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546
◈ 546. [STAGE 31] Too Young To Die
번쩍-!
전진기지 내부에서 빛이 번뜩였다.
바짝 말라오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대기하고 있던 나는 고함을 내질렀다.
“지금이다! 모두 진입-!”
타앗!
루카스를 필두로 토르켈과 노바디, 체인이 전위에서 내달렸고, 그 뒤를 나와 디어뮈딘, 한니발, 그리고 병사 30인이 쫓았다.
“큭?!”
“이거 놔, 괴수 새끼들아!”
“빠져나와! 다들 정신 차려!”
전진기지 중앙에서는 제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가까스로 허수아비의 품에서 벗어나는 중이었다.
허수아비 개개는 그리 강하지 않은 데다, 희생자들에게서 빼앗은 힘도 대부분 군단장에게 바친 뒤이기 때문인지 허술했다. 병사들은 어렵지 않게 허수아비들로부터 탈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으로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아!”
“다 꺼져, 이 괴수 새끼들아!”
총알처럼 달려든 영웅들이 검과 방패를 휘두르고, 디어뮈딘이 마법을 쏘아내고, 한니발이 정령을 날려 보냈다.
그 뒤에 바짝 붙은 병사 30인이 사방으로 매섭게 창대를 휘둘렀다.
기긱…….
끼릭, 끼기긱……!
허수아비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물러섰다.
붙잡혔던 병사들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기에 제니스의 궁극기 한 방에 모두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모두 우리가 구해낼 수 있었다. 탈진 상태에 빠진 채 혼절한 제니스까지도.
휙! 휘리릭!
허수아비들은 재빠르게 뒤로 물러서서, 우리의 공격 범위 밖으로 빠져나갔다.
놈들의 가운데에 선 허수아비 군단장- ‘가장 오래된 허수아비’가 으르렁댔다.
《추수의 마무리를 방해하다니…… 이 가을철 해조(害鳥) 같은 놈들.》
“누가 할 소리냐, 망할 괴수 새끼야.”
병사들의 앞에 버티고 서서 나는 피식 웃었다.
“인질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렇게 해결했으니…… 이제 망설임 없이 너희를 때려죽일 수 있겠군.”
《그래?》
허수아비 군단장의 짚봉투를 찢어 만들어진 입이, 흉측하게 히죽 치켜 올라갔다.
《정말로, 해결했나?》
“……!”
놈은 양팔로 가리고 있던 제 가슴팍을 천천히 열어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미하일이 잡혀 있었다.
“읍! 우으으읍!”
제니스의 궁극기 효과로 정신은 차린 듯했지만, 허수아비 군단장의 억센 두 팔이 미하일을 감싸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놈의 긴 손가락이 미하일의 입을 짓누르고 있었다.
안색이 변하는 우리를 마주 보던 허수아비 군단장이 기긱 기긱 웃었다.
《그리고, 이해가 안 가는군. 인질도 인질이지만…… 여기는 이미 우리 군단이 점령한 곳이다. 너희는 안전할 것 같나?》
우르르르르!
우리 주위로 허수아비들이 몰려들었다.
앞서 파악했던 놈들보다 숫자가 더 불어나 있었다. 수백? 아니, 어쩌면 수천…….
전진기지 앞에 벌목된 나무들이 잔뜩 있었으니, 군단장 권한으로 새로운 허수아비를 잔뜩 만든 모양이다.
그 숫자에 기겁한 루카스가 소리쳐 물었다.
“괴수가 증식도 할 수 있습니까, 주군?!”
“증식이 아니야. 나무로 새 허수아비를 만든 다음, 저 군단장 놈이 제 악의를 주입해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고 있는 거야.”
끼기긱, 끼기긱, 끼기긱…….
우글거리는 허수아비들이, 몰려든 사마귀들처럼 서로 팔다리를 부딪히며 흉악한 소리를 낸다.
“큭…….”
“마, 많아…….”
구조를 위해 달려온 우리들은 물론이고, 붙잡혀 있다가 막 풀려난 병사들까지. 모두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 우리를 향해 허수아비 군단장은 없는 혀로 입가를 핥는 듯한 동작을 취해 보이며 웃었다.
《너희까지 모조리 수확해주지.》
쿵! 쿵! 쿵! 쿵! 쿵!
허수아비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내달려 오기 시작했다.
희생자를 납치하지 못하면 목각인형 수준의 힘밖에 내지 못하는 허술한 괴수들이지만. 그래도 숫자가 무시무시한 데다가.
이쪽은 병력의 대부분이 붙잡혔다가 힘을 빼앗겨버린 상태다. 분명 상황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새 장비의 성능을 테스트할 때로군.’
