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456
◈ 456. [Side Story] 황도공략전
“황도공략전의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야반도주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 뒤.
나는 뒤이어 왕들에게 이번 황도공략전의 작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전면전에서 우리는 승산이 없습니다.”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막상 사령관인 내가 덤덤하게 시인하자 왕들은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테이블에 뉴 테라의 지도를 펼쳐두고 손으로 짚었다.
“황도 뉴 테라의 성벽은 견고합니다. 각종 마법 수성 장치로 떡칠되어 있는데다가, 제국이 자랑하는 비공함대까지 있죠.”
내가 남부전선의 사령관이었기에 잘 안다.
성벽을 끼고 싸운다는 것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이점이다.
평범한 돌벽으로 이뤄진 기지에서, 노병과 신입으로 이뤄진 허술한 군대를 이끌어도 몇 배의 병력차이를 상쇄할 수 있다.
하물며 갖은 마법이 걸린 제국 황도의 성벽에서, 최정예 군대와 최신식 설비를 가지고 싸운다면.
수성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공성 측인 우리의 승산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병력의 질부터 장비까지, 모든 면에서 우리가 열악해요. 공성으로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상대는 라르크마저 꺾은 정예 중의 정예다.
반면 우리는 변경으로 몰려난 몰락한 왕들의 모임. 함께 전투훈련 한 번 받은 적 없는 어중이떠중이들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있을까?
제대로 싸우면 백이면 백 이쪽이 전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애쉬. 네게 묘안이 있다는 뜻이렷다?”
더스크 브링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진에 열쇠를 침투시켜 두었습니다.”
이중첩자 역할을 맡아 준 메탈릭과 함께 ‘갬블 클럽’이 황도 안으로 투입된 상황.
이들이 다양한 공작을 해 줄 것이다.
“이들을 이용해서 황도의 ‘뒷문’을 열고, 정예부대가 추가로 진입.”
나는 지도에서 성벽을 건너뛰고, 황도의 심장부를 손끝으로 짚었다.
“황궁으로 침투하여 페르난데스를 무력화합니다.”
“……아주 어려워 보이는 작전인데, 상당히 쉽게 말하는구나.”
“어렵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해내느냐, 못 해내느냐.
그 문제뿐이다.
“애초에 황제 폐하께서 우리 쪽에 계시는 이상, 페르난데스의 대의와 명분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습니다.”
평범한 전시 상황이었다면, 느긋하게 시간을 끌면서 저쪽의 사기 저하 및 내분을 기다렸을 것이다.
황제는 우리 쪽에 있고, 제 아버지를 죽이려 한 데다 제 형을 참수한 페르난데스는 반역자로서 국민의 신의를 잃어갈 터.
지연전으로 갈 수 있다면 황도는 알아서 무너져내렸을 것이다.
“문제는 페르난데스의 계획…… 셧다운 프로토콜의 발동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거죠.”
페르난데스 이 미친 새끼의 정신 나간 계획.
황도 뉴 테라 전체에 인신공양 마법진 셧다운 프로토콜을 발동하여, 뉴 테라의 시민 모두를 녹여- 그 영체를 ‘방주’에 싣고 신세계로 피난을 떠난다는 것.
개또라이 같은 발상인 것은 차치해 두고, 문제는 발동까지 이제 남은 여유 시간이 많지 않다.
아마도, 앞으로 기껏해야 며칠.
시간이 끌리면 불리한 쪽은 우리다.
‘속전속결로 페르난데스를 제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해야 한다.
“황궁침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나와 함께 뒷문을 통해 황궁에 침투할 인원을 발표했다.
나, 데미안, 쥬니어, 쿠일란과 형벌부대, 베르단디와 성배탐사대.
인원을 들은 더스크 브링어가 걱정스레 물었다.
“……너무 적지 않느냐?”
“은밀하게 해내야 합니다. 이 이상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들 모두가 일당백의 영웅, 초인들이다.
작전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있어 봐야 적의 눈에만 띌 뿐.
“나머지 모든 여러분께서는 남문에서 적 본대의 시선을 끌어 주세요. 브링어 대공, 지휘를 부탁드립니다.”
“음.”
더스크 브링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덧붙였다.
“이 작전의 핵심은 페르난데스를 제압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분은 적 본대의 시선만 끌면 됩니다. 무리하게 싸우다 목숨을 잃지 마십시오.”
이들은 모두 이후 괴수와의 전쟁에서 나와 함께 싸워 주어야 한다.
이런 사람 사이의 내전에서 헛되게 목숨을 잃어서는 곤란하다.
