 뺨에 거즈를 붙인 소년에게 다가가서 이름을 물었다. 얼굴과 팔에 화상을 입은 소년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브루노······ 부모님은? 어디 계시냐?”
“죽었어요. 둘 다.”
“…..”
괜한 말을 했군. 이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는데 브루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빠가 지금, 이 모습을 보면 별로 안 좋아할 텐데.”
“왜?”
“아빤 사민당인가 뭔가 하는 모임에 소속되어 있었거든요. 틈만 나면 총통 각하를 욕하고 그랬는데. 저한테도 뭐라고 말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별로 안 좋은 얘기였어요.”
“흠, 흠.”
괴링이 불편한 듯 헛기침을 했지만, 어린 브루노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신문에서 보던 사람이랑 직접 만나니 느낌이 새롭네요. 질문 하나 해도 돼요?”
“물론이지. 뭐든 물어보렴.”
“아저씨들이 말하길, 토미들이 우리 집에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하는데 토미들은 뭔가요?”
“토미는 영국인들을 말하는 거란다.”
“그 사람들은 왜 우리 집에 폭탄을 떨어뜨렸죠.”
“그야 우릴 싫어하기 때문이지. 영국과 우리는 전쟁 중이거든.”
“아하······.”
브루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다음과 같이 물었다.
“우리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나요?”
“그럼. 당연하지.”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함부르크 전체를 둘러보고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느라 꼬박 하루가 걸렸다.
영국은 함부르크 공습으로 나와 독일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절대로 강화는 없다. 오직 승리와 항복, 둘 중 하나만 있을 뿐.
그리고 어제 북대서양에선 유보트 두 척이 미 해군 구축함에 의해 격침되었다.
베를린에 도착한 나는 총통관저로 바로 가지 않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아메리카 안에서 괴벨스가 필요한 원고를 미리 작성해주었다.
“친애하는 독일 국민 여러분,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함부르크를 둘러보면서 나는 모순되게도 마음 한구석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걸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되었다.
전쟁을 정말로 원하는 것은 처칠과 영국인들이라는 명분을.
영국인들은 평화제안을 걷어찬 것만으로 모자라 함부르크에 무자비한 폭격을 쏟아부어 무고한 희생자들을 낳았다.
그리고 미국은 중립을 위반하고 독일 해군의 유보트를 공격해 격침시켰다.
영국과 미국의 답이 이것이라면 우리도 그에 맞는 답변을 해주는 게 인지상정.
“저는 방금 함부르크를 둘러보고 수도로 복귀했습니다. 영국 공군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함부르크는 상처받고 파괴되었으며 사람들은 고통받았습니다. 그 피해와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끔찍했습니다.
영국인들과 처칠 총리는 우리가 진심을 담아 내민 화해의 손을 비웃었을 뿐 아니라 침을 뱉고 모욕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대서양에서는 미 해군 구축함이 우리 해군의 유보트를 공격해 격침시켰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중립국의 의무 위반일뿐더러 독일에 대한 도발이자 적대 의사 표명입니다.
저는 미국과 영국 사이의 특수성, 그리고 미국의 중립정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우리 해군에게 영국으로 항해하는 미 선박에 대한 적대행위를 엄금시켰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러한 저와 우리 국민의 노력을 비웃으며 역으로 도발을 감행해왔습니다.
우리는 화를 낼 줄 몰라서 화를 내지 않은 게 아닙니다. 단지 인내했을 뿐.
이제 인내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저는 독일과 독일 국민을 대표하여 지금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영국인들은 테러 행위에 관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그렇게 만들겠다고. 그리고 미국의 추가적인 도발과 적대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현 시간부로 영국으로 항해하는 모든 선박은 독일 해군의 정선(停船) 요구를 받을 경우, 즉시 정선해야 하며 검문 과정에서 전략 물자가 발견될 시 이를 압류할 것입니다. 만약 정선 요구를 거절하고 도주하거나 무력을 사용할 경우 가차 없이 공격하여 격침시킬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당사자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더 이상 우리를 화나게 하지 마십시오. 독일은 미국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고 가능하면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를 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독일을 적대할 의사가 분명하다면, 독일도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할 것입니다.
부디 루즈벨트 대통령은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방송이 끝나고 시곗바늘이 12시를 가리켰다.
1942년이 끝나고, 1943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
1943년 1월 1일
영국 런던 전쟁청
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처칠은 다우닝 가 10번지로 복귀하지 못하고 전쟁청의 지하벙커에서 새해 첫 업무를 시작했다.
처칠과 해리스가 강력히 주장하고, 실행에 옮겼던 고모라 작전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목표였던 함부르크에 공습을 가해 적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 자체는 성공했지만, 적에게 입힌 피해에 비해 손실이 너무 컸다.
5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진 공습에서 RAF는 폭격기 159대가 격추당하고 186대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토록 막대한 피해를 냈으면서 정작 함부르크를 완전히 파괴하지도 못했고, 적의 사기도 꺾지도 못했다.
오히려 독일인들의 전의만 불태우게 했을 뿐.
고모라 작전으로 입은 공군의 피해가 워낙 극심했기에 처칠은 고모라 작전 다음으로 예정되었던 베를린 공습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공군이 입은 피해를 고려하면, 당분간은 독일 대도시들에 대한 공습을 자제하고 피해복구에 전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칠의 얼굴에선 여유가 넘쳤다.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각하.”
애틀리도 처칠이 오늘따라 유독 얼굴이 밝아 보이는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다.
“새해라서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닐 테고······ 따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당연한 거 아니오. 히틀러 녀석이 미국에 사실상 선전포고했는데 기분이 안 좋을 리가.”
고모라 작전의 피해에도 처칠이 이토록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참전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히틀러가 영국으로 향하는 미국 배들을 강제로 나포하겠다고 선언했소. 이제는 미국인들도 대서양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중립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될 것이오.”
처칠은 1차대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참전해 전쟁의 균형을 연합군 쪽으로 돌려주기를 바랐다.
막대한 물자를 갖춘 미군 수백만 명이 대서양을 넘어 유럽에 닿는다면, 실패했던 프랑스 상륙을 다시 시도할 수 있을뿐더러 독일을 더욱 확실하게 압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프랑스 상륙이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독일과 강화하거나, 아예 독일의 멸망까지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베를린을 점령하려면 동부전선을 맡은 소련이 지금보다 더 분발해줘야 할 테니 힘들겠지만, 도버 해협을 두고 독일과 강화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일이다.
“미국이 참전하면 제리들의 독주도 이제는 끝이오. 베를린에 유니언 잭을 꽂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파리와 브뤼셀, 암스테르담까지는 수복할 수 있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