나는 손에 들린 깃대를 흘깃 보았다.
나이트메어 슬레이어, [빛과 그림자].
평소에는 예식용 장검으로 허리춤에 수납할 수 있지만, 발검 후 손잡이 부분에 검집을 결합시키는 변형 기믹을 사용하면, 마치 창처럼 길어지며…… 이렇게 깃대로 사용할 수 있다.
펄럭-!
그리고 이 깃대에 나의 전용장비인 [위대한 사령관의 깃발]을 장비.
깃발과 깃대. 이 둘이 합쳐져, 비로소 하나의 대장기(大將旗)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곳이!”
나는 고함을 지르며 대장기를 바닥에 꽂았다.
“세계의 최전선이다-!”
나의 궁극기, [가장 앞의 깃발]이 발동.
촤르르르륵!
소환된 마력의 성벽이 꽃이 피어나듯 만개(滿開)했다.
성벽은 아군을 보호하듯 둘러싸며 솟구쳐 올랐다. 삽시간에 전진기지 내부에 새로운 요새가 하나 더 생겨났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 더 나아졌다뿐, 여전히 압도적인 병력차에, 놈들에게 포위된 상황인 것은 똑같았다.
기긱!
기기기기긱!
무수한 허수아비들이 흉흉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일제히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
그때 디어뮈딘이 나를 지그시 보았다.
준비한 수가 있다면 더 보여보라는 듯.
나의 억지를 더 증명해보라는 듯.
‘안 그래도 보여줄 겁니다!’
나는 새 깃대를 꽉 움켜쥐었다.
왜 이 장비의 이름이 [빛과 그림자]인가?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고, 그림자가 있다면 빛이 비추는 법.
이렇듯 빛과 그림자는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서로가 서로의 복제, 도플갱어였던 두 백야가 서로를 맴돌았듯이.
이런 두 마술대제의 마력핵으로 만든 나이트메어 슬레이어, [빛과 그림자]의 특수능력은 바로…….
‘사용자의 [특성]을 복제하는 것.’
마치 내가 복제되어 두 명 존재하는 것처럼.
특성 슬롯을 기존 캐릭터의 두 배- 총 여섯 개까지 착용하게 해주고, 그 효과까지 두 배로 증대시켜준다.
다른 캐릭터라면 그렇게까지 유용하지 않다. 끽해야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특성이니까.
하지만 나의 특성은 모두 나의 아군 전체에게 효과를 발휘하는 것.
특성의 효능이, 다른 그 누구와도 비교할 바가 아니다!
[공격 토템 Lv.3]– 전장에 출격하는 것만으로도 아군의 사기를 드높여, 모든 아군의 공격력에 15퍼센트 보너스를 제공합니다.
[방어 토템 Lv.3]– 전장에 출격하는 것만으로도 아군의 사기를 드높여, 모든 아군의 방어력에 15퍼센트 보너스를 제공합니다.
내가 본래 즐겨 착용하던 특성들.
그리고, 여기에 3년차에 들어서며 새로 얻은 특성!
[육성의 달인 Lv.1]– 함께 출진하는 모든 아군의 획득 경험치가 10퍼센트 상승합니다.
[좋은 보급관]– 모든 아군이 피로를 덜 느끼며, 마지막까지 전투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꺾이지 않는 마음]– 아군의 사기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자리에 화룡점정.
[슈퍼 버퍼]– 지휘관 캐릭터가 제공하는 모든 버프를 한 단계 강화합니다.
이렇게 마무리.
이 외에도 [메인 오더]나 [지도 작성] 같은 특성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착용한 것은 이 여섯 개.
착용한 특성 하나하나가 다 사기급인데, 여기에 [슈퍼 버퍼]로 한 단계 더 효과를 올리고, 거기에 [빛과 그림자] 장비 효과로 두 배를 더한다.
거기다, 이 깃대에 매달린 [위대한 사령관의 깃발]까지.
[위대한 사령관의 깃발(EX)]– 분류 : 깃발 (보조장비)
– 내구도 : 10/10
– 착용자가 지휘하는 병력 전체에 이하의 버프 제공
> 근력+10 민첩+10 지력+10 체력+10 마력+10
> 물리 내성 10퍼센트, 마법 내성 10퍼센트 증가
> 물리 관통 10퍼센트, 마법 관통 10퍼센트 증가
> 모든 종류의 속성 저항 10퍼센트 증가
> 사기가 ‘보통’ 이하로 내려가지 않음
버프!
버프! 버프! 버프! 버프! 버프!
그야말로 버프의 폭격이다-!
번쩍-!