“간단한 작전 설명은 끝난 것 같군요. 세부적인 사항은 북상하며 전달하겠습니다.”
왕들을 둘러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입니다. 갑시다!”
***
세계수호전선의 전 병력이 열심히 북상한 끝에, 저녁 무렵이 되자 멀찍이 황도 뉴 테라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세계 물류와 무역의 중심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당연하게도 성벽으로 둘러진 도시의 바깥에도 시민들은 삶의 터전을 꾸렸다.
기름진 평야를 따라 끝도 없이 논밭과 민가가 이어지고 이어져 있다.
하지만 인기척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몇 달째 관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논밭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어쩐지 으스스한 그 풍경을 살피며 우리는 말없이 마른침만 삼켰다.
“시민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둘 중 하나겠죠. 황위결전 때 이곳이 전역으로 변하니까 피난을 갔거나, 아니면 ‘최후의 방주’에 타기 위해 애를 써서 황도 안으로 들어갔거나…….”
왕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민가에 쳐진 거미줄을 묵묵히 살폈다.
저녁이 가까운 시간이라 우리는 행군을 멈췄다.
바로 내일이면 성벽에 닿는다.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빛도 없는 밤중에 이 이상 황도에 접근할 수는 없었다.
야영지를 꾸리고 또 다시 밤을 맞을 준비를 했다. 나는 그 와중에 잠든 황제를 슬쩍 살피고 왔다.
“…….”
치트키로 좀 유용하게 쓰려고 했더니.
진짜 잠만 자시네. 며칠 푹 주무셔야 벌떡 일어나시려나.
야영지에서 병사들은 편하게 앉아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흐릿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두가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결전의 때가 머지않았다고.
“황자님, 식사하세요.”
“아. 고마워.”
그때 데미안이 나에게 쫄래쫄래 다가오더니 저녁거리를 건넸다. 정체불명의 재료들이 푹 익은 스튜 따위다.
그 외에도 빵이나 절인 채소 따위를 내 앞에 열심히 차려주던 데미안이 갑자기 어깨를 흠칫 떨었다.
스튜를 떠서 입에 넣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래, 데미안?”
“……뭔가.”
데미안이 북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뭔가가 오고 있어요.”
“뭐?”
나도 다급하게 북쪽을 보았……지만 데미안 눈에 보이는 게 내 눈에 바로 들어올 리가 있나.
“뭐가 오는데?”
“비공함이에요.”
데미안이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예전에 크로스로드에 지원군으로 왔던, 그 비공함 세 척이에요.”
이거 거물께서 납시는군.
나는 스튜를 뜨던 숟가락을 얌전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를 갈았다.
“에이씨,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
투학-!
뉴 테라 쪽에서부터 하늘에 빛무리가 번뜩이는가 싶더니, 이윽고 무시무시한 기계음과 함께 비공함 세 척이 날아들었다.
눈에 익은 비공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미안이 말한 대로 예전에 크로스로드에 지원 파견을 왔던 그 비공함들이었으니까.
황실특무함 알카트라즈. 그리고 그 호위함인 앵커 1호, 앵커 2호.
붉게 물든 저녁 하늘에 떠오른 검은색 비공함 세 척은 사신(死神)처럼 보였다. 실제로 하는 짓도 크게 다르지 않고.
기이이잉……!
속도를 줄이며 하늘에 멈춰선 알카트라즈의 해치가 천천히 열리더니, 그 안에서 눈에 익은 노년의 마법사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 나왔다.
「황실 직속 독립부대, 제국 마법병단 총대장 레이나 윈드웰이 황실특무함 알카트라즈에서 전달드립니다.」
검은- 아니, 이제 뿌리가 하얗게 새기 시작한 머리를 돌풍에 휘날리며 레이나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황명에 따라 역도들을 처분하러 왔습니다. 최후통첩입니다. 지금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드리겠습니다.」
물론 항복은 없다. 이쪽의 병사들 또한 응전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앞으로 나선 내가 바락 소리쳤다.
“진짜 황제가 여기 계시는데 황명? 역도? 무슨 헛소리야, 레이나! 황명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진짜 황제 폐하뿐이고, 역도는 바로 너희다!”
「제가 모시는 황제는 오직 페르난데스 폐하뿐입니다.」
레이나는 작게 고개를 젓더니,
「피차 말로 해결될 상황은 아닌 것 같군요.」
두 손을 앞으로 뻗어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집행합니다.」
고오오오오……!
어느새 레이나의 뒤에 나타난 다른 마법사 네 명이 그녀를 보조하기 시작했다.
