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649
◈ 649. [자유탐사] 흑룡의 눈 (3)
승냥이처럼 달려든 전위 영웅들이 연달아 비늘 사이 빈틈에 공격을 쏟아부었다.
퍽! 퍼억! 푸확……!
아이피안은 비늘 안의 가죽까지도 워낙 단단한 탓에 치명상은 없었지만, 틀림없이 상처가 새겨지고 핏물이 튀며 대미지가 누적되고 있었다.
《크으으…….》
견디다 못한 아이피안이 날개를 펴고, 비행으로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투학! 투학!
즉시 성벽 위에 설치되어 있던 또 다른 기믹- 쇠사슬 그물이 날아들어, 아이피안의 날개를 칭칭 동여맸다.
마나 대포 사이사이에 있는 그물 발사기를 데미안이 솜씨 좋은 타이밍에 쏘아낸 것이었다.
날개가 묶인 것은 찰나지간에 불과했지만, 그물에 묶인 날개를 내버려 둘 만큼 다른 영웅들이 어수룩하지도 않았다.
날개가 집중 공격을 받았고, 비행은 무위로 돌아갔다.
‘잘 맞아 돌아가는군!’
아이피안이 성벽 위의 딜러진을 공격하려 하면 전위가 방해하고, 아이피안이 전위를 뭉개려 하면 딜러진이 방해한다.
드래곤 로어를 비롯한 광역 견제기는 내가 마력 성벽으로 막아내고, 마법은 우리 측 마법사들이 상쇄시킨다.
《귀찮기 짝이 없군……! 한 번에 쓸어버리겠다!》
그리고, 브레스는-
“으랏차차!”
더스크 브링어가 전담 마크!
투쾅-!
가운데 머리가 한 번 더 브레스를 뿜으려 하자, 다시금 솟구쳐오른 더스크 브링어가 둔기나 다름없는 대검을 놈의 턱에 후려쳤다.
하지만 가운데 머리는 끝끝내 버티며 브레스를 쏘아낼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요새 안마당 쪽- 전위 영웅들을 향해서였다.
혹시 몰라 내가 다급하게 방어 수단을 준비하려 하는데, 더스크 브링어가 낭랑하게 소리쳤다.
“야, 그거 이쪽도 쓸 수 있거든-?!”
더스크 브링어의 입이 작게 벌어지더니, 그대로 마력의 기류가 몰려들어- 카운터 브레스를 발사.
투학-!
아이피안의 가운데 머리가 쏘아낸 브레스와 허공에서 맞물렸다. 사방으로 눈부신 빛과 어마어마한 열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했다. 나머지 영웅들은 브레스의 궤도에서 재빠르게 피해냈고, 아군 영웅들의 안전을 확인한 더스크 브링어는 [높은 탑의 주인]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며 이탈.
쿠과과과광!
아이피안의 브레스는 요새 안마당 한쪽을 잿더미로 만들었지만 그뿐.
이쪽은 어떤 피해도 없었다.
“에구구구, 우악!”
……브레스를 빗겨 맞고 저쪽을 굴러가는 더스크 브링어 빼고.
자신의 공격수단이 계속해서 파훼되자, 어처구니가 없는지 브레스를 멈춘 가운데 머리는 일순 작게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있었고-
그 벌린 입 안으로 데미안이 쏘아낸 마나 포탄이 틀어박혔다.
퍼버벙!
제대로 터졌다.
깔끔한 유효타였다. 자욱한 폭연이 일었고, 벌어진 놈의 입가로 검은 핏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몸에도 자존심에도 스크래치가 난 아이피안의 세 머리가 폭연 속에서 동시에 무시무시한 안광을 발했다.
《건방진 미물들이……!》
《한 번에 쓸어버리겠다, 벌레 같은 자식들아-!》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감히 내 마법을……!》
세 머리는 공평하게 주도권을 나누었고, 악룡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사악한 기운이 한층 지독해졌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2페이즈……!’
지금부터는, 세 머리가 동시에 공격을 내뿜는다……!
고오오오오-!
이번에는 왼쪽 머리가 브레스를, 오른쪽 머리가 포효를, 가운데 머리가 마법을 준비했다.
2페이즈는 이런 식으로, 세 머리가 각각 브레스, 드래곤 로어, 마법을 동시에 사용한다. 세 가지 공격이 동시에 꽂히다 보니, 게임에서 대처법을 모를 때에는 이 2페이즈에서 전멸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처법을 가져왔다고!
‘세 머리 중 하나의 동작만 방해해도, 나머지 둘까지 모두 함께 스턴에 걸린다!’
다시 말해서…… 마법만 계속 상쇄시켜 막아내면, 다른 두 머리의 공격도 캔슬시킬 수 있다!
“적 괴수의 중두(中頭), 9위계 바람 마법을 준비 중!”
“9위계이긴 해도 출력은 오른쪽 대가리보다 얕으니, 따라붙어 보자고!”
우리 측 마법사들이 다시금 마법 상쇄를 일으켰다.