깃발에서 무시무시한 회색 마력이 솟구치더니, 한계를 넘어 폭주하다시피 한 버프들이 주위의 모든 아군에게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구원하러 온 영웅과 병사들은 물론이고, 힘을 빼앗기고 무력하게 앉아 있던 이들까지.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뭐, 뭐야, 갑자기 힘이…….”
“피로가 사라졌어?”
“뭐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몸이 떨렸는데…….”
“뭐든지 해치울 수 있을 것만 같아……!”
허수아비의 숫자에 질려 주춤거리던 병사들이 모두 전의를 되찾았다.
떨어져 있던 무기를 주워들고, 벗겨진 갑옷을 걸쳐입고, 하나 둘 우리 옆에 서기 시작했다.
“뭐야, 갑옷이 가벼워……?”
“헉! 착각인가?! 앞이 보이는 거 같은데?!”
“회, 회춘, 회춘한다아아아!”
“주군, 이 힘은…….”
토르켈과 노바디, 체인, 루카스도 놀란 듯이 나를 보았고.
“……이게 무슨.”
디어뮈딘은 입을 벌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 정도의 업(業)을 어떻게 개인이…… 게다가 부하들에게 나눠준다고? 이게 무슨…….”
나는 피식 웃어보였다.
“디어뮈딘님.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정예를 온존하기 위해서 정예가 아닌 자들을 희생하라 하셨죠.”
“…….”
“제 대답은 이겁니다.”
나의 모든 영웅과 병사를, 강제로 정예로 탈바꿈시킨다.
돈으로 장비를 떡칠하고, 꾸역꾸역 레벨링을 시키고, 마지막에는 내 능력으로 버프를 쏟아부어서.
모두가 정예가 된다면, 특정 영웅들에게만 피로가 누적되지도 않을 테고, 굳이 특정 누군가를 더 희생시킬 필요도 없으니까.
기가 막힌다는 듯 그런 나를 보던 디어뮈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편법이오.”
“압니다.”
“구조적인,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오.”
“압니다.”
“전적으로 그대라고 하는 사령관 하나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형태의 전선이 될 거요.”
“압니다.”
“진정으로…… 감당할 수 있겠소?”
“감당할 겁니다.”
깃발을 한 번 홱 휘두른 나는 동시에 손을 앞으로 뻗었다.
“괴수들 최후의 대공세까지 1년도 안 남았는데, 못 버틸 것도 없잖습니까……!”
동시에, 마력 요새 주위에 자동 방어 포탑이 형성되며,
투두두두두둥!
사방으로 마력 포탄을 뿌렸다.
성벽을 기어 올라오던 허수아비들이 산산 조각나며 사방으로 쏟아졌다. 나는 병사들에게 호령했다.
“다들 정신 좀 차렸느냐!”
병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예-!”
“숫자에 압도되지 마라! 놈들은 지푸라기처럼 약해빠진 목각인형일 뿐이다!”
공포를 거는 것 말고는 보잘 것 없기 짝이 없는 괴수다.
그리고 놈들의 공포는 나의 패시브, [불굴의 지휘관] 앞에서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다.
숫자? 숫자가 무슨 상관이야.
지금 이곳에 있는 병사들은 모두 이 애쉬님의 최고급 특제 버프로 양껏 목욕을 한, 일당백의 용사들인데!
“해치워라! 한놈도 빠뜨리지 말고, 모조리 전멸시켜-!”
우와아아아아-!
병사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성벽 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기어 올라오는 수백 수천의 허수아비들과 교전에 들어갔다.
***
각종 버프와 사기 상승 특성으로 병사들의 전의를 끌어올렸지만.
잡혔다가 풀려난 병사들은 사실 정상적으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허수아비 군단의 수확에 당했다. 빼앗긴 힘을 되찾지 못하면, 앞으로 정상적인 전투는 불가능할 것이다.
당장은 일반 허수아비 괴수들이 일반 괴수들에 비해서도 약해빠졌기에 어떻게 싸울 수 있지만…….
‘빼앗긴 힘을 되찾아야 한다.’
결국 수확의 주체.
허수아비 군단장을 해치워야 한다.
《정말이지 귀엽군.》
그리고 놈은…… 자신의 부하들이 내 성벽에서 갈려나가는 모습을, 멀찍이 떨어진 채 구경하고 있었다.
허수아비 군단장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계속 내 부하들과 놀고 있어라. 나는 이 녀석의 힘을 마저 흡수할 테니.》
허수아비 군단장은 미하일의 수확을 재개했다.
“아아아아아악!”
그동안은 의식을 잃고 있기라도 했지.
맨정신으로 영혼이 뽑혀나가는 고통 앞에서 미하일은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