이 마법은 알고 있다.
레이나와 그녀의 마법병단이 처음 크로스로드에 지원을 왔을 때, 와이번 군단을 학살한 바람 속성 마법사 5인의 합동 마법……!
콰아아아아!
삽시간에 허공에 거대한 토네이도가 여럿 형성되더니, 그대로 지면을 향해 내리꽂혔다.
와이번 수백 기를 단숨에 찢어발긴 무지막지한 위력의 토네이도 폭격이 우리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바짝 엎드렸고-
“……[원소 해체].”
쩡-!
동시에 하늘에 거대한 헤일로가 떠오르더니, 공간에 균열이 가는 소리와 함께- 토네이도가 일제히 소멸했다.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게 개였다. 이 느닷없는 현상에 우리 쪽 병사들은 물론이고, 비공함의 마법사들도 당황해서 주춤거렸다.
「……과연.」
하지만 레이나는 놀라지 않았다.
마치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하다는 듯, 예상했다는 듯 웃으며…… 상쾌하게 외쳤다.
「술식 역산을 통한 마법 무효화…… 여전히 말도 안 되는 능력이로구나, 쥬니어!」
“…….”
내 옆에서, 궁극기 [원소 해체]를 사용한 쥬니어는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비공함이 접근하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나는 쥬니어에게 궁극기 시전을 준비시켰고, 타이밍에 맞게 레이나의 마법 폭격을 저지할 수 있었다.
“……일대의 마법 원소 권한은 모두 제게 있습니다. 저쪽은 한동안 마법을 못 쓸 거예요.”
“훌륭해, 쥬니어. 조금 쉬어.”
“네…… 쿨럭! 쿨럭!”
궁극기 사용의 반동으로 쥬니어는 피가 섞인 기침을 뱉어냈다. 그러면서도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레이나와 쥬니어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
「…….」
이 두 마법사는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알 수 없지만, 지금 나는 사령관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앵커 1호, 앵커 2호! 포격 준비-!」
마법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레이나는 빠르게 알카트라즈를 물리며 호위함 두 척에 공세를 지시했다.
철컥! 철컥!
호위함 두 척은 함체 곳곳에 내장되어 있던 포구를 밖으로 꺼내어 우리 쪽을 조준했다.
포구의 끝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앞으로 몇 초 안에 우리를 향해 쏠 준비가 끝날 터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황실 비공함은 방어 마법으로 떡칠이 되어 있지.”
장갑마다 새겨진 마법이 무시무시한 방어력을 제공한다. 어찌나 튼튼한지 와이번 수백 마리의 공격이 흠집조차 못 낼 정도였지.
“하지만 그 방어 마법이 무효화되는 순간이 있어.”
그것은, 포구를 꺼내고 발사할 때.
이 일순간만큼은 장갑에 마력 보급이 끊기고, 방어 마법이 사라진다.
당연하지. 배리어를 두른 상태로 총을 쏠 순 없으니까. 공격하는 순간만큼은 배리어를 내려야겠지.
다시 말해서,
“너희가 공격을 시도하기 직전에 이쪽이 공격하면, 아무리 잘나신 최신예 비공함이라도- 종이짝이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나는 외치며 손을 위로 번쩍 들었다.
동시에,
촤아아악-!
앵커 1호와 앵커 2호의 바로 위 허공이 물결치듯 일렁이더니, 마법 위장막이 벗겨지며- 그곳에 숨어 있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두두두두-!
그곳에 은신한 채 숨어 있었던 것은…… 머리와 꼬리에 거대한 프로펠러가 달린, 둔탁한 고철덩어리 같은 비공함이었다.
우리 측의 비공함, 기함 제로니모였다.
「뭣……?!」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레이나가 당혹한 신음을 뱉어냈다.
「기함 제로니모?! 말도 안 돼, 대체 어떻게 이렇게 가까이에서 은신을……!」
“미안하지만, 나는 마술 트릭을 설명해 줄 만큼 친절하지 못하거든.”
나는 손을 둥글게 휘저었다.
“격추되면서 고민해 보셔.”
앵커 1호와 앵커 2호는 다급히 포구를 집어넣고 방어 태세로 전환하려 했지만, 늦었다.
제로니모의 하단에서 전개된 수십 문의 포대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투투투투투투!
펑! 퍼버버버벙!
순식간에 수백 발의 탄환이 소나기처럼 아래로 쏟아졌고-
그 탄환세례 속에서, 황실이 자랑하는 호위함 두 척은 고작 몇 초 만에 갈가리 찢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