쩌어어엉-!
가운데 머리의 바람 마법과 우리 측 마법사들이 쏘아낸 바람 마법이 서로 충돌했고, 이윽고 상쇄를 일으키자- 브레스와 포효를 준비하던 좌우 머리 역시 함께 스턴에 빠져 휘청거렸다.
‘이렇게 상쇄를 계속해서 일으킬 수만 있다면, 2페이즈가 오히려 1페이즈보다 더 쉬워!’
이래서 마법 상쇄를 공략법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패턴 스킵하고 딜로 찍어 누르는 것이 가능해지니까!
마법이 상쇄될 때마다 아이피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휘청거렸고, 전위 영웅들과 성벽 위 공격수들은 편하게 폭딜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덩치 큰 적 괴수가 계속 빈틈을 보여주면서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다?
이만큼 좋은 먹이가 어디에 있어!
펑! 펑! 퍼버벙……!
데미안이 쏘아낸 마나 대포가 연달아 아이피안의 머리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전위 영웅들은 아이피안의 몸을 타고 기어오르며 공격을 박아 넣었다.
단단하기 그지없던 비늘도 계속된 대미지 누적에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쪼개져 떨어지기 시작했고, 아이피안의 몸에 새겨진 상처들이 점차 늘어났다.
그렇게 온몸이 피범벅이 된 채, 계속해서 두들겨 맞기만 하던 아이피안은…….
《크아아아아아아-!》
마침내.
진짜 제대로 빡쳤다.
털이 곤두서듯, 아이피안의 온몸을 뒤덮은 비늘들이 쭈뼛쭈뼛 서더니- 마치 드라이아이스가 승화하며 하얀 김을 내뿜듯이, 비늘 틈으로 새카만 기운이 뭉게뭉게 쏟아져 나왔다.
놈의 상태 변화를 알아챈 내가 고함을 질렀다.
“3페이즈다! 모두 방어 태세-!”
즉시 영웅들이 우르르 물러났다. 나는 마력 성벽을 세워 쏟아지는 새카만 기운을 막아냈다.
치이이익……!
아이피안이 쏟아낸 사기에 맞닿은 마력 성벽이 부식되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건 이미 사기(邪氣)가 아니라 독기(毒氣)라 불러야 할 지경이잖아!’
안마당 전체가 그 독기의 안개로 뒤덮일 즈음…….
투학-!
먹구름 위로 치솟는 미사일처럼.
날개를 활짝 편 아이피안이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상공에 떠오른 아이피안은 모습이 조금 변해 있었다.
우수수…….
머리 부위의 비늘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그 자리에 시커먼 독기가 뭉게뭉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독기 때문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데, 황금색 시선은 자욱한 검은 기운 너머로도 헤드라이트처럼 사납게 번뜩였다.
《네놈의 목숨을 온전히 보존한 채, 아버지께 잡아가려 했지만…… 그러지 않겠다.》
그리고 놈의 세 머리에 동시에 격렬한 마력 기류가 몰려들었다.
《갈기갈기 찢어 잿더미로 만들어주마! 네놈이 너무도 어리고 연약해 그만 죽여버리고 말았다고, 아버지께 보고하겠다-!》
후욱-
일대의 대기가 요동치고, 다음 순간.
콰아아아아아!
아이피안의 세 머리가 동시에 브레스를 내뿜었다.
세 줄기 브레스는 요새 안쪽이 아닌, 오직 외곽 성벽만을 노렸다. 내리꽂힌 브레스에 휩쓸린 고대의 성벽은 호수왕국 근위대의 것답게 잠시 버텼지만, 이윽고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쿠과과과과광!
놈은 몸을 회전하며 세 머리에서 브레스를 뿜어냈다. 쏘아진 강렬한 검은 불꽃이 요새 외벽 성벽을 모조리 태워버렸고, 성벽은 일제히 잿가루가 되며 폭삭 무너졌다.
“…….”
내가 서 있는 요새 중앙과 성벽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먼데도, 화끈거리는 감각이 뺨을 찌른다.
쿵, 쿠구궁…….
성벽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들자.
일렁이며 타오르는 검은 불꽃 위로, 자신의 몸에서 내뿜은 검은 연기구름 위에서 부유하며…….
진짜 모습- 광폭화 된 악룡의 형태로 변한 아이피안이 보였다.
놈은 제 얼굴을 뒤덮은 새카만 기운 속에서 사악한 시선을 번뜩이고 있었다.
‘생긴 것만 보면 최종보스 후보 정도는 될 것 같은데…….’
나는 파르르 떨리는 입가를 치켜올렸다.
1, 2페이즈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맛보기에 불과할 뿐.
지금 이 상태의 아이피안이야말로, 그 나이트 브링어의 맏아들다운 진짜 중의 진짜 괴수라 할 만하다.
“그래, 형편 좋게 쉽게 쓰러져 주면…… 흑룡 군단이라는 이름이 아깝겠지……!”
그때 성벽 쪽에서 우리 쪽 마법사와 원거리 딜러들이 귀환했다.
“주, 죽는 줄 알았어요……!”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정말 겁나게 무섭구료…….”
검댕 범벅이 된 마법사들이 덜덜 떨며 하늘을 날아 내 뒤에 착지했다.
3페이즈 시작 때, 아이피안은 언제나 요새 성벽을 브레스로 무너뜨리며 시작했기에. 미리 대비해두고 있었다.
놈이 사기를 내뿜을 때부터 성벽 위의 인원들은 디어뮈딘의 비행 마법으로 몸을 피했다. 덕분에 다들 무사했지만…… 그래도 충격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다들 몸을 덜덜 떨었다.
“좀 괜찮냐, 데미안?”
“그럼요. 황자님.”
그중 태연한 안색의 데미안에게 묻자, 데미안은 싱긋 웃으며 자신의 새 장비- 거대한 새총(Slingshot)을 바닥에 설치했다.
“몸풀기 정도밖에 안 됐는걸요.”
마주 씩 웃어준 나는 다시 주위를 살폈다.
이제 완전히 무너져내린 성벽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검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새로운 성벽처럼 드높게.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인세의 수호자…….》
아이피안의 세 머리가 동시에 낮은 조소를 흘렸다.
《애초에 불가능할 테니까.》
아이피안이 제 레어의 성벽을 날려버린 것은, 그 위에서 놈에게 공격을 퍼붓던 우리 쪽 딜러들을 견제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자신의 사냥구역을 표시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이 검은 불꽃의 벽은 놈이든 우리든, 어느 한쪽이 죽어야 꺼진다. ‘사냥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군.
“놈은 광폭화 상태에, 제 사냥구역 안에서는 공격력이 더 강해지는 성향까지 있다…… 그동안과는 달라. 스치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안전하게 움직여라.”
영웅들에게 전달하자, 다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동안은 여러 기믹을 동원해 스턴, 경직을 꾸준히 먹여서 놈의 공격을 약화시켰기에, 회피든 방어든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지만.
3페이즈는 성벽이 사라지며 기믹이 모조리 날아가 버린 데다가, 아이피안 자체가 스스로 공격력을 끌어올린 상태다. 빈말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스쳐도 죽는다.
“그러니까 우리도 계속해서, 속전속결이다!”
나는 아이피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쥬니어, 원소 해체!”
“옙-!”
쥬니어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원소 해체]를 아이피안에게 시전했다.
쩡-!
하늘에 하얀 헤일로가 떠오르더니, 공간이 산산조각나는 듯한 왜곡 현상이 발생했다.
틀림없이 마법이 적중했다. 하지만 쥬니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역시, [원소 해체] 한 방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파레키안 때와 마찬가지였다.
아이피안 또한 마력 출력을 실시간으로 높이는 식으로 [원소 해체]에 대항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닌 마력량이 파레키안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흑룡 군단 중에서도 극단적인 무투파 개체라 가장 마력이 낮은 파레키안조차도, [원소 해체]를 몇 번이나 중첩해서 겨우 깎아낼 수 있었다.’
까마득한 옛적부터 마력 원소를 가지고 놀며 살아온 존재가 바로 이 고룡(古龍)이다.
아이피안에게 [원소 해체]의 온전한 효과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실제로도 어렵잖게 대응해내며 아이피안은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
《준비한 발악은 그게 전부인가? 그럼, 이제 끝장내주지……!》
투학-!
허공에서 몸을 빙글 돌린 아이피안은 다음 순간 우리 쪽을 향해 제트기처럼 쏘아졌다. 동시에 놈의 떡 벌어진 세 아가리에 바람의 기류가 거세게 몰려들었다.
브레스 패턴은 방금 사용했으니, 세 머리가 동시에 드래곤 로어를 내지를 셈인가 보다. 공격력이 강화된 세 머리가 동시에 포효를 내지르면, 내 마력 성벽으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그럼 그 전에, 사용조차 못 하게 하면 그만이다!’
나는 히죽 웃었다.
[원소 해체]는 분명히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최강의 마나번 스킬임에도, 아이피안의 마력은 건재하다.하지만 틀림없이 조금이라도 깎여나갔다.
내가 노린 것은 이것이다.
“준비한 작전을 시작한다!”
나는 영웅들을 돌아보며 웃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지만, 열심히 준비한 새로운 꼼수를 꺼낼 생각을 하자…… 난적을 공략하는 자로서, 나도 모르게 즐거움이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름하여, 오퍼레이션…… ‘헤어스타일 체인지’!”
“…….”
내 뒤에 바짝 붙어 나를 경호 중이던 헤카테가 어쩐지 뚱한 표정을 지었고,
바로 뒤에서, 데미안이 낑낑거리며 거대 새총에 ‘탄환’을 장전했다.
그 ‘탄환’이 얼떨떨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이거 진짜 하는 겁니까?》
그 탄환은 다름 아닌 듀라한 군단장의 머리였다.